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체로부터 분비·발산되어 동종 혹은 타종의 개체에 행동 이나 생리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생물계에는 존 재하는데 이들을 일컬어 화학통신물질(semiochemical, infochemical) 또는 신호물질이라고 한다(Law and Regnier, 1971). 다 양한 통신물질 중 같은 종 내 서로 다른 개체에 작용하는 물질을 페로몬(pheromone)이라고 한다. “페로몬”이란 용어는 그리스 어에서 유래되었으며 “운반하다”라는 “pherein”과 “자극하다” 라는 뜻을 가진 “hormone”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Karlson and Lüscher, 1959). 독일의 화학자인 Adolf Butenaandt가 1959 년에 누에나방으로부터 성페로몬을 최초로 분리하여 구조를 동 정하였으며 봄비콜(bombykol)이라고 명명하였다(Butenandt et al., 1961). 봄비콜의 구조가 밝혀진 후 다양한 곤충 페로몬들이 규명되어 왔고, 집약된 정보가 ‘The Pherobase’라는 웹사이트 에 정리되어 있다(El-Sayed, 2022). 현재까지 밝혀진 곤충 페로몬 은 대부분 수신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 유기 페로몬으로 성페로몬(sex pheromone), 집합페로몬(aggregation pheromone), 경보페로몬(alarm pheromone), 길잡이페로몬(trail pheromone), 분산페로몬(epideictic pheromone) 등이 있다(Boo et al., 2005).
행동 유기 페로몬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페로몬으로 나 방에서 가장 많이 보고되었으며, 주로 암컷 나방이 체외로 방출 하고 이를 감지한 수컷 나방이 암컷의 있는 장소로 유인되어 교 미 확률이 증가한다(Boo et al., 2005). 집합페로몬은 주로 수컷 성충이 발산하여 동종의 암수를 유인하는 기능을 갖는데 딱정 벌레목, 노린재목, 파리목, 벌목 등에 속하는 곤충들이 이용하 는 것으로 알려졌다(Wertheim et al., 2005). 경보페로몬은 천 적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동종의 무리가 천적으로부터 빨리 도 망가도록 하거나 모이게 하여 천적의 공격으로부터 대비하게 해주는 기능을 하며 흰개미아목, 노린재목, 벌목 등에서 보고되 었다(Šobotník et al., 2008; Kaib, 1999; Borges and Blassiolioraes, 2017; Lensky and Cassier, 1995). 길잡이페로몬은 사회 성 곤충류에서 발견되는데 처음 먹이를 발견한 개체가 다른 동 료들이 먹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돌아오는 길에 뿌려놓는 화 합물들이다(Czaczkes et al., 2015). 분산페로몬은 같은 종 개체 들의 과밀현상을 막기 위해 암컷들이 산란 후에 산란장소에 발 라두는 화합물로 나비목, 파리목, 벌목 등의 곤충들에서 확인되 었다(Gabel and Thiéry, 1992; Boo et al., 2005).
