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나비목에 속하는 밤나방과(Noctuidae)의 담배거세미나방(Tobacco cutworm, Spodoptera litura)은 열대 및 아열대 기후지역과 태평양의 섬 지역에 분포하는 곤충이다(Health et al., 2019). 국내에서도 북부, 중부, 남부, 제주도 전역에서 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으며, 기후 온난화로 인해 국내에서 그 개체 수가 증가하여 피해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Jung et al., 2019). 이 종은 면화, 콩, 옥수수, 쌀, 관상식물 등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식물을 기주로 하며 수많은 피해를 주는 광식성 해충으로, 어린 유충 시기부터 작물의 모든 부분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가해한다(Health et al., 2019). 유충이 성장하면 다른 식물로 이동하며 가해의 범위를 넓혀가기 때문에 작물의 품질과 생산량에 큰 피해를 줌으로 담배거세미나방은 강력한 방제의 대상이 되는 농업 해충이다(Health et al., 2019).
해충의 유전적 변이를 이해하는 것은 효과적인 해충 방제 전략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Behere et al., 2007). 한 종의 집단유전구조와 유전적인 변이는 개체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치며 지역적 특성으로 인한 공간적 및 시간적 분포를 볼 때, 담배거세미나방의 개체 수 증가에는 종 내에서도 특정한 유전적 변이가 연관되어 있으며(Hu et al., 2023), 기후변화는 이러한 유전적 변이를 보다 가속시킬 수 있다(Jung et al., 2019). 주로 생물의 종간 구분과 종 내의 변이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분자생물학적인 방법을 사용한다(Oliveira and Azevedo, 2022). 이러한 분석방법 중에서 DNA barcoding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전자전달계 유전자 중 하나인 cytochrome c oxidase subunit I (COI)의 일부 염기서열(600-900 bp)을 분석하여 개체의 종을 구분하는 대표적인 분자생물학적 방법이다(Hebert et al., 2003). 밤나방과 해충의 경우 종 내 유전적 변이를 분석하기 위해 COI 유전자를 이용하여 종의 명확한 구분뿐만 아니라 종 내 유전적 변이에 기반한 종 다양성을 확인하였다(Jin et al., 2013). 또한, 담배거세미나방과 근연종 간의 COI 유전자를 비교하여 7개의 단상형(haplotype, Hap) 확인을 통해 COI 유전자가 종 구분과 개체군 수준의 유전학적 연구에도 유용하게 활용되었다(Shashank et al., 2015).
국내에서는 담배거세미나방의 예찰에 최적화된 성페로몬 조성 비교를 통해 이 해충종의 발생 및 예찰 연구가 수행되었으며(Jung et al., 2022), 내한성 연구에서 발육 단계별 체내 빙결점(supercooling point) 측정을 통해 알 단계에서 가장 낮음을 확인하는 생리학적 연구가 진행되었다(Kim et al., 1997). 또한, 발생 연구에 있어서는 수원지역에서 수행한 페로몬 조사를 통해 5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를 통해 성충 세대가 연중 최소한 4회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 조사가 있었다(Jung et al., 2020).
이 연구에서는 전국단위의 담배거세미나방을 대상으로 COI 유전자를 이용한 종 내 유전자 서열 변이를 처음으로 시도하였다. 2024년 전국에서 채집한 담배거세미나방 성충 개체를 대상으로 COI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이용하여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을 분석하였다. 동일 종 내 지역 간의 유전적 다양성과 개체군 구조를 규명함으로써, 담배거세미나방의 지역적 분화, 확산 양상, 그리고 진화적 적응을 집단유전학적 관점에서 규명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시료 채집
담배거세미나방 성충 시료는 2024년 7월부터 9월까지 국내 9개 지역(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의 135개 지점에서 채집하였다. 채집은 각 지역의 콩(Glycine max) 재배지 주변에 ㈜그린아그로텍(Gyeongsan, Korea)에서 구매한 예찰용 펀넬트랩을 설치하고, 성페로몬 루어를 이용하여 성충을 채집하였다(Table 1). 채집한 개체는 genomic DNA를 추출하기 전까지 -80°C에서 냉동 보관하였다.
