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증가하는 인류를 위한 먹거리 생산 기반 확대는 그것에 못 미치고 있다. 농경지 면적 은 제한되어 있으며, 적절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는 기아 인구 는 증가하는 형국이다(Aizen et al., 2019). 약 8억의 인구가 단 백질과 칼로리의 불균형 상태의 식사를 하고 있으며, 20억 인구 가 비타민과 미네랄 등 미소 영양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FAO, 2015;IFPRI, 2022). 국내에도 전반적 영양 섭취는 양호 하나 일부 계층의 영양결핍과 영양소별 섭취 불균형과 결핍 문 제가 나타난다고 보고된 바 있다(Jeong, 2005). 인류의 복지는 기본적으로 먹거리의 안전한 공급, 즉 농업생산을 통한 식량생 산과 그 생산의 안정성에 크게 의존한다(Potts et al., 2010;Jung, 2014;Gosh and Jung, 2016). 식량 생산은 농업생산성과 경지 면적에 의해 결정된다. 농업생산성은 농민의 투입과 환경에 의 한 생태계 서비스를 바탕으로 점근성장을 하고 있다. 투자 대비 생산성 증가율의 감소는 더 많은 토지로의 용도 변경을 요구하 게 되나, 경지면적 또한 제한적 지표면의 활용이란 측면에서 한 계를 분명히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토지 이용 면적 비율이 증 가하면 상대적으로 자연서식처가 감소하기 때문에 자연생태계 에서 제공되는 각종 생태계 서비스의 질과 양의 감소를 감수하 게 되어있다(Smith et al., 2015;Aizen et al., 2019).
농업생산에 관여하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 유형 중, 화분매 개는 매우 중요한 생태계 조절 서비스로서 농업 생산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화분매개는 꽃가루를 옮겨주어 식물의 번식을 중재하고 각종 식물의 종자와 과실 생산에 기여할 뿐 아니라 멀 리 떨어진 식물들 간의 유전자 교환을 통한 유전자풀 다양성을 증대시켜 식물의 적합도 증가에도 기여한다. 인류 식량의 98% 이상을 제공하는 세계 107대 농작물 중 87종의 작물이 동물 화 분매개에 의존하고(Klein et al. 2007;Gallai et al., 2009), 세계 식량 생산량의 35% 이상이 곤충 화분매개를 통해 생산되고 있 다(IPBES, 2016).
Garibaldi et al. (2016)은 전 세계 12개국 340여 지역의 소규 모 농경지에서 작물생산성에 미치는 요인 분석 연구를 통해, 생 산량의 차이(yield gap; 상위 90% 단위면적당 생산량과 하위 10%의 생산량의 차이)는 약 53% 정도가 되었으며, 생산량 차 이의 76%는 작물재배 기반과 기술, 투입 등 농경적 요인으로 설명하였으나, 24%는 전적으로 화분매개자의 부족으로 인한 화분매개 부족이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화분매개의 부족은 화 분매개 곤충의 밀도 차이로 설명하였다. 화분매개 곤충은 크게 농경지나 주변 환경에 서식하면서 농작물 화분매개에 기여하 는 야생 자원이 있고, 꿀벌이나 뒤영벌류 등 가축화되어 사양관 리가 가능하고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가 가능한 관리 자 원, 또는 투입 자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시설 농업 및 대단위 산 업농업이 증가하면서 화분매개 서비스의 공여자를 투입하여 관리하는 형태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화분매 개의 식량 생산에 미치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이 루어진 바 있다. Levin (1983)에 의해 꿀벌 화분매개의 가치가 꿀벌을 이용한 1차 생산물의 142배로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또한 Southwick and Southwick (1992) 그리고 Nabhan and Buchaman (1997)이 화분매개를 하나의 자연의 서비스 관 점에서 미국 농업에서 꿀벌 화분매개의 가치는 $1.6~8.3 billion 으로 추정하였다. 그 후 새천년보고서(MEA, 2005) 등을 거치 면서 본격적으로 화분매개의 생태계 서비스 가치를 계량화하 기 시작했고, 국제 생물다양성 평가기구인 IPBES (Intergovernmental Science-policy Platform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s)에서 2016년 화분매개평가 보고서를 통해서 대중화 되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쌀농사 중심에 과수와 채소작물이 혼재하는 농업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전체 곡물자급률은 1990 년 43%에서 2011년 22.6%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였고, 식량 중 곡물류 자급률은 2020년대 45% 정도이다(Seong, 2013;Seo et al., 2020). 