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식물은 꽃을 피워 번식한다. 꽃의 수술에는 꽃밥이 열려 화분(꽃가루)을 생산한다. 꽃가루가 암술머리로 옮겨지는 과정 을 화분 매개(pollination)라 하며, 이를 식물 입장에서는 수분 (꽃가루받이)이라고 한다. 수분은 바람이나 물에 의해 이루어 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곤충을 포함한 동물들이 관여하는 비중 이 높다.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옮겨지면 꽃가루가 발아하고 꽃 가루관이 길게 신장된다. 꽃가루관이 씨방까지 도달하면 정핵 이 난핵과 만나 수정(fertilization)이 이루어지고, 이후 배자발 육을 통해 종자가 생성된다. 수정에 이용되지 않은 정핵은 극핵 과 만나서 배젖으로 발육하는데, 이 배젖은 배아(자)가 자라는 양분을 제공하게 된다. 이 때 같은 식물체 또는 같은 유전적 배 경의 식물체의 꽃가루가 암술머리로 옮겨지면, 근친교배의 영 향으로 열성 자손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식물은 유전적 다양성 유지와 근교약세를 방지하기 위하여 유전적 배 경이 다른 동종 개체의 배우자와 접합시키는 기작을 발달시켜 왔다. 이 기작을 자가불화합성(self-incompatibility)이라고 한 다(Hegedus, 2006). 식물의 입장에서 다른 동물들에 의한 화분 매개는 근친교배의 가능성을 감소시키고 자가불화합성 기작의 발현 억제로 인한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 중요하다.
화분매개는 10대 생태계 조절 서비스 중 하나로 분류되는 중 요한 과정(TEEB, 2010)으로, 식물의 번식과 농작물 생산에 매 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구상 속씨식물의 90% 이상이 곤충 등 동물 화분매개에 의존할 뿐 아니라(Nabhan and Buchmann, 1997), 인류 100대 식량 자원 중 75퍼센트가 곤충 등에 의한 화 분매개의존 작물이다(Klein et al., 2007). 우리나라 역시 사과, 토마토, 딸기 등 점차 화분매개 의존 작물을 중심으로 한 농업 체계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화분매개 의존 작물의 생산 량과 생산성이 월등하게 증가하고 있다(Ghoshi and Jung, 2016). Jung (2008)은 작물 재배면적, 생산 농작물의 시장 가치, 화분매개 의존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꿀벌 등 화분매개가 국내 농업생산에 기여하는 시장 가치가 6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 였다. 특히 국내 농업은 곡류보다 과일과 채소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곡물 중심의 외국보다 꿀벌과 나비 등 화분매개 곤충의 감소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진단하였다(Fig. 1, Jung, 2008; Jung, unpublished). 또한 화분매개 의존 농산물이 제공하는 각 종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국민 건강과 복지에 기여하는 것도 화 분매개의 중요한 잠재적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Ghoshi and Jung, 2018).
Garibaldi et al. (2016)은 전 세계 12개 국가에서 33 작물을 대상으로 344개의 포장시험 연구 결과, 지역적으로 작물생산 량의 차이(crop yield gap)는 약 55% 정도인 것으로 보고하였 다. 그 차이 중 76%는 농경지 정리, 기계화, 비료 및 농약의 사 용, 종자, 재배 방식 등 다양한 생산요소의 투입에 의해 결정되 었다. 반면 24%는 전적으로 화분매개의 유무, 화분매개자의 밀 도에 의해서 결정됨을 확인하여, 화분매개 의존 작물의 생산성 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화분매개 충족 여부(pollination gap)임을 보고하였다(Fig. 1, left). 화분매개는 화분매개자의 밀도, 종류 및 생산 환경의 경관 배치 등에 의해 결정될 수 있으 며(Martins et al., 2015), 꿀벌 등 인위적으로 조절 가능한 주요 화분매개자의 역할이 분명 중요하나, 야생벌 등에 의한 화분매 개의 상승효과 역시 중요할 것이다. 그 상승효과는 주요 화분매 개자 역할의 35 ~ 40%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었다. 즉, 곤충 화 분매개의 경우 일반종인 꿀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나, 야생벌 이나 기타 곤충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Garibaldi et al., 2016).
