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Brassica napus L.)는 전초를 나물용이나 가축의 청예 사료로 이용하고, 유채기름은 튀김이나 샐러드와 같은 식용으 로 이용되며, 바이오디젤의 원료로 이용된다. 착유 후 부산물인 유채박은 가축사료와 유기질 비료로도 사용되는 등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유채 경관단지 조성 을 통하여 지역자치단체의 홍보와 함께 관광수익을 올리기 위 해 남부지방 뿐만 아니라 중부지방에서도 경관을 목적으로 유 채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다(Kim et al., 2015).
세계적으로 유채를 가해하는 대표적인 해충으로는 잎벌레 류((Psylliodes chrysocephala, Cabbage stem flea beetle), 진딧 물류(Myzus persicae, 복숭아혹진딧물; Brevicoryne brassicae, 양배추가루진딧물), 좁쌀바구미류(Ceutorhynchus napi, rape stem weevil; C. picitarsis, rape winter stem weevil; C. obstrictus, cabbage seedpod weevil), 알밑빠진벌레류(Meligethes aeneus, pollen beetle), 고자리꽃파리류(Delia radicum, cabbage root fly), 혹파리류(Dasineura brassicae, brassica pod midge) 등이 알려져 있다(Williams, 2010).
이 중 유럽좁쌀바구미(Ceutorhynchus obstrictus (Marsham), CSPW)는 유럽이 원산이며, 유채(rapeseed)와 카놀라(canola) 의 심각한 해충으로 배추속(Brassica) 작물 및 잡초 등을 포함 한 십자화과(Brassicaceae) 식물에 협식성(oligophaous)을 보 인다(Cárcamo et al., 2001).
유럽좁쌀바구미는 1년 1세대로 성충은 식물체 잔재물 밑에 서 월동하며, 봄철에 일찍 꽃이 피는 기주를 섭식하기 위해 나 타난다(Dmoch, 1965;Dosdall and Moisey, 2004). 알은 미성 숙한 꼬투리에 낳고, 부화한 애벌레가 기다란 삭과 내에서 여물 어가는 종자를 섭식하여 경제적인 피해를 일으킨다(Dosdall et al., 2001). 성숙한 애벌레는 꼬투리를 뚫고 나와 땅으로 떨어져 파고 들어가 번데기로 되고, 늦여름에 새로운 세대의 성충으로 우화한다(Fig. 1).
유럽좁쌀바구미의 북미지역으로 침입은 1931년 캐나다의 브리티쉬콜롬비아(British Columbia)주 벤쿠버(Vancouver) 근 처에서 발견된 것이 처음이다(Cárcamo et al., 2001). 이 바구미 해충은 현재 브리티쉬콜롬비아주와 태평양 연안의 북서 내륙 지역에 만연하고 있으며, 미국 대부분의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McCaffrey 1992). 캐나다에서 유럽좁쌀바구미의 확산은 1995 년에 앨버타(Alberta)주 남부에서(Cárcamo et al., 2001), 이후 앨버타주 중부와 서스캐처원(Saskatchewan) 서부로 확산되었 으며(Dosdall et al., 2002), 2000년에 동부의 퀘벡(Quebec)주 에서 발견되었고(Brodeur et al., 2001), 2001년에 온타리오 (Ontario)주에서 발견되었다(Mason et al., 2003).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 6월 경남 김해 지역의 유채 꽃에서 유럽좁쌀바구미가 처음으로 채집되어 2000년에 한반도의 침 입종으로 보고되었다(Hong et al., 2000), 유료작물로 제주도 와 남부지방에서 재배되던 유채 꽃에서 자생종인 유채좁쌀바 구미(Ceutorhynchus albosuturalis (Roelofs))의 생태적 지위 (ecological niche)가 외래침입종인 유럽좁쌀바구미와 매우 유 사하기 때문에 동일 자원에 대한 경쟁이 예상되며, 이로 인한 경쟁적 대체(competitive replacement)가 일어날 수 있다. 장기 간의 조사가 없다면, 침입의 시간적 기원 및 공간적 범위에 대 한 확고한 추정뿐만 아니라, 자생 동물상(fauna)의 다른 구성요 소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유 럽좁쌀바구미가 침입한 후 유채 꽃을 대상으로 한반도에서 20 여 년 동안 관찰과 2010년 이후 중점적인 조사를 통해 그 결과 를 보고하고, 한반도 남부지방에 침입한 유럽좁쌀바구미가 한 반도 전역으로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자생종인 유채좁쌀바구미 를 대체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공하고 자 한다.