주요 OECD 국가들이 곡물자급률 100% 이상으로 완전자급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치이다. 식량 공급의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적 대안으로 재배방식이나 외부투입 에너지의 증가를 요구하였고, 우리나라 농업의 환경 부하는 선진국에 비하여 매우 높은 수준이다. 비료를 많이 투입 하고 축산분뇨를 대량 방출한 결과 ha당 질소수지 초과량이 OECD평균의 3.2배, 인산수지 초과량은 OECD평균의 4.0배, ha당 농약사용량은 OECD평균의 14.3배이고 에너지 사용량은 OECD평균의 37.0배나 된다고 하였다(Lee, 2009). 반면 우리 나라의 양봉꿀벌 봉군 수는 지난 60년간 꾸준히 증가하여 200-250만 봉군 이상으로 추정되며(Jung and Cho, 2015), 봉군 밀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Ghosh and Jung (2016)에 따르면 꿀벌의 농경지 평균밀도는 66.9군/농경 지km2 이며 국토 면적으로 평가하였을 때 11.7봉군/km2로 미 국에 비해 약 50-100배, 유럽 보다는 10배 정도 높은 봉군밀도 를 유지하고 있다. 즉 화분매개 집약 농업이 가능한 구조이다. 국내에서는 꿀벌 등 화분매개가 농작물 생산에 미치는 경제적 가치는 약 6조원으로 평가된 바 있다(Jung, 2008). 그러나 농작 물별 생산량의 변화 및 화분매개의 농작물 생산 취약성에 대한 분석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국내 주요 농작물의 농업생산 현황을 분 석하고, 작물별 화분매개의존도 자료를 바탕으로 농작물 생산 에 미치는 화분매개의 영향을 양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고찰 하고자 한다. 또한 기후변화와 농경지를 비롯한 화분매개의 생 태적 환경 변화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취약성을 분석하여 향 후 농업 생산 및 생태계 관리의 방향을 타진해 보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화분매개에 따른 생태계서비스 가치 평가를 위한 농작물의 재배현황과 생산자료는 2015년 농업 총조사 자료를 기본으로 하였다(KOSIS, 2015). 주요 과수 및 채소 그리고 곡물 등을 대 상으로 재배면적과 생산량 자료룰 구축하였다. 그리고 각 작물 의 화분매개 의존도를 통해 화분매개를 통한 작물 생산량을 추 정하였다. 자료 분석은 작물 유형으로 분류하여, 식량작물, 과 수류와 채소류 및 특용작물로 크게 구분하였으며 과수와 채소 류는 노지와 시설(하우스) 재배 작물을 구분하여 재배면적과 생산량 등을 조사하였다.
작물의 화분매개의존도(Pollination Dependency; PD)는 최 대 작물생산에 기여하는 화분매개의 역할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화분매개가 적절히 이루어지는 처리구와 화분매개가 이루어지 지 않게 차단한 처리구에서의 생산량의 차이 비율을 통해 결정한 다. 농작물의 화분매개의존도는 기존에 조사분석된 Jung (2008) 의 값과 Klein et al. (2007)과 Aizen et al. (2009)의 값을 중심으 로 활용하였다. Klein et al. (2007)과 Aizen et al. (2009)에서는 주요 작물의 화분매개 의존도를 5단계로 구분하여 0%, 0-10%, 10-40%, 40-90%, 그리고 90-100%를 부여하였으며, 값의 선택 은 중간값 또는 실험적 추정치나 경험치를 적용하는 것을 권고하 였다. 화분매개 의존도 5단계는 각각 없음(none), 낮음(low), 적 당히 있음(moderate), 높음(great), 필수적(essential)으로 나누어 진다. 대부분 곡물이나 차 종류는 ‘없음’, 감귤이나 감, 팥 등은 ‘낮음’, 해바라기, 유채, 콩 등은 ‘적당히 있음’, 메밀, 호도, 사과, 매실, 자두 등 대부분의 과실류는 ‘높음’, 참외, 수박, 호박 등 과채 류는 ‘필수적’으로 구분하였다. 화분매개 의존 생산량 추정이나 기여 서비스 가치 추정은 Eq. 1의 방식을 채용한다(Jung, 2008). 즉 화분매개 의존 농업생산량은 실재 생산량에서 화분매개 의존 도 만큼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으로(Robinson et al., 1989), 이 방 법론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경제적 단위로 환산하기 쉬운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이미 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세계의 다양한 국가에서 화분매개의 경제적 가치 평가에 사용된 바 있다(Gallai and Vaissière 2009;Gallai et al. 2009;IPBES, 2016).
