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채벌레는 하나의 목(order)으로 구성되며, 형태적으로 번 데기 발육태를 갖는 불완전변태류에 속한다. 고생대 페름기의 기원을 갖는 화석종(Permothrips longipennis)이 발견되었으 며 중생대에 이르면서 종분화가 된 것으로 보인다(Sharov, 1972). 전 세계적으로 1,200속 이상으로 약 7,700종이 보고되 고 있고, 이들은 총채벌레아목(Terebrantia)과 관총채벌레아목 (Tubulifera)으로 나뉜다(Ghosh et al., 2021). 국내 발생하는 총 채벌레는 Woo and Paik (1971)이 31속 58종으로 보고한 바 있 다. 이 가운데 총채벌레아목에 속하며 가장 종 다양성이 풍부한 분류군은 총채벌레과(Thripidae)로서 Dendrothripinae, Panchaetothripinae (그물총채벌레아과), Sericothripinae, 그리고 Thripinae (총채벌레아과)로 다시 세분된다. 이 국내 총채벌레과에 는 모두 45종이 보고되었는데 이 가운데 26종이 해충이며 국내 토착충이 20종이고 외래충이 6종으로 꽃노랑총채벌레(Frankliniella occidentalis), 글라디올러스총채벌레(Gladious thrips), 난총채벌레(Dichrimothrips smithi), 오이총채벌레(Thrips palmi), 귤총채벌레(Heliothrips haemorrhoidalis), 그리고 포인세티아 총채벌레(Echinothrips americanus)를 포함한다(Lee et al., 2001).
꽃노랑총채벌레는 1993년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주도 에서 발견된 이후 전국적 발생이 이뤄졌다(Han et al., 1998). 이 해충의 국내 정착에 대한 생물적 배경은 다양한 기주 범위 와 빠른 생활사(Katayama, 1997) 그리고 내한성(Katayama and Ikeda, 1995)으로 추정되며, 여기에 시설재배지를 중심으로 월동에 성공하여 전국적 분포 확산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 그 러나 아직 이 곤충의 내한성 한계가 정확히 규명되지 않아 겨 울 기간 어떠한 시설재배지 조건에서 월동이 가능한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반면에 꽃노랑총채벌레와 동일한 속에 속하면 서 국내 토착종인 대만총채벌레(F. intonsa)의 경우는 휴면기 작으로 국내 노지에서도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Lee et al., 2001).
고추(Capsicum annuum)는 가장 넓은 재배면적(31,146 ha) 을 가지고 있는 조미 채소로 특히 경북(7,906 ha) 그 가운데 안 동(1,456 ha)이 국내 최대 생산지이다(KOSIS, 2020). 고추에 발생하는 식물병은 모두 39종이 보고되고 있으며(KCPA, 2020), 이 가운데 바이러스에 의한 발병률이 가장 높다(Seo et al., 2011). 고추 바이러스 발생율이 2000년 이후 현저히 높아져 1999년에 1.0%에 불과하던 발병율이 2000년에 30.5%로 증가한 뒤 2007 년과 2008년 조사에서는 각각 32.5%와 36.7%의 포장 발병률 을 각각 기록하였다(Kim, 2000;Seo et al., 2011). 이러한 고추 의 바이러스병은 진딧물과 총채벌레에 의해 전파되기에 이들 의 방제가 식물병을 막는 최선의 대책으로 고려되고 있다(Lee et al., 2004). 특히 고추 잎과 열매에 동심원 모양의 병징을 보이 면서 특히 열매 피해 부위가 수확 후 건조 이후에도 퇴색된 상 태로 남아있어 상품성이 저하되는 바이러스병을 유발하고 있 다(Moon et al., 2006;Seo et al., 2018). 이 바이러스병을 유발 하는 병원균이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tomato spotted wilt virus: TSWV)이며 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총채벌레가 전 세 계적으로 9종이며(Rotenberg et al., 2015) 국내에는 이 가운데 꽃노랑총채벌레, 대만총채벌레, 파총채벌레(Thrips tabaci) 그 리고 엉겅퀴총채벌레(Thrips setosus)를 포함한 4종이 분포한 다. 한편 Kim et al. (2021)은 고추에 발생하는 총채벌레를 안동 지역의 시설재배지를 중심으로 조사하였는데 꽃노랑총채벌레 와 대만총채벌레가 전체 총채벌레 발생의 96% 이상을 차지하 는 우점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조사는 고추의 성장기인 7 월 이전까지만 조사되어 이 이후 고추 수확기에 발생하는 총채 벌레에 대한 자료가 부재하다.
