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외부에서 유입된 종들이 정착하는 장소다(Cadotte et al., 2017;Borden and Flory, 2021). 곤충들은 인위적인 활동에 의해 의도치 않은 장거리 확산을 겪으며, 이동과 운송의 중심지인 도시에 정착하게 된다(Bullock et al., 2018;Gippet et al., 2019). 한국의 도심은 서울을 포함하여 이미 주홍날개꽃매미(Lycorma delicauta (White)), 미국선녀벌레(Metcalfa pruinosa (Say)), 유리알락하늘소(Anoplophora glabripennis (Motschulsky)), 붉은등우단털파리(Plecia longiforceps Duda)와 같은 다양한 외래성 유입종들이 정착하여 서식하고 있다(Han et al., 2008;Kim et al., 2011;Lee et al., 2020;Kim et al., 2022b). 또한 도시는 교외지역보다 온도가 높은 열섬 현상이 나타나며 (Deilami et al., 2018), 이렇게 축적된 열은 곤충의 성장과 발생에 영향을 준다(Nguyen et al., 2018;Chick et al., 2019;Ryu and Choi, 2024). 최근 한국의 도심에서 대발생한 대벌레(Ramulus mikado (Rehn))나 매미나방(Lymantria dispar (Linnaeus))의 경우 이상기후가 원인으로 의심되고 있다(Jung et al., 2020). 그리고 이러한 도시의 열섬 현상과 이상기후는 아열대 및 열대종의 정착 가능성을 더 높여줄 수 있으며(Chen et al., 2014;Kim et al., 2022a), 아열대 지역에서 유입된 것으로 의심되는 서울 수도권의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온난화로 인해 서식지 북상까지 예상 되고 있다(Kim et al., 2022b).
중베짱이속(Tettigonia Linnaeus)은 국내에 4종이 기록되어 있다(Storozhenko et al., 2015). 중베짱이(Tettigonia ussuriana Uvarov)는 날개가 짧으며 일반적으로 중고산지의 풀밭이나 나무 위에서 발견되는 반면에 긴날개중베짱이(Tettigonia dolichoptera Mori)는 날개가 길며 일반적으로 저지대 산지 또는 물가의 풀밭이나 나무 위에서 발견된다(Kim, 2013). 섬중베짱이(Tettigonia jungi Storozhenko, Kim & Jeon)는 최근에 보고된 종으로서, 국내로는 제주도 및 여서도와 같은 일부 남부 섬에서만 발견된다(Storozhenko et al., 2015;Kim et al., 2016). 극동 긴날개중베짱이(Tettigonia uvarovi Ebner)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발견된다(Storozhenko et al., 2015;Kim, 2019). 서울에는 중베짱이와 긴날개중베짱이 2종이 보고되어 있으며(Kim and Kim, 2001;Kim, 2013) 중고산지에 주로 분포하는 중베짱이는 상당히 국지적으로 분포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하늘공원은 2002년 제17회 월드컵축구대회를 기념하며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복원하기 위해 개원한 월드컵경기장 일대 5대 공원 중 하나이며, 억새 식재지와 해바라기 식재지가 조성되어 있다. 본 연구는 월드컵공원 완공 후 1년 뒤인 2003년부터 진행된 모니터링 조사에서 하늘공원에서만 ‘중베짱이’로 동정되어 온 중베짱이류가 관찰되어 온 것과(Seoul Park Green Management Office, 2003;Seoul World Cup Park Management Office, 2004, 2006;Seoul Western Blue City Office, 2010) 하늘공원 에서 관찰되는 중베짱이류가 일반적으로 중고산지 관목에서 서식하는 한반도 내륙의 중베짱이와 다르게, 제주도의 섬중베짱 이와 같이 저지대 풀숲에 서식하는 점에 주목하였다(Fig. 1). 중베짱이와 섬중베짱이는 형태적 구분이 어려우나 미토콘드리아 CO1 유전자를 이용한 분자동정과 계통분석으로 서로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 확인되었다(Kim et al., 2016;Kim et al., 2020). 따라서 기존에 중베짱이로 기록된 하늘공원의 중베짱이류의 명확한 종을 규명하기 위해 서식 환경을 조사하고, 채집 후 형태와 분자동정을 수행하였다.
재료 및 방법
야외 조사 및 형태 조사
2013-2022년에 걸쳐 중베짱이류들의 성충시기인 6-8월에 조사하였다. 월드컵공원 전반에 걸쳐 조사하였으며 중베짱이가 서식하는 하늘공원의 경우 억새밭을 중심으로 조사하였다. 육안으로 확인한 뒤 채집하였으며 형태 동정과 분자 동정을 진행하였다.
분자 동정
2020년, 2022년에 하늘공원에서 채집된 중베짱이류의 수컷 3개체에서 genomic DNA를 DNeasy Blood and Tissue kit (Qiagen, Inc., Hilden, Germany)를 사용하여 추출하였다. 샘플이 섭취한 먹이나 장내 미생물, 절지류에서 흔하게 감염이 보고된 볼바키아에 의한 오염(Bella et al., 2010)을 피하기 위해 뒷다리에서 genomic DNA를 추출하였다. 메뚜기목에서 흔하다고 보고된 nuclear mitochondrial pseudogenes의 증폭을 피하기 위해 (Song et al., 2008), 메뚜기목에 특화되어 디자인된 프라이머를 사용하였다. COBL (forward, 5' TYTCAACAAAYCAYAAR GATATTGG 3')와 COBU (reverse, 5' TAAACTTCWGGRT GWCCAAARAATCA 3') 프라이머를 이용하여 미토콘드리아의 COI서열을 증폭하였으며, 94°C에서 1분간 반응시킨 뒤, 94°C에서 30초, 45°C에서 50초, 72°C에서 60초 반응시키고(5 cycles), 다시 94°C에서 30초, 51°C에서 40초, 72°C에서 60초 반응시킨 뒤(35 cycles), 마지막으로 72°C에서 10분간 반응시켰다(Pan et al., 2006). 증폭된 PCR 산물은 3730XL DNA Analyzer (Applied Biosystems, Foster City, CA, USA)로 시퀀싱되었다(Bionics, Seoul, Korea). 시퀀싱된 양방향의 서열 데이터는 SeqMan Pro v. 7.1.0 (DNASTAR, Madison, WI, USA)로 조립 되었으며, 각각의 조립된 COI 서열 데이터는 GenBank에 업로드되었다(Table S1).