EV(PD)는 화분매개의존 경제적 가치로 각 작물(i)의 재배면적 (Ai; ha), 생산성(Pi; ton/ha), 단가(Pri; 원/ton), 그리고 화분매개 의존도(PDi)의 곱의 합으로 결정된다. 화분매개 의존 생산가치 의 범위를 추정하기 위하여 각 추정치에서 5%를 가감하였을 때 민감도를 평가하였다.
농산물의 가격 정보는 해당 농촌진흥청 농축산물 소득 자료 집,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SAFFC, 2015), 한국농수산식품유 통공사(KAFFTA, 2015) 등에서 수집하였으며 일부 자료는 인 터넷 검색을 통해 평균 가격을 추정하였다.
결과 및 고찰
우리나라 농업생산 현황
우리나라 작물 재배면적은 2015년 기준으로 1,275,062 ha이 며, 농작물 재배면적의 69.6%인 887.021 ha가 벼 등 식량작물 이 차지하고, 과수와 노지채소 작물이 각각 12%가량, 시설채소 는 3%를 차지하며 나머지 유지작물, 약용작물 등이 재배된다 (Table 1). 식량작물 재배면적의 대부분은 벼가 차지하고 나머 지 보리, 콩, 감자 등이 있으며, 노지 과수작물은 사과, 배, 감귤, 복숭아 등이 149,360 ha, 노지 채소작물은 고추, 배추, 무 등이 152,878 ha에서 재배된다. 시설 채소 재배는 주로 수박, 고추, 딸기, 토마토 등이 각 3천 ha 이상을 차지하며 전국적으로 38,066 ha로서 전체 농작물 재배 면적의 3%를 차지한다. 유지 작물로는 참깨, 들깨, 땅콩 등이 있으며 약용작물로는 오미자, 산수유, 산양삼, 구기자 등이 포함되어 있다.
농업 생산량은 총 1500만 톤 정도가 되며 채소작물이 전체의 50%, 식량작물이 33%, 과수작물이 16%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 지는 유지, 약용, 특용작물과 소면적 작물 생산량이 전체 생산 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2015년 농업총조사 자료에 기초하 여 추정하면, 국내 농업생산은 47조원 정도에 이른다. 그 중 농 작물 생산은 25조원, 축산물은 19조원, 그리고 임산물 생산은 2.3조원이었다. 전체적으로 식량작물 14종이 전체 농경지의 70%를 차지하였지만 생산량은 33%를 차지하였다 (Fig. 1). 반 면 채소작물은 31종이 15% 농경지를 차지하나 생산량은 전체 의 49%에 이르렀으며, 과수는 각 19종 12%에서 16%를 생산하 였다. 나머지 유지, 약용작물 등 특수작물 9종이 0.9% 농경지에 서 0.1%의 생산에 기여하고 있었다.
지역별 재배면적 분포는 Table 2에 나타내었다. 벼를 중심으 로 식량작물은 전북, 전남, 충남, 경북, 경기 순으로 나타났으며, 과수는 경북이 30.9%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경남, 제주, 전북, 충남, 충북 순으로 나타난다. 반면 노지 채소는 전북이 22.3%이 고 경북, 강원, 충남 순으로 이어진다. 반면 시설 채소는 경남과 경북이 각 17%대이고 충남, 경기, 충북 순으로 나타났다. 특용 작물은 충남, 경기, 강원, 경북, 전북, 충북 등의 순으로 10-15% 정도를 차지하였다.
