토양세균 Bacillus thuringiensis가 영양세포에 내생포자를 생성할 때 만들어내는 단백질(내독소; Cry toxin)이 나비목, 파 리목 및 딱정벌레류의 특정 곤충에 선택적으로 살충성을 나타 냄이 알려진 이후, 이 단백질을 생물학적 방제에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어왔다(Park, 2011). 특히, B. thuringiensis 에서 유래한 cry 유전자를 식물체에 삽입함으로써 살충성 내 독소가 식물체 내에서 직접 발현되도록 개발된 유전자변형 (Genetically modified, GM) Bt 면화, 옥수수, 콩 등이 상업적으 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Romeis et al., 2006; Kumar et al., 2008). 그러나 식물체의 유전자변형 과정에서 생기는 의도적 또는 비 의도적 변화가 생태계 내에 야기할 수 있는 여러 영향들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증가하여, 이제 세계 여러 나라에서 GM식물을 상업화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GM 식물이 표적 및 비표적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환경위해성 평가를 강제하고 있다(Kuiper et al., 2001; Hilbeck et al., 2011).
국내에서는 최근까지 Bt 내독소 발현 유전자 중 cry 1Ac1 유 전자가 삽입된 벼와 배추, 그리고 cry 1A 가 삽입된 옥수수를 대 상으로 연구들이 수행되었는데, 대체적으로 Bt 내독소가 비표 적 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음이 보고되었다. Bt 벼의 경 우, 표적 곤충인 혹명나방(Cnaphalocrocis medinalis), 벼애나 방(Naranga aenescens), 그리고 비표적 절지동물의 경우, 초식 곤충인 벼멸구(Nilaparvata lugens), 벼메뚜기(Oxya japonica), 먹노린재(Scotinophara lurida), 꽃가루섭식곤충인 꼬마남생 이무당벌레(Propylea japonica), 그리고 포식자인 황산적늑대 거미(Pirata subpiraticus), 턱거미(Pachygnatha clercki)에 관 한 영향이 연구되었고, 수생생물로는 물벼룩(Daphnia magna), 미꾸리(Misgurnus anguillicaudatus), 잉어(Cyprinus carpio)에 대한 독성실험 결과도 보고되었으며, 토양미생물에 미치는 영 향도 연구되었다(Oh et al., 2011a, b; Lee, 2012; Sohn et al., 2012). Bt 배추의 경우 비표적 해충인 도둑나방(Mamestra brassicae) 과 도둑나방의 천적인 큰밤고치벌(Microplitis mediator)에 미 치는 영향, 그리고 배추 꽃가루가 누에나방(Bombyx mori)에 미 치는 영향도 연구되었다(Kim et al., 2008a, b). Bt 옥수수의 경 우는 국내에서 개발된 GM식물은 아직 없으나 수입된 GM 식 물이 통제에서 벗어나 자연계에 유출될 것을 예상한 실험이 진 행되었는데, 갈색 거저리(Tenebrio molitor)와 기장테두리진딧 물(Rhopalosiphum padi)을 비표적 곤충으로 실험에 사용하였 다(Kim et al., 2012a, b).
본 연구는 (주)농우바이오에서 개발중인 배추좀나방 내성 GM Bt 양배추(Brassicae oleracea)의 환경위해성 평가의 일환 으로서, Bt 양배추가 대표적인 비표적 곤충인 복숭아혹진딧물 (Myzus persicae Sulzer)의 기주식물 선택 및 성장에 미치는 영 향을 실내실험을 통해 알아보았다. 복숭아혹진딧물은 40과 수 백종의 식물을 기주로 사용하는 우리나라 중요농업해충이므로 Bt 내독소에 미치는 영향 연구의 대상으로 적합하다. 본 연구에 서는 기주선택 후 다음 세대(약충)의 진화적 관점의 성공율 (fitness)을 기주선택 후의 산란성공률 및 발육속도로 측정하였 는데, 이는 비표적 생물이 유전자변형 식물을 기주로 선택함으 로써 얻는 이익 및 손해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적절하여 유사연 구에 널리 이용되어 왔다(Ramirez-Romero et al., 2008; Lawo et al., 2009; Digilio et al., 2012).
