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흰불나방(Hyphantria cunea)은 1958년 우리나라에 침입하여 현재까지 수목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외래해충으로, 히코리(Carya tomentosa), 피칸(Carya illinoinensis), 호두 (Juglans regia), 느릅나무(Ulmus americana), 오리나무(Alnus glutinosa), 버드나무(Salix alba), 단풍나무(Acer) 및 포플러 (Populus) 등 광범위한 산림과 과일나무, 관목, 초본식물 및 농작물 등을 먹이로 하는 다식성 해충이다(Cha et al., 2020). 미국 흰불나방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제 2차 세계대전 때 군수물 자를 따라 유럽에 도입되었고 동아시아까지 확산되었다(CABI, 2022). 우리나라의 경우, 1958년 서울특별시 이태원동에 있는 미군 주둔지 부근의 가로수에서 미국흰불나방이 처음 발견되었으며, 이후 전국으로 확산되어 현재까지 지속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Choi and Park, 2012;Park et al., 2004). 미국흰불나방의 어린 유충은 거미줄로 잎을 싸고 그 속에서 군서하다가, 5령 이 후부터는 독립적으로 이동하며 잎의 엽맥만 남기고 식해하여 도시 환경의 녹화와 미화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가 높은 수목과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 특히 미국흰불 나방은 다양한 수종이 서식하는 산림보다 몇 종류의 수종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도심 주변 가로수, 정원수, 조경수에서 더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보고된다(Park et al., 2004).
해충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잠재적으로 서식적합도가 높은 지역을 사전에 조사하여 초기 정착을 방지하고, 효과적인 방제 전략을 수집하여 적정 수준으로 개체군 밀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Della Rocca and Milanesi, 2022;Song et al., 2022). 이를 위해 종의 출현 지점 정보와 격자형 환경 변수를 기반으로 잠재 분포를 모의하여 예측하고자 하는 공간의 잠재적인 서식 적합도를 추정하는 종 분포 모형(Species distribution model, SDM)을 활용할 수 있다(Phillips et al., 2004;Astudillo et al., 2024). 그 중, MaxEnt는 적은 수의 발생 기록으로도 대상 종의 분포를 예측할 수 있으며, 짧은 연산 시간, 통계적으로 정확한 예측 능력으로 인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Pearson et al., 2007;Zhang et al., 2021).
기후는 변온 동물인 곤충의 지리적 분포와 개체군 풍부도를 결정하는 주요 환경 요인이다(Ouisse et al., 2020). 특히, 온도와 습도는 곤충의 성장과 발달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주식물의 생육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준다(Yang et al., 2023). 그러나, 적합한 기후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비기후적 조건(고도, 기주, 포식, 경쟁, 질병, 기생 등)이 부합하지 않으면 해충의 위험은 제한적일 수 있다(Hong et al., 2019). 그 중 토지 피복의 변화는 생물의 정착에 핵심이 될 수 있는 생태계 교란을 유발하거나, 확산 경로를 형성하여 해충의 침입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 용할 수 있다(Wang et al., 2016). 따라서, 해충의 서식지 예측에는 기후변화와 함께 토지 피복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는 경관 관리, 생물 침입 및 확산 억제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Ficetola et al., 2010). 공통사회경제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SSPs)는 기후변화 적응 및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사회적 역량 및 부담을 기반으로 다섯 가지의 미래 경로 (SSP1~5)를 제시한다(Popp et al., 2017). 이를 통해 토지 피복 변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통합 미래 시나리오를 구축하여 해충의 잠재 서식지 변화 모의가 가능하다(Song et al., 2018).
따라서, 본 연구는 SSP에 기반한 통합 기후-토지 피복 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하여 미국흰불나방의 현재 및 미래 적합 서식지를 예측하고자 한다. 연구 목표는 (1) 미국흰불나방에 대한 MaxEnt 모형을 구축하고, (2) 이를 토대로 SSP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국내 서식지 적합도를 모의하고, (3) SSP 토지 이용 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국내 산림 및 시가지 내에서 미국흰 불나방의 잠재적 출현지역을 분석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미국 흰불나방의 효과적인 통제 및 관리를 위한 이론적 기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료 및 방법
출현자료 및 연구 범위
본 연구는 전 세계 미국흰불나방의 출현자료를 바탕으로 모형을 구축한 후, 한국에서 적합한 서식지를 예측했다. 미국흰불 나방의 전 세계 출현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GBIF (Global Biodiversity Information Facility; GBIF, 2023)를 활용하였다. 먼저, 2.5 arc-min 해상도의 래스터(Raster) 내에 중복된 자료와 잘못 지오코딩된 데이터를 제거하고 총 23,850개의 자료를 수집하였다. 출현자료는 공간적으로 독립되어야 하며, 모형의 보정(Calibration) 및 평가(Evaluation)를 위해서는 공간적으로 군집된(Cluster) 지역들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Brown, 2014). 따라서, 23 km 거리 내 반복되는 자료들을 희소화하였다. 희소화 거리는 Yamanaka et al. (2001)의 연구에서 미국흰불나방 수컷이 12시간 동안 최대 23 km 이상 비행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설정하였다. 최종적으로, 2,890개의 자료를 학습에 사용하였다(Fig. 1).
