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순나방(Grapholita molesta)은 잎말이나방과에 속한 해충으로 중국 북서부 지역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Zheng et al., 2017). 국내를 포함한 온대 기후 지역에 분포하는 국제적 수목 해충이다(Knight et al., 2015). 이 해충은 우리나라 농업 산업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과, 배, 복숭아 등을 포함하여 넓은 기주 범위를 갖고 있다(Magalhaes and Walgenbach, 2011;Zheng et al., 2013). 복숭아순나방은 기주 수목의 과실이나 잎에 알을 낳고, 알에서 부화한 유충은 신초 또는 과실의 내부를 가해하는 습성이 있어, 낮은 밀도에서도 과실의 상품성을 저하시켜 농가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Lee et al., 1988). 복숭아순나방의 성충은 월동세대(4-5월) 이후 4회의 성충 발생 최성기를 보이며, 이후 조피 틈에서 종령 유충으로 월동한다(Lee et al., 2005).
복숭아순나방 방제를 위해서 화학 약제가 등록되어 있지만 (Choi et al., 2008), 과실 내부에 서식하기 때문에 살포 약제에 직접 노출되지 않기에 방제 효과는 살포량에 비해 낮아질 수 있 다(Borchert et al., 2004).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성충을 대상으로 성페로몬을 이용한 교미교란 방제기술이 개발되었다(Kim et al., 2007;Jung et al., 2008;Padilha et al., 2018). 그러나 국내 과수원의 경우 재배면적이 비교적 소규모이고 이웃 과원과 인접하여 광범위한 교미교란 처리가 어려울 때 교미한 주변의 암컷이 유입될 우려가 있다(Son and Kim, 2008).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울타리처리로 외부 암컷 유입을 억제하고, 곤충생장조절제 를 추가하여 교미한 암컷이 산란한 알을 방제하는 추가 방제기술을 제시하였다(Kim et al., 2010). 하지만, 약제 살포의 경우 알에 직접적으로 접촉되어야 하며, 살포 시기를 명확하지 않으며 방제효율이 떨어질 수 있기에 난기생봉과 같은 천적 곤충을 이용하는 생물적 방제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복숭아순나방에 대한 생물적 방제용 천적자원으로 맵시벌과 9종, 고치벌과 7종 등 총 6과 20종이 국내에 알려져 있다(Baek, 1982;Kim et al., 2009).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의 경우 Apple Pest Database List of species (NAFRO, 2012)에 따르면 34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Trichogramma속의 복숭아순나방의 알 기생성 천적으로는 5종이 보고되어 있는데(Copping, 2004;Zhang et al., 2021), 국내에서는 송충알벌(Trichogramma dendrolimi) 단 1종이 보고되었다(Baek, 1982). 실제로 복숭아순나방에 대한 송충알벌의 방제 효율성이 중국에서 포장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Zhang et al., 2021).
본 연구에서는 경상북도 안동시 북후면에 소재한 사과원에서 채집된 복숭아순나방 알기생봉을 형태적, 분자적 지표를 이용하여 동정하였으며, 복숭아순나방에 대한 추가적 알기생성 천적으로 판단되어 보고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알 기생봉 채집
복숭아순나방의 알 기생봉은 비교적 화학농약 살포가 빈번하지 않았던 경북 안동시 북후면에 위치한 사과원에서 복숭아 순나방에 의한 피해 새순이나 과실로부터 채집하였다. 실체현 미경(M165FC, Leica, Wltzlar, Germany) 아래에서 기생된 알을 분리하여 온도 25±3°C, 상대습도 40~70%, 조명 16L: 8D로 설정된 실험실 조건에서 우화를 유도하였다. 이 기생봉 성충을 대상으로 Jung et al. (2014)의 방법에 따라 누대 사육한 복숭아 순나방 알을 먹이로 제공하였다.
형태 동정
성충으로 우화한 기생봉을 슬라이드글라스 위에 올려 둔 후 polyvinyl alcohol mounting medium (Sigma-Aldrich Korea, Seoul, Korea)을 10 ㎕ 올린 후 커버글라스를 덮어서 표본을 제작하였다. 기생봉의 속 동정은 Goulet and Huber (1993)에 기록된 형태 특징을 따랐으며, 종 동정은 Khan et al. (2020)이 기술한 Trichogramma 종별 형태적 특징과 비교하였다.