유기합성 기술의 발달로 많은 종류의 행동유기 페로몬들이 인공적으로 합성되어 농작물 및 수목에 피해를 주는 해충들을 방제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유기합성 페로몬을 해충 방제에 이용하는 방법은 개체군 모니터링(population monitoring), 대 량유살(mass annihilation tactics by mass trapping) 그리고 교 미교란(mating disruption)이 있다(Copping and Menn, 2000; Witzgall et al., 2010). 개체군 모니터링은 간접적인 방제 방법 으로서, 대상 해충의 출현 시기와 발생 밀도에 대한 정보를 페 로몬을 이용하여 파악하고 이를 통해 살충제의 사용 적기 및 방 제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농업, 원예, 산 림, 저장물 및 생활권 해충의 개체군 모니터링을 위해 페로몬이 사용되고 있다(Witzgall et al., 2010). 또한 페로몬은 침입해충 의 조기 발견에 매우 효과적이다(Brockerhoff et al., 2006). 대 량유살과 교미 교란은 직접적인 해충 방제 방법으로, 대량유살 은 암컷이나 수컷 혹은 암수 모두를 유인하여 대용량의 트랩 혹 은 살충제를 함유한 페로몬 트랩을 활용하여 해충의 밀도를 줄 이는 방제 방법이다(Yasuda, 1995; Faccoli and Stergulc, 2008; Campos and Phillips, 2014). 곤충은 교미를 위해 휘발성 성페 로몬을 이용하는데 교미교란은 다량의 성페로몬을 처리한 페 로몬 발산체(dispenser)를 해충 발생지에 여러 개 배치하여 방 제 대상지를 페로몬으로 포화시키게 되면 수컷 성충이 암컷 성 충을 찾지 못하는 원리를 활용한 것으로 화학통신물질을 해충 방제에 이용하는 가장 보편화된 방법이다(Baker and Heath, 2005; Witzgall et al., 2010). 페로몬은 1) 종 특이성이 매우 높 고, 2) 소량으로도 효과적이며, 3) 포유류에 대한 독성이 낮은 장점으로 유기합성농약을 대체할 수 있는 방제법으로 최근 더 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페로몬을 비롯한 화학통신물질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에 33억 달러, 2028년에는 97억 달러에 달 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compound annual growth rate, CAGR)은 14.7%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Fortune Business Insight, 2022). 그러나, 국내 화학통신물질 시장 규모는 세계시장과 비교하여 매우 작고 농업이나 산림에 서의 활용도도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특히 국내 산림해충에 대 한 화학통신물질 관련 연구는 농업 해충에 비해 늦어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본 종설에서는 국내 산림해충 의 화학통신물질 관련 연구 동향을 소개하고 앞으로 산림해충 화 학통신물질 연구 분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국내 산림해충 페로몬 연구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
소나무재선충병(pine wilt disease)은 식물기생성 선충인 소 나무재선충(pine wood nematode, Bursaphelenchus xylophilus) 에 의해 소나무류에(Pinus sp.) 발생하는 병으로 북미가 기원이 지만 북미에 있는 소나무류들은 소나무재선충에 저항성을 나타 내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1905년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보 고된 후 일본의 소나무림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Zaho et al., 2008). 이 후 중국, 대만, 한국 등에서 발병하여 큰 피해를 주 고 있으며 1999년도에는 포루트칼, 그리고 2008년도에는 스페 인에서 보고되어 유럽의 소나무류에도 큰 위협을 주고 있다 (Mota and Vieira, 2008). 소나무재선충은 감염된 소나무에서 건강한 소나무로 자력 이동을 할 수 없어 고사목 안에서 우화한 Monochamus 속에 속하는 하늘소 몸으로 이동한 후 하늘소가 건강한 소나무의 가지를 후식(maturation feeding) 할 때 새로 운 기주로 전반 되어 소나무재선충병을 유발한다(Zaho et al., 2008).