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파리는 크게 초파리과(Drosophilidae)와 과실파리과 (Tephritidae)를 지칭하게 된다. 이 가운데 과실파리과는 약 4,400종 이상의 방대한 분류군으로 적어도 500여 속을 포함하 고 있다(White and Elson-Harris, 1992). 여기에 속한 과실파리 가운데 Bactrocera, Ceratitis, Rhagoletis, Anastrepha의 4속이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분류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가장 많 은 종수는 Bactrocera에 속하고 있으며 약 651종이 포함되어 있다(Drew and Hancock, 2000). Bactrocera는 Zeugodacus와 함께 Dacus 속에 속한 아속(subgenus)이었지만 최근 분자계통 기술을 통해 Bactrocera와 더불어 Zeugodacus도 개별 속으로 다시 분류되었다(Virgilio et al., 2015). 따라서 위에서 기술한 4속에 Dacus와 Zeugodacus를 포함한 6개 속이 과실파리 해충 의 주요 분류군을 차지하게 된다.
국내에 서식하는 과실파리는 현재까지 90종이 보고되었다 (Han and Kwon, 2010; Han et al., 2014). 최근 Han et al. (2017) 은 Bactrocera hyalina를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하여 국내 서식 하는 과실파리 종 목록에 추가하였다. 이들 가운데 호박과실파 리(Zeugodacus depressa)와 호박꽃과실파리(Z. scutellata) 2종 만이 해충이다. 그러나 최근 외국에 서식하는 과실파리류가 국 내로 침범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Bactrocera 또 는 Zeugodacus에 속한 6종의 검역 대상 과실파리가 침범하였 으나(National Plant Quarantine Service, 2008; Animal and Plant Quarantine Agency, 2014) 어느 종도 정착하지는 못했다. 기후변화와 국제 교역량 증가는 이러한 검역 과실파리의 국내 침입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견되고,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에 서식하지 않으면서 국내에 침입하여 정착할 경우 농 작물에 큰 피해가 우려되는 금지급 과실파리가 최근 재목록화 되었다(Kim et al., 2017a).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규정한 59종의 금지급 검역해충 중에서 41종이 과실파리로서 앞에서 소개한 5속의 과실파리가 대부분이며 이 외에 Carpomya와 Zonosemata 속 과실파리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과실파 리 재분류 작업이 진행되면서 일부 서로 다른 금지급 과실파리 들이 동종으로(예, B. papayae, B. phillippinensis, B, invadens 가 모두 B. dorsalis) 분류된 반면에 새로운 과실파리 종들의 국 내 침입 및 정착이 우려되면서 전체적으로 금지급 과실파리는 60종으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Kim et al., 2017a). 이 에 따라 이들 다양한 금지급 과실파리 종들에 대한 모니터링 기 술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금지급 과실파리 가운데 가장 많은 종수를 차지하는 Bactrocera 와 Zeugodacus에 속한 종들의 경우 수컷이 기주 식물에서 나오 는 방향성 물질인 methyl eugenol (ME)과 raspberry ketone (RK)이 시노몬으로 작용하면서 유인된다(Raghu, 2004). 이러 한 이유는 이들의 약물섭취행동으로 섭취된 화합물을 변형하여 성페로몬을 만들어 생식에 이용하거나 또는 방어의 목적으로 사용하게 된다(Nishida et al., 1988; Hee and Tan, 2004). RK는 화합물 말단에 아세틸기를 추가하여 야외 환경 조건에서 안정된 화합물을 이룬 큐루어(Cuelure: CL)로 상품화되었다(Metcalf and Metcalf, 1992). 