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뿌리파리(Bradysia impatiens Johannsen)는 검정날개버 섯파리과(Sciaridae)에 속하는 소형 파리류로서 전세계적으로 분포하여 피해를 주고 있는 해충이다(Xi et al., 2021). 국내에는 1999년 경남 진주시 육묘장 내 수박에서 첫 발생이 보고되었으며, 이후 시설하우스에서 다량의 유기물 사용과 양액재배 면적 증가로 피해 작물이 증가하면서 방제가 필요한 중요한 해충으로 인식되고 있다(Park et al., 1999;Jeon et al., 2004). 작은뿌리 파리의 기주는 수박, 호박, 참외, 메론, 오이, 가지, 상추, 두릅, 머위, 백합, 카네이션, 버섯 등 54종이 보고되었으며(Sasakawa and Akamatsu, 1978;Ikeda et al., 1982), 최근 딸기 시설하우스에 발생하여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작은뿌리파리 유충은 작물 뿌리를 섭식하여 뿌리 발달을 저해시키고 피해받은 작물은 시들거나 심한 경우 고사까지 이르게 된다. 또한 유충과 성충은 Fusarium spp., Pythium spp., Vericillium spp. 등과 같은 병원균을 매개하여 작물에 피해를 가중시켜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Kalb and Millar, 1986;Gillespie and Menzies, 1993;Ludwig and Oetting, 2001).
작은뿌리파리 유충은 작물의 뿌리와 줄기 속을 가해하기 때문에 육안 관찰이 어렵고, 피해받은 작물은 줄기와 잎이 시들어 잘록병이나 시들음병 등 토양병원균에서 흔히 나타나는 병징과 비슷해 세심한 예찰이 필요하다(Lee et al., 2001). 작은뿌리파리의 예찰 방법으로 유충이 선호하는 먹이원(감자)을 작물 뿌리 근처에 얹어두거나 노란색 끈끈이트랩을 설치하여 성충을 포획하는 방법이 제시되었으나(Jeon et al., 2004), 효과적인 방제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미비한 상태이다. 작은뿌리파리의 방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생활사, 섭식 및 산란 행동 등 생물적 특성이 파악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시험곤충을 안정적으로 사육하고 공급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작은뿌리파리를 사육하기 위한 방법으로 Jang et al. (2018) 은 유충의 선호 먹이원인 감자를 이용하여 개체군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본 실험실에서 감자디스크배지를 이용하여 작은뿌리파리를 사육했을 때, 감자가 빠르게 건조되어 유충이 충분히 먹이를 섭취할 수 없어 생존율이 낮아졌으며 이로 인해 실험에 필요한 충분한 개체수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곤충 사육 시 감자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데 번거로움이 있었고,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부담이 크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기존의 작은뿌리파리의 사육 방법을 개선하여 간단하고 효과적인 대량 사육 방법을 확립하기 위해 시중에서 저렴하게 구입 가능한 강낭콩을 이용하여 작은뿌리파리의 산란과 발육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였다.
재료 및 방법
실험곤충
본 연구에 사용한 작은뿌리파리는 2023년 8월에 경상남도농업 기술원 농업해충연구실에서 사육 중인 개체를 분양받아 경상국립대학교 식물의학과 곤충사육실(26 ± 1°C, 45~55% RH. 광주기 16L : 8D)에서 누대사육하였다(Fig. 1A). 아크릴케이지(25 × 25 × 25 cm)에 강낭콩산란컵{강낭콩(10~15개) + 젖은 상토}을 넣어 암컷의 산란을 받고(Fig. 1B), 동시에 강낭콩산란컵에서 부화한 유충이 성충으로 되기까지 사육배지로써 제공하여 우화 후 1-3일 된 작은뿌리파리 성충 암수를 실험에 사용하였다(Fig. 1C).
강낭콩 불린 기간에 따른 암컷의 산란수 조사
물에 젖은 상토와 함께 1일, 3일, 6일 불린 강낭콩을 각각 한 개씩 담은 페트리디쉬(60 × 15 mm)와 대조구로 젖은 상토만 담은 페트리디쉬를 아크릴케이지 모서리 4곳에 설치하고 중앙에 작은뿌리파리 암컷 10마리를 방사하였다(Fig. 2A). 실내 조건에서 상토와 강낭콩의 수분 유지를 위해 3일마다 한 번씩 물 5 ml을 주었으며, 처리 7일차에 페트리디쉬 안에 산란된 알과 부화한 유충의 수를 현미경 하에서 조사하였다. 각 처리는 5회 반복으로 실시하였다.
강낭콩 개수에 따른 암컷의 산란수 조사
물에 젖은 상토에서 3일 불린 강낭콩 1개, 5개, 10개, 15개를 각각 담은 물한천배지(100 × 40 mm)를 아크릴케이지 모서리 4곳에 설치하고 중앙에 작은뿌리파리 암컷과 수컷 5쌍을 방사하였다(Fig. 2B). 처리 3일차에 물한천배지 위에 산란된 알 수를 현미경 하에서 조사하였다. 각 처리는 8회 반복으로 실시하였다.