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에 매개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 에 매개충을 방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되어 사용되 고 있으며 매개충의 화학통신물질을 동정하고 방제에 활용하려 는 연구도 수행되었다(Zaho et al., 2008). 침엽수 쇠약목 혹은 고사목을 가해하는 천공성 곤충들은 기주식물의 모노터펜류 (monoterpenoids) 휘발성분과 에탄올 조합에 강하게 유인된다 는 많은 보고가 있다(Miller, 2006; Morewood et al., 2003; Phillips et al., 1988). Fauziah et al. (1987)이 솔수염하늘소 (Monochamus alternatus)의 페로몬 존재 가능성을 처음 언급 한 이후, Pajares et al. (2010)이 유럽의 주요 소나무재선충 매개 충인 M. galloprovincialis 수컷 성충으로부터 집합페로몬인 2-undecyloxy-1-ethanol (monochamol) (Fig. 1a)을 처음으로 동 정하였다. 이후 솔수염하늘소, M. scutellatus scutellatus, M. sutor의 수컷 성충이 monochamol을 집합페로몬으로 발산한다 는 것이 확인되었으나 M. galloprovincialis와 마찬가지로 집합페 로몬 단독으로는 유인 활성이 많이 떨어지며 α-pinene, ipsenol, ipsdienol, cis-verbenol, 에탄올 등이 시너지스트로 작용한다고 보고하였다(Teale et al., 2011; Fierke et al., 2012; Pajares et al., 2013). 국내에서는 Kim et al. (2016b)과 Lee et al. (2017c)이 monochamol과 카이로몬(α-pinene, 에탄올, ipsenol) 조합의 야 외 유인 활성을 보고하였으며, Lee et al. (2017a)이 처음으로 북 방수염하늘소 암컷과 수컷 성충의 휘발성분 분석을 통해 수컷 성충만이 monochamol을 발산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폴리에 틸렌과 폴리우레탄 팩에 monochamol, α-pinene 그리고 에탄 올을 넣고 멀티펀넬트랩을 이용하여 야외 유인력을 조사한 결 과(Fig. 1b,c), 다른 Monochamus 하늘소들과 같이 α-pinene과 에탄올을 추가한 트랩에 더 많은 북방수염하늘소가 포획되었 다. 또한 북방수염하늘소는 나무좀류 집합페로몬으로 알려진 ipsenol 혹은 ipsdienol을 monochamol+α-pinene+에탄올 조합 에 추가한 트랩에 더 많이 유인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트랩에 포획된 북방수염하늘소의 성비를 확인한 결과, 암컷이 수컷에 비해 3배 정도 더 포획되어 monochamol은 집합페로몬 기능뿐 만 아니라 성페로몬의 기능을 갖는 것으로 확인되어 “집합-성 페로몬”(aggregation-sex pheromone)으로 새롭게 명명하였다 (Lee et al., 2017a).
국내 솔수염하늘소 개체군 역시 중국 개체군에서 보고된 결 과와(Teale et al., 2011) 마찬가지로 수컷 성충이 monochamol 을 발산하는 것을 확인하였다(Lee et al., 2018). 야외 유인력 검 정 결과, 북방수염하늘소와 같이 monochamol+α-pinene+에탄 올을 처리한 트랩이 monochamol, α-pinene 그리고 에탄올 단 독 처리한 트랩보다 유인력이 뛰어났다. 그러나 북방수염하늘 소와는 달리 monochamol+α-pinene+에탄올 조합에 ipsenol 혹 은 ipsdienol을 추가하였을 때 트랩의 유인력이 높아지지 않아 나무좀류 집합페로몬에 대한 반응이 다른 것을 확인하였다. 야 외 유인력 시험을 통해 페로몬 트랩이 북방수염하늘소 및 솔수 염하늘소 암컷을 더 많이 유인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는 페 로몬 트랩을 활용한 대량 포획을 통해 차세대 매개충의 밀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 소나무재선충 매개충 방제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항공살포나 매개충 나무 주사 등은 환경오염, 저항성 해충 출현, 타 동물에 대한 독성 등 많은 부작 용을 야기하고 있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방제법 이 시급하다. 매개충 페로몬 트랩을 활용한다면 매개충 혼재 지 역 정밀 지도 작성, 매개충 발생 예보, 대량 포획을 통한 방제 효 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하여 소나무재선충 방제 시책을 통해 적극적인 현장 적용이 필요하다.