환경변수
본 연구는 환경변수로 기후와 고도를 활용했다. 생물기후변수(Bioclimatic variables, BIO01~BIO19)는 월 최고·최저 기온과 강수량으로부터 조합된 19개의 변수로, 기후의 연간 및 분기별 경향, 계절성, 월 극한을 나타낸다. 본 연구는 CHELSA v2.1 (https://chelsa-climate.org/)에서 제공하는 생물기후변수를 사용했다. 해당 자료는 1980년부터 2010년까지의 관측자료들을 토대로 한 격자형 기후 자료이다. 미래 분포 예측을 위한 생물기후변수는 CHELSA에서 배포하는 CMIP6 (Coupled Model Intercomparison Project6) 자료를 활용하였으며, 5개의 GCM (General Circulation Model: GFDL-ESM4, IPSL-CM6A-LR, MPI-ESM1-2-HR, UKESM1-0-LL, MRI-ESM2-0)이 산출한 2개의 공통사회경제경로(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SSPs)의 대표 시나리오인 SSP1-2.6, SSP3-7.0이 활용되었다.
SSP1-2.6은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가정한 시나리오, SSP3-7.0은 기후변화 완화 정책에 소극적이며 기술개발이 늦어 기후변화에 취약한 사회구조를 가정한 시나리오다(KMA, 2024). 고도 자료는 WorldClim (www.worldclim.org)에서 제 공하는 Elevation 데이터를 사용하였다.
종 분포 모형을 구축할 때 환경변수의 공간적 범위를 적절하게 설정하는 것은 중요하다(Merow et al., 2013). 좁은 범위에서 배경지점을 추출할 경우, 종의 실제 분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왜곡될 가능성이 있으며, 반대로 지나치게 넓은 범위에서 배경지점을 추출하면 모형의 평가지표가 과장되거나 종의 분포를 실제보다 과대 추정할 수 있다(VanDerWall et al., 2009). 여러 선행 연구에 따르면, 외래 생물 분포 예측에서 원산지와 침입지의 자료를 모두 활용하여 학습한 종분포모형이 더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고 보고되었다(Mainali et al., 2015;Di Febbraro et al., 2013). 따라서 본 연구에서 미국흰불나방의 구체적인 출현지점이 위치한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3개 대륙을 기준으로 MCP(Minimum area convex polygon)를 만들어 배경 범위로 설정하고, 수집한 환경변수들을 MCP로 마스킹(Masking)하여 환경변수를 준비했다(Fig. 1).
환경변수들의 다중공선성(Multicollinearity)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earson 계수의 절댓값이 0.8 이상인 변수 쌍을 제거했다. 이후, 변수들의 VIF (Variance Inflation Factor)값이 4 이상인 변수들을 제거하였다. 변수 선발은 R의 usdm, raster패키지를 활용하였으며, 각 환경변수는 공간적 범위와 해상도가 일치하도록 ArcMap (ESRI Software, v10.2.2)와 R의 terra, raster 패키지를 사용하여 해상도를 2.5 arc-min (적도에서 약 4.6 km)로 보정했다(Naimi et al., 2014;Hijmans, 2024a, 2024b;R Core Team, 2024).
MaxEnt 모형
본 연구에서는 MaxEnt (v3.4.4, java standalone version)를 활용하여 미국흰불나방의 서식지 적합도를 예측하였다(Phillips et al., 2017). MaxEnt는 출현자료(Presence)만을 활용하여 생물의 분포를 예측하는 모형이다(Phillips et al., 2006;Pearson et al., 2007). MaxEnt는 출현지점과 배경지점(Background points)의 환경변수 값을 대조하여 최대 엔트로피(Maximum entropy)를 갖는 확률 분포를 학습한다.