DNA 추출
Genomic DNA는 QuickExtractTM DNA Extraction Solution 1 (Lucigen, Middleton, WI, USA)을 사용하였으며, 선별된 지역에서 각 개체의 다리만 추출에 사용하였다. 각 시료는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3반복으로 분석하였다. COI 유전자 증폭에는 LCO1490 (5′-GGT CAA CAA ATC ATA AAG ATA TTG G-3′)과 HCO2198 (5′-TAA ACT TCA GGG TGA CCA AAA AAT CA-3′) 프라이머를 BIONEER Co. (Daejeon, Korea)에서 합성 후 사용하였다. PCR은 HisenseTM PCR 2X Taq master mix (CellSafe, Suwon, Korea)를 이용하여 총 20 ㎕ 반응액에서 수행하였다. 반응조건은 초기변성은 95°C에서 5분, 이어서 95°C에서 30초, 52°C에서 30초, 그리고 72°C에서 30초의 주기를 35회 반복하였으며, 마지막으로 72°C에서 5분간 신장을 수행하였다. 1.2%의 아가로스젤을 이용하여 전기영동으로 증폭산물을 확인하였다. 이후 Macrogen Inc. (Seoul, Korea)에서 PCR 증폭산물을 정제 후 양방향 시퀀싱을 진행하였다. 획득한 염기서열은 BioEdit 프로그램의 Sequence Alignment Editor (v7.2.5)을 이용하여 정렬한 후 지역별로 비교하였다. 서열의 정확성을 위해 NCBI에 등록된 담배거세미나방의 염기서열(GenBank Accession No. HQ991353.1)을 reference로 활용하였다.
유전적 변이 비교
각 지역별 담배거세미나방 성충으로부터 확보한 총 102개의 COI 유전자 염기서열은 FASTA 형식으로 정리한 후, BioEdit (Ibis Biosciences, Carlsbad, CA, USA) 프로그램에서 ClustalW multiple alignment 방법을 이용하여 정렬하였다(default parameters). 정렬된 염기서열은 reference sequence를 기준으로 동일한 영역의 658 bp 길이로 동일하게 맞춘 후 분석에 사용하였다. 이후 MEGA 12.0 (Institute for Genomics and Evolutionary Medicine, Philadelphia, PA, USA)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Neighbor-Joining 방법으로 계통수를 작성하였으며, 계통수 각 노드의 신뢰도(bootstrap values)는 1,500회 반복 분석을 통해 평가하였다. 유전적 변이는 전체 집단을 대상으로 분석하였으며, 동시에 지리적 인접성을 기준으로 지역 집단을 구분하여 비교하였다. 또한 지역 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SNP를 확인하고, SNP 변이가 존재하는 집단 간 차이를 비교하였다.
지역 간 단상형의 분포 양상과 유전적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DnaSP v6 (University of Barcelona, Barcelona, Spain)를 이용하여 단상형 정보를 분석하였다. 단상형 간의 관계는 PopART v1.7 (University of Otago, Dunedin, New Zealand)에서 Templeton-Crandall-Sing (TCS) statistical parsimony network 방법을 적용하여 시각화하였다.
결과 및 고찰
전국단위 담배거세미나방의 발생패턴 조사
2024년 7월부터 9월 사이에 실시한 담배거세미나방의 전국단위 발생 조사에서 총 12,540마리의 담배거세미나방 성충이 채집되었으며, 이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다(Fig. 1). 경기에서는 477개체, 강원도에서는 367개체가 채집되었다. 대구에서는 41개체, 경북과 경남에서는 953개체와 5,507개체가 각각 채집되어 영남에서는 경남에서 대발생한 것이 확인되었다. 충북과 충남에서는 각각 366개체와 629개체가 채집되었다. 전북과 전남에서는 1,449개체와 2,643개체가 각각 채집되어 호남에서는 전남지역에서 대발생하였다. 가장 남쪽지방에 위치한 제주에서는 108개체가 채집되었다. 지역별 채집 비율을 보면 경남이 전체의 약 44.0%로 가장 많은 개체가 채집되었고, 전남이 21.1%로 그다음으로 많았다. 내륙지역과 비교하여 제주 지역은 가장 적은 0.9%가 채집되었다. 담배거세미나방은 열대, 아열대성 해충으로 저온에 의해 분포가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Health et al., 2019). 경남과 전남에서 담배거세미나방 성충의 포획량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 이 지역이 남해안에 위치한 지역적 특성에 의해 생육에 유리한 온난한 기후가 요인인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향후에도 남해안 지역에서의 담배거세미나방 발생 가능성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경남 지역의 담배거세미나방 발생량이 많은 것은 온난한 기후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넓은 시설작물 재배면적 및 기주 작물의 연속 재배가 이루어져 먹이 자원이 연중 공급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Bae et al., 2007). 현재 남해안 중심으로 높은 담배거세미나방의 발생량은 계속되는 기후변화로 인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2100년에는 우리나라 면적의 약 98%가 담배거세미나방에 유리한 기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향후에는 경남, 전남 등의 지역뿐만 아니라 중부·내륙 및 북부 지역에서도 발생 위험, 세대 수, 발생 기간이 증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Jung et al., 2019).