총채벌레에 의한 고추의 피해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직접피해로서 섭식 또는 산란에 의해 잎에는 긁힌 자국 및 은백화를 초래하며, 과실에는 기형 또는 탈색을 유발하며, 조기 낙화 및 부실한 열매 형성으로 수량 감소를 초래하게 된다 (Reitz et al., 2020). 다른 하나는 간접피해로서 TSWV와 같은 바이러스를 보독한 총채벌레가 섭식행동 중 탐침 및 체외소화 과정 동안 침샘에 존재하는 효소와 더불어 바이러스를 건전한 고추에 옮겨주어 식물병을 유발하는 피해이다(Stafford et al., 2011). 그러나 고추 재배시기에 따른 TSWV 보독충의 종류 및 보독율에 대한 자료는 빈약하다.
본 연구는 국내 최대 고추 재배지인 안동을 중심으로 시설재 배지를 중심으로 고추 정식에서 수확까지 재배 전체 기간 동안 발생하는 총채벌레를 모니터링하여 고추의 직접피해를 줄 수 있는 총채벌레 우점종을 밝히는 데 목표를 두었다. 또한 고추 재배시기별 TSWV 보독충 및 보독율을 다중 PCR 분석법으로 조사하여 고추에 대한 총채벌레의 간접피해에 대한 근거 자료 를 제공하려 하였다.
재료 및 방법
총채벌레 사육
꽃노랑총채벌레는 국립농업과학원(전주)에서 실내 증식 집 단을 분양받았다. 사육 환경은 온도 25±2°C, 상대습도 65±5%, 14시간 광주기 조건을 유지하였다. 원형 사육 용기(지름 100 mm, 높이 40 mm)를 이용하여 알부터 성충까지 사육하였으며, 5 일 동안 발아시킨 강낭콩(Phaseolus coccineus)을 유충과 성충 의 먹이로 제공하였다. 대만총채벌레는 안동지역 고추 재배지에 자생하는 개체들을 채집하여 상기의 방법으로 실내 사육하였다.
야외 모니터링
2021년 3월 10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수동리, 풍산읍 매곡 리, 풍천면 하회리에 소재한 시설재배지에 황색점착트랩(10 × 15 cm, 그린아그로텍, 경산)을 각 비닐하우스(약 300평 규모) 당 3지점에 설치하였다. 이후 매주 수거 및 교체하면서 10월 26 일까지 7개월 15일간 진행되었다. 또한 2021년 5월 초에 정식 이 완료된 강원 홍천군 화촌면 주음치리에 소재한 시설재배지 에는 5월 12일에 황색점착트랩(15 × 25 cm, 그린아그로텍)을 비닐하우스(약 150평 규모) 내부 6 지점에 설치하였다. 이후 10 일 간격으로 수거 및 교체하면서 10월 7일까지 총채벌레 모니 터링을 진행하였다. 총채벌레류의 밀도 조사를 위하여 수거한 트랩을 실험실로 가져와 해부현미경(M165FC, Leica, Wetzlar, Germany) 하에서 Kim et al. (2021) 형태동정 기술로 종 동정하 여 정리하였다. 암수 구분은 산란관 유무로 판별하였다. 모든 시설재배지 중앙에 위치한 기주 주변에 온도기록장치(ELUSB- 2, Lascar electronics, PA, USA)를 설치하여 4시간 간격 으로 온도와 습도를 측정하였다. 온도기록장치에서 저장된 자 료를 이용해 온습도를 분석하였다.
고온 감수성 분석
총채벌레의 밀도와 온도와의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실내 사 육 온도 25°C를 기준으로 30°C, 35°C, 40°C, 45°C 에서 고온 감수성 실험을 진행하였다. 꽃노랑총채벌레와 대만총채벌레 를 각각 10마리, 3반복으로 PCR 튜브 (0.2 ml, Axygen, Union City, CA, USA)에 넣은 뒤에 PCR기기(TC9600-G Labnet, Edison, NJ, USA)의 gradient PCR를 통해 해당 온도에 총채벌 레가 담긴 튜브를 넣고 1시간, 6시간, 12시간 처리 후에 25°C 조건으로 페트리디시(95 × 40 mm, SPL, 포천)에 붓을 이용하 여 부드럽게 옮겨 준 뒤에 12시간 후 생충수를 해부현미경 (EZ4, Leica, Wetzlar, Germany)에서 계수하였다.
