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지리적 분포 범위의 패턴을 식별하고 설명하려는 시도는 거시생태학(Macroecology)의 한 핵심 분야이다(Brown and Maurer, 1989;Brown, 1995). 분포 패턴과 풍부도에 관한 연구는 수많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았으며, 면적⋅위도⋅고도에 따른 생물 다양성 패턴에 관한 연구는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왔다 (Willdenow, 1805;Darwin, 1859;Wallace, 1876;Whittaker, 1960;Brown, 1971;Sánchez-Rodríguez and Baz, 1995;Blackburn and Gaston, 1996;Rahbek, 1995, 1997;Whittaker et al., 2001;Sanders et al., 2007;Kwon, 2014).
식물(Stevens, 1992), 척추동물(Terborgh, 1977;Stevens, 1992), 곤충(Wolda, 1987;McCoy, 1990;Stevens, 1992;Sanders et al., 2007)의 경우, 고도가 증가함에 따라 종 풍부도의 단조적 감소(monotonic decrease)는 온대 및 열대 지역 모두에서 기록되었다. 이러한 고도생물학은 고위도에 적응하고 있는 생물 종은 내성한계가 넓기 때문에 분포 범위가 넓어서 위도와 생물 서식 분포 범위는 정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라포포트 (Rapoport’s rule)의 법칙에서 출발하고 있다(Rapoport, 1982;Stevens, 1989;Bachman et al., 2004). 즉 위도 효과를 고도 구배 효과로 대체함으로써 생물종의 고도상 분포 범위는 고도 증가 (즉 높은 고도 적응종)에 따라 증가한다고 정리하였다(Stevens, 1992, 1996;Brown et al., 1996). 또한 고도에 따른 생물 종 수 (즉 종 풍부도)의 분포는 저고도에서 높다가 높은 고도로 갈수록 점차 감소하는 단조적 감소뿐만 아니라, 고도가 증가함에 따라 처음 증가하다가 최고(peak)점을 형성하면서 다시 감소하는 고봉형(hump-shaped) 양상이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Janzen, 1973;Brown, 1988;McCoy, 1990;Stevens, 1992;Olson, 1994;Yu, 1994;Lieberman et al., 1996;Lees et al., 1999). Rahbek (1995)은 단조적 감소 양상이 고봉형보다 덜 일반적이라고 하였다.
Colwell and Hurtt (1994)는 Rapoport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종 풍부도에 대한 1차원 확률론적 모델을 개발하고, 한 영역 내의 종 풍부도 양상이 영역 중심에서 가장자리를 향해 대칭적으로 감소하는 혹 모양의 곡선을 생성한다는 것을 발견(즉 고봉형)했다. 중간영역 효과는 고도 구배의 중간영역에서 생물종 서식 범위의 높은 중복으로 인하여 종 풍부성이 최대로 되는 것을 말한다(Colwell and Lees, 2000). 이는 높은 고도 적응종은 넓은 수직 분포 범위를 갖고 있고 낮은 고도 적응종은 좁은 분포 범위를 갖고 있어서 중위고도 또는 중저고도에서 서식 범위의 중첩이 일어나 종 풍부성이 최대로 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유사하게 인접하는 생물군집 간의 이행부인 추이대에서 생물종들의 서식 범위가 중복되므로 산지 생태계의 경우 중저고도에서 고봉형이 나타나는 추이대 효과(ecotone effect) (Lomolino, 2001), 섬과 같이 고립된 생태계에서 종 풍부도는 주변에서 이입하는 종들로 계속 복구됨으로써 그 종수가 유지된다는 복구 효과(rescue effect, 구조 효과)(Brown and Kodric-Brown, 1977)가 있다.
산지 곤충군집 연구에서 낮은 고도에서 종 풍부도의 최고치를 보이거나(Wolda, 1987;Fernandes and Price, 1988;McCoy, 1990;Stevens, 1992;Olson, 1994;Kwon, 2014), 중위 고도에서 최고치를 보이는 가설(Janzen, 1973;McCoy, 1990;Dennis, 1993;Olson, 1994;Sánchez-Rodríguez and Baz, 1995;Fleishman et al., 1998;Jeong et al., 2010)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연구들이 발견된다. 곤충 중에서 종 풍부도의 중간 고도 최고점은 초식성 분류군에서 특히 흔하며(McCoy, 1990), 이 양상은 기후변화 (낮은 온도와 습도, 강한 바람), 식생 구조 및 수목 한계선 위의 낮은 식물 다양성에 해당하는 급격한 생태학적 한계점의 존재와 관련이 있다.