따라서 ME와 CL 유인물질을 이용하여 Bactrocera와 Zeugodacus에 속한 여러 과실파리를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유인물질을 이용하여 금지급 과실파리를 모니터링하기 위 해 솜뭉치에 유인물질을 적시는 형태에서 왁스물질에 제형화 하는 기술 및 젤라틴 성분에 유인물질을 섞어 제형화하는 기술 까지 다양하게 개발되어 왔다(Kim and Kim, 2016). 또한 트랩 의 형태에서도 델타트랩과 유사한 잭슨(Jackson)트랩 및 스타 이너(Steiner)트랩이 추천되었다(Vargas et al., 2015). 국내에 서는 호박꽃과실파리를 대상으로 이러한 유인제 제형화 및 효 과적 트랩이 개발되어 왔다. 왁스를 이용하여 유인물질인 CL 을 제형화하였고, 이를 폴리에틸렌 방출기와 비교한 결과 왁스 형 방출기가 포획 능력에서 우수하였다(Kim et al., 2017b). 왁 스 제형화 기술을 CL은 물론이고 ME 유인제에도 응용하여 금 지급 과실파리가 발생하는 말레이지아와 대만에 적용한 결과 오리엔탈과실파리(B. dorsalis), 오이과실파리(Z. cucurbitae) 및 B. tau가 유인되었다(Kim et al., 2017c, 2018). 본 연구는 이 왁스 제형화 기술로 제작된 유인물질의 유인력 범위를 보다 확 대하기 위해 또 다른 과실파리가 서식할 것으로 예견되는 태국 에서 예찰조사를 수행하여 포획된 개체를 중심으로 이 유인제 형의 적용 대상 금지급 과실파리를 파악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재료 및 방법
유인물질 및 왁스제형화
CL과 ME 유인물질은 모두 Sigma-Aldrich Korea (Seoul, Korea)에서 구입하였다. 왁스 제형화는 Kim et al. (2017b)의 방식을 따라 제작하였다.
태국 현지 예찰조사
과실파리 모니터링은 태국 파타야시(Pattaya: N 12.55.60, E 100.52.60) 지역에서 실시되었다. 2018년 2월 18일에 ME 또는 CL을 포함한 왁스형 방출기를 델타트랩(GreenAgrotech, Kyunsan, Korea)에 설치하고 2월 20일까지 3일간 모니터링하 였다.
형태분석
채집된 개체들의 분류는 가슴 순판(scutum)의 세로 띠 개수 와 날개에 있는 반점(wing-spot) 개수로 대별하였다.
DNA 추출
Chelex 방식(Kim and Kim, 2014)을 이용하여 게놈 DNA를 추출하였다. 즉, 과실파리 성충 1마리에 500 μl의 20% Chelex 를 채우고 95℃에서 20분간 가온한 후 2분간 얼음에 보관하여 반응을 정지시켰다. 이후 14,000 × g에서 3분간 원심분리한 후 상등액을 추출하여 PCR에 이용하였다.
PCR 및 DNA 염기서열 분석
PCR 반응용액은 전체가 25 μl를 기준으로 게놈 DNA는 1 μl, 10x 완충용액은 2.5 μl, 기질 dNTP (각각 10 mM)는 2.5 μl, 프 라이머(10 pmol/μl)는 각각 2.5 μl, Taq polymerase가 1 μl 그리 고 탈이온증류수가 13 μl로 구성되었다. 이때 세 종류의 유전자 부분 서열이 3종류의 프라이머 세트(Simon et al., 1994; Kim et al., 2017a)로 증폭되었다. Cytochrome oxidase I (CO-I) 유전자 프라이머는 5'-GTAAAACGACGGCCAGGGAGGATTTGG AAATTGATTAGTTCC-3'과 5'-CAGGAAACAGCTATGAC CCCGGTAAAATTAAAATATAAACTTC-3, cytochrome b oxidase (CB)는 5'-GTAAAACGACGGCCAGCCATCCAA CATCTCAGCAGCATGATGAAA-3'과 5'-CAGGAAACAG CTATGACCCCTCAGAATGATATTTGTCCTCA-3' 그리고 NADH dehydrogenase 1 (ND1)은 5'-GTAAAACGACGGC CAGTTCTGATTCACCTTCAGC-3'과 5'-CAGGAAACAGC TATGACAATAGTTGCTGGTTGATCTTC-3'을 이용하였다. 이들 프러이머는 각각 5‘말단에 M13 범용 프라이머 서열(밑줄 친 부위)을 붙여 PCR 결과물을 바로 염기서열 분석에 이용하 게 하였다. PCR 반응은 94℃에서 1분, 58℃에서 1분, 72℃에 서 1분의 순서로 35회 증폭하였다. 증폭된 PCR 결과물은 Gene clean 키트(ExpinTM PCR, GeneAll Biotechnology, Seoul, Korea) 로 잉여 프라이머 및 PCR 완충용액을 제거하고 증류수에 녹여 Macrogen, Inc. (Seoul, Korea)에 염기서열 분석을 의뢰하였다. 이때 염기서열은 Sanger 방식으로 증폭물 양단에 붙은 M13의 범용 프라이머를 이용하였다.
