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사람을 비롯한 척추동물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중 요한 호르몬인 인슐린이 캐나다의 Frederick Banting, Charles Best, John R. Macleod, James Bert Collip에 의해 발견된 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Rostene and De Meyts, 2021;Sims et al., 2021). 인슐린의 발견은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었고, 이것으로 Frederick Banting과 John R. Macleod는 1923년에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척추동물에 있어 인슐린은 주로 췌장(pancreas) 내 췌도(islet of Langerhans) 조 직에 존재하는 베타세포에서 혈당에 따라 분비되어 혈액과 함 께 몸 전체를 순환하면서 간(liver), 근육(muscle), 지방 조직 (adipose tissue) 등에 있는 인슐린 수용체(insulin receptor)에 결합한 후, 하위 신호전달계의 활성화를 통해 혈당을 적정 수준 으로 낮추는 역할을 한다(Rostene and De Meyts, 2021;Sims et al., 2021). 베타세포 외에 뇌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도 인슐린 수용체가 발현되고 인슐린이 섭식 행동 및 에너지 대사 조절에 기여한다는 것이 보고되었다(Scherer et al., 2021). 곤 충에서도 다양한 호르몬들에 의해 곤충의 행동 및 생리가 적절 하게 조절되는데(Boo, 2001), 흥미롭게도 인슐린과 유사한 펩 티드(insulin-like peptide/ILP) 및 관련 수용체들이 존재함이 밝혀졌고, 이들의 세포 내 신호전달 과정도 척추동물의 인슐린 수용체 신호전달계와 유사함이 알려져 인슐린과 유사한 펩티 드 및 관련 신호전달계가 척추동물의 분화 훨씬 전부터 진화해 왔다고 보여진다. 본 종설에서는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과 유 사하면서도 다른 기능적 특성을 보여주는 곤충 ILP의 구조와 수용체 신호전달계 및 그 생리적 기능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사람을 비롯한 척추동물의 인슐린 구조와 수용체 신호전달계
사람을 비롯하여 여러 척추동물은 인슐린 그리고 인슐린과 유사한 insulin-like growth factor-1 (IGF-1)이 존재한다. 이들 은 하나의 유전자에서 발현되는 A와 B 두 개의 펩티드가 이황 화결합(disulfide bond)으로 결합된 구조를 보여준다(Smit et al., 1998). 췌장 내 베타세포에서 분비된 인슐린은 각 조직 내에 존재하는 인슐린 수용체에 결합하여 하위 신호전달계를 활성 화시킨다. IGF-1의 경우 IGF-1 특이적 수용체(IGF-1 receptor) 에 결합하긴 하지만 이후 활성화되는 신호전달계는 인슐린 수 용체와 동일하다. 인슐린 수용체와 IGF-1 수용체가 이들 각각 의 리간드(인슐린, IGF-1)와 결합을 하게 되면 동종이중체 (homodimer)가 형성되고, 이 이중체가 가진 인산화 활성을 통 해 수용체에 존재하는 tyrosine 아미노산기의 자가인산화(autophosphorylation) 가 이루어진다(Fig. 1) (Cohen, 2006;Haeusler et al., 2018). 이는 insulin receptor substrate (IRS) 단백질을 모 집하고 이들의 tyrosine 아미노산기에 추가적인 인산화를 유도 한다. 인산화된 IRS 단백질은 효소 활성이 없는 대신, 일종의 뼈 대 단백질(scaffold protein)로서 기능하여 phosphatidylinositol 3-kinase (PI3K)을 모집 및 활성화를 유도하고, 활성화된 PI3K 는 세포막 인지질을 인산화한다. 인산화된 인지질(phosphatidylinositol- 3,4,5-triphosphate/PIP3)은 또다른 인산화 효소들 인 PDK1, Akt를 모집하고 활성화하여, 최종적으로 여러 하위 신호전달 인자들(TOR, GSK3, AS160, FOXO 등)을 인산화함 으로써 다양한 생리조절에 기여한다(Fig. 1) (Cohen, 2006;Haeusler et al., 2018).
