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대과일 수요 증가로 국내에서 열대·아열대 작물의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에 조사된 망고 등 24종 열대·아열대 작물 재배농가수와 면적은 7,338농가, 4,126 ha에 달하고 있고, 총 생산량은 51,933톤이었다(농촌진흥청, unpublished).
바나나(Musa spp)는 생강목 파초과 식물로 국내에서는 cavendish 등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1970년대이후 국내 재배면적이 증가하여 1988년에는 전국 364.4 ha에서 재배되었으나, 바나나 수입 증가와 1988년 바나나바구미(Cosmopolites sordidus) 발생으로 바나나 재배가 급감하였다(Ahn et al., 1990). 이후 국내에서는 거의 재배가 되지 않았으나, 2010년대 바나나 재배 농가가 다시 급증하였다. 현재 국내에서 바나나는 제주, 전남, 경남지역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고, 재배 농가수와 면적은 2020년 에 61농가 29.4 ha, 2022년에 45농가 21.2 ha, 2023년에 56농가 20.6 ha였고, 총생산량은 2023년에 20,630톤이었다(농촌진흥청, unpublished). 해외에서 바나나 해충은 바구미, 총채벌레, 진딧물, 나방, 딱정벌레, 과실파리, 응애류 등 다양한 해충이 발생하여 피해를 주고 있다(Pinese, 1949;Prakash, 2012;Lucas and Jomanga, 2021). 바구미류는 바나나바구미와 Odoiporus longicollis, 총채벌레류는 Chaetanaphothrips signipennis, 하와이총 채벌레(Thrips hawaiiensis), 진딧물류는 Pentalonia nigronervosa, 나방류는 Pericallia ricini 등 불나방과, 포충나방과 Nacoleia octasema, 곡식좀나방과 Opogona glyphaga, 잎말이나 방류, 주머니나방, 쐐기나방, 담배거세미나방(Spodoptera litura) 등 다양한 종류가 발생하고 있고, 벼룩잎벌레류인 Nodostoma sabcostatum, N. viridipennis, Colapis hypochlora, 과실파리류 인 퀸즐랜드과실파리(Bactrocera tryoni)와 B. muase, 점박이 응애(Tetranychus urticae), T. lambi 등 잎응애류가 바나나 해충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바나나에서 발생하는 해충은 1988년에 제주도내 8개 바나나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처음 조사되었다 (Ahn et al., 1990). 이 조사에서 바나나바구미, 방아벌레류(Melanotus sp.), 담배거세미나방, 가루깍지벌레(Pseudococcus comstocki), 응애류(Tetranychid sp.) 등 5종이 확인되었다. 특히, 바나나바구미는 1980년대 초 일본 등 해외에서 바나나 묘종 수입 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종으로, 유충이 지하부를 가해 하여 직간접적으로 바나나를 고사시켜 재배 농가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최근 제주도 바나나에서 차응애, 진딧물, 담배거세 미나방 등 3종이 발생하여 피해를 주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JARES, 2018).
국내에서 커피(Coffea spp.)는 아라비카(Arabica) 품종이 주로 재배되고 있다. 2000년대에 재배 농가가 조금씩 증가하여 현재는 전국에서 재배되고 있다. 재배 농가수와 면적은 2020년에 42 농가 6.8 ha, 2022년에 44 농가 8.62 ha, 2023년에 52 농가 9.5 ha로 조금씩 증가하고 있고, 주로 전남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농촌진흥청, unpublished). 해외에서 커피열매를 가해 하는 해충으로 딱정벌레목 바구미과 Hypothenemus hampei, 하늘소과 Monochamus leuconotus와 Dirphya nigricornis, 나무 좀인 Apate monachus와 A.indistincta 등이 있고, 깍지벌레류는 Coccus viridis, C. celatus, C. alpinus, Planococcus속인 귤가루 깍지벌레(Planococcus citri), P. kenyae, P. lilacinus 등 다양한 해충이 알려져 있다(Rutherford and Phiri, 2006).
해외에서 바나나와 커피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다양한 해충들이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1980년대 바나나바구미가 국내 발생하여 국내 바나나 재배에 큰 영향을 준 바 있다. 최근 바나나와 커피 재배가 증가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재배되고 있지만, 이들 작물에 발생하는 해충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본 연구는 최근 국내 재배되는 바나나와 커피에서 발생하는 해충 종류와 가해양상을 조사하여, 농업인의 안전농산물 생산을 위한 해충 방제체제 구축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하여 수행하였다.