담배거세미나방 COI 영역의 지역별 SNP 패턴 분석
지역별 담배거세미나방 COI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두 가지 주요한 SNP 패턴 및 또 다른 변이를 확인하였다(Fig. 2, Table 2). 첫 번째 주요 SNP 패턴은 경기(고양, 파주, 시흥, 연천, 양주), 강원(춘천, 철원, 강릉, 홍천, 화천, 평창, 속초, 양구, 양양), 충남(부여, 대전, 금산, 홍성, 서산, 태안), 충북(보은, 음성, 괴산, 증평, 옥천), 전북(익산, 정읍, 무주, 남원, 순창), 전남(함평, 장성, 나주, 영암, 영광), 대구(군위), 경북(봉화, 청도, 칠곡, 청송, 김천, 경주, 고령, 경산, 포항, 상주, 영천, 예천, 영주, 영양), 경남(김해, 거제, 고성, 합천, 함양, 밀양, 사천, 산청, 통영, 의령)에서 나타났으며, 해당 개체군은 reference sequence와 동일한 COI 유전자 염기서열을 관찰하였다. 두 번째 주요 SNP 패턴은 경기(가평, 김포, 이천, 양평), 강원(동해, 고성, 횡성, 인제, 삼척), 충남(아산, 보령, 천안, 청양, 논산, 서천, 예산), 충북(영동), 전북(고창, 김제, 군산), 전남(보성, 곡성, 완도), 경북(구미, 문경, 성주, 영덕), 경남(창녕, 창원, 거창, 하동, 함안, 진주, 남해, 양산), 제주(이호, 조수) 지역개체에서 확인되었으며, 이들 집단에서는 406번째 위치에서 단일 C→T 변이가 관찰되었다. 이 외에도 경북 울진 개체에서는 59번째 위치에서 C→T 변이가 나타나 세 번째 SNP 패턴으로 구분하였으며, 대구 학정동에서는 34번째 위치에서 A→G 변이가 나타나 네 번째 패턴으로 구분하였다. 마지막으로 경기(포천), 강원(태백), 전북(완주) 지역에서는 407번째 위치에서 단일 C→T 변이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변이를 기반으로 단상형 네트워크 분석을 수행한 결과, 총 5개의 단상형이 확인되었으며, 단상형 다양성(Hd)은 0.526, 염기다양성(π)은 0.00088로 나타났다. Hap1과 Hap2가 국내 집단에서 우점적으로 확인되었으며, 여러 지역에서 공통으로 분포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Hap3-Hap5는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확인되어 지역 특이적 단상형의 가능성을 나타내었다. TCS 단상형 네트워크 분석 결과, 대부분의 단상형은 중심 단상형인 Hap1으로부터 1개의 염기치환 차이를 나타내었으며, 국내 집단은 전반적으로 방사형 구조를 형성하였다(Fig. 3). 이러한 결과는 국내 담배거세미나방 집단 간 유전적 분화 수준이 낮고, 지역 간 활발한 유전자 흐름(gene flow)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이 연구에서는 국내 개체군의 COI 염기서열 비교를 위해 NCBI에 등록된 담배거세미나방 voucher 표본의 COI 유전자(Accession No. HQ991353.1)를 reference로 사용하였다. Reference 염기서열과의 비교를 통해 국내 지역별 담배거세미나방의 COI 유전자 염기서열 중 대부분이 406번째와 407번째 위치에 유사한 SNP 패턴이 나타난다. 총 5개의 단상형 모두 1-2개의 염기 차이를 나타내는 SNP 형태인 것으로 보아 국내 담배거세미나방 집단은 비교적 단순한 형태였다. 이는 국내 담배거세미나방 집단이 비교적 단순한 집단구조를 보이며 COI 염기서열의 다양성이 낮음을 시사한다. 특히 제주 지역 개체(이호, 조수)의 염기서열이 독립된 단상형을 형성하지 않고 Hap2에 포함된 것이 지리적 위치가 담배거세미나방의 유전자 흐름을 크게 제한하지 않은 채 활발히 교류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실제 나비목 해충 중 열대거세미나방(Spodoptera frugiperda, SF)의 국내 유입 초기 COI 분석 결과, 대부분의 표본이 하나의 단상형에 속하는 단순한 구조를 보이며 이러한 양상은 침입 초기 해충 집단에서 흔히 나타나는 병목 효과와 제한된 개체의 유입에 의한 결과로 COI 단상형이 소수 유형이나 단일 유형으로 우세하게 관찰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Lee et al., 2020). 