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무척추동물은 토양에서 생활사의 일부 또는 모든 단계를 살아가는 생물군을 의미한다. 토양 무척추동물은 생물다양성의 약 23%를 차지할 만큼 다양성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연구가 미비하며 밝혀지지 않은 생물들이 아직도 많이 존재한다 (Decaens et al., 2006). 토양 무척추동물은 지표의 낙엽층 및 사체를 분해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유지시키며 영양물질 순환을 촉진시킨다. 또한, 다른 동물들의 먹이원이 되며, 일부 식물의 수분을 돕는 등 생태계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Stork and Eggleton, 1992;Culliney, 2013). 이렇듯, 토양 무척 추동물은 높은 다양성을 보이며 생태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므로 생태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류군을 바탕으로 한 연구가 요구된다.
토양 무척추동물을 채집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함정트랩(pit-fall trap)이 있다. 함정트랩은 토양 표층에 활동성이 높은 무척추동물을 채집하는데 유용하며, 많은 수의 트랩을 설치하고 이후 수거하는 방식으로 많은 생태연구에 활용된다(Luff, 1975). 하지만, 이 방법은 무척추동물의 활동성에 많이 의존하며, 식물상 및 트랩의 위치, 날씨의 영향을 받으므로 분류군의 편향이 나타날 수 있다(Luff, 1975;Woodcock, 2005).
또 다른 방법으로는 체털어잡기(sifting)가 있다. 체털어잡기는 낙엽층과 토양층 아래에 서식하는 토양성 절지동물들을 채집하는데 유용하다(Sabu et al., 2011;Park et al., 2020). 이 방법은 활동성에 비교적 덜 영향을 받으며, 채집되는 분류군이 다양하다는 이점이 있으나, 생태연구에서의 체털어잡기 방법 활용에 관한 문헌이 매우 적다. 토양성 절지동물의 생태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채집방법을 활용한 광범위한 채집이 필요하다.
딱정벌레목은 현존하는 무척추동물 중 가장 높은 다양성을 가진다(Zhang, 2024). 딱정벌레목은 단단한 외골격과 딱지날개를 가지고 있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서식처에 적응할 수 있으며 전 세계적인 분포와 폭넓은 먹이 가용성을 지닌다(GBIF.org, 2024;Frantsevich et al., 2005;Gullan and Cranston, 2011). 또한, 딱정벌레는 다양한 외부환경적 요인에 민감하여 일부 분류군은 생물지표종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Noriega et al., 2020;Ohba et al., 2020;Stone et al., 2018). 이러한 특징으로 딱정벌레목은 다양한 생태학적 연구에 적합하여 널리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 다양성은 과소평가되고 있다(Gaston, 1991). 그러므로, 딱정벌레의 다양성을 파악하고 새로운 종들을 지속적으로 발견하는 것은 과소평가된 다양성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토양에 영향을 미치는 동물들은 토양 위에 쌓인 낙엽, 식물 속에 서식하여 유기물질을 분해하거나 토양 속에서 굴을 파거나 죽은 뿌리를 섭식하는 등 서식 환경과 역할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Jacot, 1940). 그러므로 낙엽층, 낙엽층과 토양층 혼합, 토양층 세 가지 시료를 선정하여 체털어잡기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토양성 절지동물을 시료에 따른 강(Class) 수준에서 풍부도를 비교하고 더 나아가, 딱정벌레목의 다양성 차이를 비교한다. 추가로, 본 연구에서 사용한 체털어잡기의 생태학적 연구 활용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재료 및 방법
채집지역
2023년 6월 20일부터 8월 1일까지 강원도 삼척시 우지동, 충청북도 것대산, 부모산, 충북대학교, 우암산, 대청댐에 채집을 진행하였다(Fig. 1A, Appendix 1). 각 채집지는 침엽수와 활엽 수가 섞인 혼합림으로 선정하였다(Fig. 1B).
강원도 삼척시는 태백산맥과 동해안에 위치했으며 해양성 기후의 특징인 온난다습하고 연평균기온은 13.8°C 이며, 연강 수량은 1,534.0 mm이다. 충청북도 청주시는 내륙 중앙부에 위치하여 연교차가 큰 대륙성 기후를 보이고 연평균기온은 13.1°C이며, 연강수량은 1,232.4 mm이다.