작은뿌리파리 암컷의 산란배지 선발
작은뿌리파리 암컷이 선호하는 산란배지를 선발하기 위해 2종의 배지,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강낭콩배지{3일 불린 강낭콩(1개) + 물한천배지}와 Jang et al. (2018)에서 제시된 감자디스크배지{감자조각(1.5 × 1.5 × 1 cm) + 물한천배지}에서 산란수를 비교하였다. 아크릴케이지 모서리 대각선 2곳에 강낭콩배지와 감자디스크배지를 설치하고 중앙에 작은뿌리파리 암컷과 수컷 5쌍을 방사하였다(Fig. 2C). 처리 3일차에 강낭콩배지와 감자디스크배지 위에 산란된 알 수를 현미경 하에서 조사 하였다. 각 처리는 11회 반복으로 실시하였다.
사육배지에 따른 작은뿌리파리 발육 조사
사육배지가 작은뿌리파리 발육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강낭콩배지와 감자디스크배지에서 각각 암컷 5마리를 접종하여 알을 받았다. 처리 3일차에 감자디스크배지와 강낭콩배지에 알을 현미경 하에서 20개씩 분리하여 새로운 동일 조건 배지에 각각 접종하고 매일 부화율, 용화율, 우화율, 생존수 및 알에서 성충까지의 발육 기간을 기록하였다(Fig. 2D). 각 처리는 4회 반복으로 실시하였다.
통계분석
강낭콩의 불린 기간과 개수에 따른 작은뿌리파리의 산란수 차이는 평균값을 일원분산분석 후 사후검정방법으로 Tukey HSD (Honest significant diffence) test를 5% 유의수준에서 비교하였다. 강낭콩배지와 감자디스크배 지에서 산란수, 용화율, 우화율 및 발육 기간 비교는 95% 신뢰수준에서 독립표본 t-검정 을 통해 분석했다. 모든 통계 분석은 SAS (Version 9.4, SAS Institute Inc.; Cary, USA)를 이용하였다.
결 과
강낭콩 불린 기간에 따른 암컷의 산란수 조사
강낭콩의 불린 기간(1, 3, 6일)에 따른 작은뿌리파리 암컷의 산란수는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F = 23.95; df = 3, 16; P < 0.0001)(Fig. 3). 3일 불린 강낭콩에서 알과 유충의 수가 108.2개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6일 불린 강낭콩에서는 68.6개로 높았다. 반면 1일 불린 강낭콩에서는 산란수가 31.0개로 대조구인 상토보다 2.3배 높게 나타났으나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강낭콩 개수에 따른 암컷의 산란수 조사
3일 불린 강낭콩의 개수(1, 5, 10, 15개)에 따른 작은뿌리파리 암컷의 산란수는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F = 4.32; df = 3, 28; P = 0.0127)(Fig. 4). 강낭콩 15개에서 알 수가 101.5개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10개, 5개, 1개에서 각각 70.9개, 23.3개, 10.8개 로 강낭콩 개수가 많을수록 산란수가 증가하였다.
작은뿌리파리 암컷의 산란배지 선발
산란배지 종류(강낭콩배지, 감자디스크배지)에 따른 작은뿌리파리 암컷의 산란수를 조사한 결과, 강낭콩배지에서 산란된 알 수는 130.6개로 감자디스크배지 15.3개에 비해 산란수가 8.5 배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 = 9.27; df = 13.212; P < 0.0001)(Fig. 5).
사육배지에 따른 작은뿌리파리 발육 조사
강낭콩배지와 감자디스크배지에서 작은뿌리파리의 부화율, 용화율, 우화율, 생존수 및 알에서 성충까지의 발육 기간을 조사한 결과는 Table 1과 같다. 강낭콩배지와 감자디스크배지에 각각 알을 접종하여 사육하였을 때, 알의 부화율은 100%로 두 배지 간에 차이가 없었다. 용화율과 우화율은 강낭콩배지에서 95.0%, 92.5%로 감자디스크배지에서 81.3%, 81.3%보다 높게 나타났으나 유의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용화율, t = 2.09; df = 6; P = 0.08, 우화율, t = 1.53; df = 6; P = 0.1776). 최종적으로 우화한 성충의 개체수는 강낭콩배지에서 74마리로 감자디스크배 지에서 우화한 65마리보다 9마리 더 높은 생존수를 나타났다. 또한 알에서 성충까지 발육 기간은 강낭콩 배지에서 11.7일로 감자디스크배지 18.8일보다 7일 짧게 나타났으며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t = 20.67; df = 6; P < 0.0001).