이렇게 표본의 유전적 변이가 특정 단상형에 집중되는 패턴은 나비목 해충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양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대상 해충은 이미 국내에 정착하여 전국적으로 넓게 분포하는 종으로 특정 패턴에 우세한 경향을 보이나 전국 표본에서 다양한 단상형이 확인되었으며 전반적인 다양성 지표 또한 낮은 수준(Hd = 0.526; π = 0.00088)에 머물렀다. 이러한 결과는 장기간의 정착 이후에도 지속적인 이동과 교배에 의해 지역 간의 유전자 흐름이 활발하게 유지되어 전반적으로 균질한 유전 구조와 낮은 다양성을 보이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담배거세미나방 계통수 분석
총 102개의 COI 염기서열을 기반으로 수행한 계통수 분석 결과, 국내 담배거세미나방 집단은 지역별 개체군이 서로 혼재된 형태로 분포하였으며, 지역 간 뚜렷한 계통학적 분리는 확인되지 않았다(Fig. 4). 담배거세미나방과 동일한 Spodoptera 속에 속하는 열대거세미나방(S. frugiperda, Sf)의 COI 유전자(Accession No. MK492959.1)와 파밤나방(S. exigua, Se)의 COI 유전자(Accession No. HQ177345.1)를 outgroup으로 사용하여 계통수를 구성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 담배거세미나방 집단이 지역 간 뚜렷한 유전적 분화가 나타나지 않음을 시사한다. 또한 대부분의 분지에서 bootstrap 값이 낮게 나타나 지역 간 계통학적 분화가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내 집단에서 확인된 낮은 변이는 중국의 결과와도 유사하다. COI 및 Cytochrome b (Cytb) 마커를 기반으로 한 담배거세미나방 염기서열 분석에서 Hd(COI) = 0.267, π = 0.00082 수준의 낮은 다양성과 함께, 단상형 분포에 뚜렷한 지리적 분리가 없음을 보고한 연구결과(Zhou et al., 2016)와 일치하며, 담배거세미나방의 유전적 다양성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국내 집단에서 보이는 낮은 변이는 담배거세미나방의 뛰어난 비행 능력(Tu et al., 2010)에 따른 지역 간 활발한 이동 및 교배가 가능하다는 점과 다양한 기주 식물에 의한 확산 및 농작물 유통과 같은 인위적 요인에 따른 활발한 유전자 흐름(gene flow)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번 연구는 COI 단일 마커만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실제 유전적 다양성이 과소 추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Zhou et al., 2016이 진행한 선행연구에서는 Cytb 같은 mtDNA의 다중 마커를 함께 사용하여 분석함으로써 집단 구조를 보다 세밀하게 규명할 수 있었다. 또한, Wu et al., 2010의 기존 연구에서는 Elongation factor 1-alpha (EF-1α)와 같은 핵 유전자의 분석을 병행함으로써 모계와 부계 유전 정보를 모두 포함한 결과를 바탕으로 계통 추정에 신뢰성을 더해준다. 이러한 분석법은 집단 수준에서도 교잡 및 유전자 흐름을 명확히 해석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COI 유전자뿐만 아니라 핵 유전자 마커 및 다중 분자 마커를 병행하여 국내 담배거세미나방 집단의 유전적 구조를 보다 정밀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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