고추포장에서의 TSWV 진단과 총채벌레 동정을 위한 다중 PCR 검정
상기의 야외 고추포장에 설치된 황색점착트랩에 포획된 총 채벌레의 TSWV 보독 여부를 다중 PCR 검정을 통하여 진단하 였다. 다중 PCR 검정을 위해 총채벌레 1마리를 Viral Genespin ™ Viral DNA/RNA Extraction Kit (Intron, Seongnam, Korea)을 이용하여 핵산을 추출하였다. 추출된 핵산은 Supreme RT-PCR premix (Genetbio, Daejeon, Korea)를 이용하여 50°C 에서 30분간 역전사시켰다. 얻어진 cDNA는 다시 95°C에서 2 분간 초기 변성과정 이후 35회 PCR이 95°C-30초, 55°C-30초, 72°C-45초의 온도 주기로 진행되었다. 이후 72°C에서 10분 최 종연장을 추가하였다. ITS영역에서 꽃노랑총채벌레와 대만총 채벌레에 특이적인 프라이머 그리고 TSWV의 N유전자에 특 이적 프라이머(Table 1)를 사용하여 진행 후 1% 아가로즈젤에 전기영동하여 동정하였다.
통계분석
실내 고온 감수성 처리 효과에서 백분율 자료는 arcsin 수치 변환 이후 분산분석에 이용하였다. 분산분석은 SAS의 PROC GLM (SAS Institute, 1989)을 이용하여 처리 온도 변수에 따라 one-way ANOVA로 진행하였다. 야외 조사는 날자와 채집지 역을 각각 집구로 설정한 후 난괴법으로 분산분석하였으며, 여 기서 온도와 습도를 요인분석으로 처리효과를 규명하였다. 처 리 평균간 비교는 최소유의차검정법(least square difference, LSD)을 이용하여 제I형 오류 확률 0.05를 유의성 차이 기준으 로 설정하였다.
결 과
고추 가해 주요 총채벌레류
안동에 위치한 3개 지역의 시설 고추 재배지를 중심으로 총 채벌레의 발생을 조사하였다. 고추의 정식은 3월 중순부터 3월 말에 진행되었다. 모니터링은 황색점착트랩을 이용하여 매주 1 회씩 진행하였다. 고추의 수확은 이르면 10월 초부터 10월말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본 연구는 3월말에서 10 월 말까지 7개월 이상 매주 총채벌레의 발생을 모니터링하였 다. 총채벌레의 포획은 고추 정식 초기부터 관찰되었다(Fig. 1A). 이는 이전이 겨울기간이였고 아직 이들 먹이 기주가 존재 하지 않아 월동세대로 추정된다. 3-4월에 포획된 총채벌레는 대부분 대만총채벌레였다. 이후 꽃노랑총채벌레의 발생이 일 어나며 트랩당 수십마리 정도의 소형 발생피크가 5월 중순에서 있다는 것을 이전 연구(Kim et al., 2021)에서 발표하였지만, 트 랩 당 수천 마리 포획되는 최성기는 6월말~7월중순(‘6-7월 피 크’) 그리고 9월중순~10월(‘9-10월 피크’)에 걸쳐 총2회에 걸 쳐 나타났다.