고 찰
작은뿌리파리의 간단하고 효과적인 대량 사육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강낭콩의 불린 기간 및 개수에 대한 산란수를 조사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선발된 강낭콩과 Jang et al. (2018)에서 보고된 작은뿌리파리의 사육 배지인 감자디스크배지에서 산란수, 부화율, 용화율, 우화율, 생존수 및 알에서 성충까지 발육 기간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3일 불린 강낭콩에서 산란수가 가장 많았으며, 강낭콩의 개수가 많을수록 산란수가 증가하였다. 이는 강낭콩을 불릴 때 발생하는 미생물이 작은뿌리파리 암컷의 산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실험 준비기간 동안 3일 불린 강낭콩에서 눈에 띄게 관찰되는 흰색 곰팡이를 순수분리하여 강낭콩에 접종한 뒤 건전한 강낭콩과 산란수를 비교한 결과 곰팡이를 접종한 강낭콩에서 약 60배 많은 산란수가 관찰되었다(unpublished data). 이와 유사하게 작은뿌리파리 암컷은 부패된 누에콩에서 분리된 Aspergillus flavus와 Mucor circinelloides 곰팡이균에 유인되었으며(Xi et al., 2021), 작은뿌리파리가 주로 매개하는 Pythium spp. 를 포함한 여러 미생물에 유충과 성충의 유인 및 산란 선호도가 보고되었다 (Braun et al., 2012). 따라서 부패된 강낭콩에서 발생하는 특정 곰팡이는 작은뿌리파리 암컷을 유인하고 산란을 유도하는 냄새 물질을 방출하는 것으로 추측되며,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작은뿌리파리는 배지의 영양원에 따라 산란수 및 발육 속도의 차이를 보인다. 본 연구에서는 작은뿌리파리를 대량 사육하는데 알맞은 배지를 선발하기 위해 강낭콩배지와 감자디스크배지에서 산란수 및 발육 상태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강낭콩배지 는 감자디스크배지보다 8.5배 높은 산란수와 7일정도 짧은 발육 기간을 나타냈으며, 알에서 성충까지 우화한 개체수가 더 많았다. 실험 결과를 종합적으로 볼 때 강낭콩배지는 감자디스크 배지보다 작은뿌리파리의 산란 및 사육배지로써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이전 실험 결과와 동일하게 강낭콩이 부패할 때 발생하는 특정 곰팡이가 작은뿌리파리 암컷의 산란을 유도하는 냄새 물질을 방출할 뿐만 아니라 유충의 발육에 필요한 충분한 영양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곤충에서는 곰팡이에 의해 유도되는 유인, 산란, 먹이 활동 등 생물적 특성과의 밀접한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귤과실파리(Bactrocera dorsalis) 암컷은 Penicillium citrinum 곰팡이에 높은 유인 력과 산란 선호도를 보였으며(Gu et al., 2022), 귤과실파리 유충에 Hanseniaspora uvarum 곰팡이를 먹이로 제공하였을 때 유충 발육 기간이 감소하고 번데기와 성충의 몸 크기 및 무게가 증가하였다(Guo et al., 2022). 또한 작은뿌리파리 유충에 Alternaria tenuis와 Saccharomyces cerevisiae 곰팡이를 먹이로 제공하였을 때 높은 생존율을 보인 반면, 곰팡이가 없는 리마콩 한천, PDA (potato dextrose agar), 한천에서는 유충의 발육 기간이 길어지고 생존율이 매우 낮았다(Kennedy, 1974). 이와 같이 특정 곰팡이는 작은뿌리파리의 산란과 발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향후 강낭콩에 존재하는 곰팡이가 작은 뿌리파리 발육에 미치는 영양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상으로 강낭콩에 대한 작은뿌리파리의 생물적 특성에 대해 기술하였으며, 사육 방법을 3가지 단계로 확립하였다(Fig. 6). ① 채란: 곤충사육용 페트리디쉬에 상토와 강낭콩 10~15개 를 담고 물에 적셔 3일간 불린 뒤 성충 암수가 접종된 아크릴케 이지에 넣어 알을 받는다. ② 유충 사육: 알에서 부화한 1~2령 유충(2 mm)은 약 일주일이 지나면 3~4령 유충(8 mm)이 된다. ③ 번데기와 성충 사육: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부화하면 다시 ① 단계로 돌아가 채란한다. 이 방법은 세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값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강낭콩과 상토만을 이용하여 좁은 공간에서 산란부터 우화까지 한 번에 사육이 가능하여 간단하다. 둘째, 기존에 보고된 감자디스크배지를 이용한 사육 방법과 비교하여 더욱 많은 작은뿌리파리 개체수 확보가 가능하다. 셋 째, 알과 1~4령의 유충 및 성충을 발육 단계별로 구분이 가능하고, 실험에 사용할 때 다루기가 간편하다. 해당 연구 결과는 기존의 작은뿌리파리 사육 방법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작은 뿌리파리의 생물적 특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작은뿌리파리 방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시험곤충의 안정적인 공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