최근 생물다양성협약(CBD)의 과학적 자문을 위해 2012년 설립된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현재 전 세계적으 로 화분매개 곤충에 의해 재배되는 작물의 생산량은 전체의 30%에 이르며, 약 286조에서 702조원 정도로 추산했다(IPBES, 2016). 그러나 전 지구적으로 벌과 나비 같은 화분매개 곤충 종 다양성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이다(Goulson et al., 2015). 기 록된 곤충 종들 중 나비는 4%가 멸종 위기, 5%가 멸종 위협 상 황에 놓여 있으며 야생벌은 2.8%가 멸종 위기, 1.2%가 멸종 위 협에 처해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50년 전보다 벌의 개체 수 는 37%, 나비는 31%나 감소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40% 이상 의 벌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IPBES, 2016). 따라서 화분 매개 및 이를 수행하는 화분매개자의 풍부도와 다양성은 농업 생산성 유지를 위해 관리되어야할 중요한 요소가 되어 가고 있 다(Aizen et al., 2019). 기후변화와 급격한 농업생태계 변화의 시대에 고품질 안정생산을 위한 인공수분, 로봇이나 인공지능 을 활용한 화분매개 활동에 대한 기대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화 분매개 곤충의 다양성과 풍부도를 증대시키고, 관리 화분매개 자, 꿀벌이나 뒤영벌 또는 가위벌류 등에 대한 활용도를 적절히 평가하고 실질적 농업생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의 연구 개발 은 중요하다. 특히 농촌 지역이 노령화 및 인력 감소로 인한 생 력화 문제는 더욱더 친환경 생력 화분매개 기작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사과에서 화분매개의 중요성
사과는 자두, 복숭아, 체리, 참외, 멜론, 딸기 등과 함께 화분 매개 의존도가 매우 높은(1 ~ 5등급 중 4등급, Smith et al., 2015;Ghoshi and Jung, 2016) 작물이다. 사과는 전형적인 자가불화 합성 작물로서, 비슷한 모계나 부계를 가진 다른 품종 간에도 정상적인 화분매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충분한 화분매개와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종자수가 적으며 조기낙과로 착과 율이 저조하고 과실의 비대생장도 좋지 못하며, 기형과가 생기 기 쉽다. 따라서 고품질 사과의 안정생산을 위하여 화분매개는 매우 중요하다. 사과 과수원에서 원활한 화분매개를 위해서 매 우 다른 계열의 품종 또는 꽃사과와 같은 화분공여식물(pollinizer) 을 통해서 타가수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품종의 사 과를 배치할 때 종종 9:1 비율로 나무를 배치하는 것을 권장한 다(McGregor, 1976;Ramírez and Davenport, 2013;Leonhardt et al., 2013). 화분매개는 사과 생산량 뿐 아니라 품질에도 큰 영 향을 미친다. 국내 조사된 자료의 메타분석 결과, 사과의 화분 매개의존도는 68.7%로 추산된다(Jung, 2008). 즉, 화분매개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68.7%의 사과생산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과 품질에 있어 씨방 충실도 역시 중요하다 (Fig. 2). 사과의 외형은 5개의 씨방 충실도에 의해 대칭성이 결 정되는데, 즉 5개 씨방에 각 2개씩의 종자가 있을 때 사과는 대 칭적인 모양을 잘 유지한다는 것이다. 사과 개화기에 망을 씌워 서 곤충에 의한 화분매개를 차단하였을 때(차단구), 결실율은 10% 내외이었고, 화분매개를 충분히 시켰을 때 50% 이상이 나 왔으며, 그 후 적과기 이후 역시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Garratt et al., 2014). 과실당 종자 수 역시 7배의 차이를 보였으 며, 종자숫자가 많을수록 대칭성 정형과율이 높았다. 물론 과실 크기와 무게 역시 화분매개가 충분히 잘 이루어졌을 때 훨씬 크 고 무거웠다. 무기영양분은 꽃가루를 손으로 일일이 옮겨주는 인공화분매개구보다 화분매개 곤충이 자유롭게 화분매개활동 을 할 수 있는 개방구에서 칼슘, 마그네슘, 아연 등이 함량이 더 높았음을 보여주었다. Samnegård et al. (2019)는 결실율, 과실크 기, 과형 뿐 아니라 K:Ca 비율 등 미네랄 함량 등도 달라지며 궁 극적으로 저장성과 저장 중 부패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 음을 보고하였다.
