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매개치유(Animal Assisted Therapy, AAT)는 사람에게 의학적, 육체적, 정서적,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Hart, 2006). 동물을 이용한 활동을 통해 사람과 상호작용 함으로써 생리적 변화가 유발되고, 이는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데, 실제로 우울증을 완화하고 심박수를 개선 하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Baker and Dawson, 1998;Kaminski et al., 2002;Tornhage, 2009).
AAT에 이용되는 종은 주로 개(Kaminski et al., 2002;Caprilli and Messeri, 2006)나 고양이(Lappin, 2001), 새(Holcomb et al., 1997), 물고기(Baker et al., 2003) 등 다양한 동물을 이용하 고 있는데, 최근 들어 곤충군에서 왕귀뚜라미, 호랑나비, 장수 풍뎅이 등의 정서곤충을 이용하여 치유효과를 구명한 연구들 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Kim et al., 2018a;2018b;2019).
일반적으로 곤충은 생물군 가운데 종의 다양성이 가장 크며, 대동물보다 덜 위험하고, 크기가 작아 사육공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특히 아동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현대의 아동들은 도시에서 자연을 접하기 어렵고, 가정과 학교 생활 등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 직면해 있어, 이를 통한 스 트레스는 아동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아동 을 대상으로 한 곤충교감활동은 살아있는 곤충을 돌보는 과정 에서 사람-곤충 간의 상호작용과 공감이 아동의 정서적인 안정 과 치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곤충교감활동의 치유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치유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척도인 타액 α- 아밀라아제(Salivary alpha-amylase: sAA)는 가장 널리 연구된 스트레스 지표 중 하나이며, 인간의 스트레스 반응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용되어왔다(Chatterton et al., 1996;Iizuka et al., 2012;Obayashi, 2013;Rai et al., 2012;Thoma et al., 2012;Ali and Nater, 2020). 이미 선행연구들에서는 인간의 스트레스를 줄이 기 위해 활동을 하게 한 후, sAA 값이 감소하였다는 연구결과 를 확인한 바 있다(Thoma et al., 2013;Krause-Parello and Friedmann, 2014;Kim et al., 2018b;Hill et al., 2019).
국내 곤충시장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1.5%씩 빠르게 증가 하는 추세이며(Kim et al., 2021), 세계적으로도 곤충산업을 국 가의 전략사업으로 지정하여 육성하는 등 곤충시장은 매년 성 장하고 있다(van Huis et al., 2013). 게다가 최근에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약칭: 치유농업법)」의 시행(NLIC, 2020)과 함께 원예, 동물, 농촌환경 등 다양한 치유농업 소재 중 에 하나로 곤충을 이용한 교감치유 활동이 사람들의 관심과 주 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Kim et al., 2021),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고지된 애완학습 용도의 곤충을 중심으로 체 험과 치유를 위한 정서곤충으로까지 확대하여 이용하려는 노 력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보다 다양한 정서곤충을 이용하여 곤충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것을 현장에 적용하여 치유효과를 과 학적으로 구명함으로써 산업적인 활용도를 촉진하고 이용성을 증대시켜 곤충산업 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농촌의 새로운 활로 및 소득원을 제공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자료수집
본 연구는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1 차는 2020년 6월-8월까지 전주시 지역에서, 2차는 2021년 8월 -9월까지 고창군 지역에서 2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참가 대 상자 모집은 지역아동센터 전북지원단을 통해 사전에 연구에 대한 설명문을 배포한 후 희망하는 센터를 대상으로 신청서를 받아 모집하였고, 참여한 기관은 총 2개소이다. 대상자는 총 43 명의 초등학생이고, 모두 지역 내에서 학교 수업을 마친 후 해 당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들로 구성되었다.
적용한 프로그램은 누에나방을 이용한 ‘누에와 함께 놀자’ 프로그램으로 매주 1회차씩 총 4주간, 해당지역의 지역아동센 터에서 진행되었는데, 치유프로그램의 구성과 설문 척도는 1 차와 2차 모두 동일하게 구성되었다.
모든 연구는 아동 및 보호자의 동의 하에 진행되었으며, 연 구 참여 도중이라도 자유의사에 따라 언제라도 연구 참여를 중 단하거나 포기할 수 있으며, 이때 개인에게 불이익은 없음을 사 전 고지한 다음 연구 참여에 대한 동의서에 서명을 받았다.