솔껍질깍지벌레
솔껍질깍지벌레(Matsucoccus thunbergianae Miller et Park = M. matsumurae Kuwana) 피해는 1963년 전남 고흥에서 처음 보고 된 이후(Miller and park, 1987) 동해안 및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면 서 곰솔(Pinus thunbergii)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Choi et al., 2014). 솔껍질깍지벌레 성페로몬인 (2E,4E)-4,6,10,12-tetramethyl-2,4- tridecadien-7-one (matsuone)은 Lanier et al. (1989)에 의해 동정 된 후 절대 배열은(absolute configuration) (2E,4E,6R,10R)-4,6, 10,12-tetramethyl-2,4-tridecadien-7-one로 확인되었다(Cywin et al., 1991) (Fig. 2a). Matsuone의 솔껍질깍지벌레에 대한 야외 유 인력 시험은 Park et al. (1994a, b), Wi와 Park (2001) 그리고 Kim et al. (2016a) 의해 수행되었으며 페로몬 농도, 트랩 형태 및 트 랩 위치가 유인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하였다. 솔껍질깍지벌 레 모니터링은 주로 난낭(egg sac) 조사를 통해 이루어져 왔으 나,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들고 숙련된 전문가가 필요하여 정확 한 모니터링 데이터 확보가 어려웠다. 성페로몬을 이용한 모니 터링을 위해서는 성페로몬의 대량 합성이 필요한데 matsuone 을 얻는데 복잡한 합성 과정이 필요하고 국내에서는 유기합성 을 시도한 적이 없어 활용하지 못하였다. 최근, Lee et al. (2019) 이 기존 matsuone 합성 단계를 단순화한 라세미 혼합물(racemic mixture) 합성법을 개발하였으며, 산림 내에서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새로운 8방향 끈끈이 트랩을(Fig. 2b,c) 이용하여 새롭게 합성된 matsuone 라세미 혼합물의 야외 유인력을 검정한 결과 충분한 유인력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새롭게 개발된 8방향 트 랩을 이용한 솔껍질깍지벌레 모니터링도 포획된 솔껍질깍지벌 레를 숙련된 전문가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포획수를 조사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하였다.
페로몬 트랩의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해, Hong et al. (2021) 은 딥러닝을 이용한 솔껍질깍지벌레 자동계수 프로그램을 개발 하였다. 먼저 현장에서 솔껍질깍지벌레가 포획된 접착 시트를 실험실로 가지고 온 후, 사진 촬영을 진행하여 솔껍질깍지벌레 트랩 영상을 확보하였다. 축적된 솔껍질깍지벌레 트랩 영상에 객체 검출 성능 향상을 위한 영상 분할 조건별 딥러닝 알고리즘 성능을 비교하였으며 속도-정확도 트레이드오프를 확인하였다. 또한 딥러닝 객체 검출 meta-architecture 및 feature extractor 조 합 모델 학습과 테스트 세트를 기반으로 한 속도-정확도 트레이 드오프를 비교하였다. 사전 학습 가중치의 전이 학습, 뒤집기, 자르기, 색 변화, 밝기 및 대조 조절 등 데이터 확장 기술을 통한 강인 딥러닝 모델을 학습시켰으며, 입력 이미지 크기, anchro 크기 및 비율, 최적화 함수, 학습률, 박스 제안 수 등 파라미터 조정을 통한 딥러닝 객체 검출 모델 최적화를 하였다(Fig. 3). 이미지 크라핑 및 스캐닝 알고리즘 적용을 통한 단일 페로몬 트 랩 영상에 대한 카운팅 수행 및 모델별 정확도 및 속도를 분석 한 결과, 12×8 크라핑 조건에서 6×4 크라핑 조건 대비 높은 성 능을 얻을 수 있었다(Fig. 4a). 스캐닝 알고리즘을 통한 전체 영 상 적용 시 SSD Mobilenet v.2 모델을 사용했을 때 전체 스캐닝 에 3.6초, 정확도는 96% 이상의 결과를 얻었다(Fig. 4b). 그러 나, 트랩 영상을 얻기 위해 현장에서 트랩 수거 후 촬영하는 번 거로움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핸드폰 영상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존 프로그램을 보완하였다. 2022년도부터 보완된 프 로그램을 활용하여 한국임업진흥원 산림병해충 모니터링센터 에서 페로몬 트랩을 이용한 솔껍질깍지벌레 전국 분포 조사를 시작하였다. 추후 솔껍질깍지벌레 성페로몬을 방제에 활용하 기 위해서 교미 교란 혹은 수컷 대량 포획에 의한 방제 효과 연 구 등이 필요하다.