사과의 개화기는 주로 4월 중순에서 5월초에 약 7 ~ 10일 정 도 지속된다. 짧은 시간 동안 충분한 화분매개가 이루어져야 하 는 데, 만개기 근처에서 하루 4회 이상 벌이 방문하는 것이 이상 적이라는 보고가 있었다(Matsumoto et al., 2009). 따라서 개화 기에 화분매개 곤충의 밀도와 다양성이 중요하다.
사과원의 화분매개자 구성 및 활용
국내 사과 화분매개에 관한 연구는 Ko et al. (1977)이 서울 근교 과수원에서 처음 조사 보고 한 후 Oh et al. (1989)과 Hong et al. (1989)이 수원 근교 과수원에서, Lee et al. (2000, 2008)과 Kim et al. (2009)이 경북지역 사과원에서 방화 곤충 목록 및 구 성상을 보고하였다. Choi and Jung (2015)은 43개의 작물과 야 생식물 군락에서 방화곤충의 목록을 메타분석하여 제시하였 다. 국내 방화곤충으로 기록된 종은 7목 115과 368종으로 다양 성은 벌목, 파리목, 딱정벌레목 순이었으며, 보고 빈도는 양봉 꿀벌(Apis mellifera), 배짧은꽃등에(Eristalis cerealis), 일본애 수염줄벌(Tetralonia nipponensis), 어리호박벌(Xylocopa appendiculata), 꼬리별꽃등에(Eristalis tenax), 수중다리꽃등에(Helophilus virgatus)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과에서 조사된 기록이 가장 많았다. Kim et al. (2009)는 사과, 배, 감, 복숭아 과원의 벌목 곤충 다양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사과원에서 평균 개체수가 가장 많았고, 양봉꿀벌의 비중은 69.1, 52.2, 69.6, 85.0%로 복숭아과원에서 가장 높았다. 사과원에서 차우점 그 룹(second dominant groups)은 애꽃벌붙이과(Colletinae), 수 염줄벌, 머리뿔가위벌 등의 순인 반면, 감 과원에는 청줄벌아과 (Anthophorinae)가 차우점을 보였다.
사과에서는 약 50% 정도가 자연방화를 통해 착과시키고 있 으나 최근 계획적인 꿀벌, 머리뿔가위벌 등을 방사하여 화분매 개를 강화하고 착과를 시도하는 농가가 증가하고 있다(Lee et al., 2008;2009;2010). 경북 지방에서는 약 20%의 농가가 가위 벌을 이용하고 있다(Lee et al., 2007;2009). 반면 면 일본 사과 과수원에서는 약 40% 정도가 머리뿔가위벌을 이용하여 수분 활동을 한다(Sekita and Yamada, 1993).