재료 및 방법
본 실험에 사용한 Bt 양배추(이벤트 C30)는 (주)농우바이오 생명공학연구소에서 모본 양배추(AD126)에 Bt (Cry1Ac) 독 소를 발현시키는 유전자 cry 1Ac1 을 삽입하여 개발한 것이다. 잎에서의 독소 발현량은 1.3~1.4 μg/g F.W. 이며, 잎을 배추좀 나방(Plutella xylostella) 유충에 제공하였을 때 양배추 잎 섭식 시작 후 4일 안에 죽는 것이 관찰되었다. 실험을 위하여 C30 양 배추와 모본 AD126의 종자를 (주)농우바이오 온실에서 파종 한 후 본 잎이 2~3장 나왔을 때 PCR을 이용하여 유전자가 삽입 된 개체를 선별하였다. 선별된 유식물들은 한국생명공학연구 원 바이오평가센터(충북 청원군 오창읍 소재)의 온실로 옮긴 후, 각각의 개체를 화분(직경 11.5 cm)에 상토(부농원예용상토, (주)부농)를 이용하여 이식한 뒤 실험 시까지 유지(17~35°C, 자연광)하였다. 실험은 개체들의 잎의 수가 8-10개가 되었을 때 실시하였다.
복숭아혹진딧물(M. persicae Sulzer)은 농촌진흥청 국립원 예특작과학원에서 분양 받은 후, 배추(Brassica rapa var. glabra; 서울배추, (주)신젠타종묘)를 기주식물로 하여 실험 시까지 항 온항습실(25 ± 1 °C, 습도 50± 5%, 광주기 16:8 h (L:D))에서 누대 사육하였다. 기주선택실험에 사용할 유시 성충(alate virginoparae) 을 얻기 위하여, 두 개의 아크릴 케이지(가로 ×세로 ×높이, 55 ×22 ×30 cm)안에 배추 유식물을 각 3개체씩 넣고 각 개체에 각각 10마리의 무시 성충(apterous virginoparae) 진딧물을 붓으로 옮 겨놓은 후 여러 세대 동안 번식하도록 두어, 자연스럽게 유시충 을 만들어내도록 유도하였다. 실험은 유시충 진딧물이 성충이 된 후 3-4일이 지나 생식(reproduction)이 가능한 개체들을 이 용하였다.
기주선택실험은 아크릴 케이지(30 × 30 × 35 cm) 안에 C30, AD126 양배추 각 두 개체씩 (케이지 모서리 네 부분에 대각선 으로 같은 계통의 식물을 배치) 위치시킨 후, 진딧물 유시 성충 10마리를 넣고 72시간 후 각 식물체에 낳은 약충의 수를 세었 으며(n = 13), 이를 기주선택의 지표로 사용하였다(Powell et al., 2006). Bt 양배추와 모본 양배추를 기주로 하였을 때의 진 딧물 약충의 발육기간(development time; D)과 개체군 생장률 (an intrinsic rate of increase; rm)을 측정하기 위하여, AD126, C30 각각의 개체당 세 마리의 무시 성충을 접종시킨 후, 24시 간 뒤 3 마리의 약충만 남기고 성충진딧물과 그 외 나머지 약충 들을 모두 제거하였다. 남겨놓은 세 마리의 약충은 3일 뒤 안정 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었을 때 다시 한 마리만 남기고 제거 하였으며, 남은 한 마리는 성충이 될 때까지 모니터링하였다. 또 한, 개체군 생장률(rm)은 성충이 된 후 번식을 시작할 때까지 걸 린 기간만큼의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성충을 더 모니터링하여 생 산한 약충의 수를 세어 구하였다(n = 15). 발육기간(development time)은 아래와 같이 정의하였으며, 개체군 생장률(rm)은 아래 의 식을 이용하여 계산하였다(Wyatt and White, 1977).
Development time (D) = time taken from birth to final moult
rm (an intrinsic rate of increase) = 0.74 × ln(Md/T)
Md: reproductive output per female during period equal to T
T: the time from birth to onset of reproduction
0.74: correction factor
모든 실험은 25±1°C, 습도 50±5%, 광주기 16 : 8 h (L:D)의 항온항습실에서 실시하였다.
데이터의 분석은, 기주선택실험 시 진딧물이 생산한 약충의 수를 비교하기 위해서 가산자료(count data)를 분석하는데 적 합한 모델인 generalized linear model (GLM; quasi-poisson; 자료가 과대산포하였기 때문에 quasi-poisson을 사용)을 이용 하였고, 발육기간(D)을 비교하기 위하여는 Wilcoxon의 rank sum test, 그리고 개체군 생장률 rm 값의 비교는 t-test 를 이용하 였다. 발육기간 데이터는 t-test를 하기 위한 기본가정인 정규분 포와 유사한 분산도를 만족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비모수 방법 인 Wilcoxon 법을 사용하였다. 모든 분석은 R 패키지를 이용하 였다(R development core team, 2012).
