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는 세계식량 공급의 약 20%를 차지하는 안정적인 주요 식 량이다(Zhang et al., 2020). 그리고 논은 이러한 벼를 생산하는 중요한 공간이며, 벼 재배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담수되는 반자연 습지생태계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Elphick, 2000;Kadoya et al., 2009;Kim et al., 2011). 이 때문에 다양한 수서생물을 비롯하 여 많은 육상생물이 논과 논두렁에 서식하고 있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훼손으로 인해 생물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Lee, 2007). 농촌에서는 병해충을 방제하거나 제초 작업을 위해 논두렁을 관행적으로 태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 나고 있는데, 이러한 논두렁 소각은 산불을 일으킬 수 있는 원 인이 되기도 하며,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 물, 검댕을 포함한 상당한 양의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등 기후변화 원인물질도 다량으로 배출하여 지구 온난화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Park et al., 2015). 또한 논 두렁을 소각하면 일시적으로 곤충의 밀도는 낮아지나 시간이 지나 식생이 회복되면서 초식성 곤충은 쉽게 돌아오는 반면, 포 식자 등 천적들의 밀도 회복에는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된다(Lee and Kim, 2003). 따라서 소각은 해충의 피해를 경감시키기 보 다는 초식성인 해충의 피해를 더 유발하는 조건을 형성하게 하 여 생태계 다양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농 업과 안전한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 균형있는 농업생태계 보전 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Han et al., 2007).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월동기 논과 논두렁에서의 절지동물의 발생양상을 시기별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생물군집 분석을 통해 논과 논두렁에서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정보와 현대농법에 맞는 농 경지 해충 관리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조사포장
조사포장은 충청남도 내 벼 재배지를 대상으로 하였다. 유기 농법과 관행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는 지역 중 예산, 청양, 보령 3 지역을 선발하였고, 각 지역별로 유기농법 재배지와 관행농법 재배지를 각 1지점씩 선정하여 수행하였다. 조사포장에 대한 정보는 Table 1과 같다.
절지동물 채집방법
채집은 논(그루터기)과 논두렁에 서식하고 있는 주요 육상 절 지동물군을 조사대상으로 하였으며, 조사기간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월동기(3월, 4월, 5월)에 월 1회 간격, 총 6회에 걸쳐 조사를 수행하였다. 조사방법은 논과 논두렁에서 무작위로 각 각 5지점을 선정하여, 선정된 지점에서의 50 × 50 cm 격자 내에 있는 잡초와 지표면을 동력흡충기(1412, Hock Company, USA, Florida)에 15 × 25 cm의 채집망을 끼워 흡입하는 방식으로 곤 충을 채집하였다. 채집한 곤충은 실험실로 가져와 냉동실에 얼 린 후 시료로부터 부스러기 등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절지동물 만 분류하여 50 ml conical tube (SPL50150, SPL life science, Republic of Korea, Gyeonggido)에 70% 에탄올을 담아 보관하였 고, 현미경(LEICA M80, Leica Microsystems GmbH, Germany, Wetzlar)으로 외부형태를 관찰하여 목별로 분류하였다.
생물군집 분석
조사지점별 채집된 절지동물의 다양성을 비교하기 위해 종다 양도지수(Diversity Index; Shannon and Weaver, 1949), 종풍부 도지수(Richness Index; Magalef, 1958), 종균등도지수(Evenness Index; Pielou, 1975)를 바탕으로 군집분석을 하였고, 통계학적 분 석은 SPSS (PASW Statistics 18)를 이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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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다양도지수(H’; Shannon and Weaver,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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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균등도지수(J ′ ; Pielou, 1975)
결과 및 고찰
조사기간 중 채집된 전체 곤충 목별 개체수는 Fig. 1, Fig. 2 와 같다. 논과 논두렁에서 채집된 총 개체수는 41,197이고, 그 중 곤충강에 속하는 개체수는 35,786개체(86%), 거미강에 속 하는 개체수는 5,411개체(14%)였다. 곤충강에서는 톡토기목, 노린재목, 파리목, 거미강에서는 거미목, 응애목 순으로 많이 채집되었다. 농법간 전체적인 목별 개체수를 비교해보면 관행 농법에서는 18,958개체, 유기농법에서는 22,392개체로 유기 농법에서 더 많은 개체가 채집되는 양상을 보였다. 조사기간 중 분류군별 전반적인 발생밀도 양상은 농법에 관계없이 비슷하였 고(df = 1, F = 0.034, P > 0.05), 공통적으로 톡토기목의 개체수 가 가장 많았다. 상위 포식자 분류군인 딱정벌레목, 노린재목을 비교해볼 때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포장에서는 각각 3.35%, 1.19%이고, 관행농법으로 재배한 포장에서는 각각 2.75%, 0.96%로 딱정벌레목(df = 1, F = 4.287, P < 0.05), 노린재목(df = 1, F = 6.956, P < 0.05) 모두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포장에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농법으로 재배 한 포장에서 상위 포식자의 비중이 높은 것은 관행농법으로 재배 한 포장보다 더 안정적인 생태계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Wilson et al., 2005).
조사시기에 따른 채집 개체수를 비교한 결과는 Fig. 3, Fig.4 와 같다. 3월과 4월에 채집된 개체수는 t-test로 분석한 결과 통 계적으로 차이가 없었으나, 3월과 4월에 비해 월등히 많은 개체 수가 채집된 5월의 발생밀도는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었다(P < 0.05). 조사지점에 따른 발생밀도에서는 논보다는 논두렁에서 더 많은 개체수가 채집되었고 이는 통계적으로 차이를 보였다 (df = 1, F = 5.953, P = 0.015).