최근에는 뒤영벌/호박벌을 이용한 사과원 화분매개도 시도 되고 있다(Yoon et al., 2013;2017). 이들은 쉽게 구매하여 필 요한 시기에 과수원에 배치해 놓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 다. 특히 꿀벌의 경우 봉군당 개체수가 많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다. 꿀벌은 2 ~ 3봉군/ha 수준의 방사밀도가 제안되었으며, 행동반경이 2 km 정도로 넓어서 원하는 사과원 내에서만 활동 하지 않으며, 꽃꿀의 양이 적은 사과 품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인력이 낮아진다. 반면, 머리뿔가위벌은 ha당 250마리씩 3군 데 정도로 방사하고, 방사지점에 대나무 대롱 등을 같이 두어 다음 세대 증식용으로 활용한다. 활동반경이 50 m 내외로 짧아, 국내 과수원에 인위적으로 배치하기에 장점이 많다(Fig. 3). 가 위벌은 야생에서는 이미 발육을 마친 성충이 고치 안에서 월동 을 하다가 봄철 일정 적산온도를 채우면 수컷부터 성충으로 활 동을 시작하고 이후 암컷들이 출현한다. 출현 이후 짝짓기를 한 이후 암컷들은 꽃가루를 모아와서 방을 만들고 산란한다. Osmia 속 가위벌은 꿀벌보다 약 80배 효과적인 화분매개자로 알려져 있다(Greer, 1999). 이는 가위벌의 꽃을 방문하는 주요 목적이 꽃꿀을 모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꽃가루를 복부에 문질러 모으 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꽃에 방문하였을 때 머무는 시간 이 상대적으로 매우 짧다. 가위벌은 1분에 15개 정도의 꽃에 방 문할 수 있는 반면, 꿀벌은 꽃꿀 수집과정에서 꽃가루를 부가로 모으는 활동이기 때문에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린다. 또한 사 양관리 등이 필요치 않고, 대신 증식용 대나무통 등만을 준비해 놓는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농가에서의 이용이 비교 적 쉬울 수 있다. 사과연구소 이순원 박사팀은 1996년 ~ 1998 년까지 “유용화분매개곤충의 이용기술 개발”과제를 통해 국내 자생 뿔가위벌류; 머리뿔가위벌, 뿔가위벌, 붉은뿔가위벌, 외 뿔가위벌, 꼬마민뿔가위벌 등 5종을 확인하고 이 중 머리뿔가 위벌과 뿔가위벌이 우점함을 보고하였다(Lee et al., 2002). 사 과원에서 머리뿔가위벌의 낮 시간 활동 시작 온도는 12.8도로 추정하여, 활용 적기를 설정하고, 고치 안에서 성층으로 월동하 는 것을 수거한 후 저온 저장하다가 필요한 시기에 야외 방사하 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야생의 머리뿔가위벌을 수집하여 사과 원에 방사한 후 증식하는 시스템을 1997년에는 전국 40개 시군 140개 사과원에 1998년에는 전국 26개시군 70개 사과원에 보 급한 바 있다. (Ahn et al., in press).저장 후 방사된 개체들은 일 정한 열을 축적한 후 바로 활동을 개시한다. 활동 초기에는 교 미 활동과 함께, 산란과 육아에 적합한 영소 대롱을 찾고 청소한 이후 본격적으로 화분을 수집한다(Jeong and Jung, 2011). 일반적 으로 국내 환경에서 머리뿔가위벌은 방사 후 2주 정도 이후 활 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개화 1주일 전후로 적절한 방사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효율적인 화분매개와 벌의 증식을 위해 중요하다(Ahn et al., 2014).
이러한 활용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가위벌류는 1년 1세대를 거치며 활동 기간이 짧고 증식능력이 제한되어 있어 농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경북 잠사곤충사업장이나 예천 곤충연구소 등에서 야외 집단을 수집하거나 일부 증식하여 농 가에 보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일부 사과 품종이 조기개화하고, 그 시기에 이상기상 현상의 빈번한 발생으로 인해, 저온 등 환경 민감성이 낮은 뒤영벌류를 화분매 개에 활용하려는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뒤영벌류는 둥지에서 500 m 내외의 활동범위를 가지며, 8°C 정도의 저온에서도 활 동을 하기 때문에 이른 봄철 화분매개에 용이할 수 있다(Yoon et al., 2013;Lee et al., 2014). 다만, 자연계에서 뒤영벌류는 여 왕벌만 월동하며, 4월 초중순부터 여왕벌이 월동처에서 나와 서 둥지를 건설하고 새로운 세대를 시작할 시기이다. 현재 국내 대량 사육이 가능한 종은 유럽에서 도입한 외래종인 서양뒤영 벌이 대표적이다. 이른 봄철 외래종의 광범위한 야외 노출은 정 착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밀도가 감소 추세인 토착 뒤영벌 류에 대한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 하다(Dafni et al., 2010;Naeem et al., 2019).
