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다각체바이러스(nucleopolyhedrosis: NPV)는 나비목 곤충 의 무름병(또는 연화병)을 유발한다(Kang, 1997). 이 바이러스 는 고리모양의 이중나선형 DNA 게놈을 갖으며 단백질 외피로 둘러싸이는 뉴클레오캡시드를 형성하게 된다(Keddie et al., 1989). 이 바이러스 입자들은 다시 다각체(polyhedron)라는 단 백질로 이뤄지는 봉입체(envolope)로 둘러싸여 광학현미경에서 도 바이러스의 유무를 관찰하게 한다. 이 봉입체에 둘러싸인 바 이러스가 구강을 통해 나비목 중장에 들어오면 특이적인 염기성 pH 조건에서 다각체 단백질이 분해되고 이후 빠져나온 봉입체 유래 바이러스(occlusion-derived virus: ODV)가 중장세포막에 흡착하여 세포내 침입이 이뤄진다(Horton and Burand, 1993). 감염된 세포에서 이 바이러스는 기주의 복제, 전사 및 번역 기구 를 이용하여 자신의 바이러스 유전체 및 외피단백질을 합성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바이러스는 두 종류로서 하나는 ODV로서 다각체 단백질로 구성된 봉입체에 함입되어 치사된 개체로부터 외부로 노출된 후 타 기주를 감염시키는 수평전파에 이용된다(Ji et al., 2010). 또 다른 바이러스는 출아바이러스(budded virus: BV)로서 DNA 유전체와 외피단백질로만 구성되며 곤충 혈강에 서 다른 세포를 감염하는 데 이용된다. 중장세포에서 증식된 BV 는 주로 기관지세포를 따라 체내 혈강으로 이동하여 거의 모든 조직 세포를 감염시켜 궁극적으로 감염 곤충의 체내는 ODV가 봉입체에 둘러싸인 형태의 바이러스가 높은 밀도로 이뤄지게 된 다(Passarelli, 2011). 이때 곤충의 체벽은 거의 와해된 상태로 일 부 체벽의 붕괴는 내재한 봉입체 바이러스들을 방출하여 다른 개 체를 감염시키는 생활환을 형성하게 된다.
누에의 경우 이 핵다각체바이러스는 BmNPV (Bombyx mori nucleopolyhedrosis virus)로 분류되며 약 127 kb 염기쌍으로 133 개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암호하게 된다(Cheng et al., 2012). 감염력이 높아 어린 치잠에 0.01%의 낮은 수준의 바이러스 감 염 개체빈도는 수평전염을 통해 이후 노숙 유충 시기에 20% 이 상의 개체들이 감염되는 높은 전염성을 지니게 된다. 더욱이 경 란전염을 통한 수직전파가 가능하여 일단 이 병이 양잠농가에 서 발생되면 완전구제에 어려움이 있다.
BmNPV를 진단하는 데 항체를 이용한 ELISA 진단법을 포 함한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이 바이러스의 특이적 염기서열 부 위를 중심으로 개발된 진단 프러이머를 이용한 PCR 기법이 주 로 이용되고 있다(Hong et al., 2000). 또한 액틴 유전자의 발현 을 같은 PCR 반응에서 조사하는 다중 PCR 기법도 개발되어 PCR 조건에 따른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das Neves Saez et al., 2014). 본 연구는 2020년 경북 상주에 소재한 양잠 농가에서 발생한 누에 바이러스 병징에 대한 분자진단 및 원인 바이러스 분리 동정에 대한 결과를 보고한다.
발병 의심되는 지역 농가는 상주시를 중심으로 30여개 장소 에 위치하며 이 가운데 하나의 소규모 지역 작목반으로 구성된 12 개 농가로부터 병든 개체를 채취하여 분석에 이용하였다. 병 든 개체의 병징이 설사 증세와 몸 조직이 와해되는 무름병 증세 를 보여(Fig. 1A) 바이러스병으로 가정하고, 병든 개체로부터 바이러스를 추출하였다. 바이러스 추출은 두 지역 농가(새터와 서원)에서 각각 병든 개체 3 마리를 이용하여 100 mM 인산완충 용액 (pH 7.4)에 0.05%의 Triton-X100을 포함한 추출용액 (PBS-TX)을 1 mL 씩 넣고 조직을 분쇄하였다. 이 조직액을 12,500 × g에서 5분간 원심분리하여 상등액과 침전물로 분리하 였다. 상등액은 다시 0.22 μm 여과지를 통해 세균을 제거하고 Sf9 세포주에 Jung and Kim (2006) 방법으로 여과액을 접종하 였다. 침전물은 다시 PBS-TX로 현탄시킨 후 다시 원심분리하 는 세척 과정을 3회 반복하였다. 이후 얻어진 침전물을 1 mL의 PBS-TX로 현탁시켰다. 이 추출액을 건전한 누에 유충에 입침 지법으로 처리하였다. 입침지법은 누에 5령(7일차)을 대상으로 10 마리 3 반복으로 진행하여 무처리와 살충율을 비교하였다. PCR 진단 기술은 das Neves Saez et al. (2014)의 방법을 따랐다.
병든 개체로 분리한 침전물에는 바이러스 입자로 보이는 결 정형 입자가 다수 존재하였다(Fig. 1B). 이 침전물을 엽침지법 으로 건전한 누에에 섭식 처리한 결과 유사한 병징이 나타났다 (Fig. 1C). 두 지역 농가(새터 및 서원)에서 분리된 추출물은 모 두 무처리에 비해 높은 유충 사망률을 기록하였다. 처리된 누에 나이가 적을수록 병 발생에 의한 치사율이 높았다.
상주 양잠 농가에서 채집된 유충들을 외관상 병든 집단과 건 전 의심 집단으로 나누고 여기서 각각 임의로 선발하여 PCR 진 단 기술로 BmNPV 감염 유무를 확인하였다(Fig. 2A). 각각 10 마리를 대상으로 진단한 결과 감염충에서는 모두 BmNPV 양 성 반응을 보였다. 반면 건전 의심 집단으로 분류된 개체들에서 는 전체 10 마리 가운데 5 마리만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음성 반 응을 보인 개체들에서도 액틴 유전자의 발현이 나타나 진단 PCR 방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최종적으로 바이러스 추출물에서 BmNPV를 확인하고자 이 를 Sf9 세포주에 접종하였다(Fig. 2B). 이 결과 무처리 대조구 에 비해 이들 접종 세포의 세포질에서 다수의 전형적 BmNPV 의 특징적 봉입체 바이러스 구조를 관찰하였다.
이상의 결과는 2020년 상주 지역 양잠 농가에서 발생된 누에 집단 치사 현상은 BmNPV에 의한 바이러스병으로 진단되었다. 이러한 진단 결과는 향후 유사한 누에병의 발생에 대한 병 발생 율 및 전염 경로를 추적하는 역학 조사에 기초 자료로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