재료 및 방법
조사 지역과 포장
바나나와 커피에 발생하는 해충 종류와 피해 조사는 제주도와 전라남도에 소재한 농가를 대상으로 수행하였다. 바나나 해충 조사는 제주시 오등동에 소재한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33°28'06''N 126°31'11''E, 1,200 m2면적, 연동하우스)와 제주도 낙천리와 가시리에 각각 소재한 두 농가들을 대상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3월부터 10월 사이에 주 1회 간격으로 조사를 수행하였다. 낙천리 소재 농가(33°19'29''N 126°14'14''E)는 6,000 m2면적의 연동하우스에서 바나나를 판매목적으로 재배 하였다. 서귀포시 가시리 소재 농가(33°20'22''N 126°44'24''E)는 관광농원으로 약 6,700 m2면적의 다연동하우스에서 바나나, 파파야, 파인애플을 재배하면서, 커피, 레드바나나 등 열대작물도 일부 소수 재배하였다. 정기조사 외에 해충 관련 민원과 관련하여 2023년 전라남도 해남(2023년 11월 3일, 34°34'37''N 126°28'47''E, 2,413 m2면적, 바나나, 연동하우스), 완도(2028년 8월 28일, 34°21'44''N 126°43'09''E, 2,178 m2면적, 바나나와 일부 커피, 연동하우스), 신안(2023년 7월 4일, 34°45'31''N 125°55' 34''E, 6,345 m2면적, 바나나, 연동하우스)에 소재한 바나나 농가들을 방문하여 바나나에 발생하는 해충을 조사하였다. 커피 해충 조사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커피 시험포장(33°28'06''N 126°31'11''E, 1,200 m2면적, 연동하우스), 제주도 가시리 소재 관광농원(33°20'20''N 126°44'26''E), 전남 화순에 소재한 커피 농가(35°00'04''N 126°55'07''E, 6,200 m2면적, 연동하우스)를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커피에 발생하는 해충과 피해를 조사하였다. 조사는 매년 3월부터 10월사이에 수행하였는데, 제주도에 소재한 포장은 주 1회 간격으로 조사하였고, 전남 화순에 소재한 커피농가는 3월부터 10월 사이 해충 발생상황에 따라 분기별 1회 또는 월 1회 방문 조사하였다.
해충 조사
바나나와 커피 발생 해충 조사는 포장내 재식된 작물들을 대상으로 해충 피해증상 유무 여부로 가해 해충을 탐색하였고, 각 포장내 5주를 선택하여 잎, 줄기, 과실에서 발생한 해충 종류와 피해를 육안과 루페(x15)로 조사하였다. 바나나와 커피 개화기에는 가지나 다발을 2~3회 타락하여 해충 발생과 가해 여부를 조사하였다. 채집된 해충은 형태적 특징을 바탕으로 동정하였고, 새로운 해충의 경우 분류전문가에 의뢰하여 종을 확인하였다. 해충 조사결과는 Choi et al. (2014)에 사용한 방법을 참고하여 다음과 정성적 표기로 구분하였다. 대부분 농가에서 연중 고밀도로 발견되는 경우 ++++(high density), 대개 밀도가 낮지만 종종 고밀도를 형성하는 경우 +++(middle but occatinally high), 발생밀도가 낮고 드물게 발견되는 경우 ++(low), 발생밀도가 낮고 쉽게 발견되지 않는 경우 +(very low) 등으로 구분하였다. 피해정도는 상품가치를 완전히 떨어뜨리거나 표본 전체적으로 회복불가능한 피해를 입히는 경우 ++++(very serious), 상품가치에 영향을 심하게 미치거나 표본에 50%이상 피해를 주는 경우는 경우 +++(serious), 상품가치에는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고 잎 등 표본에 국소적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 ++(middle, 피해가 경미한 경우 +(weak)으로 표기하였다
결과 및 고찰
제주도와 전라남도지역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바나나 발생 해충을 조사한 결과, 응애 2종, 나방 2종, 깍지벌레 2종, 총채벌레 1종 등 총 7종이 확인되었다(Table 1). 이들 가운데, 차응애(Tetranychus kanzawai), 귤가루깍지벌레(Planococcus citri), 담배거세미나방(Spodoptera litura)가 주로 발생하여 피해를 주고 있었다.
