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학적으로 딱정벌레목(Coleoptera), 바구미과(Curculionidae)에 속하는 나무좀아과(Scolytinae)는 딱정벌레류에서 종 분화가 다양하게 이뤄진 분류군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6,000여 종, 국내에는 약 160여 종이 보고되어 있으며(Pistone et al., 2018;National Institute of Biological Resources, 2019), 체형은 원통형이고 1~8 mm 정도의 체장을 가진다(Fettig and Audley, 2021).
‘Bark and ambrosia beetle’이라고 불리우는 나무좀류는 다양한 산림에서 나무를 분해하는 가장 중요한 곤충이며, 목재 내부로 파고 들어가는 습성을 보이거나 수피 바로 아래에서 미세한 흔적을 남기는 특징을 가진다. 일부 종은 살아있는 나무를 가해하지만, 대부분의 종들은 죽은 식물의 목질부를 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Pistone et al., 2018). 또한, 나무좀류들은 산림에 매우 위협적이며, 침엽수림의 수 백 제곱 킬로미터(km2) 범위를 파괴시킬 수 있다(Lee, 2016). 이와 관련하여, 최근 유럽에서는 나무좀류의 영향을 받은 대부분의 산림을 목재 생산, 경제적 가치, 생물다양성 보전 등을 위해 관리하고 있다(Hlásny et al., 2021).
최근의 국제적인 무역의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라 외래 나무좀류의 도입과 정착 비율이 범 지구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다양한 규제와 모니터링 연구활동 그리고 새로운 조기 발견을 비롯한 조사 방법의 발달을 촉진하게 된다(Marchioro et al., 2022).
국내 소나무림에서의 산림해충에 대한 모니터링은 1968년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다양한 방제와 관리 활동에 의하여 1968년 피해면적이 421,234 ha에서 2016년 36,217 ha로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되었고, 기존 50여 년동안 이러한 모니터링에 대상이 되었던 산림해충들은 주로 국내에서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였던 분류군(소나무재선충 매개충-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 솔잎혹파리, 솔껍질깍지벌레, 솔나방, 참나무시들음병 매개충-광릉긴나무좀)이었다(Choi et al., 2019).
현재 북한은 산림병해충 피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으며, 특히 생물학적 방제와 천적을 이용한 방제 방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Choi, 2018), 최근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주로 한반도 남부에서 발생하던 산림해충(솔잎혹 파리, 잣나무잎벌)의 피해가 북녘까지 북상한다는 언론이 보도 된 바 있다(Park, 2020). 이에 따라 남북한 산림병 해충에 대한 선제적 연구를 추진하기 위하여 지난 2022년 4월 26일 ‘철원 남북산림협력센터(산림청)’가 개소한 바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남북한 접경지 내 산림에 발생하는 나무 좀류의 연중 시기별 발생 종 다양성, 밀도, 유인제 효과 등을 면 밀하게 조사하여 나무좀류 뿐만 아니라, 향후 남북한 접경지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산림해충 조사 및 방제를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자 추진하였다.
재료 및 방법
조사지 현황
본 연구는 남북 접경지역 중 강원도 북부 지역으로 한정하였으며 총 3지역을 대상으로 중부 1개소, 동부 2개소(영서, 영동)로 구분하였다(Fig. 1). 구체적인 조사지별 위치 정보는 Table 1과 같다.
중부지역인 철원군(CW) 조사지역은 주로 소나무과(Pinaceae)의 소나무(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 잣나무(P. koraiensis Siebold & Zucc.), 참나무과(Fagaceae)의 갈참나무(Quercus aliena Blume)가 우점하는 혼합림, 영서지역인 양구군 (YG) 조사지역에는 소나무과(Pinaceae)의 소나무(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 일본잎갈나무((Larix kaempferi (Lamb.) Carrière)), 참나무과(Fagaceae)의 갈참나무(Quercus aliena Blume)가 우점하는 혼합림 그리고 영동지역인 고성군(GS) 조사지역에는 소나무과(Pinaceae)의 소나무(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가 우점하는 침엽수림으로 확인하였다.