연중 전체 포획된 총채벌레는 3지역 모두에서 107,873마리 였고, 여기에서 꽃노랑총채벌레가 약 82% (88,965마리), 대만 총채벌레가 약 17% (18,608마리) 그리고 기타가 약 0.3% (301 마리)를 기록하였다. 세부적으로 이들 총채벌레의 발생은 조사 지역에 따라 상이하였다(Fig. 1B, Table 2). 안동 수동지역 (‘AD1’)은 전체 총채벌레 밀도가 낮지만, 대만총채벌레밀도가 우점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나머지 지역은 모두 꽃노랑총채 벌레가 76% 이상을 차지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온도가 가장 높은 7월말에서 8월말까지 꽃 노랑총채벌레는 물론이고 전체 총채벌레의 밀도가 감소한 사 실이다. 이러한 현상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두 우점종 들의 연중 누적밀도를 도식화하였다(Fig. 2). 세 지역 모두에서 6월말부터 이들 총채벌레의 밀도가 증가하였으나 7월 중순 이 후 9월 중순까지 누적밀도의 정체를 보였다. 이후 꽃노랑총채 벌레는 다시 누적밀도가 증가한 반면, 대만총채벌레는 크게 증 가하지 않았다. 즉, 2회의 최성기 가운데 후반기 9-10월 피크의 발생 밀도가 크며 이 후반기 발생 피크는 대부분 꽃노랑총채벌 레의 대발생에 기인되었다는 점이다. 반면 6-7월 피크 시기에 꽃노랑총채벌레와 대만총채벌레의 전체 발생이 유사하였다. 즉 두 종류의 총채벌레 발생은 시기에 따라 그리고 조사 지역에 따라 상이하였다(Table 2). 이러한 변이 원인을 찾기 위해 환경 요인 가운데 온도와 습도에 대한 두 총채벌레의 발생량에 대한 영향평가를 일별 최고, 최저 및 평균 기록치를 중심으로 상관관 계를 분석하였다(Table 3). 꽃노랑총채벌레의 경우 최저온도 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평균 및 최고온도는 발생량 변화에 정상관을 보였다. 습도에 대해서는 비교적 낮은 또는 무상관을 나타냈다. 대만총채벌레의 경우 모든 온도 변수에 민감하게 반 응하였으며, 최고습도 조건에도 발생량의 변화를 주었던 것으 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은 온도 특별히 일별 최고온도가 두 곤충의 발생량에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주별 최고온도를 조사하여본 결과 40°C 이상의 고온이 6월에 간헐적으로 있다가 7-8월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Fig. 2). 즉, 7-8월 고온에 대한 내성 차이에 따라 비교적 고온 내성이 높은 꽃노랑총채벌레가 이러한 병목현상을 거쳐 우점하였을 것으로 본 연구결과는 제시하고 있다.
꽃노랑총채벌레와 대만총채벌레의 고온 감수성 차이
이상의 고온 감수성 추정을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고추 시설재배지 우점종 총채벌레들의 온도 생물검정이 실시되었다 (Fig. 3). 고온에 대한 이들 총채벌레류의 감수성을 조사하기 위 해 25°C에서 45°C이 온도 범위에서 12시간 노출실험이 진행되 었다. 이 노출시간에서 35°C 이상에서 약충과 성충 모두에서 고온 감수성이 나타났다.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고온 감 수성은 더욱 확연하게 나타났다. 두 종류 총채벌레 모두는 약충 과 성충이 45°C 고온에서 1시간 노출을 견디지 못하였다. 처리 고온 가운데 35°C와 40°C 자료를 살펴보면 꽃노랑총채벌레가 대만총채벌레에 비해 고온에 견디는 능력이 높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총채벌레의 고온 감수성은 비교적 기온이 낮은 강원지역 (홍천)의 시설 고추재배지에서 발생 현황에서 비교 분석되었 다(Fig. 4). 이 지역에서는 오히려 기온이 가장 높은 7-8월에 최대 발생 피크를 나타냈다. 이 시기에 최고 기온이 40°C 이하 이기에 총채벌레에 미치는 고온의 영향이 낮았을 것으로 추정 된다.
고추 재배기간 총채벌레의 암수비율 변화
시설재배지(‘AD2’)에서 포획된 총채벌레를 기준으로 꽃노랑 총채벌레는 약 56% (1,626/2,863마리), 대만총채벌레는 약 45% (768/1,674마리)의 암컷 비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러한 암컷 비율은 고추 재배시기에 따라 차이를 나타냈다(Fig. 5). 꽃노랑 총채벌레는 4-5월, 6-7월, 및 9-10월에 각각 암컷 비율이 증가했 다. 반면에 대만총채벌레는 월동세대의 높은 암컷 비율이 감소 하다가 6-7월 다시 높은 암컷 비율이 이후는 다시 낮아지는 현상 을 보였다(Fig. 5A). 이러한 암컷 비율의 변화가 집단의 크기와 상관성을 갖는지를 분석하였다(Fig. 5B). 꽃노랑총채벌레의 경 우 집단의 크기와 암컷 비율 사이에 높은 정상관(r = 0.7713; P = 0.0054) 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대만총채벌레의 경우는 이러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r = 0.4164; P = 0.1782).