바나나 총채벌레류 해충으로 고사리그물총채벌레(Helionothrips femoralis)가 확인되었다(Table 1; Fig. 1). 2021년 제주도 가시리 소재 바나나 농가 과실에서 총채벌레류로 의심되는 피해 흔적이 처음 나타났었고, 2022년 5월 31부터 다량의 피해 증상과 함께 가해 해충들을 채집하였다. 피해 부위는 흰색의 가는 부정형 모양이었고, 주변에 검은색의 유충 배설물이 산포되어 있었다(Fig. 1C). 가해 유충들은 복부가 검은색을 띄고 있었고, 대개 복부를 치켜들고 있고, 복부 끝에는 검은색 구형의 배설물이 달려 있었다(Fig. 1B). 2023년에 전라남도 완도(8월28일)과 해남(11월 3일) 농가에서도 고사리그물총채벌레가 발생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제주도와 달리 전남 두 농가에서는 과실의 가해받은 부위가 녹이 쓴 것처럼 붉은 갈색으로 변색되었고(Fig. 1D), 바나나 다발에 전체적으로 붉게 변한 바나나들이 다수 나타났다 (Fig. 1E). 이와 같이 고사리그물총채벌레는 다른 바나나에 발생하는 해충과 달리 바나나 과실을 직접 가해하여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또한 국내 바나나 재배 농가에 전반적으로 확산되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반드시 방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재배 바나나는 친환경으로 재배되어야 판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고사리그물총채벌레를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효과적으로 방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방도가 필요하다.
바나나 잎에서 발생한 응애류는 주로 차응애가 잎에서 발생하여 피해를 주었고, 일부 농가에서 점박이응애(T. urticae)가 차응애와 같이 발생한 경우가 있었다. 차응애가 발생한 잎의 가해받은 부위는 회갈색으로 변하였는데, 밀도가 급증하면서 피해 범위가 넓어지고, 일부 잎들은 말라서 떨어졌다(Fig. 2D). 과거 국내에서 잎응애류(Ahn et al., 1990)와 제주도에서 차응애(JARES, 2018)가 바나나 해충으로 보고되어 있으나, 점박이응애가 바나나 해충으로 보고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에서 점박이응애와 T. lambi는 바나나의 잎외에도 과실을 가해하여 변색시키는 피해를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Pinese, 1949). 현재는 바나나에서 차응애가 우점을 하고 있지만, 향후 점박이응애가 우점하거나 대량 발생할 경우에는 바나나 과실 표면이 회백색으로 탈색되는 피해 증상이 다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바나나에 발생하는 깍지벌레류는 귤가루깍지벌레와 무화과 깍지벌레(Coccus hesperidum)가 확인되었다. 무화과깍지벌레는 제주도 가시리 소재 농가의 일부 바나나 잎에서 발생하였지만, 방제가 필요할 정도로 밀도가 급증하거나 과원 전체로 확산 하지는 않았다. 반면, 귤가루깍지벌레는 과원 전체적으로 다량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였다. 대개 바나나 잎이 겹치는 부위(Fig. 2C), 바나나 과실 다발에서 대량 발생하여 그을음 증상을 유발하였다. 바나나에 발생하는 가루깍지벌레류 해충으로 가루깍지벌레(P. comstocki)가 보고된 바 있었다(Ahn et al., 1990). 당시 조사에서도 제주도 한 농가에서 발생하였고, 발생 과정도 아보카도 나무로부터 증식된 개체들이 분산되어 증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나나에 발생하는 나방류 해충으로는 담배거세미나방과 차애모무늬잎말이나방(Adoxophyes honmai)이 확인되었다(Table 1). 담배거세미나방은 해외에도 바나나에 발생하는 나방류 해충으로 보고되어 있고(Prakash, 2012), 국내에서도 1989년(Ahn et al., 1990)과 2018년(JARES, 2018)에 바나나 해충으로 보고 되어 있다. 