광릉긴나무좀
참나무시들음병(oak wilt disease)은 2004년 경기도 성남에 서 처음 보고되었으며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참나무 류가 감염되어 고사하였다(Hong et al., 2006). 참나무시들음 병원균은 곰팡이인 Raffaelea quercus-mongolicae로 밝혀졌으 며(Kim et al., 2009b) 암브로시아 나무좀류인 광릉긴나무좀 (Platypus koryoensis)이(Fig. 5) 가지고 다니는 공생균이다 (Hong et al., 2006). 광릉긴나무좀이 참나무류에 갱도를 파고 그 안에서 R. quercus-mongolicae를 배양하고 이들을 성충 및 부화한 유충이 먹이로 이용한다. 암브로시아 나무좀류가 가지 고 다니는 공생균 중 일부는 식물에 병원성을 나타내는데 R. quercus-mongolicae도 병원성을 갖는 종류이다. 소나무재선충 병과 마찬가지로 매개충인 광릉긴나무좀이 병의 확산에 중요 하기 때문에 매개충을 제어하기 위한 다양한 방제법들이 개발 되었다(Kim et al., 2019).
나무좀은 일반적으로 집합페로몬을 발산하여 집합된 개체 들이 기주를 집중공격(mass attack)하며 Platypus 속에 속하는 나무좀은 수컷들이 집합페로몬을 발산한다고 알려져 있다 (Renwick, 1977; Milligan and Ytsma, 1988; Tokoro et al., 2007). Kim et al. (2009a)은 광릉긴나무좀 암컷과 수컷의 휘발 성분을 비교하여 수컷 성충에서만 발산하는 성분을 규명하였 으며, 안테나 전기생리반응 및 야외 유인력 검정을 통해 citronellol, geranial, geraniol, neral 그리고 nerol을 집합페로몬 성 분으로 동정하였다(Fig. 5). 이후 Kim et al. (2018)은 ethanol과 citral을 95:5 비율로 처리했을 때 광릉긴나무좀에 대한 야외 유 인력이 가장 높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현재 보고된 집합페로 몬을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유인력이 다소 낮아 아직 밝혀지지 않은 페로몬 성분 혹은 참나무 휘발성분 등 카이로몬을 밝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회양목명나방
회양목(Buxus microphylla var. koreana)은 전 세계에 약 30 종, 국내에서 1종 3변종이 있는 상록 관목으로 주로 정원수로 인기가 많다(Lee, 1996). 회양목류를 가해하는 곤충 중에 회양 목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 회양목명나방으로 나비목 포 충나방과(Crambidae)에 속한다(Park, 2008). 주로 일본, 한국, 중국, 그리고 인도 등 아시아지역에 분포하나 최근 유럽으로 침 입하여 회양목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Canelles, 2021).
회양목명나방의 성페로몬은 Kawazu et al. (2007)이 (E)-11- hexadecenal (E11-16:Ald)과 (Z)-11-hexadecenal (Z11-16:Ald) 로(Fig. 6a) 처음 보고하였고 E11-16:Ald와 Z11-16:Ald 비율이 1.25:5일 때 유인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보고하였다. 국내 개체 군의 성페로몬 탐색을 위해 암컷 페로몬샘을 추출하고 분석한 결과, 일본 개체군과 마찬가지로 E11-16:Ald, Z11-16:Ald와 (Z)-11-hexadecenol (Z11-16:OH)이 검출되었다(Kim and Park, 2013). 야외 유인력 검정 결과, E11-16:Ald와 Z11-16:Ald가 단 독 처리된 트랩에는 유인된 개체가 없었으나 E11-16:Ald와 Z11-16:Ald가 1:5 혹은 1:7 비율로 처리된 트랩에 가장 많이 유 인되었다(Fig. 6b). Z11-16:OH는 성페로몬의 유인력을 떨어뜨 리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트랩 형태별 포획효율을 조사한 결과 버켓 트랩이 델타와 윙트랩에 비해 우수한 포획력을 보여주었 다. 최근 Molnár et al. (2019)은 methyl salicylate, phenylacetaaldehyde 그리고 eugenol 조합이 회양목명나방 수컷 및 암컷 을 동시에 유인한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암컷을 직접 포획하여 차세대 밀도를 감소시킬 수 있는 연구 결과로 국내 개체군에 대 한 유인력 검정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솔알락명나방