것대산, 부모산, 충북대학교, 우암산에서 각각 12개의 시료를 확보하였고, 삼척과 대청댐에서 각각 9개, 18개의 시료를 확보하여 총 혼합시료, 토양시료, 낙엽층 시료 25개씩 총 75개의 시료를 확보하였다.
시료채취방법
토양성 절지동물을 채집하기 위하여 체털어잡기와 분별깔때기(Berlese funnel) 방법을 함께 사용하였다. 체와 천 주머니를 연결해 준 뒤 체 위에 채취한 시료를 넣은 후 양손을 이용해 흔들어 체털어잡기 하였다(Fig. 2A). 채집지로 선정된 곳에 1 m × 1 m 방형구를 두 개 설치하였다. 첫 번째 방형구에서는 낙엽층만을 모두 체털어잡기 하였다. 다음으로 낙엽층이 완전히 제거된 토양층의 표면을 체털어잡기 하였다. 두 번째 방형구에서는 혼합시료를 체털어잡기 하였다. 각 시료간 오차를 줄이기 위하여 방형구 내의 모든 시료를 확보한 후 가장 부피가 작은 낙엽층 시료의 부피에 맞추어 다른 시료들 부피를 통일하였다.
채집해온 시료들은 각각 분별깔때기에 넣어준 후, 아래쪽에는 95% 에탄올을 부어준 수거통을 연결하였다(Fig. 2B). 100 W 백열전구가 연결된 뚜껑을 덮어72시간 동안 건조해 준 후, 수 거통에 채집된 토양성 절지동물을 수거해주었다.
데이터 분석
시료 종류에 따른 딱정벌레목의 개체 풍부도, 종 풍부도, 종 다양성 지수를 나타내는Shannon 지수를 사용하였다(Shannon, 1948). 시각화를 위하여 ggplot2를 사용하여 그래프를 생성하였다. 각 시료간 다양성 수치들의 통계적 차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ANOVA (Analysis of Variance), Tukey의 HSD (Honestly Significant Difference) test를 수행하였다. 모든 분석은 R 버전 4. 3. 0에서 수행되었다.
결과 및 고찰
시료 종류에 따른 절지동물문 분포
세 종류의 토양 시료(혼합, 낙엽층, 토양 시료)를 체털어잡기하여 얻은 시료를 분별깔대기에 건조시킨 후 수거된 개체들을 내구강과 진드기를 제외하고 곤충강(Insecta), 거미강(Arachnida), 지네강(Chilopoda), 노래기강(Diplopoda), 연갑강(Malacostraca), 5개의 강(Class)으로 분류하였고 총 5,892개체가 채집되었다. 곤충강 이 4,661개체(79%)로 가장 많이 채집되었으며, 다음으로 거미강 475개체(8%), 지네강 323개체(6%), 연갑강 318개체(5%), 노래기강 115개체(2%) 순으로 채집되었다.
강(Class)수준에서 시료 종류에 따른 절지동물문 개체수 평균값을 구한 결과, 세 종류의 시료 모두 곤충강이 가장 높은 개체수를 차지하였다(Fig. 3A).
곤충강을 제외한 절지동물문 개체수 평균값을 구한 결과로는, 낙엽층 시료에서 거미강의 개체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Fig. 3B). 이는 거미가 낙엽층을 배회하며 섭식하는 생태를 가 졌기 때문으로 보인다(Kim and Lee, 2018). 토양 시료에서는 다른 시료에 비해 전체적으로 낮은 풍부도를 나타냈지만, 지네강의 개체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지네가 빛을 피하기 위해 돌, 낙엽아래에 거주하며 토양 안과 같이 습윤한 곳을 선호하는 생태적 특성을 가지므로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Minelli, 2011). 혼합 시료에서는 거미강과 지네강의 개체수가 비슷한 비율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낙엽층과 토양 두 가지 생태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시료인 혼합 시료를 채집한 결과라고 판단된다. 반대로, 노래기강의 개체수는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는 거미강, 지네강과 같은 포식자의 비율이 높아서 균이나 식물을 섭식하는 노래기강과 같은 피식자의 비율이 비교적 낮게 나타났을 것으로 보인다(Kim and Lee, 2012).
