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파리(Diptera: Tachinidae)는 전 세계 대부분의 육상환경에서 발견되는 대형 분류군이다(O’Hara, 2008;Stireman et al., 2021). 구북구(palaearctic) 지역에 약 2,100종이 보고되어 있으며, 이 중 남한에는 93속 187종이 기록되어 있다(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2023;O’Hara et al., 2020). 기생파리는 나비목, 노린재목, 딱정벌레목 등 주요 해충 분류군을 포함한 다양한 절지동물을 숙주로 이용하며, 대부분 숙주 내부에서 성숙한 후 탈출하는 내부기생성(endo-parasitoid) 곤충으로 생태계 내에서 중요한 조절자 역할을 수행한다(Loeb et al., 1990;Stireman et al., 2006).
기생파리의 숙주 범위는 호흡 깔때기(respiratory funnels) 형성 유무(Clausen, 1940), 독성 환경에 대한 적응력(Eggleton and Gaston, 1992), 특정 조직 내 기생 여부(Belshaw, 1994) 등에 따 라 나뉘며, 일반적으로 호흡 깔때기를 형성하지 않는 종, 숙주 생성 독소에 저항성이 높은 종, 그리고 숙주의 혈강에서 부유하 는 종들이 더 넓은 숙주 범위를 가지는 것으로 보고되었다(Belshaw, 1994;Gauld et al., 1992). 다양한 숙주 이용 전략과 산란 방식은 숙주의 방어 기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이런 숙주 연관성은 기생파리와 숙주 간 공진화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Stireman et al., 2006).
이와 같은 생태적 특성과 다양한 숙주 이용 전략을 바탕으로, 기생파리는 기생성 벌목(i.e., Hymenoptera: Braconidae) 다음으로 중요한 생물적 방제제로 여겨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00종 이상이 농업 및 산림 해충 방제를 위한 생물학적 방제 프로그램에 도입된 바 있다(Greathead, 1986;Grenier, 1988;Hoy, 1976;Salim et al., 2016). 기생파리의 숙주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나(Clausen, 1940;Herting, 1960;Tschorsnig, 2017), 최근 들어서야 현대 생태학 이론에 기반한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어 여전히 많은 종에 대한 생태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며(Bernays and Graham, 1988;Shendage and Sathe, 2015;Stireman et al., 2003;Stireman et al., 2006;Van and Reardon, 2004), 국내에서도 일부 종들을 대상으로 생물학적 방제(Park et al., 2016;Seo et al., 2022), 숙주 연관성 분석(Kim et al., 1968a, 1968b;Pemberton et al., 1993), 그리고 분류학적 정리(Lee and Han, 2008;Lee and Han, 2010) 등을 다룬 연구가 이뤄졌으나 대다수 종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는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높은 생물학적 방제제로서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기생파리를 실질적인 해충 방제 수단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종의 생태 정보뿐 아니라, 기존 방제 수단의 한계와 그로 인한 생태계 영향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병행되어야 한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제 방법인 합성 살충제 사용이나 물리적 제거 방법은 비용과 지속성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으며, 특히 합성 살충제는 비표적 종에 대한 피해가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Edosa et al., 2019;Hawkins et al., 2019).
합성살충제를 주로 활용해 방제하는 미국흰불나방(Hyphantria cunea, Dury)은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녹지 내 가로수, 조경 수 등에 대발생하는 특성을 가져 방제 시 환경 및 인체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 또한 국내 서식하는 미국흰불나방은 머리 덮개(head capsule)가 검은형으로 붉은형 보다 유충기간이 짧으며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유충의 발달 속도가 빨라지는데, 일반적으로 연 2회 발생하였으나 최근 기온 상승으로 3화기 개체군의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이다(Ito et al., 1968;Takeda, 2005). 이에 따라 도심 생태계의 균형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면서 미국흰불나방 개체군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생태 기반의 대체 방제 수단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1963년부터 미국흰불나방의 천척 곤충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기생성벌과 포식성 천적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으로(Lim, 2025;Kim et al., 1968a, 1968b;Ko and Ko, 1982), 기생파리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기온 상승에 따른 미국흰불나방의 세대 수 증가로 도심지 중심의 피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조절 할 수 있는 기생성 생물학적 방제제를 새롭게 발굴하고자 수행 되었다. 이를 위해 2024년 4월부터 6월까지 서울, 세종시, 전라도, 충청남도 지역의 미국흰불나방 발생지에서 유충을 무작위로 채집하고, 기존 문헌에 보고된 기주식물을 급여하며 사육을 진행하였다. 이후 성공적으로 우화한 지역별 기생파리 성충을 동정해 지역별로 미국흰불나방을 숙주로 하는 기생파리를 확인하고 국내에 서식하는 기생파리와 미국흰불나방 간의 숙주 연관성을 확인하였다.