화분매개 친화형 사과 IPM (IPPM) 체계
사과 병해충 관리는 지난 40여년을 크게 진보하여, 국내 농 작물 중에서 가장 앞선 체계로 진화하였다. 병해충종합관리 (Integrated Pest Management, IPM)는 단순한 방제 방법의 적 용 보다는 농작물 생산 시스템에 대한 관찰과 조사를 통해 생물 적, 화학적, 물리적 또는 재배적 관리 방안을 통합적으로 적용 하여, 해충의 밀도는 억제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줄임으로서 생 산 관리의 경제적 이익과 건강성은 높이고, 사회경제적, 환경적 위험을 최소화 하자는 전략이다. 이는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학문적 과학적 기초 위에 발전한 의사 결정체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IPM이라는 것은 각종 병해충은 물론 야생동물 등까지 포괄하여 적용할 수 있으며, 유기재배, 관행재배 또는 지속 농 업 등 작물생산목표에 고루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Croft and Hoyt, 1983). 국내에서는 IPM 기반의 농업 체계를 관행재배와 유기재배의 중간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데, IPM은 보다 철학적이면서 실질적인 수단으로서 저농약생산체계 또는 안전 생산체계, 생태계서비스 강화 생산체계 등을 구현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지난 40여년간 국내 사과재배 농가들은 이 순원 박사 등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를 중심으로 사 과사랑동호회, 병해충 예찰 네트워크, 친환경 방제력 등을 포함 한 IPM 시스템을 정착시켜왔다. 그러나 토지이용의 변화, 도시 화의 가속, 생물종다양성의 급속한 감소는 안정적인 사과 생산 체계의 전반적인 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현상의 빈번한 발생은 돌발병해충의 발생이나 봄철 개화기 화분매개 감소 등으로 인한 빈번한 피해를 야기하 고 있으며, 사과 IPM의 변화 및 진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 과는 화분매개 의존도가 절대적이며, 고품질 사과생산은 충분 한 화분매개를 기반으로 한 우량과 결실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화분매개는 꿀벌이나 가위벌 등 인위적으로 증식한 한두 종의 벌을 통해서 완벽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대신 다양 한 야생벌들이 협력적으로 화분매개 상승작용을 일으켰을 때, 고품질 사과 생산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사과 생산 관리에서 IPM은 화분매개자를 보호하면서 농업시스템 내에서 이를 증 식함으로써 화분매개 생태계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 개되기를 제안한다. IPM은 병해충 및 잡초에 의한 작물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작물보호의 수단에서 발전한 것이다. 전세계 작 물의 75% 가량이 화분매개 부족(pollination gap)으로 인한 작 물 수확부족(yield gap)이 나타나는 바(Garibaldi et al., 2016), 화분매개 보호는 병해충 관리 못지 않게 농업 생산성 증대 요인 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병해충의 밀도 억제 또는 관리에 치중하면서 농약 등에 의한 꿀벌 등 화분매개자의 비표적 중독 현상, 화분매개자 서식처의 파괴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화학적 방제 중심의 IPM은 화분매개와 호환적으로 작 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주를 이루어왔다. 따라서 화분매개자 와 천적 등 자연계의 생물적 방제원을 부양하면서 지속가능한 병해충 관리체계를 확립하는 것은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사과 생산기 위해서 중요하다.