생물정보학
염기서열 분석은 Lasergene (DNAStar, Version 6.0, Madison, WI, USA)의 EditSeq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 염기서열 분석 과정 중에 불분명한 서열은 electropherogram을 확인하여 정리 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얻어진 서열을 NCBI-GenBank (www.ncbi.nlm.nih.gov)의 BlastN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상응한 종을 확인하였다. 분자계통분류는 BioEdit 7.2 프로그램(Hall, 1999) 을 이용하여 각 염기서열을 정렬하였으며, MEGA 6.0 프로그램 (Tamura et al., 2013)의 Neighbor-joining 방법을 이용하였다.
결과 및 고찰
태국 현지에서 포획한 총 9마리 개체 가운데 형태적으로 차 이가 있어 보이는 5개체를 선발하여 염기분석에 이용하였다. 염기분석은 3종류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인 CO-I, CB 및 ND1 이며 각 개체에 대한 3종류의 염기서열들은 모두는 동일한 과 실파리 종으로 생물정보 분석 결과 나타났다(Table 1). 예를 들 어, #1의 시료는 ND1 서열은 오리엔탈과실파리(B. dorsalis)로 판명한 반면 CO-I과 CB 서열은 B. papayae로도 판명하였지만, 이들은 동종이명이다(Hee et al., 2015). #2와 #5 두 개체는 3종 류의 염기서열 모두 오이과실파리(Z. cucurbitae)로 판명되었다. 반면에 #3와 #4 두 개체는 3종류의 염기서열 모두 Z. caudata로 판명되었다. 이상의 분자 동정 결과는 기존에 알려진 개별 종들 의 서열과 분자계통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동정된 종과 같이 군 집을 이루어 동정의 신뢰도를 높여 주었다(Fig. 1). 검역현장에 서 용이하게 구분하기 위한 형태 특징으로 가슴 등판의 띠 개수 와 날개의 반점 수는 본 연구에서 포획하여 동정된 Z. caudata 가 오리엔탈과실파리 및 오이과실파리와 구분되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Fig. S1).
최근 Kim et al. (2017a)은 국내 검역 대상 과실파리를 재분 류하여 60종의 금지급과 8종의 관리급으로 나누었다. 금지급 과실파리는 다시 침입력 및 정착력 그리고 해충성에 따라 22종 의 I급, 21종의 II급 그리고 17종의 III급 금지급 과실파리로 세 분하였다. 본 연구에서 동정된 오리엔탈과실파리와 오이과실 파리는 모두 I급 금지급 검역 대상 과실파리에 속한 반면, Z. caudata는 관리급 과실파리로 분류하였다.
Z. caudata 과실파리는 구북구와 동양구 지역에 서식하며 주 로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 베트남, 중국, 말레이지아 그 리고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다(Carroll et al., 2002). 이 과실파 리는 주로 박과작물을 가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 야외에서 는 호박(Cucurbita moschata)에서만 발견되었다(Hardy, 1973). 이는 이 과실파리가 우리나라에 침입하여 정착될 경우, 호박에 또 다른 해충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형태적 으로 머리 안면 홈에 존재하는 검은 가로띠, 가슴 순판(scutum) 에 존재하는 2쌍의 강모, 날개의 전연맥(costal)이 두터운 밴드 모양을 갖는 특징을 지닌다(Carroll et al., 2002). 수컷은 CL 유 인물질에 유인된다. 최근 분자지표를 이용하여 남반구 지역(인 도네시아-자바, 발리, Lombok)의 개체들과 북반구 지역(말레 이지아 반도, 동 말레이지, 태국)을 비교한 결과 상당한 염기서 열 차이를 확인하여 이들이 상이한 종일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Yong et al., 2015). 따라서 태국에서 채집된 Z. caudata는 북반 구 계통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