이번 연구는 각 토양 무척추동물이 선호하는 미소서식환경을 고려하여 연구하고자 하는 분류군이 효율적으로 채집되는 시료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시료 종류에 따른 곤충강 및 딱정벌레목 분포
시료 종류에 따라 채집된 곤충강의 개체수 평균값을 목(Order)수준에서 구한 결과, 모든 시료에서 벌목(Hymenoptera)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다(Fig. 4A). 이는 벌목 내의 개미과(Formicidae)가 개체수의 98%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개미는 대부분의 육상 환경에서 지배적인 절지 동물이고 모든 종이 사회성을 가지며 협동 채집을 하며 진화를 해왔다(Culliney, 2013). 시료의 채집이 모두 육상환경에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생각되며, 추가적으로 개미과의 특성인 군집으로 생활을 하는 습성으로 인해 가장 높은 개체수가 채집된 것으로 판단된다. 벌목을 제외하면 딱정벌레목(Coleoptera)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딱정벌레목의 전체 채집 결과로는 총 18개의 과가 채집되었다. 그 중에서 딱정벌레과(Carabidae)와 반날개과(Staphylinidae)가 가장 많은 개체수가 채집되었으며, 그 뒤로 곡식쑤시기과(Cryptophagidae), 바구미과(Curculionidae)가 많이 채집되었다 (Fig. 4B). 딱정벌레과와 반날개과는 딱정벌레목 중에서도 가장 높은 다양성을 차지하는 분류군이며, 두 개의 과 모두 포식성을 포함한 균식성, 초식성과 같이 다양한 먹이 습성을 가져 미소서식처의 먹이자원 가용성 측면에서 유리하므로 높은 개체수를 보인것으로 판단된다(Lee and Ahn, 2020;Willand et al., 2011). 다음으로 곡식쑤시기과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곡식쑤시기과는 균류를 섭식하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Bousquet, 1989). 곡식쑤시기과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아, 채집을 진행한 장소에서 균류의 비율이 높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바구미과는 딱정벌레목 중에서도 높은 다양성을 가지는 분류군이다(Ohsawa, 2010).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비교적 낮은 개체수를 보였다. 이는 바구미의 생태학적 특징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바구미는 초식성 곤충이며 기주 특이성이 강하다(Tewari et al., 2014). 하지만, 이번 연구에선 주로 낙엽층을 체털어잡기 하였으며, 방형구 내의 식물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바구미과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딱정벌레목 다양성
낙엽층과 토양시료 사이의 딱정벌레목과 다양성을 비교해 보면 낙엽층 시료에서 바구미과, 밑빠진벌레과(Nitidulidae)와 곡식쑤시기과, 고목둥근벌레과(Corylophidae)의 개체수가 더 많이 채집되었다(Fig. 4B). 낙엽층은 낙엽, 나무껍질, 버섯, 다양한 균류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균류를 먹거나 초식성인 곤충이 더 많이 채집되는 경향을 보인다. 토양 시료에서는 딱정벌 레과와 반날개과의 개체수가 더 많이 채집되었다. 토양에는 진드기, 톡토기, 흰개미 등의 비율이 높으므로 반날개과와 딱정벌레과는 토양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작은 절지동물들을 먹기 위해 낙엽층보다 토양에 더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Gullan and Cranston, 2011;Bethz et al., 2018).
시료 종류에 따른 딱정벌레목 종 다양성에 대해 분석하였다 (Fig. 5). 세 종류의 시료 중 혼합 시료 채집 결과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진 않지만, 개체 풍부도(Abundance), 종 풍부도(Species richness), 그리고 Shannon 지수가 모두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혼합 시료는 낙엽층과 토양의 두 생태학적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시료이므로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생태학적 연구를 위한 첫 단계인 다양한 분류군의 채집을 위해서는 다양한 시료를 채집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며, 생태학적 연구를 위해 체털어잡기 채집법을 사용할 때 가장 효율적인 시료는 혼합 시료로 판단된다. 더 나아가 체털어잡기 채집법 뿐만 아니라 다른 채집법도 같이 이용하여 분석한다면 생태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는 곤충 채집 방법론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기 위해 수행하였으며 종 다양성 분석에서 오차를 줄이고 더욱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미소서식처에 서식하는 토양성 절지동물을 고려하여 더욱 넓은 범위에서 채집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의 연구에서 토양의 온도, 습도, pH 등 과 같은 이화학적 정보를 확보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토양성 절지동물의 채집과 시료 종류 사이의 연구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