제주도는 아열대에서 아한대까지 뚜렷한 수직적 기후분포를 보이므로 고도 구배에 따른 생물 다양성 패턴 연구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해발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과 수온 등이 더 낮아지므로 제주도의 북방산개구리 배 발생이 늦어지는 것을 확인하였고(Koo et al., 2015), 한라산에서는 해발고도가 증가함에 따라 제주조릿대 밀도는 높아지는 반면 잎의 크기는 작아지는 경향을 보고하였다(Lee et al., 2019). 또한 제주도 수서곤충 연구(Jeong et al., 2010)에서는 평균 서식고도가 높을수록 분포 범위가 증가하는 Rapport의 법칙을 따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산지생물지리학 연구의 최적지인 제주도에서의 생물 수직 분포에 대한 이론적인 해석 연구는 많이 진행되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는 해안에서부터 한라산에 이르는 고도 변화에 따라 제주도 나비 종 풍부도의 특성을 확인하고, 기존의 가설을 적용하여 어떠한 다양성 패턴을 따르는지 검정하기 위해 수행 되었다.
재료 및 방법
조사 장소
본 연구의 조사지역은 제주도 해안에서 한라산 장구목까지 나비의 출현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름, 곶자왈, 마을 목장, 숲길 등을 선정하여 실시하였다(Appendix 1). 조사지의 식생 분포와 경관을 고려하여 각 조사구간의 길이는 평균 1.67 km (1.20~3.50 km)로 정하였다. 해발고도별로 0~200m 구간 6곳, 200~450m 구간 6곳, 450~750m 구간 6곳, 750~1,100m 구간 2 곳 총 20곳과 한라산 영실-윗세오름-장구목 및 만세동산-윗세오름 탐방로의 3곳을 포함하여 총 23곳을 정하였다(Fig. 1, Table 1).
조사 기간 및 방법
조사 기간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하였으며, 매해 4~10월까지 월 3회씩 총 21회 실시하였다. 조사 방법은 짧은 시간 안에 대상 지역의 나비를 조사할 수 있는 선조사법을 이용하였으며(Pollard and Yates, 1993), 오전 8~15시까지 기상 상태가 좋은 날을 택하여 10m 폭 이내에 들어오는 나비 종의 개체 수를 기록하였다. 육안으로 동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사진 촬영 및 포충망으로 채집하여 종을 동정한 후 방사하였다. 이하 분석 을 위하여 어떤 나비종이 발견된 지점의 고도를 그 종의 출현 고도로 간주하였다.
고도에 따른 종 풍부도 변화 분석
고도에 따른 출현 종 수의 변화를 판단하기 위하여 비선형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즉, 각 조사지의 고도와 그 조사지에서 발견된 총 종수를 한 쌍으로 서로 대응하는 변량을 구성하였다. 각 조사지의 고도는 조사 시작점과 종점의 평균 지점으로 정하였다. 동시에 조사지 길이에 따라 출현 종수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길이 효과를 제거하여 고도와 출현 종수와의 관계도 분석하였다. 즉 식 (1)과 같이 고도별 총 출현 종수 자료를 표준화시켰다.
여기서, Si는 i번째 나비 조사지에 출현하는 총 종수, Ai 는 i번 째 나비 조사지의 길이를 의미한다. 이렇게 변환된 출현 종수를 종속변량으로 취하고, 대응하는 고도를 독립변량으로 하여 아래 비선형모형식 식 (2)를 적용했다.
여기서, f(x) = 고도 x에서 출현 종수, ɑ = 출현 종수의 최대값 (즉, 고도 b에서의 출현 종수), b = 최대 출현 종수를 보이는 고도, k = 매개변수를 나타낸다. 식 (2)는 독립변량 값이 증가함에 따라 처음에는 종속변량 값이 증가하여 최고점에 도달하고 그 후에는 감소하는 비선형 곡선을 나타내는 수식이다. 이 식은 고도에 따른 곤충 출현 종수 변화를 검토하기 위하여 적용된 바 있다(Jeong et al., 2010). 매개변수 추정은 TableCurve 2D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Jandel Scientific, 1996).