지점 x의 분포확률을 배경 전체에 대한 합이 1이 되는 확률 분포 π(x)로 표현한다. 이때, 지점 x의 분포확률 qλ (x)은 환경 변수, 특징 벡터(Features, f), 그리고 가중치 벡터(λ)로 설명할 수 있는 Gibbs 분포를 갖는다(Phillips and Dudík, 2008).
Zλ는 가 1이 되도록 조정하는 정규화 상수이고, λ는 학습을 통해 m개의 출현지점에서의 로그우도(Log-likelihood)가 최대가 되는 값으로 최적화된다.
β는 규제 매개변수(Regularization parameter)로, 각 특징에 대한 오차 범위(Width of the error bound)를 의미한다. MaxEnt는 하이퍼파리미터인 Feature Class (FC)와 Regularization Multiplier (RM)을 조정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FC는 Linear (L), Quadratic (Q), Product (P), Threshold (T), Hinge (H), Categorical (C)로 구성된 총 6가지 형태를 활용할 수 있으며, 출현자료의 수에 따라 적절한 형태를 자동으로 선택하는 Auto Feature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RM은 모형의 복잡도를 제어하는 파라미터로, 1을 기본값으로 하여 1보다 작으면 세부적인 패턴을 학습하도록 강제하고, 1보다 크면 단순한 모형을 구축하도록 한다.
기본 설정(FC=Auto Feature, RM=1)으로도 신뢰도 높은 모형을 구축할 수 있으나, 항상 최적의 모형을 구축하지는 않는다 (Morales et al., 2017).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RM과 FC의 조합을 반복 실행하여 모형을 최적화하였다(RM: 0.1, 0.3, 0.5, 0.7, 0.9; FC: L, H, LQ, LQH, LQPH, LQPTH).
본 연구는 AUC (Area Under the 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Curve)를 사용하여 모형의 성능을 검토, 최적화하였다 (Jarnevich and Young, 2015). AUC는 임계치와 관계없이 모형의 예측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Swets, 1988;Phillips et al., 2006). AUC값은 0.5는 무작위 예측에 준하는 수준임을 의미하며, 1에 가까울수록 높은 예측력을 갖는 모형임을 의미한다(Swets, 1988). 각 FC와 RM 조합에 대해 교차검증 10회 수행 후 test AUC를 비교하여 가장 성능이 높은 모형을 선정하였다.
이후, 최적화된 모형을 활용하여 현재(1981~2010의 평균)와 각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대한 2가지 시점(2055s: 2041~2070의 평균, 2085s: 2071~2100의 평균)에 대한 결과를 예측했다. MaxEnt의 출력은 Cloglog (Complementary log-log) 변환을 통해 0(가장 낮음)과 1(가장 높음) 사이의 값을 산출하여 미국흰불 나방의 서식 적합도를 평가하였다. MaxEnt 모형의 최종 설정은 다음과 같다. Replicated run type = Crossvalidate, Replicates = 10, Maximum iterations = 5000, Convergence threshold = 0.00001, Max number of background points = 10,000, Output format = Cloglog.
SSP 기반 통합 기후-토지 피복 변화에 따른 잠재 위험 면적 예측
기후는 해충의 분포를 제한하는 주요한 요인이지만, 실제로 발생할 해충의 위험(Risk)은 토지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Hong et al., 2019). 본 연구는 SSP 기반 통합 기후-토지 피복 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기 위해 Song et al. (2018)의 토지 피복 자료를 활용하였다. 해당 자료는 SSP1~3 스토리라인을 반영해 Scenario Generator를 사용하여 2020년부터 2100년까지 10년 간격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토지 피복을 예측한 것이다. 이 자료는 대한민국의 토지를 시가지(Urban: 1), 농지(Agriculture: 2), 산림(Forest: 3), 초지(Grassland: 4), 습지(Wetland: 5), 나지(Barren: 6), 수계(Water: 7)로 분류했다. 미국흰불나방은 산림 및 시가지 주변 수목을 주로 가해하므로, 시가지와 산림에 해당 하는 격자를 추출하여 분석에 사용하였다.
먼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MaxEnt로 예측한 0~1 의 값을 갖는 서식 적합도 지도를 10 percentile training presence Cloglog threshold를 기준으로 하여 출현/비출현 유형의 자료로 변환했다. 서식지 적합성 지도는 ArcGIS 소프트웨어(version 10.2.2)로 만들었으며, 토지피복 시나리오에 기반하여 산림 및 시가지 내 적합 서식지 면적을 토대로 잠재 위험 면적 (Potential Risk Area: PRA)을 산출하였다(Hong et al., 2019).
