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무늬길앞잡이[Abroscelis anchoralis (Chevrolat, 1845)] 는 딱정벌레목(Coleoptera), 딱정벌레과(Carabidae), 길앞잡이아과(Cicindelinae)에 속하는 곤충으로 크기는 12-15 mm이며, 몸은 원추형으로 구릿빛과 녹색 광택을 보인다. 딱지날개의 중앙에 긴 구릿빛 세로의 줄무늬 한 쌍과 바깥쪽 옅은 노란색 무늬가 대칭으로 있다.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작으며 암수의 구별은 딱지날개 끝모양과 앞다리 발목마디의 센털로 가능하다 (Fig. 1).
성충은 해안 사구가 발달한 곳에 서식하며, 6월 말에서 9월 초까지 연 1회 발생하고 기온이 가장 높게 올라가는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가장 많은 개체가 관찰된다. 작은 곤충(집파리, 초파리 등)이나 절지동물(방게, 참게 등의 유생)을 먹이로 하며 (Cha, 2024), 모니터링 중 게의 유생을 먹는 모습이 매우 빈번하게 관찰되었다. 유충은 먹이 섭식 조건에 따라 2~3년의 성장기를 가진 후 성충이 되며, 바닷가의 모래사장에 수직으로 구멍을 파고 생활한다. 최근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닻무늬길앞잡이가 복원 대상종으로 선정되어 유충 생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닻무늬길앞잡이는 구북구(Palaearctic)의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지에서 발견되며(Putchkov and Matalin, 2017), 1932년 조복성에 의해서 처음으로 국내에 기록되었다(Cho, 1932). 과거 영종도, 우이도 등 서해안 일대에서 국지적으로 서식이 확인되었지만, 최근에는 태안군과 신안군의 일부 도서 지역을 제외하고 관찰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데, 1998년 자연환경보전법에 의해서 보호야생생물로 지정되었다. 이후 2005년에는 야생동식물보호법에 의해서 멸종위기야생동식물 II급으로 지정되었고, 2022년 멸종위기야생동물 I급으로 상향 지정되었다. 또한 국가적색목록에는 2013년 위기(EN, Endagered) 등급으로 지정되었다가 2023년 위급(CR, Critically Endagered)으로 상향되었으며, 이는 이들의 서식지와 개체 수 감소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인접국가인 일본에서는 규슈(Kyushu) 남부 해안과 주부(Chubu) 북쪽 일부 해안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Satoh et al., 2004), 2020년 일본적색목록의 위기(EN, Endajgered) 종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Cha, 2024).
본 연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수행된 닻무늬길앞잡이 모니터링의 결과와 2023년과 2024년의 조사 결과를 비교분석하고,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들을 종합하여 이들의 보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본 연구는 태안군 연안에 서식하는 닻무늬길앞잡이를 대상으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6월에서 8월까지 조사를 바탕으로, 2023년과 2024년에 동일 지역에서 확인한 개체 수와 비교하였다(Table 1).
연구의 대상지인 태안군은 한반도 서해안 중부지역인 충청남도에 속하며 연안에 다수의 섬이 있고, 바다와 접하는 면적이 매우 길고 드나듦이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을 갖는 반도의 특징이 있다. 크고 작은 해수욕장이 39개가 지정되어 운영 중이며, 이 외에도 규모가 작은 일부 모래 및 자갈 해안이 다수 분포하고 있다(Seo, 2019). 모니터링 조사는 사구 초지와 해빈지역(Fig. 2)을 대상으로 수행되었으며, 멸종위기종에 대한 서식지 보호를 위해 서식지의 직접적인 위치 정보는 제외하였다.
채집 및 조사 방법은 3~4명의 참여 연구원들이 약 5 m 간격으로 해안선에 수직으로 넓게 펼쳐 함께 이동하면서 확인하고, 매우 빠르고 예민한 종의 특성을 고려하여 발견 후에는 함께 모여 채집을 시도했다. 육안으로 확인된 개체는 포충망을 활용한 채어잡기 방법으로 직접 채집하여 개체 수를 기록하고, 채집한 개체의 앞가슴등판에 마커팬으로 채집일별 위치를 달리해서 표시하여 개체의 중복 채집 여부를 확인하였다. 또한, 야간에 빛에 유인되는 특성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 2015년과 2016년에 각 2 회씩 유인등 조사를 함께 수행하였나, 유인되는 개체는 없었다.
결과 및 고찰
모니터링 결과
조사 기간(2015년~2018년, 2023년~2024년)에 관찰된 닻무늬길앞잡이는 총 355개체이며, 중복을 방지하기 위해 표시한 두 개체가 포획되었다.