화분매개 의존도
국내 중 작물의 화분매개 의존도 분포는 작물유형별로 큰 차 이를 보였다. 전체 71개 주요 작물에서 31종의 작물은 화분매 개 의존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의존도가 매우 낮은 것(Low) 은 4종, 어느 정도 있는 종(moderate)은 10종, 높은 종(great)은 22종이었으며, 필수적인 종(essential)은 딸기와 참외가 각각 시설과 노지에서 나타났기에 4종으로 기록되었다(Table 3). 비 슷한 경향이 식량작물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과수에서는 사과, 살구, 자두, 산딸기와 호두 등이 높은 의존도를 나타냈고 감귤, 감, 배 등은 중간 또는 낮은 정도 그리고 포도는 의존도 없음으 로 분석되었다. 노지 채소작물 중에서 고추, 호박, 수박, 참외, 딸기 등의 의존도는 높으나, 실제로 노재 재배면적이 많은 무, 배추, 양파, 생강, 시금치 등 엽채류의 경우 농업생산에 있어 화 분매개 의존도는 매우 낮다. 반면, 시설 채소에서는 수박, 고추, 참외, 딸기, 토마토 등의 재배면적과 생산성이 높고, 화분매개 의존도 역시 매우 높기 때문에, 의존 생산량 역시 많아질 것으 로 예상된다. 특수 작물에서는 참깨, 들깨, 헛개 등이 높고 구기 자, 오가피 등의 화분매개 의존도가 중간 정도를 나타낸 반면, 산양삼 등은 직접 생산물에 화분매개 의존도는 없는 것으로 평 가되었다(Table 3). 조사된 각 작물의 화분매개 의존도의 범주 별 빈도와 범주 내 평균값은 표로 제시하였다(Table 3). 식량작 물의 화분매개 의존도의 평균값은 7.5%, 과수류는 40%, 노지 채소류는 23.9%, 시설 채소류는 33.8%, 특수 작물에서는 39.4% 이었고, 전체 평균은 29.2%로 나타났다.
화분매개 의존 작물생산
2015년 기준 국내 농작물 생산은 총 1538만톤이며, 화분매 개 의존 생산량은 약 270만톤으로 전체 생산의 17.8%정도에 이른다(Table 4). 그러나 작물 유형별로 보면, 식량작물의 생산 량 중 화분매개 의존 생산량은 0.2% 수준으로 매우 낮다. 이는 식량작물 생산량이 대부분 벼, 보리 등 화분매개 의존도가 없는 작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며, 0.2%는 콩과 팥 등에서 기여 한 바가 크다. 반면, 과수에서는 전체 생산량의 42% 이상이 화 분매개 의존 생산으로 나타났다. 과수 중 생산면적이 넓고 생산 성이 커서 생산량이 많으면서 화분매개 의존도가 높은 사과나 배, 복숭아, 자두 등의 기여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지 채 소작물에서는 화분매개 의존 생산은 전체 노지 채소 생산의 13.8%로 나타났다. 이는 노지 채소 중 무게가 많이 나가는 배추 와 무, 양파 등 생산량이 많은 데 이들의 화분매개 의존도가 낮 기 때문으로 사료된다(Table 4). 반면 온실 채소 작물에서는 참 외, 수박, 딸기 그리고 풋고추 등 전형적인 과채류 비중이 높아 서 전체 생산량의 49.2%가 화분매개 의존 생산량으로 평가되 었다(Table 4, Fig. 2).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농작물 생산액은 24.5조원으로 추 정되었고, 화분매개의 작물생산에 미치는 경제적 기여 가치는 6조 8천억원 정도로, 전체 농작물 생산액의 28%를 차지하였다. 화분매개 의존도의 5%의 변이를 가정하였을 때(PD±5%), 화 분매개의 경제적 기여 가치는 6조5천억원에서 7조2천억원 정 도의 변이 폭을 가진다. 곡물류의 경우 0.7%로 화분매개 의존 생산 가치는 매우 미미하였으나, 과수류의 경우 6조원 중 2.4조 원이, 노지 채소류의 경우 7.6조원 중 25%인 1.9조원이 화분매 개를 통한 생산으로 평가되었다. 시설 채소류의 경우 그 의존도 가 55% 이상으로 높아 전체 3.8조원 생산 중 2.1조원이 화분매 개 의존 생산으로 평가되었다. 참깨와 들깨를 포함한 특용작물 에서는 전체 7천억원 중 48%인 3천5백억원 정도의 경제적 기 여 가치를 추정하였다. 각 작물의 화분매개 의존도는 Fig. 2에 서 찾아볼 수 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농작물의 재배 및 생산에 미치는 화분매개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전체 71개 작물에서 40개의 작물은 어떤 형태로든 화분매개가 잘 이루어질 때 작물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이며, 그 의존도의 평균은 29.2%였다. 