농업 생태계 관리를 통한 작물생산성 고도화 전략으로서 화 분매개 친화형 병해충 종합관리(Integrated pollinator-pest management, IPPM) 시스템이 최근 제안되었다. 이 새로운 패 러다임은 단지 사과에만 적용하는 개념은 아니다. Egan et al. (2020)은 현재 IPM 시스템에 농약으로부터 화분매개자를 보 호하기 위한 여러 수단을 추가하자는 Biddinger and Rajotte (2015)의 제안을 확장시켜, IPPM의 기본 골격을 제안하였다 (Fig. 4). 크게 4가지 단계로 구성된다. 기본 목표는 생태계 다양 성을 강화하여 화분매개자와 생물적 방제원의 밀도와 다양성 을 부양한다. 이를 통하여 생태계 서비스를 최대화시켜 병해충 의 발생이 억제되는 환경을 만들고, 돌발적으로 또는 임계수준 이상으로 병해충이 발생하였을 때, 생물농약이나 저독성 농약 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고독성 농약은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 함으로써, 환경 부담을 저감하고 병해충에 대한 안정적이고 지 속적인 밀도 억제 기작을 유지하는 것이다(Egan et al., 2020). 이를 위해서 기존 IPM 전략이 화학농약을 우선으로 고려했다 면, IPPM에서는 저항성 작물이나 동반작물 또는 동반 식물의 활용 등을 통한 농업 생태계 다양성이나 서식처의 조작 등의 생 태공학적 관점을 더욱 강조한다. 1) 농업생태계의 구조적, 기능 적 다양성은 서식처 관리나 조작, 동반 식물, 또는 유인작물, 특 정 해충에 대한 저항성 농작물의 배치 또는 경관 관리를 통해 이루어 낼 수 있다. 생태계다양성은 궁극적으로 생태계서비스 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게 관리되어야 한다. 따라서 2) 재배적 물리적 또는 기계적 방제 역시 화분매개 친화형 기법을 적용한 다. 예를 들면, 꽃이 피는 식물을 혼합 배치하거나 화분매개 유 인작물을 배치하거나 농생태계 주변 또는 경관 내에 화분매개 서식처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3) 병해충의 피해가 예상 될 때 IPPM 체계에서 병해충의 밀도 관리는 천적 등에 의한 생 물적 방제 및 제배적, 물리적 관리를 바탕에 두고, 교미교란제 등을 이용한 화학통신교란전략과 함께 해충 계절발생(phenology) 에 따른 선택성 농약을 사용한 적기 적소 방제 체계가 중심이 된다(Fig. 4). 즉 각종 병해충으로부터 생산 손실을 억제하기 위 한 농약의 선택과 효율적 살포, 정확한 약제의 전달은 미래 IPPM의 또 하나의 핵심 요소가 된다. 예찰과 발생 모델링, 교미 교란제 전략은 이미 많은 논의가 있었던 바, 본 고에서는 화분 매개서식처 및 저독성 농약 선택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필자는 IPPM 체계에서 병해충 및 화분매개자 관리는 기본적으로 서식 처 조작 및 생태계 다양성 부양을 통한 예방적 조치가 우선되어 야 하며, 지속적으로 화분매개자 및 병해충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개체군의 크기가 경제적 피해수준이나 방제 수준을 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리고 어떤 처리 또는 처방이 필요할 경우 병해충의 밀도를 억제할 수 있는 처리를 하게 된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화분매개곤충이나 천적 등 유용생물에게 저독성이면서 선택적인 약제를 선발하여 적기 방제를 해야 한 다. 적기 방제는 생물계절 모델 또는 생물계절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하며, 결정한 이후에는 방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적소에 약 제를 전달해야 하며 이를 통해 환경 부담이나 비표적 위험을 낮 출 수 있다는 전략이다(Fig. 5).