고도별 수직 분포 범위 분석
출현한 나비 종(Appendix 1)에 대해 고도별 수직 분포 범위를 비교 분석하였다. 즉 나비 출현 고도의 중앙값을 평균 서식 고도로 간주하였으며, 이 값을 중심으로 발견된 최대고도와 최소고도의 차이를 수직 분포 범위로 취급하였다.
나비 종의 수직 분포 범위를 비교하기 위하여 식 (2)에서 추정한 최대 출현 종수를 보이는 고도(매개변수 b)에서 표준오차 범위 이상의 평균 서식고도를 갖는 종을 상위고도 영역 종, 표준오차 범위 이하 고도에 속한 종을 하위고도 영역 종으로 구분 하였다. 각 해당 영역에 속한 종의 수직 분포 범위 크기의 통계적 차이 유무를 t-검정을 이용해 분석하였다(SAS Institute, 2019). 단, 바람이나 일시적 이동 등 우발적 요인이 수직 분포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각 종별 개체수 출현 비율이 0.3% 이하 출현 지점은 제외(Appendix 1)하였다. 추가로 고도에 따른 과(Family)별 출현 양상의 차이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하여 호랑나비과(Papilionidae), 흰나비과(Pieridae), 부전나비과(Lycaenidae), 네발나비과(Nymphalidae), 팔랑나비과(Hesperiidae)의 평균 서식 고도와 수직 분포 범위를 분산분석을 통하여 비교하였다(SAS Institute, 2019).
결 과
고도에 따른 풍부도 패턴
조사 기간 중 조사지점에서 확인된 제주도 나비류의 출현 종 수는 총 5과 65종이었다(Appendix 1). 고도와 출현 종수의 관계는 Fig. 2A와 같이 저고도보다 높은 고도 부근에서 최고 종 수를 보이는 고봉형 양상(hump-shaped pattern)을 나타냈다. 출현 종수를 조사 길이 대비 표준화한 결과도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Fig. 2B). 즉 해안에서부터 서서히 출현 종수가 증가하다가 최고 종수를 보이는 고도를 지나면서 급격히 감소하였으며, 길이 효과를 제거한 경우가 보다 더 두드러진 고봉 형태를 보였다. 모든 분류군을 포함하여 분석한 결과, 고도에 따른 종수 변화는 식 (2)에 유의하게 잘 적합 되었으며(F = 4.88; df = 2, 20; P = 0.019; R2 = 0.33), 최대 종수가 출현하는 고도(길이 보정 기준 Fig. 2A)는 478.30 ± 131.55 m(즉, 매개변수 b ± SE)로 추정 되었다(기타 매개변수 추정값 Fig. 2A 참조). 조사 길이로 종수를 보정한 경우에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F = 5.96; df = 2, 20; P = 0.009; R2 = 0.37)(매개변수 추정값 Fig. 2B 참조).
고도에 따른 출현 종의 분포 범위
본 조사에서 출현한 나비 종을 과별로 나누어 고도에 따른 서식고도(즉 수직 분포의 중위값)와 수직 분포 범위의 차이를 비교한 결과 분류군별 유의성은 없었다(Fig. 3): 서식고도(F = 1.73; df = 4, 59; P = 0.16) 및 수직 분포 범위(F = 1.29; df = 4, 55; P = 0.28). 다만, 각 과별 평균 서식고도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반면에 고도별 수직 분포 범위에서는 다소 변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즉, 호랑나비과는 고고도에 분포하고, 흰나비과는 중간 고도에서 고고도까지 분포하며, 부전나비과와 팔랑나비과는 중간 고도, 네발나비과는 저고도에서 고고도까지 고른 분포를 보였다.