치유효과를 분석하기 위한 sAA 검사는 교감활동의 지표로 사용되는데, 비교적 취급이 간단하고 측정하는 방법이 간편하여 최근 들어 많이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Nater and Rohleder, 2009;Ditzen et al., 2014;Kim et al., 2018b). 또한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분야에서는 결과가 신뢰할 만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 다(Nater and Rohleder, 2009). 본 연구에서는 치유효과를 분석 하기 위한 타액의 샘플은 곤충교감치유 활동에 참여하기 전과 후에 총 2회에 걸쳐 제공되었고, 검사를 진행하기 전 생수로 입 안을 헹구고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도록 안내하였다. 활동 을 모두 마친 후에는 곤충교감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 점수를 평가하였으며, 곤충에 대한 선호 도는 참여 전과 참여 후 2번에 걸쳐 조사하였고, 참가자들은 직 접 설문지에 응답하였다.
만족도에 대한 설문은 총 3개의 문항이며, 곤충에 대한 선호 도는 2개의 문항으로, 각 질문에 대해 ‘1점(전혀 그렇지 않음)’ 에서 ‘5점(매우 그렇다)’까지 5점 리커트 척도로 구성되었다. 이는 점수가 높을수록 만족도가 높고 곤충에 선호도가 높은 것 을 의미한다.
치유프로그램 구성
치유프로그램에 적용된 정서곤충은 나비목의 ‘누에나방 [Bombyx mori (Linnaeus)]’ 이다. 치유프로그램은 Table 1과 같이 구성되었다. 누에나방을 이용한 ‘누에와 함께 놀자’ 프로 그램은 장기 치유프로그램으로 매주 1회차씩 총 4주간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Fig. 1). 곤충을 이용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기대하는 치유효과는 생명의 소중함, 책임감, 정 서적지지, 문제해결능력, 행복감 증진 및 스트레스 해소 등이다.
분석 방법
조사결과, 참가자 43명으로부터 사전과 사후에 총 86장의 설문지를 수거하였으며, 모두 최종 분석에 사용되었다. 수집된 설문지와 sAA 검사의 결과는 IBM SPSS Statistics 버전 25.0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참가자의 인구통계적 특성은 기술통계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이후 sAA 수치와 선호도, 만족도에 대한 문항은 곤충치유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전과 적용한 이후의 평 균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동일표 본에서 측정된 두 변수 값의 평균 차이를 검정하기 위한 paired samples T-test를 실시하였다. 모든 결과치는 p<0.05 기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간주하였다.
결과 및 고찰
응답자의 특성
연구 참여에 동의한 대상자 43명으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분 석한 결과(Table 2), 평균 연령은 10.56세이다. 성별은 남학생 17명(39.5%), 여학생 26명(60.5%)이며, 학년은 저학년(1-3학 년)이 23명(53.5%)이고, 고학년(4-6학년)이 20명(46.5%) 이 다. 거주지는 지역아동센터가 소재한 인근 지역으로 전주시 15 명, 고창군 28명이다.
스트레스
곤충교감치유프로그램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sAA를 이 용하여 스트레스 수치를 측정하였다. 본 검사는 각 개인의 sAA 측정을 위해, 스틱 형태의 일회용 테스트 스트립을 이용하여 검 사하였고, 이후 분석 기기를 이용하여 스트레스 수치를 확인하 는 방법이다. 타액의 측정은 곤충교감활동이 시작되기 전(사 전)과 활동이 종료된 후(사후) 총 2회에 걸쳐 수집되었다.
동일 집단을 대상으로 사전-사후 수집된 측정값은 paired samples T-test를 이용하여 분석하였으며 Table 3과 같이 나타났 다. 스트레스 수치의 평균은 사전 측정값이 20.23(KIU/L)이었고 사후 측정값은 15.65(KIU/L)로 나타나 사후 스트레스 값이 사전 보다 4.58(KIU/L) 만큼 낮아졌다. 이는 곤충교감치유프로그램 이 아동들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데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의 미하는 것으로 통계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수치이다(p<0.05).