곤충의 insulin-like peptide 구조와 수용체 신호전달계
곤충에서 ILP의 존재 가능성은 곤충의 중앙신경분비세포(medial neurosecretory cell/MNC)와 카디아카체(corpus cardiacum)를 인위적으로 제거하거나 중앙신경분비세포에서 카디아카체와 알라타체(corpus allatum)로 연결되는 신경을 절단하였을 때, 혈림프 내에 glucose와 trehalose의 증가가 관측되었는데 반해 중앙신경분비세포 또는 카디아카체와 알라타체의 추출물을 투 여하면 혈림프 내 glucose와 trehalose의 감소가 관측됨을 통해 제시되어 왔다(Duve, 1978;Normann, 1975). 이후 항체 반응 및 단백질 서열분석, 유전자 연구 등을 통해 ILP의 존재 및 척추 동물의 인슐린과 유사한 구조를 가짐이 밝혀졌는데, 가장 먼저 확인된 ILP는 처음에는 누에(Bombyx mori)의 작은 앞가슴샘 자극호르몬(prothoracicotropic hormone/PTTH)으로 생각되 었으나 나중에 ILP로 밝혀진 Bombyxin이다(Nagasawa et al., 1984;1986). Bombyxin 및 이후 발굴된 곤충 ILP들은 척추동 물에서 발견되는 인슐린 및 IGF-1과 유사하게 하나의 유전자 에서 발현되는 두개의 펩티드가 이황화결합(disulfide bond)으 로 결합된 단백질 구조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곤충의 ILP 수용체 신호전달계에 대한 이해는 초파리(노랑 초파리, Drosophila melanogaster)의 유전적 연구를 통해 많이 이뤄졌는데, 7개의 ILP 발현 유전자(Dilp1-7)의 존재가 2000년 초파리의 유전체가 밝혀지면서 확인되었고(Brogiolo et al., 2001), 중앙신경분비세포를 중심으로 침샘(salivary gland), 중 장(midgut), 성충판(imaginal disc), 복부신경삭(ventral nerve cord), 카디아카체, 알라타체 등에서 ILP들의 존재가 초파리나 다른 곤충들에서 확인이 되었다(Bollenbacher et al., 1997;Brogiolo et al., 2001;Mizoguchi et al., 1987). 이후 초파리에서의 여러 유전적 연구를 통해 곤충의 ILP 수용체 신호전달계가 척 추동물의 인슐린 및 IGF-1 수용체 신호전달계와 거의 동일하 다는 것이 밝혀졌다(Fig. 1) (Garofalo, 2002). 이로써 이들 수용 체 신호전달계가 오래전에 진화했을 뿐 아니라 진화적으로 잘 보전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Insulin-like peptide의 곤충 대사 생리 조절
혈액 내 혈당 변화에 따라 척추동물의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 슐린 분비가 조절되듯이, 곤충에서는 체내 영양상태에 따라 뇌 의 ILP 분비가 조절된다. 그 예로 누에를 비롯한 여러 곤충에서 공복 시에는 ILP의 분비 감소가, 반대로 섭식 시에는 ILP의 분 비 증가가 관찰되었고(Masumura et al., 2000), 초파리에서 혈 림프(hemolymph) 내의 아미노산 농도 변화가 지방체(fat body) 의 TOR 신호전달계를 활성화시켜 최종적으로 뇌의 ILP(Dilp) 분비를 조절함이 보고되었다(Fig. 2) (Geminard et al., 2009). 또한 사람의 인슐린 분비와 유사하게 혈림프 내에 존재하는 glucose와 같은 탄수화물에 의해 ILP 분비가 유도됨이 누에와 초파리 등의 곤충에게서 보고되었다(Fig. 2) (Masumura et al., 2000;Oh et al., 2019).
