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명나방(Cnaphalocrocis medinalis Guenee)은 아시아, 호 주 등에 분포하며, 우리나라 주요 식량작물인 벼를 포함한 화본 과 작물과 농경지 주변에 있는 사초과 잡초를 기주로 한다(Khan et al., 1996). 본 해충은 우리나라에서 최근에는 2003년도에 대 발생하여 피해를 주었고, 2005년과 2007년에 성충 발생 밀도를 조사한 결과 발생 최성기는 8월 초순과 9월 중순이었다. 그러나, 이미 7월 하순에 30% 이상의 피해주가 발생하였고, 9월에는 피 해엽률이 15~30%로 경제적 피해수준을 넘었고, 일부 약제에는 감수성이 약간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이전에 사용한 약제에 대 한 내성이 발달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하였다(Park et al., 2010).
배추좀나방(Plutella xylostella L.)은 전세계적으로 분포하 고, 배추, 컬리플라워, 무우, 비트, 겨자 등 십자화과 식물을 가 해하며, 작물 수량을 30% 에서 10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Lingappa et al., 2004). 본 해충에 대한 화학적 살충제의 집중 적인 사용으로 살충제내성이 발달한 대표적인 해충으로 간주 되고 있다(Mota-Sanchez et al., 2002).
이러한 화학적 방제가 가진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곤충 병원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생물적 방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곤충병원성 곰팡이 Z. radicans의 활용가능성이 제기되었다(Galaini-Wraight et al., 1991; Pell et al., 2001). 본 곰팡이는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배추좀나방을 포함하여, 딱정벌레목, 파리목, 매미목, 벌목, 나비목, 메뚜기목, 총채벌레목, 날도래목 등의 다양한 종의 곤충에 감염되어 발생 한다고 보고(Glare, 1991)되었다. 마테(Llex paraguariensis)를 가해하는 나무이과에 속하는 Gyropsylla spegazziniana Lizer & Trelles (Hemiptera: Psyllidae)는 Z. radicans 에 감염되어 살충 율이 90%에 달한다(Alves et al., 2009)고 보고되었다.
Z. radicans는 Empusa radicans로 처음 언급(Brefeld, 1870) 되었고, 이후에 Entomophthora sphaerosperma와 Erynia radicans로 알려져 왔으며, 1964년 Zoophthora radicans (Bref.) A. Batko로 명칭이 변경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Humber, 1989). 유행병(Epizootic)이란 보통 숙주 개체군내에서 많은 개 체가 병에 심하게 감염되는 경우를 의미한다(Riethmacher et al., 1992). 곰팡이가 발생하기 좋은 상대습도와 온도가 형성되 는 환경조건 또는 숙주곤충이 유행병을 일으킬 정도로 충분한 개체군밀도까지 상승되었을 때, 곤충병원성 곰팡이는 곤충 개 체군 밀도를 보다 쉽게 감소시킬 수 있어, 해충의 밀도를 조절 하는 잠재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Riethmacher et al., 1992)고 하였다.