Materials and Methods
Field survey
2024년 4월부터 6월까지 숙주인 1화기 미국흰불나방의 발생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도(고양시, 연천군), 광주광역시, 서울특별시, 세종특별자치시, 전라북도(군산시, 김제시, 남원시, 익산시, 장수군, 전주시), 충청남도(당진시, 보령시, 서천군, 아산시)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하였다. 미국흰불나방은 제주도를 제외한 35개의 시군에서 출현이 보고되어 제주도에 대한 현장조사도 실시하였으나 제주도 내 발생은 확인되지 않았다(Kim and Kil, 2012). 현장조사는 4령 이하의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형성한 그물 내부에서 혹은 그물 밖으로 소산하여 독립적으로 기주식물을 가해하거나 용화를 위해 이동하는 유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Fig. 1A). 그물은 있으나 유충의 흔적, 실체가 확인 되지 않은 지역은 미국흰불나방에 대한 방제를 실시한 것으로 판단해 숙주 확보지역에서 제외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숙주의 유충에 산란하려는 기생파리 개체도 같이 확인하였다(Fig. 1B).
Host acquisition and rearing
숙주 확보는 미국흰불나방의 발생이 확인된 지역 중 채집이 용이했던 5지점에서 수행하였다. 숙주는 지표면 기준 2 m 사이에서 기주식물을 가해 중이거나 배회하는 5령 이상의 유충을 지역별로 200개체씩 채집하였다(Fig. 2A). 채집한 유충은 LEICA M205 C 현미경(Leica Microsystems, Wetzlar, Germany)을 이용해 관찰하였으며, 숙주 표면에 기생파리가 산란한 알이 확인된 경우 기생이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하였다.
기생이 확인된 숙주는 plastic bowl (44 × 32 × 62 mm)에서 기주식물(Kim and Kil, 2012)로 보고된 왕벚나무(Prunus yedoensis) 잎을 급여해 24 ± 0.73°C (± SD), 70% RH, L:D cycle (15:9) 조건에서 개별 사육하였다.
또한, 숙주의 방어기작으로 기생파리 유충이 사망하는 경우, 숙주 탈피로 산란한 알이 탈락되는 경우, 또는 숙주 내부에 직접 산란하는 종일 가능성을 고려해 기생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개체들을 5개체씩 동일 조건에서 집단 사육하였다 (Fig. 2B). 집단 사육을 실시한 개체들의 경우, 용화 직전 단계의 유충과 번데기가 먹이활동을 지속하는 다른 개체들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별도로 격리해 관리하였다.
Tachinid flies identification
숙주에서 빠져나온 기생파리의 노숙 유충은 크기를 고려해 6 ~ 12-well cell culture plate (SPL Life Sciences, Pocheon, Korea) 에 개별적으로 분류한 뒤 성충으로 우화시켰다. 우화한 성충은 번데기, 숙주와 함께 건조표본으로 제작하였으며, Belshaw (1993), Crosskey (1976), Mesnil (1960), Rayner and Raper (2001), Shima (1997), 그리고 Tachi and Shima (2008)의 동정 key를 참고해 동정하였다. 동정된 개체들은 LEICA M205 C 현미경(Leica Geosystems AG, Wetzlar, Germany)을 사용해 여러 사진을 다중 초점 이미지를 촬영한 후 Helicon Focus7 (Helicon Soft, Kharkiv, Ukraine, https://www.heliconsoft.com) 소프트웨어로 이미지 합성 작업을 수행하였다.
Results
총 1,000개체의 숙주를 사육하는 과정에서 391마리가 곰팡이 및 바이러스 감염 증상을 나타내며 사망했다. Lee et al. (1995) 를 참고해 사망한 유충들을 해부한 결과,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사망으로 확인되었다. 성충으로 온전히 우화한 숙주는 총 253개체로, 각각 은파호수공원 34개체, 금강습지생태공원 49개체, 난지도한강공원50개체, 국립생태원 51개체, 세종특별자 치시에서 69개체였다. 한편, 용화엔 성공했으나 성충으로 우화하지 못한 개체는 240개체가 확인되었다(Table 1).
기생이 확인된 116마리의 숙주에서 성충으로 온전히 우화한 70개체의 기생파리들을 동정한 결과, 총 3속 3종이 확인되었고, 이중 2종만 동정되었다(Table 1, Fig. 3–5). 기생파리 중 용화는 성공했으나, 성충으로 우화하지 못한 14개체가 확인되었으며, 기생파리의 산란이 확인되었음에도 성충으로 우화한 숙주는 32개체가 학인되었다.
확인된 3종 중 긴등기생파리(Exorista japonica)가 모든 조사 지역에서 미국흰불나방을 숙주로 사용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국립생태원에서는 긴등기생파리 28개체와 Drino sp. 1개체가 성충으로 우화하였다(Table 1). 은파호수공원에서 긴등기생파리 5개체와 회색기생파리(Compsilura connicanata) 6개체, 그리고 금강 생태습지공원에서는 긴등기생파리만 21개체가 확인 되었다. 난지도 한강공원의 경우 산란이 확인된 숙주가 5개체였으나, 사육 과정에서 숙주 대부분이 사망하여 긴등기생파리 성충 1개체만 확인되었다.