그런데 이러한 ILP는 곤충의 영양 상태에 따라 합성 및 분비 가 조절될 뿐 아니라, 곤충의 대사 생리를 조절함에 있어서 중 요한 역할을 한다. 누에의 ILP인 Bombyxin은 성충에서는 효과 를 보이지 않았으나, 유충에서는 혈림프에 존재하는 glucose와 trehalose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고(Satake et al., 1997;1999), 초파리의 경우에도 ILP들을 발현하는 중앙신경분비세포가 결 실되었을 때 유충과 성충의 혈림프에 존재하는 탄수화물 (glucose, trehalose)의 양이 증가하였다 (Broughton et al., 2005;Rulifson et al., 2002). 또한 초파리의 ILP 수용체 신호전달계가 초파리 성충의 지방체에 존재하는 지방의 축적을 촉진하고 (DiAngelo and Birnbaum, 2009), Chico (초파리의 IRS 유전 자)가 결실된 초파리의 경우, 척추동물에서 IRS1의 결실이 지방 대사의 문제를 야기해서 고지질혈증(hyperlipidemia)을 유발시 키는 것처럼, 초파리 성충의 체내 지방 함량이 증가하였다 (Bohni et al., 1999). 이같은 결과들은 척추동물의 인슐린 및 수 용체 신호전달계가 대사 생리 조절에 중요하게 관여하는 것처 럼 곤충에서도 ILP 및 이들의 수용체 신호전달계가 대사 생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보여준다.
Insulin-like peptide의 곤충 성장 및 수명 조절
사람을 비롯하여 마우스, 선충(예쁜꼬마선충, Caenorhabditis elegans) 등에서 IGF-1이 성장과 수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져 왔다(Kenyon, 2005). 마우스와 선충의 경우, IGF-1 또는 IGF-1 수용체 신호전달계의 결실이 성장을 억제함과 동시에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보고되었다 (Kenyon, 2005;Yakar and Adamo, 2012). 마찬가지로 초파리 에서도 ILP를 발현하는 중앙신경분비세포를 결실시키거나, Dilp2, ILP 수용체, PI3K (Dp110, p60), Chico 등의 ILP 관련 신호전달 물질들을 제거 또는 비활성화하는 돌연변이를 유도했 을 때 초파리의 성장이 억제되거나 수명이 연장되었다(Bohni et al., 1999;Broughton et al., 2005;Clancy et al., 2001;Gronke et al., 2010;Tatar et al., 2001;Weinkove et al., 1999). 이러한 유 충 및 성충의 성장 외에도 겹눈을 구성하는 낱눈(ommatidium) 그리고 성충판의 크기도 ILP 수용체 신호전달계에 의해 조절 된다. ILP 수용체, PI3K (Dp110, p60), Akt, Chico 등의 ILP 관 련 신호전달계의 활성을 억제하였을 때 낱눈 그리고 성충판의 크 기가 감소하였고, 반대로 활성을 증가시켰을 때 낱눈 그리고 성충 판의 크기가 증가함을 관찰하였다(Bohni et al., 1999;Brogiolo et al., 2001;Verdu et al., 1999;Weinkove et al., 1999). 더 나아가 추가적으로 수행된 하위 신호전달계 연구들은 수명 조절의 경 우, FOXO 전사인자 및 유약호르몬(juvenile hormone)을 통해 이뤄진다고 제안한다(Hwangbo et al., 2004;Tatar et al., 2001).