솔알락명나방(Dioryctria abietella)은 침엽수 구과를 가해하는 해충으로 국내에서는 잣 구과에 큰 피해를 주어 잣 생산에 큰 문제 가 되고 있다(Lee et al., 2022). 구과 표면에 산란 된 알에서 부화한 솔알락명나방 유충은 구과 속을 파고 들어가 가해를 하고 대부분 의 유충 시기를 구과 내부에서 보내기 때문에 구과 속으로 들어가 기 전에 살충제를 살포해야 방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솔알락명나방 성충 발생 시기를 정확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솔알락명나방 성충 발생 시기를 정확히 모니터링 하는 방법은 페로몬 트랩을 이용하는 것으로 솔알락명나방 성페로몬은 Löfstedt et al. (2012)에 의해 (9Z,11E)-tetradecadeinyl acetate (Z9E11-14:Ac)와 (3Z,6Z,9Z, 12Z,15Z)-pentacosapentaene (C-25 pentaene)으로 밝혀졌다(Fig. 7a).
곤충 페로몬 조성은 지리적 변이가 많아(Grant et al., 2009; Boo, 1998; Boo and Jung, 1998; Boo and Park, 1998), Lee et al. (2022)은 국내 솔알락명나방 암컷 페로몬샘 추출물을 분석 하였다. 분석 결과, 유럽 개체군과 마찬가지로 국내 솔알락명나 방 암컷 페로몬샘으로부터 Z9E11-14:Ac와 C-25 pentaene을 확인하였다. 야외 유인력 검정 결과, Z9E11-14:Ac와 C-25 pentaene이 100:1,000 ~ 100:3,000 ㎍ 비율로 처리된 페로몬 트 랩의 유인력이 가장 우수하였으며 유럽 개체군과 비교 했을 때 야외 유인력에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Fig. 7b). 잣 구과 휘발성 분 중 limonene을 페로몬에 추가하였을 때 페로몬 단독 처리보 다 유인력이 증가하여 잣 구과 휘발성분이 페로몬에 시너지스 트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트랩 형태 별 포획력 차이를 비교한 결과 윙, 델타 및 다이아몬드 트랩 간에는 포획력에 차 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버켓 트랩의 경우 포획력이 급격히 떨어 졌다. 솔알락명나방 성페로몬 트랩을 활용하면 정확한 발생 시 기 모니터링이 가능하여 적기 방제를 통한 방제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추후 교미교란제 개발 등을 통한 직접 방 제법 개발 연구가 필요하다.
매미나방
매미나방(Gypsy moth, Lymantria dispar)은 전 세계적으로 가 장 피해를 많이 주는 산림해충 중 하나로(Leonard, 1974), 국내에 서도 주기적으로 대발생해서 활엽수 및 침엽수에 피해를 주고 있 다(Lee and Chung, 1997). 매미나방은 기주범위나 암컷 성충의 행 동 및 유전적 차이를 바탕으로 유럽형 매미나방(European gypsy moth)과 아시아형 매미나방(Asian gypsy moth)으로 구분된다 (Bogdanowicz et al., 1993, 1997; Pfeifer et al., 1995; Reineke and Zebitz, 1999). 매미나방의 성페로몬인 (+)-disparlure (cis-7,8-epoxy- 2-methyloctadecane)의 구조가 밝혀진 후(Bierl et al., 1970, 1972) (Fig. 8a), 페로몬은 매미나방 발생 시기 모니터링 및 교미 교란제를 이용한 직접 방제에 사용되고 있다. Gries et al. (2005) 은 매미나방 암컷 성충으로부터 미량 성분인 (7R,8S)-cis-7,8- epoxy-2-methyloctadec-17-ene (7R,8S-epo-2me-17ene-18Hy) 을 동정하였고, 생물학적 역할을 알아보기 위해 일본 혼슈 북부 지역에서 야외 유인력 검정을 진행하였다. 야외 유인력 검정 결 과 특별한 생물학적 역할을 찾을 수 없었다. 