연도별 관찰 기록
본 연구는 개체군의 주요 활동 시기와 서식지 환경을 고려하여 일관된 방법으로 수행되었으므로, 이러한 개체군 급감 현상을 조사 인력, 기상 조건 등의 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개체군이 생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며, 서식지 파괴, 먹이 자원의 감소 등 특정 환경 요인의 변화로 인해 개체군 붕괴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나타낸다. 특히, 유충으로 동면 후 이듬해 여름에 성충으로 우화하는 생태적 특징을 고려해 볼 때 향후 추가적인 조사에서도 개체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해당 개체군의 지역적 절멸 가능성 또한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연도별 관찰된 개체 수를 비교해 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각각 27개체, 49개체, 107개체, 169개체로 개체 수가 점차 증가하여 향후 안정적인 개체군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Fig. 3), 이후 각각 2회에 걸친 조사에서 2023년에는 3개체만 관찰되었으며, 2024년에는 관찰이 되지 않았다. 또한 현장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관리직원 역시 과거에 비해 관찰되는 개체가 급격히 감소하였다고 증언하였다.
조사 인원, 날씨, 시기 등의 차이에 의해 조사 결과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에 이런 급격한 감소는 특정 원인에 의해 개체군이 감소한 것으로 판단된다. 유충이 동면 후 차년도에 성충으로 우화하는 생태적 측면을 고려해 볼 때 향후 2년간의 관찰 기록이 없다면, 해당 개체군의 절멸 가능성이 있다.
조사 시기 및 시간별 관찰 기록
성충이 출현하는 6월부터 8월 말까지의 조사 시기별 확인된 개체군을 비교하면,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성충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Fig. 4), 각 년도별 양상은 비 슷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모니터링과 함께, 기온 및 날씨를 측정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채집된 개체의 출현 시간을 각각의 연도별 개체 수 비율로 비교했을 때, 성충의 활동 시간은 11시 이전과 17시 이후에는 개체의 활동을 거의 확인할 수 없으며, 대부분 해가 뜨고 기온이 충분히 올라가는 11시 이후부터 17시 이전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Fig. 5). 특히 11시부터 16시 사이에 전체 관찰 기록의 92.4%인 326개체가 확인되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확인 할 수 있다.
분류학적 특징
과거에 기록된 닻무늬길앞잡이의 아종은 Abroscelis anchoralis punctatissima이다(Cho, 1957). 하지만 Lin and Ho (2007) 에 따르면, A. a. punctatissima는 중국 일대에 분포하는 원아종 A. a. anchoralis에 비해서 딱지날개의 흰 무늬가 매우 가늘다라고 하였으며, Kim et al. (2005)은 줄무늬가 가는 A. a. punctatissima는 국내에서 채집하지 못하였고, 국내에 분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채집되는 닻무늬길앞잡이의 딱지날개 무늬는 A. a. anchoralis와 더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으나, 국내 개체군이 각 아종의 정의에 정확히 적용되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정확한 분류학적 연구를 위해서는 향후 표본 확보를 통해 이 두 아종에 대한 분류학적 검토와 국내 분포종에 대한 연구가 필요 할 것이다.
행동학적 특징
대부분의 개체는 해안선에서 20~50 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으며,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의 환경 특성상 해안의 폭이 좁아지는 만조시에 상대적으로 관찰이 용이하였다. 조사 지점 이외에 다른 해안의 닻무늬길앞잡이 서식을 확인하기 위한 인접지역 조사에서 추가적인 서식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15년에서 2017년까지의 조사에서는 해변 중앙에 위치한 야영장과 석축을 중심으로, 중앙에서는 닻무늬길앞잡이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으며, 남쪽과 북쪽에서 관찰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2018년도 조사에서는 늘어난 개체 수만큼 관찰이 용이하였으며, 해변을 따라 고른 분포를 보였다.
닻무늬길앞잡이는 다른 길앞잡이류와 같이 긴 다리를 이용하여 해변을 빠르게 걸어 다니며 먹이 활동과 짝짓기를 한다. 해변의 작은 무척추동물들을 먹이로 하며, 특히 게의 유생을 먹는 모습을 매우 빈번하게 관찰할 수 있어 게의 유생이 주요 먹이원 중 하나로 판단된다. 움직이는 작은 대상에 대한 공격성이 강하고, 매우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해 접근이 쉽지 않으며, 근처 경 비행장에서 이륙한 비행기의 그림자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또한 조사 중 닻무늬길앞잡이가 해안에 고여있는 바닷물을 그대로 섭취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모습은 해안에 서식하는 다른 곤충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으로, 이들이 매우 강한 염분 내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6월 말에서 8월 초에 주로 짝짓기를 하며, 해변의 모래사장에 알을 낳고, 부화한 유충은 해변에서 갱도를 파고 생활한다.