조사 대상 분류군
대표적인 산림 내 천공성 해충 분류군인 딱정벌레목(Coleoptera) 바구미과(Curculionidae)에 속하는 나무좀아과(Scolytinae)에 속하는 종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곤충 트랩 및 유인제
본 연구를 위해 많은 연구에서 천공성 딱정벌레류를 포함한 산림해충 조사를 위해 활용되는 린드그렌 퍼넬 트랩(Lindgren funnel trap, LFT, P1130-12hole, Costa Rica)을 활용하였으며 각 조사지에 총 8개씩 설치하였다.
다양한 유인제별 조사 대상 분류군의 유인 효과를 분석하기 위하여 천공성 산림해충의 모니터링 연구를 위해 주로 활용되고 있는 총 4가지 종류인 Ipsenol (C10H18O), Ipsedienol (C10H16O), α-pinene (1S)-(-)-alpha-pinene), Monochamol (C13H28O2), 각 40mg, EcoPlan)의 유인제를 린드그렌 퍼넬 트랩에 활용하였으며(Ranger et al., 2011;Allison et al., 2012;Thurston et al., 2022), 각 조사지 내 린드그렌 퍼넬 트랩을 2개씩 설치하여 2반복(4가지 유인제×2개 트랩 = 총 8개 트랩)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또한 설치한 유인제의 주변으로의 확산을 도모하기 위하여 트랩 하단부에는 에탄올(99.5%)을 코니컬 튜브(Conical tube, 50 ml)에 넣고 뚜껑을 개방하여 설치하였다. 각 트랩의 수거통에는 에탄올(Ethanol, 99.5%)과 프로파일렌 글라이콜(Propylene glycol, C3H8O2)을 1:1로 희석하여 수거된 샘플을 양호한 상태로 보관, 수거하였다.
조사 기간
2023년 5월 11일~12일에 각 조사지(철원, 양구, 고성) 내 곤충 트랩을 설치하였으며(Table 2, Fig. 2), 10월 12일까지 5개월 동안 보름(15±2일) 간격으로 총 11회에 걸쳐 샘플을 수거하였다(Table 3).
결 과
철원, 양구, 고성 조사지에서 총 26속 45종 7,743개체를 확보 하였다. 지역별로 확보한 나무좀류의 종수와 개체수를 분석해 본 결과, 양구에서 가장 다양하고 많은 총 36종 2,840개체, 다음으로 철원에서 총 28종 2,637개체, 고성에서 총 23종 2,266개체를 확보하였다(Table 4, Fig. 3). 이는 각 조사지 내 나무좀류들이 기주식물로 삼을 수 있는 수종들의 다양성과 관련이 있어서 양구지역에 가장 다양한 식물 종들이 분포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 확보한 총 45종의 약 33%인 15종(암브로시 아나무좀, 왕녹나무좀, 오리나무좀, 팥배나무좀, 떡갈나무질나무좀, 단풍나무좀, 청량리나무좀, 목련나무좀, 여름나무좀, 감나무좀, 뽕나무좀, 작은골잔뿔나무좀, 솔여섯가시나무좀, 소나무좀, 가문비왕나무좀)은 3개 조사지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Fig. 4).
세 조사지의 종을 분석한 결과, 5종(활엽수작은나무질나무 좀 72개체, 가는털작은나무좀 5개체, Polygraphus sp. 2개체, 페일나무좀 1개체, 북방가문비애나무좀 1개체)은 철원 조사지에서만 확인되었고, 10종(날개홈줄나무좀 4개체, 민볼기잔뿔나무좀 2개체, 꽁지네뿔나무좀 2개체, 비늘털뽕나무애나무좀 2개체, 반날개나무좀 1개체, 동백나무좀 1개체, 느릅큰검은나무좀 1개체, Cryphalus sp. 1개체, 칡나무좀 1개체, 검줄나무좀 1개체)은 양구 조사지에서만 확인되었으며, 3종(소나무뿔나무좀 3개체, Hypothenemus sp. 2 1개체, 가문비왕나무좀 1개체) 은 고성 조사지에서만 확인되었다(Table 4, 5).