분자 동정
실험실에서 누대 사육한 기생봉 성충 10개체를 10% Chelex 100 (BioRAD, Hercules, CA, USA) 핵산 추출용액에서 마쇄하였다. 이 현탁액을 95°C에서 15분간 가열한 후 원심분리하여 상층액을 얻었다. 추출한 핵산을 95°C에서 5분간 초기 변성 과정 이후 35회 PCR이 95°C-1분, 55°C-1분, 72°C-1분의 온도 주기로 진행되었다. 이때 PCR의 조성은 추출된 핵산 1 μL, cytochrome oxidase I (COI) 프라이머(5’-GAGGATTTGGAAA TTGATTAGTTCC-3’, 5’-CCCGGTAAAATTAAAATATAA ACTTC-3‘) 각각 1 μL, 탈이온증류수 7 μL, 2X Taq mastermix (Geneall, Seoul, Korea) 10 μL로 구성되었다. 확인된 증폭물은 양방향으로 Sanger 기술로 DNA 염기서열이 분석되었다 (Macrogen, Seoul, Korea). 이렇게 얻어진 서열은 DNAStar의 SeqMag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부정확한 서열 부위는 제거하고 양방향 서열 가운데 공통서열을 얻게 하였다. 이렇게 얻어진 공통서열은 NABI GenBank (www.ncbi.nlm.nih.gov)의 BlastN 검색엔진을 이용하여 유사 서열을 갖는 기생봉 종을 동정하였다. 동정된 종과 유사한 종들의 COI 서열을 얻어 분자계통수를 MegAlign 프로그램의 ClustalW 모듈을 이용하여 구축하였다. 이때 각 계통수 분지의 확인은 Bootstrap을 이용하여 1,000회 반복하여 얻었다.
결과 및 고찰
채집된 복숭아순나방의 알 기생봉은 암수별 형태적 차이를 보였다(Fig. 1). 더듬이의 경우 비교적 긴 막대모양의 기절(Scape)과 병절(Pedicel)은 암수가 유사하였으나, 편절(Falgellum)의 경우 암컷은 비대한 club 구조를 지녀 수컷과 대비되었다(Fig. 1Aa,b). 암컷 촉각 편절 구조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Fig. 1Ab’) 편절이 club 아래 2개의 funicle과 2개의 anellus의 작은 마디들로 세분화되었다. 또한 암컷의 복부 끝에는 수컷과 달리 산란관을 지니고 있었다(Fig. 1Aa’, b’’). 앞날개 시맥은 전연맥(marginal vein: mv)과 경맥(stigma vein: sv)이 연결된 1개의 시맥이 관찰 되었다(Fig. 1Ac). 날개의 가장자리에는 단모들이 밀생하였다. 가슴과 배는 넓게 연결되어 있으며, 몸길이는 0.52 ㎜, 뒷다리 부절은 3마디였다. 이러한 형태적 특징은 Goulet and Huber (1993)의 형태 분류를 토대로 하였을 때 Trichogramma 속의 특징과 일치하였다(Table 1). Fig. 1B는 Trichogramma 속 유사종들과의 형태적 특성을 비교한 것이다. Khan et al. (2020)이 기술한 암컷의 부위별 형태 특징을 조사한 결과, 머리 길이는 0.17 ㎜, 몸길이는 0.53 ㎜, 뒷날개 길이는 0.37 ㎜, 촉각 club 길이와 폭의 비율은 2.63, 앞날개 넓이와 앞날개 가장 긴 털과의 길이 비율은 6.47로서 명충알벌(Trichogramma chilonis)과 가장 유사한 것으로 판단되었다(Table 2).
분자 동정을 위해 채집된 기생봉으로부터 COI 영역을 증폭 시킨 결과 약 600 bp 길이의 PCR 산물을 얻었다(Fig. 2A). 염기 서열 분석을 진행한 결과 명충알벌(T. chilonis)의 COI 염기서열과 가장 높은(99.2%) 염기서열 유사도를 보여(Fig. 2B), 형태 동정 결과를 뒷받침하였다.
명충알벌의 기생환을 복숭아순나방 알을 대상으로 실험실 조건에서 관찰하였다(Fig. 3). 미기생된 복숭아순나방 알의 경우 연노랑색을 띠는 반면, 명충알벌 성충이 알을 낳고 2일이 지나면 가운데가 노랑색으로 변하며 약간 부풀어 오름을 관찰할 수 있었다. 기생 후 3일이 경과하면 알이 전체적으로 검정색으로 변하며, 10일 지나면서 우화된 명충알벌 성충이 알로부터 우화하였다.
이와 같은 형태적, 분자적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경북 안동시에서 채집된 복숭아순나방의 알기생봉을 명충알벌로 동정하였다. 명충알벌은 국내 서식 알기생봉으로 담배나방 및 왕담배나방을 대상으로 생물적 방제 효율성이 검토된 바 있다(Choi et al., 2010). 안동은 국내 사과 주산지 가운데 하나로서 이곳에서 정착한 알기생봉은 향후 생물적 방제제 인자로 이용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성페로몬을 이용한 교미교란제와 복합처리(Kim et al., 2010)하여 방제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야외 방제 효과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