하늘공원산 중베짱이류의 COI 서열 데이터에 NCBI와 Barcode of Life Data System (BOLD)에 업로드된 모든 중베짱이속(Tettigonia)의 COI 서열데이터를 취합하여 추가하였고, Decticus verrucivorus를 외군으로 추가하여 총 88개의 개체의 시퀀스 데이터세트를 구성하였다. 시퀀스 데이터 세트는 MAFFT ver. 7 (Katoh and Standley, 2013)에서 Auto method와 5 gap opening penalty 세팅으로 정렬하였다. 분자 동정을 위한 계통분석으로 Neighbor joining 분석을 수행하였다. MEGA X (Kumar et al., 2018)을 이용하 였으며, Kimura two-parameter (K2P)모델(Kimura, 1980)을 이용하여 5000 부트스트랩을 반복하였다.
결 과
야외 조사
월드컵공원내에서 중베짱이류들은 전부 하늘공원에서만 관찰되었으며, 형태동정 결과 섬중베짱이로 동정되었다(Fig. 1).
중베짱이속의 분자동정
Neighbor joining (NJ) 계통수에서 10종의 중베짱이속의 데이터 중 8종이 같은 종끼리 독립적인 가지나 그룹을 형성하였다 (Fig. 2). 하늘공원에서 채집된 중베짱이류 개체들은 NJ트리에서 제주도와 여서도의 섬중베짱이(T. jungi)와 같은 그룹을 형성 하였다. 극동긴날개중베짱이(T. uvarovi)로 동정된 데이터(Kim et al., 2020)의 경우 독립적인 가지를 형성하지 않고, 중베짱이 (T. ussuriana)의 클레이드에 섞여서 형성되었다. 종의 기저노드의 부트스트랩값의 경우 T. tsushimensis (100), T. viridissima (99), T. chinensis (98), 등은 매우 높은 값으로 지지되지만, T. cantans (85)나 긴날개중베짱이(T. dolichoptera) (75)의 경우 비교적 낮은 값으로 지지되었다. 그리고 섬중베짱이(T. jungi) (59)나 극동긴날개중베짱이(T. uvarovi)로 동정된 데이터가 섞여서 형성된 중베짱이(T. ussuriana) (52)의 경우 낮은 값으로 지지되었다. T. hispanica와 T. caudata는 단일 데이터라 평가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종간 부트스트랩 값은 낮지만, 예외적으로 섬중베짱이(T. jungi)와 긴날개중베짱이(T. dolichoptera)간의 노드값(96)은 높게 지지되었다.
고 찰
본 연구에서는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채집된 중베짱이류의 분자동정을 수행한 결과, 한반도 내륙에 서식하는 중베짱이(T. ussuriana)가 아닌 제주도와 여서도 등지의 남부 섬 지역에 서식하는 섬중베짱이(T. jungi)임을 확인하였다. 월드컵공원 내에서는 섬중베짱이처럼 제주도나 남부지방에 분포하는 난대성식물 15종이 함께 발견된다(Seoul Park Green Management Office, 2003). 그 중 하늘공원에서만 발견되는 야고(Aeginetia indica)는 억새에 기생하는 식물로 원래 제주도에 분포하지만, 억재 식재시 각지에서 들여온 억새와 함께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Seoul Park Green Management Office, 2003). 식재 이동에 의해 메뚜기를 포함한 곤충들의 인위적인 분산이 쉽게 일어나듯이(Ahlén, 1995;Wagner, 2004;Gippet et al., 2019), 하늘공원의 섬중베짱이도 야고와 비슷한 경로로 제주도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월드컵공원 내에서 섬중베짱이들은 다른 공원들(평화의 공원, 난지한강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에서 발견되지 않고 오직 하늘공원 내에서만 발견되며, 공원 정상부에 조성된 억새 밭에서만 관찰되었다. 이는 근연종인 긴날개중베짱이(T. dolichoptera) 와 유사하게 저지대 풀숲을 선호하는 생태적 습성(Kim, 2013;Kim et al., 2016)에 의한 것으로 추측된다. 하늘공원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된 중베짱이의 기록은(Seoul Park Green Management Office, 2003;Seoul World Cup Park Management Office, 2004, 2006;Seoul Western Blue City Office, 2010) 본 연구 결과에 따라 섬중베짱이의 오기록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하늘공원의 섬중베짱이는 공원이 조성된 직후인 2003년부터 주변 지역으로 분산하지 못하고 공원 정상부의 억새밭에만 고립되어 서식해온 것으로 추측된다. 메뚜기의 분산 능력은 환경적인 조건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도 하며(Tim and Julian, 2004), 유입된 개체군들이 소규모 집단으로 고립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Ahlén, 1995). 이번 연구에서 보고하는 유입된 섬중베짱이의 제한적인 분산 능력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하늘공원의 억새밭 주변에 조성된 경사진 사면과 덤불의 환경적 장벽의 역할, 혹은 시기별 약충의 습성과 공원내 식생의 변화 등을 고려하고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