화분매개서식처 조성: 꿀벌이나 가위벌 뿐 아니라 야생벌, 꽃등에, 나비 등 야생 화분매개곤충의 보호 증식을 위한 농생태 계의 경관 또는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과수원 주변이나 열간에 화분매개서식처를 조성한다. 과수원의 초생재배는 포식성 이 리응애의 서식처를 제공함과 동시에 초식성 응애류의 먹이자 원 다양화를 통해 사과의 응애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Risch et al., 1983;Kim et al., 1995). 또한 지표 배회성 포식성 딱정벌레의 밀도와 다양성도 높아진다(Kim and Jung, in press). 이제 초생 관리의 목표에 화분매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꽃 피는 식물의 제공은 단순히 화분매개자들에게 먹이와 서식처 를 제공해 줄 뿐 아니라 다양한 천적 곤충에게도 꽃꿀과 꽃가루 를 먹이로 제공한다(Blaauw and Isaacs, 2014). 천적들이 꽃꿀 을 섭취했을 때 수명이 늘어나고 꽃가루는 대체먹이로써, 산란 증가에 기여한다(Hodgkiss et al., 2019). 즉 과수원 내외 꽃길 조성을 통한 화분매개곤충, 천적 등 생물다양성이 늘어나고, 작 물의 화분매개 강화는 농업생산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천 적류는 생물적 방제를 통한 해충 자연 밀도 조절 기작을 강화하 고 지피식물은 토양 개량과 토양 표토와 양분 유실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과원 주변 경관 다양성은 주요 병해충의 발 생에 영향을 미친다. 천적과 화분매개자를 보호함으로써 커피 의 품질가 생산량을 증대시킬 수 있었다(Classen et al., 2014). 사과원 주변에 향나무는 적성병의 월동기주가 되고, 산복숭아 나 매실 등은 복숭아순나방 또는 복숭아심식나방의 증식처가 될 수 있다(Kim and Jung, in press). 고추밭 주변에 화밀을 분비 하는 다양한 꽃을 배치하면 화분매개 곤충을 유인할 뿐 아니라 기생성 천적들의 밀도가 높아져, 궁극적으로 고추 생산성이 높 아졌고(Lee and Jung, 2019), 사과원 지피식물로 민들레의 존 재는 개화기 화분매개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토양의 보습, 통 기성, 배수성 개선 등의 간접 효과를 통해 더 큰 과실을 생산하 는 데 도움을 준다(Son et al., in press).
저독성 농약의 사용: IPPM 체계에서 해충의 밀도 관리는 천 적 등에 의한 생물적 방제 및 재배적, 물리적 관리를 바탕에 두 고, 교미교란제 등을 이용한 화학통신교란전략과 함께 해충 계 절발생(phenology)에 따른 선택성 농약을 사용한 적기 적소 방 제 체계가 중심이 된다. 살충제와 화분매개곤충은 마치 수레바 퀴와도 같이 만나지는 못하지만, 농업 생산성을 견인하는 두 축 이다. 사과 생산 체계에서 화분매개곤충의 보호와 증식은 필수 적이다. 따라서 각종 사과 병해충으로부터 생산 손실을 억제하 기 위한 농약의 선택과 효율적 살포는 미래 IPPM의 또 하나의 핵심 요소가 된다. 해충예찰과 발생모델 및 적기방제 체계 개발, 해충의 페로몬이나 트랩 등을 활용한 통신교란 전략 등은 선택 적 약제 선발을 위해 급성 독성 평가는 접촉독성 (대부분 살충 제) 또는 섭식독성(네오니코티노이드계) 시험을 하고, 반수치 사량(median lethal dose, LD50) 기준, 고독성(LD50 < 2 μg/bee), 보통독성(LD50 2 ~ 10.9 μg/bee), 저독성(LD50 11 ~ 100 μg/ bee) 및 무독성(LD50 > 100 μg/bee)으로 구분한다(Registration Services Program, Pesticide Management Division, WSDA, 2010). 살충제는 대부분 꿀벌 독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사과재배 농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살충 제, 살비제, 살균제 63종을 꿀벌에 대한 실내독성을 평가하였다. 35종 살충제 중에서는 21종이 고독성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가 보통독성이나 저독성으로 나타났다(Kang, 2009). 살비제 10 종 중 두 종 유기인계 약제(fenthion, phosphamidon)가 고독성 이었다. 