방 법
유채 꽃에서 채집된 좁쌀바구미류(Ceutorhynchus spp.) 표본정보 조사
유채좁쌀바구미와 유럽좁쌀바구미의 시간적 발생양상을 살 펴보기 위하여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에서 유채 꽃에서 채집 된 좁쌀바구미류(Ceutorhynchus spp.)를 대상으로 보고된 문 헌에 나타난 채집정보를 정리하는 한편, 교신저자가 채집한 바 구미류를 보관하고 있는 국립농업과학원 및 농림축산검역본부 의 표본실에 소장된 좁쌀바구미류 표본의 채집정보를 Table 1 로 정리하였다.
유럽좁쌀바구미의 확산범위 조사
2018년 3월부터 6월까지 한반도 30개 시/군을 대상으로 유채 가 재배되는 있는 포장을 방문하여 떨이망(beating sheet; BioQuip Product #2840C)과 포충망(sweeping net)을 이용하여 채집하 였으며, 유럽좁쌀바구미의 발생이 확인되는 시/군에 대해서 Fig. 2로 도식화하였다. 또한, 2018년에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시/ 군이라 하더라도 그 이전 조사에서 확인된 시/군은 Fig. 2에 추 가하였다.
제주도에서 유럽좁쌀바구미와 유채좁쌀바구미 발생양상 비교
제주도는 오래 전부터 경관용으로 유채를 재배하였던 곳으 로 적어도 2000년대 초까지는 자생종인 유채좁쌀바구미가 우 점하였지만, 2014년 조사 시 침입종인 유럽좁쌀바구미가 대량 으로 발생하고 있었고, 자생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경쟁 대 체의 실질적인 사례로 판단하여 유채 꽃에 발생하는 유럽좁쌀 바구미와 유채좁쌀바구미 성충의 밀도변동을 2014년과 2018 년에 조사하여 비교하였다. 2014년 3월에 이루어진 조사는 9개 지역에서 떨이망(beating sheet; BioQuip Product #2840C)을 깔 고 1 × 1 m 범위 안의 유채 꽃을 3~4회 흔들어 떨어지는 성충의 수를 세었고,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이루어진 조사는 17.5 × 25 cm의 노란색 점착판(GreenAgrotech Product)을 지주대를 이 용하여 유채 꽃의 높이로 설치한 후 채집된 성충의 수를 세었다.
한편, 사람 및 물자의 왕래가 빈번하지 않은 섬 지역의 경우 에 침입종이 아직 유입되지 않았거나, 유입되었더라도 제주도 보다 최근이라면 경쟁 대체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하여 한반도 와 제주도 사이에 위치한 여서도를 조사지역으로 선정하여 2018년 5월 5일 햇살이 좋은 한낮에 인가 주변 텃밭 등에 심겨 져 있는 유채 꽃에서 활동하는 좁쌀바구미류 성충의 수를 육안 관찰로 세었다.
결과 및 고찰
유럽좁쌀바구미의 침입 및 확산
문헌과 표본실에 소장된 표본들의 채집정보 및 전국적으로 유채 재배지역에서 발생양상을 조사한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유채 꽃에서 채집된 자생종인 유채좁쌀바구미(Ceutorhynchus albosuturalis; rapeseed weevil; RSW)는 제주시 애월읍 하귀리 에서 1974년 5월 11일에 채집한 기록이 처음으로 1997년 4월 까지도 채집이 확인되어 적어도 2000년대 초까지는 제주도 유 채 꽃에 우점한 종이었다(Table 1).