고도에 따른 나비류의 분포 범위는 Fig. 4와 같이 다양한 분포 범위를 나타냈다. 평균 서식고도를 기준으로 상위고도에 속한 종과 하위고도에 속한 종을 분류한 결과는 Table 2와 같았다 (상위영역 종 16종, 하위영역 종 11종). 먹부전나비, 남방오색 나비, 청띠제비나비 등은 하위고도 영역 즉 347 m (표준오차 하한선) 이하에서만 분포 범위를 보였고, 산꼬마부전나비, 가락 지나비, 눈많은그늘나비, 산굴뚝나비, 참산뱀눈나비는 상위고도 영역 즉 610 m (표준오차 상한선) 이상에서만 분포하였다 (Table 2). 상위고도 영역에서 발견된 전체 종은 평균 646 m의 분포 범위를 가졌고, 하위고도 영역 종으로 분류된 나비 종의 경우 평균 496m의 분포 범위를 가져 상위영역 종의 분포 범위가 다소 넓었으나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하지 않았다(Fig. 5, df = 22; t = 0.86; P = 0.4013). 그러나 분포 범위가 좁은 고산 특이종 8종(Table 2: 산꼬마부전나비, 꽃팔랑나비, 가락지나비, 눈많은그늘나비, 도시처녀나비, 산굴뚝나비, 조흰뱀눈나비, 참산뱀 눈나비)을 제외하는 경우 상위고도 종의 분포 범위는 646 m에 서 973 m로 증가하였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넓은 분포 범위를 보였다(df = 16; t = 2.91; P = 0.0102).
고 찰
나비 종은 현장에서 관찰 및 표본조사가 상대적으로 쉽고 (Nowicki et al., 2008;Pe’er and Settele, 2008), 생태학적 구배 연구(Blair, 1999;Fleishman et al., 2000;Choi and An, 2010;An and Choi, 2012;Kim et al., 2014b)와 보존 및 지구환경 변화연구(Samways, 1989;Parmesan et al., 1999;Thomas et al., 2004;Koh and Sodhi, 2005;Thomas, 2005;Parmesan, 2006;Kim et al., 2014a, 2015;Maicher et al., 2019)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한 생물지표로 폭넓게 사용된다는 점에서 전 세계 생물 보존의 핵심 역할을 한다. 최근 수년 동안 곤충, 특히 나비목의 고도 분포 패턴에 대한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Sánchez-Rodríguez and Baz, 1995;Fagua, 1999;Pyrcz and Wojtusiak, 2002;Brehm et al, 2003, 2005;Choi, 2004;Pyrcz et al., 2009;Maicher et al., 2019;Lee et al., 2020). 고도 구배에 따른 나비 종 풍부도 연구에서 고도가 증가함에 따라 풍부도가 감소하거나(Sánchez- Rodríguez and Baz, 1995;Fleishman et al., 2000) 증가(Pyrcaz et al., 2009), 또는 고도와 주변 온도와의 상관관계(Brehm et al., 2003) 등 다양한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리산 국립공원의 4개 경로에서 고도에 따른 나비류 다양성과 분포 조사가 이루어져 낮은 고도에 비해 높은 고도에서 서식지 범위가 좁은 종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고 보고하였다(Lee et al., 2020).
본 조사는 고도 변화에 따른 제주도 나비 종 풍부도의 패턴을 이해하고자 실시하였다. 전체 출현 종수와 고도와의 관계에서는 단조적 감소 형태가 아닌 저고도에 고봉형을 나타냈고(Fig. 2A, B), 식 (2)에 의해 최대 종수가 출현하는 고도는 478.3 m로 추정되었다. 제주도에서 고도에 따른 이러한 고봉형 양상은 습지 수서곤충에서 나타난 바 있다(Jeong et al., 2010). 고봉형 분포양상은 서론에서 기술했듯이 ‘중간영역 효과(mid-domain effect: Colwell and Lees, 2000)’ 또는 ‘추이대 효과(ecotone effect: Lomolino, 2001)’와 ‘복구효과(rescue effect: Brown and Kodric-Brown, 1977)’ 등의 가설에 기반하고 있다. 