종다양도지수는 군집의 종풍부도와 개체수의 상대적 균형 성을 뜻하는 것으로 군집의 복잡성을 나타낸다(Pielou, 1966). 조사시기별로 보았을 때 2월에서 5월로 갈수록 다양도지수가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Fig. 5). 종풍부도지수는 종의 구성이 풍부한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값이 커질수록 풍부하다는 것 을 의미하는데(Margalef, 1958), 종풍부도지수도 대체로 논보 다는 논두렁에서 더 크고 시간이 흐를수록 큰 폭으로 차이가 났 다(Fig. 6). 논보다는 논두렁에서 종다양도지수와 종풍부도지 수의 값이 높게 나왔는데 이는 논두렁에서 서식하고 있는 종의 구성이 다양하고, 서식하는 개체수도 많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종균등도지수는 군집 내 종 구성의 균일한 정도를 나타내며, 군 집 내 모든 종의 개체수가 동일할수록 값이 커지며 골고루 존재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Pielou, 1975). 종균등도지수와 종다양 도지수가 논 보다는 논두렁에서 더 높은 것으로 보았을 때 (Fig.5, Fig. 7) 논두렁에서는 다양한 종이 골고루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생태학적 기능군으로 보았을 때, 논두렁에서 해충군의 종지수보다는 천적군의 종지수가 훨씬 더 높게 나왔는데 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성이 있었다(P < 0.05). 따라서 생물군집의 결과를 전체적으로 종합해보면 논은 논두렁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한 생물상을 가지고 있는 반면, 논두렁은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분포하고 있어 논두렁에서의 생물군집이 생태학적으로 더 균형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농법별로 생물군집의 특성을 비교해보면, 관행농법으로 재 배한 포장이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포장에서 비슷한 종수의 범 위를 갖는다 하더라도 개체수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논두렁 에 비하여 훨씬 좁은 범위에 모여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Fig. 8). 이는 논 생태계에서 화학 비료의 사용은 서식하고 있 는 생물의 종수와 개체수를 급격히 감소시킨다(Grant et al., 1983;Mesléard et al., 2005)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보았을 때, 화학비료나 농약과 같은 화학물질이 많이 투입되는 관행재배 지의 경우 외부적인 요인에 의하여 생물이 받는 영향이 크기 때 문에 생태계의 안정성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는데, 논보다 다 양한 종류의 절지동물이 서식하는 논두렁의 경우 상대적으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크게 반응하지 않고 안정된 수준으로 유 지될 수 있는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벼를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본답에 발생하는 병해충의 피해 를 경감시키기 위하여 월동기에 논두렁을 태우는 일이 많다. 하 지만 논과 논두렁에 서식하고 있는 절지동물을 채집하여 분석 한 결과, 논두렁은 논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생물다양성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절지동물의 서식처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기능군으로 볼 때 해충군보다는 천적군이 더 많이 존 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전할 필요성이 있는 희소성을 가진 생물의 경우 소각 이후에 개체수를 회복하는데 더 오랜 시 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각에 의한 해충 방제는 단기적일 수 있 지만 동일한 소각에 대하여 비표적 비해충종의 피해는 훨씬 더 장기적일 수 있기 때문에(Swengel, 2001), 종 보전과 생물다양 성을 높여 논생태계의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논두렁을 태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유기농법으 로 재배한 포장에서 딱정벌레목, 노린재목 등의 상위포식자의 비중이 높고 채집된 개체수도 많았기 때문에 해충의 밀도를 낮 추고 천적의 영향력을 높이면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하는 것이 관행재배로 하 는 것보다는 해충을 관리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 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단순림은 숲 구조가 복잡한 활엽수림이나 혼합 림에 비해 생물다양성이 낮고, 병해충 등 각종 위해요소들에 대 한 저항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Shepherd, 1986), 생태학 적 측면을 고려하여 잘 가꾸어진 조림지는 관리가 안된 이차림 에 비해 생물다양성이 오히려 풍부하다는 주장이 있다(Hartley, 2002;Brockerhoff et al., 2008). 논 생태계는 벼를 중심으로 하 는 인위적인 생태계로서 다른 동·식물과 인간이 관여하는 대표 적인 농업생태계이기 때문에(Kiritani, 1979), 논 생태계 내 먹 이그물의 복잡성과 안정성 정도는 일반적으로 생물적·환경적 인 요인의 영향을 받지만, 작부체계, 품종, 농약 처리 등 작물 재 배와 직접 관련된 인위적인 요인들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 는다(Liss et al., 1986;Cohen et al., 1994;Way and Heong, 1994). 따라서 생태계 보전차원에서 재배농법을 유기농법으로 했는지 관행농법으로 했는지도 영향을 미치지만 농가에서 논 과 논두렁을 적절하게 재배하고 관리하는 방법도 생물다양성 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된다. 추후에는 논 생 태계의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작물을 재배하고 관리하는 방 법에 따른 생물다양성 연구가 추가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으 며, 생물학적 관점에서 단순히 지수의 수치로만 판단하기 보다 는 전체적인 생태계의 흐름을 파악하고 안전한 식량작물을 생 산하기 위한 자연의 복원력을 평가하여 지속가능한 농업과 생 태계 보전을 고려한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농법을 구축하는 것 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