고추 재배기간 총채벌레의 TSWV 보독율 변화
연중 총채벌레의 발생을 살펴보면서 두 우점종이 TSWV를 매개하는 주요 총채벌레라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다. 또한 조사 지역 가운데 풍산(‘AD2’) 지역에서는 소위 칼라병이라 불리는 바이러스병이 발생한 것을 확인하였다(Kim et al., 2021). 따라 서 이들 우점종들은 TSWV를 보독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고추 재배지 발생하는 총채벌레를 월별로 TSWV 보독율을 다중 PCR 검정법으로 분석하였다(Fig. 6). 다중 PCR 검정법은 TSWV는 물론이고 꽃노랑총채벌레, 대만총채벌레 그리고 파총채벌레를 동시에 동정할 수 있다. 본 조사지역에서 는 파총채벌레가 유관 조사로 검출되지 않았는데, 실제로 다중 PCR 검정 결과 모두 꽃노랑총채벌레 또는 대만총채벌레로 각 각 확인되었다(Fig. 6A). 이들 가운데 TSWV가 포함되면 동시 검출이 가능하였다. 이러한 진단 기술로 3월부터 10월까지 AD2 포장에서 조사한 결과 대만총채벌레만 TSWV를 보독한 것으로 나타났다(Fig. 6B). 대만총채벌레의 연중 보독율은 시 기별로 일정하지 않아 최저 평균 4%에서 최대 평균 31%까지 다양했다. 특히 보독충의 비율이 봄철에 채집된 월동세대에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 찰
고추는 재배 농민들에게 비교적 높은 경제적 이익을 주는 농 작물이지만 다양한 병해충이 생산량 및 품질 저하를 유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급증하는 고추 바이러스병 가운데 소위 칼라병이라 불리는 바이러스병은 농민들에게 심각한 우려를 주고 있다. 이에 이 바이러스병에 대해 다양한 내병성 품종이 보급되고 있지만, 이 병을 일으키는 TSWV 바이러스 매개자인 총채벌레의 방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피해는 지속될 것이다. 본 연구는 시설 고추 재배지에서 발생하는 총채벌레의 종류 및 연 간 발생량 추이를 보고하고, 아울러 이들 총채벌레의 연중 TSWV 보독율을 모니터링하여 이 바이러스병 방제 대처에 합리적 자 료를 제공하려 하였다.
시설에서 재배되는 고추의 연중 모니터링이 황색 트랩으로 진행된 결과 정식 초기부터 발생된 총채벌레가 수확기에 이르기 까지 진행되었다. 이 기간 안동지역 3개 재배지에서 총 107,874 마리의 총채벌레가 포획되었다. 이들 가운데 99% 이상이 꽃노 랑총채벌레와 대만총채벌레가 차지하여 이들이 우점종이라는 것을 확인하여 주었다. 노지에서 재배되는 고추에서도 이들 두 총채벌레가 우점종이라는 보고하였다(Moon et al., 2006). 물 론 본 연구에서도 보였지만 이들 두 종 이외의 총채벌레가 고추 를 가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국내에 서식하는 오 이총채벌레(Thrips palmi)가 고추를 가해한다고 하였다(Umeya et al., 1988). Ahn et al. (1998)은 국내 고추를 가해하는 총채벌 레는 대만총채벌레 외에 12종이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조사된 우점종 이외의 총채벌레는 지역적으로 시 기적으로 다양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노지와 시설 재배지에서 차이점은 이들 주요 총채벌레의 상대적 발생 빈도 및 시기로 볼 수 있다. 전북지역 노지 재배 고추의 경우 이들 주 요 총채벌레의 발생 피크가 4회 일어나는데, 1차는 6월말, 2차 는 7월중순, 3차는 8월말, 4차는 9월말로 나타났다(Moon et al., 2006). 본 조사에서 이뤄진 시설재배지에서는 두 주요 피크가 6-7월 및 9-10월로서 노지에서 나타난 4회 발생 피크 가운데 3 차 피크를 제외하고 유사한 발생 시기를 보였다. 그러나 시설재 배지에서는 5월에 조기 발생피크가 일어난 후 이러한 주요 피 크가 나타난 점에서 노지재배지와 차이를 보였다. 즉, 봄철 노 지 조건에 비해 비교적 온도가 높았을 시설재배지에서 일찍이 발생 피크를 보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노지의 경우 5월초에 정 식이 진행되는 반면 시설재배지에서는 3월말에 이뤄지기에 재 배시기의 차이에서도 이러한 조기 발생패턴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시설재배지의 경우 노지에 비해 고추 재배 초 기에 비교적 높은 발생이 이뤄질 수 있어 후반기 고추 생육기 및 수확기에 이르러 대발생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시설재배지 확대로 꽃노랑총채벌레와 같이 휴면 기작을 지니 지 않는 해충들이 국내 월동 성공률을 높이고 있고(Park et al., 2014), 겨울기간 평균온도 상승을 포함하는 기후변화는 해충 상의 변화를 유발하고 있기에(Skendžić et al., 2021) 이들 총채 벌레의 농작물에 대한 위험성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본다.