Discussion
Host rearing
사육과정에서 총 391 개체의 숙주 유충이 곰팡이 또는 바이러스 감염 증상을 보이며 폐사하였다. 이들 대부분은 집단 사육된 개체로, 해부 결과 표면 조직이 갈색, 적갈색으로 변하고 조직이 연화 되며 장기가 붉은색 액체 형태로 부패해 사망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이는 NPV (nucleopolyhedroviruses) 감염에 의한 증상과 동일하였다(Fuxa, 2004;Lee et al., 1995). 일부 단독 사육 개체에서도 유사한 증상이 관찰되었으며, 그중 기생이 확인되었던 개체를 해부한 결과 기생파리 유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숙주 내부에서 성장 중인 유충이나 숙주 표면에 산란된 알이 숙주가 지니고 있던 병원체에 대한 저항성이 부족해 기생에 실패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Stark et al., 1999).
숙주를 알 단계부터 사육하는 경우 간단한 소독으로 병원성 감염을 일부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생파리 유충이 5령 이상으로 성장한 나비목 숙주의 유충에서 기생률이 높고, 성장속도 또한 빠른 특성을 보이므로(Ichiki and Shima, 2003;Weseloh, 1984), 본 연구에서는 자연상태에서 일정 성장 단계에 도달한 유충을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특성상 숙주가 이미 야외 환경에서 병원체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소독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보다 기생여부를 명확히 판별하고 병원성 감염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독 사육을 통한 실험이 자연상태의 천적 발생 양상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본 연구는 5월에서 6월 사이 발생한 1화기 미국흰불나방 유충만을 대상으로 수행되었으며, 숙주가 가해한 기주식물의 종류는 분석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흰불나방은 일반적으로 연 2회, 경우에 따라 최대 3회까지 발생하는 광식성 해충이며, 기생파리는 숙주가 가해하는 기주식물에서 휘발성 화합물을 감지해 숙주의 위치를 탐색한다(Stireman et al., 2006). 따라서 숙주의 발생 시기나 섭식하는 기주식물의 조성에 따라 기 생파리의 종 구성, 발생 빈도, 숙주의 성장 등 생태적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요인을 포함한 후속 연구가 수행된다면, 특정 수종들 중심으로 가로수와 조경수가 식재된 도심지 등의 환경에서 기생파리를 활용한 생물학적 방제 가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Tachinid flies as biological control agent
본 연구 결과, 긴등기생파리는 미국흰불나방에 대해 높은 발생 빈도와 넓은 분포 양상을 보여 중요한 천적 자원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를 실제 미국흰불나방 방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생태학적 요인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긴등기생파리와 회색기생파리는 이미 다양한 해충을 대상으로 한 방제 연구에서 활용 가능성이 보고된 바 있으나(Elkinton and Boettner, 2004;Nakamura, 1997;Tanaka et al., 2001;Seo et al., 2022), 두 종 모두 광범위한 숙주 범위를 지니고 있어 비표적 종에 대한 잠재적 피해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Boettner et al., 2000;Driesche and Hoddle, 2017;Heimpel et al., 2024;Tschorsnig, 2017). 국내 기생파리류의 숙주 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해외 숙주 목록을 기반으로 잠재 숙주를 예측한 결과 긴등기생파리와 회색기생파리는 각각 56종과 138종의 곤충을 숙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Tschorsnig, 2017). 따라서 이들을 생물학적 방제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표적 종에 대한 잠재적 영향을 포함한 생태계 차원의 검증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며 (Barratt et al., 2010), 이를 위해서는 국내 서식하는 기생파리류의 숙주 선호도, 산란 전략, 숙주-기주식물 간의 화학적 상호작용, 비행 능력 등 생물학적·생태학적 특성에 대한 기초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Nakamura et al., 2013;Strand and Obrycki, 1996;Sugonyaev, 2006).
국내 연구에 따르면, 담배거세미나방을 숙주로 한 긴등기생 파리의 경우 25°C 조건에서 한 마리의 숙주 당 긴등기생파리의 번데기 수는 평균 2.78개였으며, 조건에 따라 최대 88.9%의 기생률을 나타냈다(Seo et al., 2022). 위 연구와 같이 기생률에 대한 정량적 평가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대체 숙주를 많이 활용하나, 본 연구에서 확인된 회색기생파리의 경우 자연 숙주를 활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보고가 있어(Bourchier, 1991), 미국 흰불나방에 대한 긴등기생파리와 회색기생파리의 실제 기생률, 생존율, 발육 기간 등 정량적 데이터를 확보하여 방제 효과를 평가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국제 교류의 확대로 인해 외래 해충의 유입과 주요 해충의 대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 토착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으면서 해충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천적 자원의 발굴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기생파리가 유용한 생물학적 방제 자원으로서 인정받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국내의 경우 관련 연구가 여전히 제한적인 실정이다. 따라서 미국흰불나방을 숙주로 하는 기생파리류의 발생 현황을 확인한 본 연구의 결과를 확인된 종들의 생태적 특성에 대한 심층 연구와 생물학적 방제 기술의 기반 자료로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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