조사기간 중 일부 농가에서 담배거세미나방은 과원 전체적으로 대량 발생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잎에 산란된 난괴와 난괴에서 부화한 유충들이 바나나 잎을 갈아먹어 작은 구멍들이 발견되었다. 다자란 유충은 잎을 가해하거나 줄기에서 붙어 있었다. 조사기간 중 차애모무늬잎말이나 방은 한 농가에서만 다량 발생하였다. 대개 바나나 잎의 엽병에 가까운 부위에 유충 피해 흔적이 있었고, 엽병과 인접한 줄기의 오목한 부위에서 유충이 서식하고 있었다. 담배거세미나방과 차애모무늬잎말이나방 유충에 의한 피해 증상 중에서 바나나 잎에 피해 흔적들이 연이어 나타나는 경우가 다수 발견되었다 (Fig. 2 A, B). 이는 바나나 잎이 신장하기 전에 줄기 안쪽에 말려 있을 때, 유충이 그 안으로 들어가서 가해한 경우이다. 담배 거세미나방의 피해흔(Fig. 2A)는 차애모무늬잎말이나방의 피해흔(Fig. 2B)보다 크기가 크고 가해부위가 거칠었다. 위 두 해충외에도 담배거세미나방과 같은 속인 열대거세미나방(S. frugiperda) 이 2019년 7월 9일과 8월 26일에 제주시 온난화대응농업 연구소에서 시험재배되는 바나나하우스에 설치된 페로몬 트탭에 포획된 바 있다. 열대거세미나방은 국내 미발생해충이었으나, 2019년 6월 13일 제주도 구좌지역 옥수수에서 처음 발견되었다(Lee et al., 2020). 향후, 열대거세미나방이 국내 토착할 경우 바나나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제주도와 전라남도 커피 재배 농가 등을 대상으로 2021년과 2022년에 커피에 발생하는 해충을 정기적으로 조사하였고, 그 결과 커피에 발생한 해충은 총 5종이 확인되었다(Table 1). 이중 탱자소리진딧물(Toxoptera aurantii), 귤가루깍지벌레(P. citri), 차애모무늬잎말이나방(A. honmai)이 커피에 주로 발생하여 피해를 유발하였다. 탱자소리진딧물은 잎과 꽃에 매우 고밀도로 발생하여 그을음 피해를 유발하였다. 특히 커피 꽃은 잎과 줄기 사이에 촘촘히 피어나는데, 개화기에 진딧물이 꽃 주변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여 피해를 주었다(Fig. 3A, B). 커피의 잎은 넓고 조밀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귤가루깍지벌레와 같은 해충이 서식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다. 실제로 귤가루깍지벌레가 발생하는 경우 신초, 잎과 잎 사이, 잎과 줄기 사이 등에 귤가루깍지벌레가 집중적으로 발생하였다(Fig. 3B). 차애모무늬잎말이나방도 커피에서 주기적으로 대발생하는 해충으로 유충이 신초의 신엽, 잎과 잎이 겹치는 부위에 서식하며 잎을 가해하였다((Fig. 3C). 커피 재배 시 탱자소리진딧물, 귤가루깍지벌레, 차애모무늬잎말이나방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고밀도로 증식하여 작물 생육에 피해를 주므로 발생 시 주기적인 방제가 필요하다. 전남 소재 농가에서는 두줄민달팽이(Limax marginatus)와 미국선녀벌레(Metcalfa pruinosa)가 일부 나무에서 발생하기도 하였다. 두줄민달팽이는 주로 잎을 가해하였고, 과실의 과육을 가해한 흔적도 발견되었다(Fig. 3D). 미국선녀벌레은 커피 하우스의 측창에 인접한 나무의 일부 잎에서 유충이 발생하였다. 과원 외부의 잡초에서 다량 발생하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일부 개체가 커피 시설로 유입되어 커피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본 연구를 통해 수집된 바나나와 커피 주요 해충 종류와 피해 정보는 재배 농가의 고품질 안전농산물 생산을 위한 필요한 방제 약제 등록과 효과적인 병해충 관리체제 구축에 필요한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 국내 미기록종인 열대거세미나방, 바나나에 처음 발생하는 것이 확인된 고사리그물총채벌레, 그리고 바나나와 커피에 발생하는 해충 정보는 국내 농작물의 해충 발생 동향과 연구에 필요한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