시설재배지와 노지의 총채벌레 발생 패턴에서 또 다른 차이 는 7-8월 고온 기간 중에 있다. 노지의 경우는 이 시기 발생이 높 은 3차 피크를 이루는 시기이다(Moon et al., 2006). 그러나 안 동지역의 시설재배지에서는 발생량이 크게 줄었다. 이를 누적 발생량으로 분석하면 이 시기에 꽃노랑총채벌레와 대만총채벌 레의 누적밀도 증가가 일어나지 않는 데에서도 이해될 수 있다. 특히 일별 40°C 이상의 최고온도가 비교적 7-8월에 집중되었 다. 실내 고온 노출실험에서는 이들 총채벌레가 35°C 이상의 온도에서는 피해를 받기 때문에 낮은 발생밀도는 고온 피해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고온 피해는 비교적 기온이 낮은 강원 도 홍천지역에서 이 시기에 오히려 가장 큰 발생량을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흥미롭게도 꽃노랑총채벌레가 대만총채벌레에 비해 높은 온도에 대한 내성을 지니는 것을 확 인하였다. 다만, 대기중 온도가 고온(35°C)이더라도, 미소해충 이 서식하는 엽면의 온도는 이보다 낮다는 연구결과(Park et al., 2011; 2012)는 고온 피해와 더불어 총채벌레의 비행 및 산란행 동 등에 일부 제약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안동 지역 시설재배지에서 관찰되는 9-10월의 총채벌레 대발생이 주로 꽃노랑총채벌레에 의해서 이뤄지도록 일종의 선발효과를 주었다. 꽃노랑총채벌레와 대만총채벌레는 유사한 서식지를 공유하면서 경쟁의 관계를 갖는다. Ullah and Lim (2015)은 이 들 동소성(sympatric) 총채벌레의 여러 조건의 발육온도 조건 에서 생존 및 생식력을 비교한 결과 대만총채벌레가 꽃노랑총 채벌레에 비하여 높은 적응도를 갖는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내재적 집단증가율은 기주에 따라 차이가 있어 오이 잎 을 기준으로 대만총채벌레가 증가율이 높은 반면, 토마토에서 는 꽃노랑총채벌레의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Li et al., 2015). 특별히 살충제 처리가 빈번한 야외 조건에서는 꽃 노랑총채벌레의 높은 발생 빈도를 3가지 서로 다른 기주에서 발표하였는데 이는 대만총채벌레에 비해서 높은 해독능력으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Zhang et al., 2020). 이는 야외 조 건에서는 동일한 서식지를 갖는 이들 두 총채벌레 사이에 상호 경쟁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따라서 고온에 대 한 차등적 내성은 본 조사에서 고추 포장에서 경쟁자를 제거하 여주는 효과를 유발하여 온도가 비교적 낮아지는 9월 이후 꽃 노랑총채벌레의 대발생을 유도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설재배지에 발생하는 두 총채벌레는 암수의 비율 변동에 서 차이를 나타냈다. 두 주요 총채벌레는 연중 전체로 보면 약 1:1의 암수비율을 보이지만, 꽃노랑총채벌레는 집단의 크기가 증가함에 따라 암컷의 비율이 높아지는 정관관을 보인 반면 대 만총채벌레에서는 이러한 성비와 발생밀도 사이의 상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총채벌레는 단성생식이 가능한 것 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꽃노랑총채벌레는 웅성생산 단성 생식(Arrhenotokous parthenogenesis)을 진행한다(Kim et al., 2021). 따라서 밀도가 높을 경우 양성생식으로 암컷을 주로 생 산하고, 밀도가 낮을 경우 암수의 만남이 적어져 수컷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에 대만총채벌레는 월동 세대의 높은 암컷 비율이 관찰되었다. 