살균제는 mancozeb, iminocatadinetriacetate, fenarimol 을 제외하면 대체로 안전하다(Kang and Jung, 2010;2017). 제 초제 파라콰이트 등은 꿀벌이나 야생벌 성충에는 독성이 낮으 나, 토양 식물체를 고사시킴으로써 토양 내 둥지를 트는 뒤영벌 이나 많은 야생벌의 서식처 환경을 나쁘게 하여, 결국 농생태계 내에 야생벌의 증식을 방해할 뿐 아니라(Nicholls and Altieri, 2013), 꿀벌 등의 유충 장내 미생물상을 교란하여 생존율을 낮 춘다(Dai et al., 2018). 식물 항생제에 대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 다. 그러나 최근 항생제가 꿀벌의 장내 미생물상을 교란하여 꿀 벌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Raymann et al., 2017)가 있 어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사과의 적화제나 적과제 역 시 꿀벌과 뒤영벌 독성이 보고되었다(Kim et al., 2008;Kim and Jung, 2013b). 올바른 선택과 적기 처리가 매우 필요하다. 특히 개화기에 사용되는 카바릴 등은 꿀벌 독성이 매우 높다. 해충의 적기 방제 뿐 아니라 적화제나 적과제의 적기 처리도 매우 중요 하다. 꿀벌 등 대부분 방화곤충들은 낮 시간에 활동한다. 따라서 곤충의 활동 시기를 피하여 살포하면 노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농약의 급성 독성과 중독 뿐 아니라, 만성독성이나 잔류 독성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네오니코티노아드계 살충제의 낮은 농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기억 및 학습 능력 감소, 통 신 이상, 활동력 감소 등은 물론 사회성 곤충의 귀소 행동에도 장 애를 준다(Woods and Goulson, 2017), 국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Choi and Lee (1986)는 꿀벌의 농약피해를 경험한 농가는 95%, 연간 피해율은 10 ~ 50%,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과수로는 사과, 농작물로는 고추로 보고하였다. 2006년 개화전 acephate 처리로 인해 사과결실불량 사건 역시 사과에서 발생했다(Shin, 2010). 이런 사건들은 종종 충분한 의사소통의 부재로 인한 결 과로 보인다. 농약에 의한 꿀벌 피해 저감 방안으로 농약 사용자 에 대한 화분매개 중요성을 교육하고, 양봉농가와 농약 사용자 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농업인 기본교육에서 화분매개 의 가치와 화분매개곤충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 및 작물재배 농 가에서 농약 사용에 대한 사전 통보제를 정착하기 위한 지역 내 양봉농가와 과수 농가 간 연락네트워크의 구성이 고려된다 (Kim and Jung, 2013a).
이렇게 과수원 내부 또는 사과원 주변의 경관 관리와 화분매 개서식처 조성은 지역의 식물 다양성 증대는 물론 화분매개 곤 충, 천적 등 유용생물 다양성을 견인하여 농작물 결실 증대, 생 물적 방제를 통한 해충의 밀도 조절 기작 강화, 지피 식물의 확 대로 인한 토양 개량, 유실 방지 등 기능적 생물다양성 증진 효 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내 꽃길 등 화분매개서식 처 조성을 통한 자연경관의 개선은 녹색관광의 기반을 제공할 뿐 아니라 어메니티 개선으로 지역민의 생활과 건강 증진에 도 움이 될 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상생 수단으로서 가치를 더 해가고 있다(Hipolito et al., 2016). 즉 화분매개 친화형 사과 생 산의 영향은 생산자와 생산자의 과수원 뿐 아니라 지역공동체 는 물론 소비자까지 파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욱이 기후변 화 시대에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한 생태공학적 접근은 생물 중 심 농업생산 조절 기작을 체계화하고 저탄소 생물 조절을 통한 농업부분 온실가스 저감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의 모델 시스템으 로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