즉 농작물의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작물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전 체 평균적으로 29.2%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Garibaldi et al. (2016)등이 전 세계 다양한 포장 연구에서 농작물 생산량 차이의 25%가 전적으로 화분매개 부족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는 연구와 연관된다. 또한 화분매개 의존 생산량 역시 전체 농 산물의 17.8%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과채류 등에서는 50% 정도에 이른다. IPBES (2016)에서도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의 35% 정도가 화분매개에 의존한다고 보고한 바 있는데 국내 농 업생산액 24조원 중 35%에 해당하는 6.8조원(6.5조-7.2조원) 이 화분매개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Jung (2008)은 2006년 농촌진흥청의 소득 자료집 농업경영자료를 기반으로 국내 꿀벌 화분매개의 경제적 기여 가치를 6조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 국내 과채류 생산액 12.4조원 중 꿀벌 화분매개의 경제 적 기여 가치를 5.98조원으로 평가하였다. 2010년도 자료를 바 탕으로 41개 품목으로 확대하여 추정한 결과, 23조원의 농작물 생산 중 6.6조원 정도의 화분매개 경제적 기여 가치를 추정하였 으며, 이 중 꿀벌 화분매개의 경제적 가치는 4.8조원으로 추정 한 바 있다(Jung, C. unpublished). 본 연구는 71개 농작물(품목 포함)의 화분매개 기여 가치를 구체적으로 추정해 냈다는 점에 서 의의가 있다. 또한 채소류의 경우 시설 재배 작목과 노지 재 배 작목을 구분하여 추정하였다.
많은 채소작물 및 특용작물의 경우 구근, 엽채를 활용하기 때문에 이들 생산에 화분매개의 직접 기여 가치는 매우 낮았다. 그러나 이러한 엽채류 등의 육종과 채종 등 종자생산 과정에서 화분매개는 필수적 과정이다. 국내 종자 시장의 규모는 약 6,000 억원으로 추정된 바 있다(Jung, C. unpublished), 식량작물, 채 소, 과수, 화훼, 버섯, 특용작물 및 사료/녹비작물 등으로 구성되 는 데, 이 중 채소와 특용작물 종자의 60-80%가 화분매개를 통 해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고된 바,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다면 최소 3.6~4.8천억원의 경제적 기여 가치를 추정할 수 있다.
화분매개를 통해 생산되는 농산물들은 대부분 비타민과 미 네랄이 풍부하다. 감귤, 고추 등이 비타민 C 함량이 높은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화분매개 의존 농작물을 통한 한국인의 미네랄과 비타민 공급능력을 파악한 결과, 전 세계 평균 (7.3%) 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11.2%)으로 국민의 미소 영양분 공급 을 담당하고 있음이 밝혀졌다(Ghosh and Jung, 2018). Eilers et al. (2011)은 인류 섭취 에너지의 21.2%, 단백질은 16.6%, 지방 은 74%가 화분매개의존 작물에 의해서 공급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
화분매개의 식량 생산 기여 가치 평가에는 네 가지 변수의 추정이 필요하다. 생산면적, 단위면적당 생산성, 시장 가격 그 리고 화분매개의존도이다. 시장 가격은 변동성이 큰 변수이다. 본 연구에서는 중심값 또는 도매시장 가격을 중심으로 평가하 였기 때문에 경제적 기여 가치가 다소 과소평가될 소지가 있다. 또한 화분매개 의존도 역시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양한 환경과 품종, 재배양식 등의 조건에서 화분매개 의존도 의 평가 또는 재평가가 필요하다. 최근 자가수분 품종의 개발 보급이 확대되고 씨앗 없는 과채류의 선호성이 높아지고 있지 만 동시에 자연적으로 충분히 화분매개가 이루어져 수정이 된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경향이다. 그리고 화분 매개 의존도가 높은 토마토, 딸기, 사과 등의 농산물에 대한 상 대 수요 및 공급 체계가 심화되고 있다(Ghosh and Jung, 2016;Aizen et al., 2019).