국내 매미나방 개 체군에 대한 7R,8S-epo-2me-17ene-18Hy의 생물학적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야외 유인력 시험을 진행한 결과, 기존 성페로몬 인 (+)-disparlure에 7R,8S-epo-2me-17ene-18Hy를 추가하였 을 때 (+)-disparlure만 단독 처리한 트랩에 비해 더 많은 수컷 성충이 유인되었다(Park et al., 2019) (Fig. 8b). 이와 같이 국내 매미나방 개체군이 7R,8S-epo-2me-17ene-18Hy에 대해 일본 개체군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결과는 이 종의 성페로몬 성분 에 지리적 변이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추후 (+)-disparlue 에 7R,8S-epo-2me-17ene-18Hy를 추가한 페로몬 트랩을 이용 하면 발생 시기 모니터링의 정확성 및 대량 포획에 의한 방제효 율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복숭아유리나방
유리나방과는(Lepidoptera: Sesidae) 국내에 25종이 분포하 며 사과나무, 복숭아나무, 대추나무 그리고 감나무의 주요 해충 이다(Lee et al., 2004; 2017b). 복숭아유리나방(Synanthedon bicingulata)(Fig. 9a)은 유리나방과 곤충 중 과수에 가장 피해 를 많이 주는 해충의 하나로(Yang et al., 2012; Cho et al., 2016; Lee et al., 2017b) 최근 가로수로 많이 식재된 벚나무에도 피해 가 늘어나고 있다(Kim et al., 2019). 복숭아유리나방 유충은 줄 기나 가지의 수피 밑의 형성층 부위를 갉아 먹기 때문에 약제 살포를 통한 유충 방제가 매우 어렵다. 효과적인 방제 방법으로 는 성충 발생 시기 모니터링 및 약제 살포를 통한 성충 방제 혹은 페로몬 트랩을 이용한 대량 포획이나 교미교란 방법 등이 대안으 로 여겨진다. 복숭아유리나방 성페로몬은 Yang et al. (2011)에 의해 (E,Z)-3,13-octadecadienyl acetate (E3Z13-18:Ac)와 (Z,Z)- 3,13-octadecadienyl acetate (Z3Z13-18:Ac)로 확인되었다(Fig. 9b). 다양한 비율의 E3Z13-18:Ac와 Z3Z13-18:Ac로 처리된 페 로몬 트랩을 가지고 야외 유인력을 검정한 결과, E3Z13-18:Ac 와 Z3Z13-18:Ac가 6:4, 5:5, 4:6, 3:7, 그리고 2:8 비율로 처리된 트랩 간에는 유인력에 차이가 없었으나, 4:6 비율에서 포획수가 가장 많다고 보고되었다. 복숭아유리나방 페로몬 소재 국산화를 위해 Kwon et al. (2021)은 E3Z13-18:Ac와 Z3Z13-18:Ac를 합성 한 후 야외 유인력을 검정하였다. Yang et al. (2011)의 결과와 마 찬가지로, E3Z13-18:Ac와 Z3Z13-18:Ac가 4:6 비율로 처리된 트 랩에서 가장 포획수가 많아 복숭아유리나방 페로몬 소재 국산 화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Yang et al. (2011)은 E3Z13- 18:Ac와 Z3Z13-18:Ac가 6:4와 2:8 비율로 처리된 트랩 간 유인 력에 차이가 없다고 보고하였으나, Kwon et al. (2021)은 유인 력에 차이가 있다고 보고하였는데 이는 화합물의 순도 차이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Yang et al. (2011)이 사용한 화합물들의 순도는 99% 이상이었으나, Kwon et al. (2021)이 합성한 E3Z13- 18:Ac와 Z3Z13-18:Ac의 순도는 각각 94.28%와 82.8% 이었다. 기존 복숭아유리나방 페로몬 연구는 델타 트랩만을 이용하였 으나, Kwon et al. (2021)은 델타와 버켓 트랩의 포획효율을 비 교하였으며 두 트랩 간에 차이가 없었다. 또한 트랩 색깔이 포 획효율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자 노란색, 흰색, 초록색, 파 란색, 검정색, 그리고 빨간색 버켓 트랩을 가지고 비교 조사한 결과, 트랩 색깔이 노란색에 가까울수록 포획효율이 높아졌다 (Fig. 10a,b). 이 결과는 복숭아유리나방 수컷이 암컷을 찾을 때 화학적 정보뿐만 아니라 시각적 정보도 이용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이다.