위협 요인
개체군 증가 및 감소의 원인 분석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이루어진 정밀 모니터링에서 닻무늬길앞잡이의 개체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Table 1). 이는 다음의 몇 가지 요인에 따른 것으로 설명 할 수 있다. i) 서식처의 안정화: 해변 중앙에 캠핑장이 생기면서 서식처가 조각화되고 관광객의 증가로 인한 교란이 발생하여 개체수가 급감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광객이 감소하고, 캠핑장 또한 활성화되지 않아 서식처가 안정화되어 점차 많은 개체수가 관찰되는 것으로 보인다. ii) 사구 보전을 위한 노력: 해안 사구의 아카시아 군락을 제거하고, 모래 포집기를 설치하여 사구와 사구 초지 보호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다. 사구 초지는 닻무늬길앞잡이의 산란장소는 아니나, 이들의 은신처 역할을 함으로써 이들의 개체군이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게 해주며, 또한 사륜차 등의 운행도 제한하여 서식지 보호를 적극 수행하였다. 이러한 원인으로 인해 2015년에서 2018년까지의 닻무늬길앞잡이 관찰 개체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2023년, 2024년 조사에서 캠핑장이 활성화되고, 추가적인 캠핑장의 개발로 여러 훼손 및 교란 요인 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닻무늬길앞잡이는 생태적 특성상 자극이 나 변화에 매우 민감하여 이러한 요인들에 의해 개체수가 급감 하고 결국 해당 서식지에서 절멸할 가능성 또한 매우 높다.
단기 위협요인
닻무늬길앞잡이는 해안가 모래에 산란을 하고, 유충은 모래 해변에 굴을 뚫고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해수욕장을 이용하는 인간의 레저 활동(해수욕, 차량 이동 등)은 알의 정상적인 부화를 위협하고, 유충의 굴 입구 파괴 및 회피로 인한 먹이활동 저해로 유충의 성장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Knisley and Hill, 2001). 해안가에서 이루어지는 리조트와 캠핑장 같은 대규모 공사는 서식지의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서식지 파괴를 유발한다. 과거 닻무늬길앞잡이의 대규모 서식지였던 용유도의 해변에서 이루어진 공사로 인해 해당 서식지의 개체군이 절멸한 것이 대표적이 예시로 들 수 있다.
장기 위협요인
이들을 위협하는 장기 요인으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모래톱 침식이 대표적인 요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 일대에서 산란과 유충의 서식지가 되는 모래톱을 감소시키고, 이는 개체군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협요인이다(Pearson and Vogler, 2001).
닻무늬길앞잡이 보전 방향
서식지 보호
닻무늬길앞잡이의 보전을 위한 방향은 먼저 서식지의 보호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될 것이다. 국내 소수의 개체군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작은 원인으로 급격하게 위협을 받을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서식지 보전을 우선으로 해야 되며,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접근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모래톱에 굴을 파고 먹이활동을 하는 닻무늬길앞잡이의 개체군 활성화를 위해서 모래톱 유지·증가를 위한 모래포집기 등의 활용과 모래톱 형성에 방해를 주는 아카시아 군락 제거, 해안유입 쓰레기 제거, 인공구 조물의 제거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장기 모니터링
닻무늬길앞잡이의 개체군 평가와 보존방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개체군 크기와 분포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은 필수적인 연구 분야이다. 길앞잡이는 대표적인 환경 지표종/ 깃대종으로 하천변, 해안가 환경의 현상태를 반영하기에 서식 모니터링이 전세계적으로 수행되어 왔으나(Jaskuła et al., 2019),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이루어진 모니터링을 제외하고는 장기적인 모니터링 연구결과가 없다. 따라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현재 개체군의 평가와 더불어 향후 보전 경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대체서식지의 개발 및 복원 연구
현재 닻무늬길앞잡이는 국내 2곳의 서식지가 알려져 있으며, 전세계적에서 국지적으로 분포하여, 개체군에 대한 보호를 받는 종이다. 이렇게 좁은 서식지를 갖는 종의 경우, 해당 서식지에 개발, 인간활동 등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다면 많은 개체가 발견된다 할지라도 급격하게 1~2세대에 절멸을 가져올 수 있으며, 이러한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식지의 개체군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길앞잡이는 서식지 변화에 매우 민감한 분류군으로 미국에서도 닻무늬길앞잡이와 유사하게 바닷가 해안에 서식하는 Habroscelimorpha dorsalis dorsalis (Say, 1817) 의 보존을 위해 대체서식지를 개발하고, 사육과 방사를 통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Knisley and Gwiazdowski, 2020). 멸종 위협으로부터 닻무늬길앞잡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생태연구를 통해서 종의 주요 서식지 특성을 분석하고, 유사한 환경의 대체서식지 개발 및 방사를 통해서 개체군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