결과 및 고찰
MaxEnt 모형 구축
최적화 결과, RM=0.1, FC=LQPH의 조합을 사용한 모형이 선발되었다. Training/Test AUC는 각각 0.804, 0.798로 높은 예측 성능을 보였다(Supp. Fig. 1).
Jackknife test 결과, 변수를 단독으로 사용하였을 때 정보량이 가장 높은 인자와 변수를 제외하였을 때 가장 정보량의 손실이 큰 변수 모두 BIO14(가장 건조한 달의 강수량)이었다(Supp. Fig. 2). BIO14의 Response curve를 보면, BIO14가 70 mm일 때, 서식 적합도가 0.8 이상으로 가장 높았고, BIO14가 70 mm 보다 더 많아질수록 서식 적합성 확률은 감소했다(Supp. Fig. 3). 변수들의 기여도(Percent contribution) 분석 결과, BIO14, BIO05, Elevation 세 변수의 기여도 합이 80%를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Table 1). 그 중 BIO14가 61.4%으로 가장 크게 기여하였는데, Jackknife test에서도 확인하였듯 겨울철 강수량이 미국흰불나방의 서식 적합도에 큰 영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Table 1). BIO05(가장 따뜻한 달의 최고기온)은 BIO14 다음으로 높은 기여도(14%)를 보였으며, 온도 관련 변수 중 가장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Table 1). BIO05의 Response curve는 약 27℃에서 35℃까지 서식 적합성 확률이 0.7 이상이었고, 서식 적합성 확률이 최고점인 35℃ 이후부터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Supp. Fig. 3). Elevation은 세 번째로 높은 기여도 (9.1%)를 보였으며, Elevation의 Response curve를 확인했을 때, Elevation이 높아질수록 서식적합도가 점차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Supp. Fig. 3). 이는 미국흰불나방의 출현지역들이 저지대에 집중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전 지구 수준의 적합 서식지 예측
구축된 MaxEnt 모형을 통해 예측한 결과, 온대 기후 지역에서 높은 서식지 적합성 확률을 보였다(Supp. Fig. 4).
북아메리카에서는 캐나다 남부 지역 일부와 미국의 동부와 중서부 지역에서 서식지 적합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대발생이 보고되고 있는 지금의 현황과 동일한 결과이다. 특히 북아메리카 동부의 애팔래치아 산맥(Appalachian Mountains)을 중심으로 높은 서식지 적합성 확률이 나타났는데, 이 지역들은 온대 기후에 속하며, 피칸(Carya illinoinensis), 느릅 나무(Ulmus americana), 히코리(Carya tomentosa), 단풍나무 (Acer palmatum) 등 미국흰불나방이 선호하는 다양한 활엽수가 자생하고 있다.
유럽은 지중해와 흑해에 맞닿아 있는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헤고체고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헝가리,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서부 지역에서 서식지 적합성이 높게 예측되었다. 아시아의 경우 온대 기후에 속하는 일본, 중국의 동부 지역, 한국에서 서식지가 적합한 것으로 관찰된다.
남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현재 미국흰불나방의 출현이 보고되지 않았으나, 모형 구축 결과, 남아메리카에서는 칠레의 남부,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브라질 남부 지역에서 서식지 적합성이 높게 나타났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동부 지역에서 서식지 적합성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남아메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 대부분 지역은 연중 고온다습한 열대 기후로, 미국흰불나방의 번식과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 또한, 두 대륙은 사막, 열대우림, 초원 등 다양한 서식지를 포함하고 있어, 미국흰불나방이 먹이로 삼을 수 있는 식생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미국흰불나방이 해당 지역에 물리적으로 도달하더라도 정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서식 적합도 예측
현재 기후에서 미국흰불나방의 주요 적합 서식지는 태백산맥 주변의 동부 고산지대와 한라산을 제외한 국내 대부분 지역으로 예측되었다(Supp. Fig. 5). 이는 미국흰불나방이 한국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현재 상황과 일치한다. 전국 수준의 적합 서식지는 86,718 km2로 예측되었다(Table 2).