전체 11회 조사 기간 중, 1차 기간(2023.5.11.~26.) 중에 모 든 조사지에서 가장 다양하고 많은 종과 개체가 확인되었다(철원 18종 985개체, 양구 27종 1631개체, 고성 18종 1281개체). 이후 2차 조사 기간(2023.5.27.~6.9.)에 종수와 개체수가 급감하였다가 3차 조사 기간(2023.6.10.~6.27.)에 다소 증가하였지만 4차 조사 기간 이후로 종수와 개체수가 다시 급감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인한 종 중, 4종(오리나무좀, 붉은목나무좀, 여름나무좀, 암브로시아나무좀)은 조사 기간(2023년 5월 11일~10월 12일) 중에 지속적으로 확인되었다(Fig. 5).
철원에서는 암브로시아나무좀, 왕녹나무좀, 오리나무좀, 양구에서는 암브로시아나무좀, 왕녹나무좀, 팥배나무좀, 오리나무좀, 가문비왕나무좀, 고성에서는 암브로시아나무좀, 왕녹나무좀이 우점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세 조사지에서 공통적으로 암브로시아나무좀과 왕녹나무좀이 가장 많은 개체가 확인 되었으며(Table 5), 특히 양구지역에서는 팥배나무좀이 철원에서 확인한 개체수보다 약 23배, 고성에서 확인한 개체수보다 약 14배 많은 개체가 확인되었고, 가문비왕나무좀은 철원에서 확인한 개체수보다 약 6배 많이 확인되었다(Fig. 6). 암브로시 아나무좀은 1차 기간(2023.5.11.~26.)에 가장 많은 개체수가 확인되었으며, 다른나무좀과는 다르게 5월부터 10월까지인 전체 조사기간 중에 확인이 가능하였다. 암브로시아나무좀의 경우 참나무시들음병 병원균인 Raffeaelea속의 균과 공생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녹나무좀의 경우 6월~7월의 경우 가장 많은 개체수를 확인하였으며, 여름기간에 활동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철원 조사지역에서는 Ipsenol와 Ipsedienol로 가장 다양한 21종을 확인하였고, Monochamol로 752개체의 가장 많은 개체를 확인하였다. 양구 조사지역에서는 Monochamol로 24종의 가장 다양한 종을 확인하였고 Ipsedienol로 863개체를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고성 조사지역에서는 Alpha-pinene으로 24종, Ipsenol로 639개체를 확인하였다. 유인제 종류별로는 Ipsenol로 18±3.8종, 600±47.0개체, Ipsedienol로 19±4.1종, 692±148.3 개체, Alpha-pinene으로 20±5.1종, 564±59.2개체, Monochamol 으로 19±5.6종, 668±131.9개체로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4가지 유인제간 유인하는 종수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개체수는 Ipsedienol에서 다른 유인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차이를 보였다(Fig. 7).
고 찰
국제적 무역 교류의 증가는 침입외래종(invasive alien species)의 빠른 침입을 도모할 수 있으며 자연 서식처의 파괴와 함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Kim et al., 2022). 침입외래종들은 전형적으로 ‘넓은 지역에 서식한다는 점, 높은 산란력을 가진다는 점, 짧은 생활환을 가진다는 점, 빠른 발육을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Zhao et al., 2023). 우리나라의 경우, Hong et al. (2012)은 1996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나라에 총 171 종의 외래종을 보고하였으며, Kang et al. (2023)은 2018년부터 2019년 우리나라에 입항한 총 416척의 선박에서 총 1,141개체를 확인하여 12목 81과 439종을 확인하였는데, 이 중 54종은 국내 분포하지 않는 종으로 동정한 바 있다.
