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외 녹지 환경에서 볼 수 있는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는 매우 흔한 종이지만, 해외에서는 Asian tiger mosquito로 불리며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100가지 침입종 가운 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Cuthbert et al., 2022). 한국에서는 모 기에 의해 매개되는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황열, 치쿤쿠 니야열, 지카바이러스, 웨스트나일열 등을 법정감염병으로 지 정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각각의 질병들은 서로 다른 매개체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흰줄숲 모기에 의한 질병 전파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해외에서는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의 주요 매개체로 알려져 있고, 황열과 치쿤쿠니아열 등을 모두 매개할 수 있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Benedict et al., 2007;Kraemer et al., 2015). 특히 흰줄숲 모기는 도시-녹지 경계면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발생 가능하며 다른 숲모기에 비해 도시 환경에 적응한 모기로(Li et al., 2014;Santos et al., 2018), 주로 나무 구멍, 폐용기, 화분, 양동이, 인공 용기, 폐타이어 등의 고인 물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orsfall, 1955).
최근 한국의 도심에서는 대벌레, 매미나방 등 곤충의 대발생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기후변화와 이상기후에 의한 것 일 가능성이 있다(Jung et al., 2020). 도심 지역은 일반적으로 교외 지역보다 높은 온도를 나타내며, 인공열의 증가와 에너지 균형의 변화에 의해 도시열섬 현상이 나타난다(Oke, 1979;Ackerman, 1985). 이러한 도시열섬 현상에 의해 축적된 열은 변온성 동물인 곤충의 생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며(Briere et al., 1999), 이로 인해 곤충의 발생량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Meineke et al., 2013), 도심 지역의 모기 부화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도시화가 점차 진행되면서 지구 온난화와 결합됨에 따라 도시열섬 현상은 점차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며(Kalnay and Cai, 2003), 이에 따른 모기 발생량 또한 증가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기초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한국의 모기 가운데 흰줄숲모기의 경우 전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감염병들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인구 밀집 지역과 교외 지역까지 아울러 발생하는 모기로, 해외에서 감염 병이 유입될 경우 빠르게 감염병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각종 감염병과 질병 매개 곤충이 확산되고 있는 현 시 점에서 매개체의 생태적 특성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필수적일 것으로 판단되며, 본 연구는 흰줄숲모기 방제 또는 감염병 확산 에 대비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료 및 방법
기후 분석
실험의 온도 조건을 설정하기 위해 한국의 기상청 자동관측 장비(Automatic Weather System, AWS)에 의해 관측된 기후 자료를 바탕으로 도심과 교외지역의 기온, 일교차 등을 분석하 여 열섬강도가 강하게 나타나는 도심 1개 지점과 열섬현상이 거의 없는 교외 1개 지점을 선정하였다. 지점 선정을 위한 시기 는 흰줄숲모기의 부화율이 가장 높은 시기를 고려하여 결정하 였다. 2020년 질병관리청에서 수행된 조사에 따르면(Seo et al., 2021), 8월 첫째 주에 흰줄숲모기의 채집량이 가장 많았으며, 이는 모기의 생활사를 고려할 때 7월 중순경이 가장 부화율이 높은 시기일 것으로 예상되므로, 본 연구의 지점 선정 시기는 7 월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서울시 AWS 25개 지점의 2020년 7월의 실제 기후데이터를 분석하여 00시부터 23시까지의 각각 시간별 평균 온도와 평균 습도를 구하였다. 총 25개의 AWS 지 점 가운데 관측소 고도가 높은 10개 지점(구로, 강북, 남현, 영 등포, 현충원, 중구, 성북, 서대문, 마포, 관악)은 선정에서 제외 하였으며, 일 최고기온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지점 가운데 열섬 현상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성동구와 열섬 현상이 가장 약하 게 나타나는 노원구를 선정하였다. 선정된 두 지역의 24시간 동 안의 시간별 온도와 습도를 기준으로 7개의 사이 구간을 설정 하였으며, 이러한 조건을 바탕으로 총 9개의 열섬 조건에서 흰 줄숲모기의 부화율을 관찰하였다(Fig. 1).
부화율 관찰 실험
선정된 두 지역 및 7개 사이 구간의 온도와 습도 조건을 바탕 으로 산란한지 24시간 이내의 흰줄숲모기 알을 각각 시간별 온 도와 습도에 맞게 설정된 생장실에서 사육하며 관찰하였다. 각 각의 실험은 모두 24시간동안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 는 사육실에서 대조군 실험을 함께 진행하였으며, 대조군의 부 화율이 50%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실험군의 부화율을 기록하 였다. 1회 실험은 3개의 pool로 진행하였으며, 1개 pool당 100 개의 알을 사용하여 총 2,700개의 알이 실험에 사용되었다.
통계 분석 방법
각 온도와 습도 조건에 따른 부화율의 유의성을 확인하기 위 해 SPSS(version 27.0, SPSS Inc., Chicago, IL, USA) 프로그램 을 이용하여 통계분석을 실시하였으며, 95% 유의수준으로 일 원분산분석(one-way ANOVA) 및 Tukey HSD test를 통한 사 후 검정을 실시하였다.
결과 및 고찰
열섬 현상이 약한 교외 지역(노원구) 부터 열섬 현상이 강하 게 나타나는 열섬 지역(성동구) 까지 총 9개 열섬 조건에 대해 흰줄숲모기의 부화율(±SE)을 확인한 결과, 노원구에서 16.0± 1.2%로 가장 낮은 부화율을 나타냈으며 성동구에서 28.0±3.1% 로 가장 높은 부화율을 나타냈다. 9개 열섬 조건에 대한 반복 실 험의 평균 부화율을 바탕으로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열섬 강 도가 강해질수록 부화율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실험에서 흰줄숲모기의 열섬 강도에 따른 부화율과의 회귀 식은 y = 0.15584x2 - 0.1140x + 16.079로 확인되었으며, R2 = 0.9690으로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Fig. 2).
본 연구에서 열섬 현상의 극값을 가지는 성동구와 노원구는 7월 일 평균 최고기온이 각각 27.0°C와 26.9°C로 비슷하게 나 타나지만, 일 평균 최저기온은 각각 22.5°C와 20.5°C로 약 2.0°C의 차이를 나타낸다(Fig. 1). 이러한 최저기온 2.0°C의 차 이는 열섬 조건 1(노원구)과 열섬 조건 9(성동구)에서 약 1.75 배의 부화율 차이를 나타냈으며, 회귀식에 따르면 이러한 차이 는 열섬 현상이 강해질수록 더욱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대조군의 경우 온도 26±1°C와 습도 70±%의 일정한 조건에서 사육되었으며 실험군에 비해 빠르게 부화가 완료되었다. 이러 한 결과를 종합적으로 볼 때, 야외 환경에서 일몰 이후 냉각이 이루어지는 정도에 따라 부화율의 속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흰줄숲모기는 이미 도시의 녹지환경에 적응 한 종으로, 도시화가 가속화되며 열섬 현상이 강하게 일어날 경 우 그 개체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