곤충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것은 탈피(molting)인데 탈피는 뇌의 측면신경분비세포(lateral neurosecretory cell/LNC)에서 만들어져서 카디아카체(일부는 알라타체)를 통해 분비되는 앞 가슴샘자극호르몬(PTTH)이 앞가슴샘(prothoracic gland)에서 탈피호르몬(ecdysteroids – ecdysone, 20-hydroxyecdysone) 합 성 및 분비를 촉진하면서 이뤄진다(Boo, 2001). 앞가슴샘자극 호르몬 외에도 ILP 수용체 신호전달계 또한 탈피호르몬 분비 를 조절한다. 그 예로 초파리의 PI3K 활성화는 앞가슴샘의 성 장과 함께 탈피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고, 반대로 PI3K 활성 억제는 앞가슴샘의 성장 및 탈피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Fig. 2) (Caldwell et al., 2005;Walkiewicz and Stern, 2009). 마찬가 지로 ILP 수용체의 하위 신호전달인자인 TOR의 활성을 억제 하면 앞가슴샘 성장 및 탈피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고, 이로 인해 번데기 형성이 미뤄진다(Layalle et al., 2008). 추가로 ILP 수용 체의 하위 신호전달인자이자 ILP에 의해 활성이 억제되는 FOXO 전사인자의 활성을 증가시키면 반대로 탈피호르몬 합 성/분비가 억제된다(Koyama et al., 2014).
Insulin-like peptide의 곤충 휴면 및 생식 조절
곤충은 불리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생리적 발육 정지 상 태인 휴면(diapause)에 들어가는데, 이는 내분비에 의한 조절을 통해 이뤄진다(Tougeron, 2019). 놀랍게도 척추동물의 인슐린 을 나비목 곤충들에게 주입하였을 때 탈피호르몬 합성이 증가 하여 휴면 종료 및 우화가 유도되었고(Arpagaus, 1987), 초파 리에서는 ILP 수용체 신호전달계 인자인 PI3K (Dp110)가 결 실될 경우 휴면이 유도되었는데 반대로 신경조직에서의 PI3K (Dp110)의 활성을 증가시킬 경우 휴면이 억제되었다(Williams et al., 2006). 위 보고들과 비슷하게 모기(Culex pipiens)의 ILP 수용체의 활성을 억제하였을 때 생식 휴면이 유도되고 이는 유 약호르몬 주입에 의해 해제되었다(Sim and Denlinger, 2008).
ILP 수용체 신호전달계가 탈피호르몬 및 유약호르몬 조절 에 관여하기 때문에 이들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 생식(reproduction) 또한 ILP 수용체 신호전달계에 의해 조절될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실제로 ILP를 발현하는 중앙신경분비세포를 결 실시키거나 Chico와 같은 ILP 수용체 신호전달계 인자들을 결 실 또는 비활성 돌연변이를 유도하였을 때, 암컷 초파리의 생식 발달이 억제되었다(Bohni et al., 1999;Broughton et al., 2005;Clancy et al., 2001;Ikeya et al., 2002).
Insulin-like peptide의 해충 방제를 위한 잠재적 가능성
유전자 변형을 통한 해충 방제의 가능성은 꾸준히 고려되어 왔다. 특히, 최근 CRISPR-Cas9 시스템을 이용한 유전자 변형 방법의 개발은 타겟 특이적인 sgRNA와 범용적인 Cas9 사용을 통한 유전자 변형의 특이성 및 용이성으로 인해 주요 유전자 변 형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Anzalone et al., 2020;Bier, 2022). 현재 실험적으로 나비목 및 모기와 초파리 등의 파리목, 그 외 다양한 곤충에서 CRISPR-Cas9을 이용한 유전자 변형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Bier, 2022;Taning et al., 2017), 이와 같은 유 전자 변형 방법을 이용한 ILP 수용체 신호전달계의 제어는 ILP 의 곤충 대사 생리 조절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향후 개발 및 이 용의 가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뢰할 만한 기술적 방법 의 지속적인 개발과 더불어 생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극복되어 야 하는데, 최근 미국에서 유전자 변형 나방(Plutella xylostella, Pectinophora gossypiella) 및 모기(Aedes aegypti)의 포장 시험 이 진행 중에 있어 향후 ILP 수용체 신호전달계 및 다른 곤충 호 르몬 제어를 목표로 하는 유전자 변형 방법을 이용한 해충 방제 가 보다 광범위하게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Shelton et al.,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