현재 북한 산림에서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산림해충의 피해가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근거자료를 확인할 수 없지만 국내로 유입되고 확산되었던 대표적인 산림 외래해충(솔잎혹파리, 소나무재선충병, 솔껍질깍지벌레, 미국흰불나방)의 분산 경향을 고려해 보았을 때(Choi and Park, 2012), 우리가 정확하게 파악 할 수 없는 산림해충까지 포함한다면 이들에 의한 산림 내 피해가 매우 클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북한에서는 온난화과 같은 기후변화로 주로 한반도 남부에서 발생하던 피해가 북한까지 확대되어 이들의 이동 제한과 천적 활용 등에 대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Park, 2020), 주민들을 동원하여 송충, 잣나무 잎벌 등에 대한 예찰과 구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An, 2023).
최근 산림곤충, 특히 나무좀류(bark beetles) 밀도의 동태에 대한 연구들은 넓은 면적, 시간적 차이, 기주식물 풍부도, 기주 식물 연결성 그리고 비생물적 환경요인 등과 같이 상대적으로 쉽게 측정할 수 있는 변수에 집중을 하고 있으며, 특히 나무좀류들은 기후변화에 따라 건강이 취약해진 기주식물의 영향으로 대발생의 심각성과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iedermann et al., 2019).
본 연구를 통해 남북 접경지인 강원도 북부지역 중 3개소(철원, 양구, 고성)에서의 대표적인 산림해충 분류군인 나무좀류에 대한 조사하여 총 45종 7,743개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중 약 33%인 15종(뽕나무좀, 왕녹나무좀, 떡걸나무질나무좀, 작은골잔뿔나무좀, 청량리나무좀, 목련나무좀, 가문비왕나무좀, 감나무좀, 솔여섯가시나무좀, 단풍나무좀, 소나무좀, 암브로시 아나무좀, 여름나무좀, 팥배나무좀, 오리나무좀)이 모든 조사 지에서 확인되어 매우 넓은 분포범위를 가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 중 암브로시아나무좀과 왕녹나무좀이 모든 조사지에서의 우점종으로 확인되었는데, 본 종들은 활엽수, 침엽수 등 매우 넓은 기주식물 범위를 가지는 종들이고 우점종이므로 산림 내 경제적 피해 수준과 밀도 변동 양상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또한, 확인한 종 중, 4종(오리나무좀, 붉은목나무좀, 여름나무좀, 암브로시아나무좀)은 조사기간 중 지속적으로 확인되어 장기적인 조사를 통해 밀도가 가장 높은 시기를 파악, 방제가 요구되는 종들이다.
우점종으로 확인된 종 중, 왕녹나무좀은 아시아 국가를 원산으로 하고 국내에서도 강원,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매우 넓게 분포하고 있다. 특히 1999년 미국 미시시피(Mississippi)에서 처음으로 확인되어 현재 미국 남부와 동부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PennState Extension, 2022). 암브로시아나무좀은 유라시 아(Eurasia)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대표 종으로 Raffeaelea sulphurea Batra 곰팡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Diehl et al., 2022), 특히, 호주, 북미, 남미에는 약 200여년전에 유입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Gomez et al., 2013).
4가지 유인제에 유인되는 나무좀류의 종과 개체수 차이를 분석한 결과, 조사지역(철원, 양구, 고성) 별로 차이를 보였지만 유인제간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Ipsedienol이 다른 유인제(Monochamol, Ipsenol)보다 나무좀류에 대한 유인 효과가 좋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내용은 2023년 약 5개월 동안의 다소 짧은 기간의 연구 결과이지만, 각 조사지에서 발생하는 나무좀류의 발생 종의 파악, 시기별 밀도 변동 양상, 4가지 유인제별 효과 등을 분석한 기초 자료이므로 향후 장기적이고 면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남북 접경지에서 돌발적으로 피해를 야기하면서 북한의 산림지역으로 분포 확대를 할 수 있는 종들에 대한 방제 방안과 정책 수립 근거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