본 분석에서 나비 종의 고봉형 분포는 중저고도에서 분포 범위의 중복을 강조하고 있는 중간영역 효과보다는 추이대 효과의 영향이 더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즉 Fig. 2에서 보듯이 고봉(Peak) 부근 고도에 분포하는 종의 수는 상위영역 종으로 구분된 종들(즉 평균 서식고도 610 m 이상)의 분포 범위 확대로 중복되어 결정되기보다는, 평균 서식고도 자체가 고봉 부근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서식처의 인접으로 인한 추이 대 효과가 고봉 부근에서 강하다는 것을 나타내며, 높은 고도에서는 복구되는 종이 부족하여 출현 종수가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고도 구배에 따른 개미 종 풍부성(Kwon, 2014)에서 온난 적응종이 우세하면 고도를 따라 종 풍부도의 단조적 감소가 기대 되고, 저온 적응종이 우세한 경우는 단조적 증가가 발생하며, 두 종 그룹이 균형을 이루면 고봉형이 나타나 온도에 따른 진화 과정이 종 풍부성의 지역적 양상에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마찬가지로 온도 적응성과 관련하여 한라산 나비의 고도별 분포의 경우도 색다른 형태의 양상을 보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본 연구에는 저온 적응종으로 취급되는 고산 지역 분포 특이 종의 나비(Table 2)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고산종의 분포가 1,500 m 지점을 경과하면서 추가되기 때문에 감소하던 종 수가 다시 증가하는 현상이 발견된다(Fig. 2). 본 연구에서는 단봉형 모델을 적용하여 상위고도에서의 피크를 무시하였으나 쌍봉형 (bimodal form)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라산 나비 군집 연구 에서 고산종은 1,500 m 이상인 아고산 초지대에 집중분포하며, 해발 1,665~1,700 m에서 가장 많은 종수가 출현했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Kim et al., 2014b). 한편, Lee et al. (2020)은 지리산에서 고도별 쌍봉형 형태의 나비 종의 분포를 보고하였다. 앞으로 쌍봉형의 관점에서 한라산 아고산대 나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인다.
본 연구에서 고도를 반영한 라포포트 법칙의 기본 개념인 상위고도 종의 수직 분포 범위가 하위고도 종보다 넓다는 가설에 대하여 상위 분포종 전체가 포함된 경우 통계적 유의성이 미약 하였다. 그러나 한라산 상부에만 발견되는 수직 분포 범위가 좁은(< 500 m) 고산 특이종 8종(Table 2)을 제외하였을 경우 상위 고도 분포종의 수직 분포 범위가 하위고도 분포종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넓은 결과를 보여 라포포트 법칙에 부합하였다.
한라산 고산 초지대에 분포하는 나비들은 점차 고지대로 이동하고 있고(Kim et al., 2014a, b), 지구온난화로 제주조릿대 (Sasa borealis) 분포 범위가 확대되면서 나비의 먹이식물 및 흡밀식물의 서식지가 감소되는(Choi and Kim, 2012) 등 상위고도 영역 분포 종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이들 종에게 있어 아고산대 초지대는 기후변화와 제주조릿대 확산에 직면하여 더 작아지고, 더 고립될 수 있는 “섬”과 같은 서식지라 할 수 있다. 반면 하위고도 영역 분포종인 남방계 나비(S, Table 2)는 북위도 또는 고고도 영역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Vanhanen et al., 2007;Kwon et al., 2010;Lee et al., 2020). 한국의 미래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 분포의 영향으로 남방계 나비의 서식지 확장 또는 감소(Seo et al., 2017)와 초원성 나비 풍부도 감소를 예측(Kwon et al., 2010)하고 있어, 본 조사의 하위고도 및 상위고도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방계 나비와 초원성 나비(Table 2) 분포 범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온도 상승은 나비의 변태 및 여러 생리적 활동(예: 알 낳기, 애벌레 및 번데기 발달, 생존율)에 영향을 미친다(Davis et al., 2005). 마찬가지로 강수량 증가는 기주 식물의 페놀로지를 조절함으로써 유충, 번데기 및 성충의 성장과 생존을 변화시킨다 (Srygley et al., 2010). 나비 종을 이용한 생물지리학 이론의 실증적 검증과 기후 요인을 반영한 분석은 제주도의 나비 종 분포 패턴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문제에 직면한 생물종 다양성 보존 전략을 설명하는데 큰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고도 구배에 따른 나비 종 풍부성에 미치는 온도 및 강수량과 같은 기후 요인과의 영향을 정량적으로 다루지는 못하였지만, 미래 제주도 나비 종 풍부도 패턴은 기후변화와 서식지 다양성 변화에 의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