sAA 검사 결과 스트레스 평가 기준에 의하면 측정값이 0~30(KIU/L)인 경우 스트레스가 낮은 상태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긴 하지만, 참가자들은 곤충을 선호 또는 비 선호하는 아동 들이 혼재되어 있었고, 대부분 방과 후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 는 돌봄취약아동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곤충치유프로 그램이 사전 예방적 차원에서의 긍정적 효과를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이용한 곤충 종은 ‘누에나방’을 이용하였는데, 지금까지 정서곤충으로 그 효과가 알려진 ‘왕귀뚜라미’와 ‘호 랑나비’ 외에 치유를 위해 추가적인 곤충 종을 이용하여 긍정적 효과를 검증하였다는 점에서, 향후에는 보다 다양한 정서곤충 종의 확대 가능성과 곤충산업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성별
남학생과 여학생의 성별에 따른 sAA 수치의 변화를 paired samples T-test를 사용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남학생의 스트 레스 지수는 사전 25.00(KIU/L)에서 사후 18.47(KIU/L)로 6.53(KIU/L)만큼 감소하였고(p<0.05), 여학생은 사전 17.12 (KIU/L)에서 사후 13.81(KIU/L)로 3.31(KIU/L) 만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Table 3). 이러한 결과는 곤충치유프로그램 의 적용이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에게 치유효과가 있긴 하지만 특히, 남학생의 경우에 긍정적인 치유효과가 더 크고, 통계적으 로도 유의한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령
참가자의 연령에 따라 8세에서 10세까지는 저학년(1-3학년), 11세 이상은 고학년(4-6학년)으로 구분하여, sAA 수치의 변화 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저학년은 사전 25.0(KIU/L)에서 사후 18.87(KIU/L)로 6.13(KIU/L) 만큼 스트레스가 감소하였고 (p<0.05), 고학년은 사전 14.75(KIU/L)에서 사후 11.95(KIU/L) 로 2.80만큼의 스트레스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학년 아동이 고학년 아동보다 치유프로그램 활동 참 가 후 스트레스의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결과 는 Kim et al. (2019)의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Table 3).
선호도
곤충에 대한 선호도는 총 2개의 문항으로, ‘나는 곤충을 좋아 한다(곤충관찰이나 만져보기 활동 등)’ 와 ‘나는 곤충을 직접 키워보고 싶다’ 로 구성되었으며, 5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하였다.
분석 결과 곤충에 대한 선호도는 사전 3.32점에서 사후에 3.87점으로 0.55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수준이다(p<0.05, Table 3). 성별에 따라서는 남학생 (0.35점) 보다 여학생(0.67점)의 선호도가 사후에 더 많이 증가 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통계적인 유의차는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곤충을 이용한 치유활동에 참여하기 전 보다 참여한 이후에 곤충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 는 것으로, 곤충치유프로그램은 아동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곤충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켜 곤충에 대한 선호 도를 증가시키는데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만족도
참가자들은 곤충치유프로그램 활동을 모두 마친 후에, 해당 활동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는 설문지를 작성하였다. 만족도 는 총 3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었으며, 5점 리커트 척도로 작성되 었다.
‘곤충치유프로그램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문항에 는 4.43점,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곤충치유프로그램에 참여 하고 싶다’ 는 4.40점, ‘다른 친구들에게도 곤충치유프로그램 에 참여하라고 말하겠다’는 3.88점으로 나타났으며, 만족도의 평균값은 4.23점으로 나타났다.
만족도의 차이를 학년에 따라 살펴본 결과, 저학년의 만족도 가 4.38점으로 고학년의 만족도 4.07점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 났고, 성별에 따라서는 남학생이 4.40점으로 여학생 4.13점 보 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모든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성은 없었다.
시사점
아동을 대상으로 정서곤충을 이용한 곤충교감활동의 치유 효과를 조사하기 위해 본 연구를 수행하였다. 정서곤충인 누에 나방을 이용한 치유프로그램은 아동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 고, 곤충에 대한 선호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치유프로 그램 참여 경험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은 수준이었다.
실제 아동이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는 것은 sAA 양과 직접 적인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생리적 반응은 심리 적,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밝혀진 사실 이다(Kim et al., 2018a). 본 연구는 살아있는 정서곤충을 이용 한 곤충치유프로그램이 아동의 심리치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확인한 점에서 의미가 있고, 이러한 결과는 AAT가 아동의 사회적, 정서적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 선행연구들과도 일치한다(Endenburg and van Lith, 2011).
다만 본 연구는 누에나방을 대상으로 정서곤충으로서의 가 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파일럿 연구로, 연구의 한계점으로는 대 조군이 없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sAA 수치가 대부분의 아동 들에게서 낮아졌지만 모두 낮아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 스가 감소한 매커니즘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의 시도는 정서곤충으로 이용 가능한 곤충 종의 시장 이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곤충은 비 용이 적게 들고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짧은 기간 동 안 한 살이 과정을 모두 관찰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장점이 있기 에, 치유농업법의 시행과 더불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치유 시장 에서 농촌지역의 곤충 농가 뿐만 아니라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교육농장, 체험교육장 및 학교 교육현장에서도 교과과정과 연 계하여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에는 정서곤충으로 이용하기에 적합한 종을 우선으로 보다 다양한 종에 대한 치유효과를 과학적으로 구명하고, 다양한 서식공간 별로 대상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