반면, 외래침입종인 유럽좁쌀바구미(C. obstrictus; cabbage seedpod weevil; CSPW)는 1995년 6월 20일 경남 김해에서 채 집된 이후 2007년 4월에 경북 영덕에서 확인되었고, 2011년 이 후부터는 제주도 및 울릉도 지역에서 우점하였다(Table 1).
2018년에는 유채 꽃이 피는 시기인 3월부터 6월까지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30개 시/군의 유채 밭에서 유럽좁쌀바 구미의 발생을 조사한 결과, 조사한 시/군에서 재배되는 모든 유채 꽃에서 유럽좁쌀바구미가 우점하고 있었으며, 경관을 목 적으로 유채 재배면적이 중부지방으로까지 넓혀지면서 북으로 경기도 안성까지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판단된다(Fig. 2). 한편, 자생종인 유채좁쌀바구미는 내륙에서 재배되고 있는 유 채 꽃에서 확인이 되지 않았고, 주변의 냉이 등 십자화과 잡초 에서만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 유럽좁쌀바구미가 유채좁쌀바구미 밀어내기
2011년에 이미 제주도의 유채 꽃에서 우점을 이룬 외래침입 종인 유럽좁쌀바구미(CSPW)는 2014년 3월에 제주도 9개 지 역에서 떨이망을 이용하여 발생양상을 조사한 결과, 자생종인 유채좁쌀바구미(RSW)의 밀도가 가장 동쪽의 성산 쪽에서 가 까운 6개 지역(성산, 표선, 남원, 강정, 구좌, 함덕)은 0%로 나타 났고, 보다 서쪽에 위치한 대포, 산방산, 삼양에서는 각각 2.7%, 10%, 11.6% 순으로 동쪽인 성산지역에서 서쪽으로 갈수록 그 의 밀도가 조금씩 더 높게 나타났다(Fig. 3). 이러한 결과는 외 래침입종인 유럽좁쌀바구미(CSPW)가 첫 침입지인 한반도 남 부에서 예로부터 유채 재배 경관으로 유명한 제주도의 성산 지 역으로 유입된 후 서쪽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 후 4년 뒤인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제주도의 3개 지역 인 성산, 남원, 산방산 유채 밭에 노란색 점착판 트랩을 설치하 여 성충을 채집한 결과, 자생종인 유채좁쌀바구미(RSW)가 외 래침입종인 유럽좁쌀바구미(CSPW)에 의해 유채 밭 서식처에 서 완전히 밀려났으며, 2014년에 10% 정도의 발생을 보였던 산방산 지역에서 조차도 그들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Fig. 3). 즉, 유럽좁쌀바구미(CSPW)가 제주도에 유입된 후 10년 이내 에 생태적 지위(ecological niche)가 유사한 자생종인 유채좁쌀 바구미(RSW)를 완전히 대체하게 된 것이다. 유채 꽃에서 밀려 난 자생종인 유채좁쌀바구미는 인근의 십자화과 잡초인 냉이 (Capsella bursa-pastoris (L.) Medik)에서 우점하는 것이 여러 조사지역에서 확인되어 생태적 지위를 새롭게 변경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한반도와 제주도 사이에 위치한 사람과 물자의 왕래가 빈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섬 지역인 여서도의 유채 꽃에서 이 들 좁쌀바구미의 발생양상을 2018년 5월 5일에 육안 관찰한 결 과, 외래침입종인 유럽좁쌀바구미(CSPW)와 자생종인 유채좁 쌀바구미(RSW) 성충의 비율이 거의 1:1로 나타났으며(Fig. 3), 이러한 결과는 외래침입종인 유럽좁쌀바구미(CSPW)의 여서 도 유입사건은 아주 최근일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폭 넓은 관점에서 우리의 연구 결과는 세계적으로 외래침입 생물종의 침입과 관련된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며, 비록 자생종인 유채좁쌀바구미(RSW)의 생태적 지위를 외래침입종 인 유럽좁쌀바구미(CSPW)가 대체하고 있는 근본적인 기작은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자원경쟁(exploitative competition)의 잠재적인 역할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자연생태계 내 에서 외래침입종이 자생종을 신속하게 대체하고 있음을 확인 한 이 결과는 앞으로 또 다른 외래종의 침입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들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