그러나 최근의 기후변화와 농업 환경의 변화 그리고 그에 따 른 화분매개자의 다양성과 풍부도의 감소가 지속적으로 보고 되고 있다(Goulson et al., 2015;Seibold et al., 2019;Vasiliev and Greenwood, 2021). 특히 기후변화와 연계된 변화는 북반 구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으며(MEA, 2005), 식물개화 기와 벌들의 활동간의 불일치, 관리 화분매개자는 물론 야생의 화분매개 자원의 다양성 감소 및 생물량 감소가 지속적으로 보 고되고 있다(IPBES, 2016;Seibold et al., 2019). 농업의 집약 화, 서식처 파괴와 파편화, 식물 등 흡밀식물의 감소, 농약 등 화 학오염, 병해충 발생 및 외래 생물침입, 기후변화 및 기타 물리 적 환경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꿀벌 등 화분매개자 밀도와 다양성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Potts et al., 2010). “꿀벌과 다 른 야생벌이 사라지거나 충분한 밀도를 형성하지 못하여 화분 매개자 자원의 부족으로 필요한 양 만큼의 화분이동이 이루어 지지 않을 수 있다” (Kim et al., 2009). 국내 농업에서 곤충 화분 매개 기능의 70% 내외를 꿀벌이 담당하고 있다(Jung 2008;Kim et al., 2009). 꿀벌을 보호하고 사육하는 양봉농가에게 적 극적인 지원책을 통해서 꿀벌 밀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꿀벌 이 20% 감소한다면, 과수류, 과채류, 특용작물 생산은 5% 정도 영향을 받게 되며, 그 감소폭이 커지거나 야생벌의 밀도나 다양 성이 낮아진다면 그 파장은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음이 보고 된 바 있다(Jung, C. unpublished).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식량 전쟁이나 식량 위기 상황 등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농업 생산의 문제를 농경지 내에서 해결하려는 생각에 는 한계가 있다.
야생벌의 경우 좀 더 폭 넓은 보호 활동이 필요하다. 일부 선 진국에서는 이미 국가나 지역 수준에서 화분매개 보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Martins et al., 2015;Vasiliev and Greenwood, 2019). 농업 생태계 내에서는 병해충 종합관리(IPM)체계에서 화분매개자 밀도와 다양성을 부양하는 화분매개 친화형 병해 충 종합관리(Integrated pollinator-pest management, IPPM) 시 스템이 최근 제안되었다. 농약 중심의 해충 방제에서 화분매개 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고한 Biddinger and Rajotte (2015)의 제안을 확장시켜, Egan et al. (2020)은 IPPM의 기본 골격을 제시했고, 국내에서는 Jung (2021)이 구체적 실천 방향 을 포함하여 사과 생산 시스템에서 화분매개-병해충 종합관리 전략을 제안하였다. 생태계 다양성을 강화하여 화분매개자와 생물적 방제원의 밀도와 다양성을 부양한다면 이를 통하여 생 태계 서비스를 최대화시켜 병해충의 발생이 억제되는 환경을 만들고, 돌발적 병해충이 발생할 경우, 고독성 농약보다는 생물 농약이나 저독성, 선택성 농약을 우선 선택함으로써, 환경 부담 을 낮추고 병해충에 대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밀도 억제 시스 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농경지와 주변 경관에 화분매개 서식처를 조성하고, 병해충 예찰 및 모델 기반 의사 결정을 통 한 적기 약제 방제 실시가 IPPM의 골간이라 할 수 있다. 서식처 조작을 통한 병해충 방제 및 천적 및 화분매개자 부양은 다양한 시스템에서 시도되었고 검증된 바 있다(Risch et al., 1983;Kim et al., 1995;Blaauw and Isaacs, 2014;Classen et al., 2014;Son and Jung, 2021). 특히 농경지 경관 내에 꽃길이나 경관작물의 재배 등을 통한 농촌 어메니티 개선 프로그램은 인간과 자연의 상생 수단으로 그 가치를 더해 갈 수 있다(Hipolito et al., 2016). 궁극적 으로 화분매개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 이해를 통해 그 생태계 서 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의 농업 정책의 시행은 친환경, 저탄소 농 업 생산 안정화의 핵심 전략으로 개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