결과 및 고찰
복숭아혹진딧물 유시 성충 10마리를 C30, AD126 양배추에 노출시켜 자유롭게 생식하도록 두었을 때 72시간동안 낳은 약 충의 수는 C30, AD126 양배추에서 각각 22.5 (±2.2), 21.9 (±1.8) 마리(±s.e)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GLM quasi-poisson, t = 0.24, p = 0.81) (Fig. 1, 2). 또한, C30, AD126 양 배추에서 복숭아혹진딧물 약충의 발육기간(D)은 각각 5.93±0.12, 5.80±0.17 일(days), 그리고 개체군 생장률 rm은 각각 0.84±0.07, 0.67±0.13 로 두 양배추간 차이가 없었다(development time: W = 127, p = 0.48; rm: t-test t = 1.15, p = 0.26) (Fig. 2). 본 실험결 과로 볼 때, 복숭아혹진딧물 유시 성충이 생식(reproduction)을 위한 기주선택 시 AD126과 C30 양배추를 구별하지 않았으며, 또한 C30, AD126 양배추가 복숭아혹진딧물 기주로서의 질 (quality)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
최근까지 Bt 작물이 진딧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주로 Bt 면화와 목화진딧물(Aphis gossypii), 그리고 Bt 옥수수 와 기장테두리진딧물(R. padi) 또는 보리수염진딧물(Sitobion avenae)을 실험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연구결과들은 대체적으 로 Bt 작물이 진딧물의 발육기간과 생식력(fecundity) 또는 발 육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보고하고 있으나(Lozzia et al., 1998; Dutton et al., 2002; Liu et al., 2005; Ramirez-Romero et al., 2008; Lawo et al., 2009; Digilio et al., 2012), 진딧물의 생식력 과 발육에 부정적인 영향(Zhang et al., 2008), 또는 반대로 긍정 적인 영향(Lumbierres et al., 2004)을 나타냄도 보고하고 있어 일반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미국,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Bt 작물의 대규모 상업적 재배가 가능해진 이 후, 실험실에서 진딧물 개체를 대상으로 얻은 실험 결과로부터 개체군 수준에서의 변화를 유추해내는 방법이 아닌, 실지 야외 포장에서 Bt 작물에 서식하는 진딧물의 개체군 동태를 직접 모 니터링 하는 방법으로의 연구도 진행되었다. 이러한 개체군 수 준의 연구의 결과들은 Bt 작물이 진딧물의 개체군 동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영향의 방향성(positive or negative) 측면에서는 Bt 작물에서 진딧물의 밀도가 더 낮거 나(Wu and Guo, 2003; Fernandes et al., 2012), 또는 더 높은 등 (Pons et al., 2005), 일관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Bt 작물이 진딧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의 방향 및 크기가 Bt 내독소를 포함한, 식물체와 연관된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될 수 있음 (context or case dependent)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Bt 작물이 진딧물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연구와 더불어 Bt 내독소가 진딧물에 의해 체내로 흡수되어 저장되는가에 관 하여도 그간 논란이 되어 왔다(Raps et al., 2001; Burgio et al., 2007, 2011). 이는 진딧물이 직접적으로 내독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가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진딧물을 통하여 내독소가 생 태계 내 먹이사슬의 상위단계로 전달되는가에 관한 문제로서 연구자들의 주요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간의 연구결과들 은 대체로 진딧물 체내에 미량 또는 측정한계 이하의 소량의 내 독소가 존재함을 보고하여, 진딧물의 체내에 내독소가 흡수 저 장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진딧물을 포식하는 포식자에게 내독 소가 이동, 축적되지 않는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듯 하다(Romeis and Meissle, 2011). Bt 내독소가 식물체 내 체관 에 거의 존재하지 않음이 보고되었고, 진딧물의 체관을 통한 섭 식행동과 연관 지어 진딧물이 내독소에 거의 노출되지 않을 것 이라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였다(Raps et al., 2001; Burgio et al., 2007). 그러나 연구의 대부분이 내독소 중 Cry1Ab, Cry1Ac 또는 Cry3를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다른 내독소를 발현시키는 GM식물에 대해서도 실험적 확인이 필요하다. 예로, 기장테두 리진딧물(R. padi)에 Cry1F 내독소를 포함한 Bt 옥수수를 제공 한 경우 상당량의 내독소가 진딧물 체내에 축적될 수 있음이 보 고되었다(Kim et al., 2012b). 본 연구에서는 진딧물 체내의 Bt 내독소의 양을 정량 하지 않았으나, Burgio 등(2007, 2011)은 Cry1Ac 내독소를 포함한 Bt 유채를 제공하였을 때 복숭아혹진 딧물 체내에서 미량의 내독소를 발견하였음을 보고하였다.
본 연구 결과, cry 1Ac1 내독소를 포함한 Bt 양배추가 비표 적곤충인 복숭아혹진딧물의 기주식물 선택행동 및 성장에 뚜 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본 연구의 결 과를 기반으로 양배추를 섭식하는 것이 확인된 다른 진딧물 종 을 연구에 포함시키는 것과 동시에 각 진딧물 체내에 축적되는 내독소의 양을 정량하고, 그 다음단계로 진딧물을 포식하는 포 식자에도 Bt 양배추가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