이 시기에 밀도가 낮기에 결과적으로 밀도와 암컷 비율의 증가의 상관관계를 이루지 못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결과는 휴면을 통해 월동하는 대만 총채벌레(Murai, 1987)가 월동 전에 교미를 통해 암컷 월동태 를 만들어 다음 해 새로운 세대를 형성하는 데 유리하게 하였을 것으로 사료된다. 추후 대만총채벌레의 월동세대 성비에 대한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
고추 바이러스병을 일으키는 TSWV가 검출되었고, 이 바이 러스를 보독한 총채벌레는 모두 대만총채벌레로 분석되었다. TSWV가 속한 오소토스포바이러스(orthotospovirus)는 고추 를 포함하여 약 1,000종 이상의 기주 식물에 감염시키는 병원 체로 막대한 농작물 피해를 주고 있다(Culbreath et al., 2003). 다양한 총채벌레 가운데 9종의 총채벌레가 TSWV 영속전파자 로 알려졌다(Rotenberg et al., 2015). 고추에 주요 총채벌레인 꽃노랑총채벌레와 대만총채벌레는 여기에 포함된다. 실제로 국화 재배지에서 이들 두 종의 총채벌레에서 TSWV를 확인하 였다(Yoon et al., 2020). 본 연구는 다중 PCR 검정법을 이용하 여 총채벌레와 TSWV 바이러스를 동시에 검출하게 하였다. 이 기술을 통해 바이러스병이 발생한 지역(AD2)에서 고추 재배 전체 기간 동안 분석한 결과 대만총채벌레에서만 TSWV가 검 출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이 바이러스병 유발에 주요 매개충은 대만총채벌레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보고에 의 하면 꽃노랑총채벌레의 TSWV 전파력이 높은 것을 미뤄 이 해 충의 고추재배지에서 보독율 분석도 추후 국내 다양한 지역의 시설 고추재배지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고추 수확기에 꽃노랑총채벌레가 유일한 우점종이었다. 이 해충은 비록 TSWV 보독은 관찰되지 않았지만 고추에 대해서 섭식과 산란을 통해 일차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 이 곤충의 구기는 1쌍의 큰턱이 융합되어 1개의 구침으로 변형된 비대칭 형이다. 이 구침이 식물 조직을 찔러 세포를 파괴하면서 나오는 즙액을 1쌍의 작은턱이 빨대를 만들어 찔러빠는 입(piercesucking mouthpart)을 형성한다(Hunter and Ullman, 1989). 이 섭식 행동으로 꽃노랑총채벌레는 국화 재배의 35~45%를 주었 다(Park et al., 2002). 피망 과실표면 및 꽃받침에 섭식행동을 통해 남은 식흔이 상품성을 하락시키고 수확량 감소를 유발하 였다(Park et al., 2009).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시설 고추재배지의 우점 총채벌레 는 꽃노랑총채벌레와 대만총채벌레로 연중 모니터링 결과는 나타내고 있다. 이들의 첫 발생피크는 6-7월에 일어나며 두 종 의 총채벌레가 유사한 밀도로 구성된다. 그러나 7-8월의 고온 기를 지나며, 9-10월 발생피크는 주로 꽃노랑총채벌레로 이루 어졌다. 발생량을 비교하면 9-10월 발생량이 6-7월 발생량에 비해 높았다. 따라서 꽃노랑총채벌레는 고추 수확기에 일차피 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낮은 밀도이지만 대만총채벌레 는 고추 정식시기와 수확기에 각각 높은 보독율을 보이면서 TSWV 매개 바이러스병 유발과 같은 이차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