미래 기후 변화 시나리오인 SSP1-2.6 및 SSP3-7.0에 따른 2055s 미국흰불나방의 적합 서식지는 현재 기후와 유사하게 한국 전역에 걸쳐 분포할 것으로 예측되었다(Supp. Fig. 6). 그러나 SSP3-7.0 시나리오에서 2085s에서는 태백산맥과 한라산 고지대뿐만 아니라 경기도 및 강원도 북부 지역에서도 서식지 적합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국흰불나방의 적합 서식지 면적을 10 percentile training presence Cloglog threshold 값(0.33)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2055s과 2085s에 각각 91,853 km2와 92,422 km2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Table 2). 반면, SSP3-7.0 시나리오에서는 2055s과 2085s에 각각 89,685 km2와 80,587 km2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감소하였다(Table 2).
SSP에 따른 잠재 위험 면적 변화
SSP에 기반한 통합 기후-토지 피복 시나리오를 적용한 PRA는 SSP1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SSP3에서는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Table 2; Supp. Fig. 7). PRA를 백분율(PRA% = 미국흰불나방이 점유한 시가지 및 산림/전체 시가지 및 산림 × 100)로 분석한 결과, SSP1과 SSP3의 2055s PRA는 각각 91.67%, 89.8%로, 현재 기후 PRA(85.5%) 에 비해 소폭 증가하였으나, 2085s에는 SSP1에서 92.16%로 증 가한 반면, SSP3에서는 80.21%로 크게 감소하여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이는 SSP 시나리오에 따른 산림 및 시가지 면적 소폭 증가하였음에도, 기후 변화로 인한 미국흰불나방의 적합 서식지가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증가하지만, SSP3-7.0 시나리오에서 감소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모든 시나리오에서 미국흰불나방 PRA 백분율이 여전히 전 국토 면적의 80%를 초과하기 때문에, 미국흰불나방에 대한 지속적인 방제 및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미국흰불나방의 현재 기후에서 국내 주요 적합 서식지는 태백산맥 주변의 동부 고산 지대와 한라산을 제외한 저지대 지역으로 예측되었다. 이는 미국흰불나방이 고도가 높은 산림보다는 상대적으로 저지대인 시가지에 출현한다는 기존 연구 결과 (Morris, 1971)와 일치한다. Morris (1971)는 미국흰불나방이 낙엽수림, 혼합림, 침엽수림에서 출현 빈도가 낮은 반면, 주거 및 산업 지역, 목초지와 휴경작지가 포함된 농업지역에서는 출현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하였다. 또한, 식생 패턴의 경우 밀집된 곳보다, 드문드문 분포되고 태양에 잘 노출된 곳에서 개체 수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하였다(Morris, 1971). Barbosa and Greenblatt (1979)의 연구에서도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새로 나온 잎과 햇빛에 완전히 노출된 잎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미국흰불나방은 다양한 수목들이 빽빽이 밀집된 산림보다 도심지 주변의 개방된 환경의 식생에 더 큰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아, 이를 고려한 도심 지역에 특화된 방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월동은 온대 기후 해충인 미국흰불나방의 겨울 생존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겨울철 강수량은 번데기 상태로 월동하는 미국흰불나방의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 겨울철 강수량과 관련된 변수인 BIO14(가장 건조한 달의 강수량)는 최종 모형에 61.4%로 가장 큰 기여도를 보였으며, Jackknife test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변수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Zhou et al. (2024)의 연구에서는 GeoDetector를 활용하여 미국흰불나방의 공간적 분포 추세와 영향 요인을 분석한 결과, 중국 내 미국흰불나방의 공간 분포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가장 건조한 달의 강수량이 확인되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국흰불나방의 국내 적합 서식지 예측 결과, 가장 고배출 시나리오인 SSP3-7.0시나리오일 때, PRA가 2055s 66,676 km2에서 2085s 59,696 km2로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SSP3-7.0 시나리오에서 온난한 겨울 환경이 미국흰불나방의 생존에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겨울철 기온 상승은 미국흰불나방의 월동 번데기의 대사율을 촉진해 체중 감소 및 생존율 저하를 유발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Matsuura et al., 2023). 이러한 결과는 미국흰불나방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차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미국흰불나방의 국내 잠재 서식지를 기후자료와 비기후자료를 동시에 이용하여 예측하여 향후 효과적인 관리 전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혼합된 환경에서 침입해충의 확산을 예측하는 데 있어 기후 변화와 토지 피복 변화뿐만 아니라 천적의 존재, 지리적 장벽, 인간의 사회적 활동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침입 해충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활동이나 교통망의 변화와 같은 추가적인 요인들을 모형에 포함하여 보다 정교한 해충 분포 예측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