별박이자나방
별박이자나방(Naxa seriaria)은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분 포하며 물푸레나무과(Oleaceae) 수목에 피해를 준다. 특히 생울 타리로 인기가 많은 쥐똥나무(Ligustrum obtusifolium)에 피해가 크다(Lee and Chung, 1997). 별박이자나방의 화학통신물질 연구 는 기존에 보고된 바가 없다. Lee et al. (2020)은 솔알락명나방 성 페로몬 야외 유인력 시험 중 (3Z,6Z,9Z,12Z,15Z)-heneicosapentaene (C-21 pentaene)을 처리한 트랩에 별박이자나방 수컷이 많이 포획된 것을 확인하였다(Fig. 11). 이 물질이 성페로몬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여 별박이자나방 암컷 페로몬샘 추출 물을 분석한 결과, C-21 pentaene를 검출하였고 수컷 성충의 안 테나 반응을 gas chromatography-electroantennography detection을 통해 확인하였다. 야외 유인력 검정 결과, C-21 pentaene 을 처리한 트랩의 포획수가 대조구에 비해 훨씬 많았으며 처리 농도가 높을수록 포획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내 및 야 외 유인력 검정을 통해, C-21 pentaene이 별박이자나방 성페로 몬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추후 성페로몬 트랩을 활용한 정 밀 발생 시기 모니터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맺음말
곤충은 화학물질을 발산하거나 감지하여 생존에 필요한 다 양한 정보를 얻는다. 이러한 화학통신물질들은 해충 관리에 다 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유기합성농약에 의해 발생하는 다 양한 부작용으로 목표 해충만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친화적인 제어 기술 개발이 절실한데, 페로몬 등 화학통신물질은 이런 목 표에 가장 부합하는 후보물질이다. 페로몬을 비롯한 화학통신 물질을 규명하고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세계시장의 규모도 지속 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분야에서 도태가 되지 않기 위해 정부, 대학, 그리고 산업체의 협력이 절실하다. 먼저 화학통신물질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국내 화학통신 물질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은 1-2개 대학에서만 이루어지고 있 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정부 기관인 농촌진흥청과 산림청이 인력양성사업과 같은 대학원지원사업 및 연구과제들을 적극적 으로 발굴해야 한다. 둘째, 관련 산업을 키우기 위해 화학통신 물질 활용도를 높이는 적극적인 시책을 펼쳐야 한다. 다행히 임 업진흥원 산하 산림병해충모니터링센터가 발족하면서 페로몬 등을 이용한 산림해충 전국 분포 조사, 발생 예보 시스템 개발, 대량 포획에 의한 친환경 방제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관련분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곤충 화학통신물질 연구 분 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자 간의 협업 연구도 절실하다. 페로 몬 후보물질을 도출한다고 해도 야외 유인력 검정을 위해서는 후보물질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유기합성 연구자 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기존에는 국내 페로몬 연구자와 유기합 성 연구자와의 협업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아 외국 회사 에서 합성해서 판매하는 물질이 아닌 경우에는 야외 유인력 검 정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국내 곤충 페로몬 전문가와 유기합 성 전문가의 협업 연구 강화를 통해 신규 페로몬 규명, 페로몬 소재 국산화, 현장 적용 확대 및 관련 산업 발전이 이루어질 것 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