Entomophthorales에 속하는 일부 균주는 배양이 가능하며, Dextrose-asparagine-salt 합성배지를 이용하여 Entomophthorales 에 속하는 Conidiobolus apiculata와 C. coronata의 배양에 처 음으로 성공하였다(Wolf, 1951). 오늘날에는 배양이 가능한 다 수의 Entomophthorales류 곰팡이는 Sabouraud maltose agar (SMA), Sabouraud dextrose agar (SDA) 또는 SDA+egg yolk and milk와 같은 고영양배지에서 배양이 가능하지만, 다른 곰 팡이에 비하여 생육이 느리고 배양이 되지 않는 종도 많다 (Glare et al., 1986). 다수의 연구자들이 Entomophthorales에 속하는 균주들에 대한 인공배양을 시도하였지만, 배양이 불가 능한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Latgé, 1981)하였다. 국내에서 1998년 복숭아혹진딧물에서 Z. radicans 발생이 보고(Yoon et al., 1998) 되었으나, Z. radicans가 속하는 곤충병원성 곰 팡이 분류군 Entomophthorales에 대해 배양을 시도한 보고는 Entomophaga aulicae (Choi et al., 2016) 외에는 적다. 이에 우 리는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Z. radicans의 형태적 분류, 발생숙 주 종류 및 인공배양을 시도한 결과를 보고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곤충병원성 곰팡이 수집
전라북도 진안군, 김제시, 익산시를 중심으로 벼, 꽃양배추, 신선초, 배추 재배지에서 곤충병원미생물 Z. radicans에 감염 된 해충을 수집하여, 감염율을 조사하였다. 혹명나방은 감염이 발견된 장수지역 포장에서 나방 유충이 있는 벼 잎을 임의적으 로 잘라 지퍼팩에 담아 실험실로 이동한 후, 현미경하에서 곤 충병원미생물에 감염된 유충과 비감염된 유충을 분리하였다. 다시 감염된 유충을 현미경하에서 종 동정을 실시하여 감염율 을 조사하였다. 감염이 의심되는 해충은 개체별로 petri dish (Ø3.5×1 cm, 6.0×1.5 cm)에 담아 얼음상자에 넣어 실험실로 운 반한 뒤, 4℃ 냉장고에 보관하고, 1~2일 이내에 균을 동정하였 다. 혹명나방 유충을 감염시킨 Z. radicans는 2003년 장수지역 에서 발생하였다. 이에 발생하였던 시점 전의 기상 특성을 분석 하기 위하여 기상청 홈페이지(http://www.kma.go.kr/index) 장 수관측소 자료를 이용하여 강수량, 일일평균온도, 일일 평균상 대습도 등을 조사하였다.
곤충병원성 곰팡이 분리 및 동정
혹명나방에서 분리한 곰팡이의 동정 및 형태적 구조를 관찰 하기 위하여 광학현미경과 주사전자현미경(JSM-5410LV)을 이용하여 200배 또는 400배에서 검경하였다. 감염된 유충을 1% NaOCl 용액으로 1분 동안 표면소독한 후 멸균수에 3회 세 척하였다. 유충표면의 상태는 멸균된 소형 petri dish (Ø3×1 cm) 뚜껑 안쪽에 굳은 아가를 소독저로 살짝 묻힌 후 소독한 유충의 표면이 아래를 향하도록 부착시키고 water agar (WA)를 분주 한 petri dish 위로 덮고 밀봉하여 20℃의 인큐베이터에서 24시 간 동안 습도를 유지시켰다. 포자가 형성되면서 WA 위로 떨어 지게 되는 것이 확인되면 뚜껑을 제거시키고, 분리된 포자 등 수집된 균의 형태적 구조를 현미경을 이용하여 검경하였다. 분 류 기준(Humber, 1998; Keller, 1987)에 따라 균주의 형태적 특 징 및 동정을 실시하였다.
분리된 곰팡이의 인공배양 특성 조사
혹명나방에서 분리한 Z. radicans R02 균주를 인공배지를 이용하여 배양 특성을 조사하였다. 수집한 곰팡이를 분리․ 배양 하기 위하여, gentamicin을 첨가한 Sabouraud destrose agar with yeast extract (SDAY)배지를 분주한 petri dish (Ø3.5×1 cm)를 준비하였다. 이 petri dish 뚜껑 안쪽에 배지를 살짝 떼어 묻힌 후, 이 곳에 소독한 곰팡이에 감염된 해충의 표피 일부분을 부 착시켰다. 이 뚜껑을 덮어, 배지 위로 포자가 분산되도록 유도 한 후, 배양하였다. 이후 균총이 형성된 Z. radicans를 이용하 여 온도에 따른 균사 생장 특성을 조사하였다. 직경 4 mm의 cork borer로 떼어 내어 SDAY, SDAY supplemented with egg yolk and milk (SDAY-EM)에 균총을 치상하였다. 12℃에서 32℃까지 4℃ 간격으로 조절한 항온기(한국, 다솔과학, DS- 11BPSL)에서 4일째부터 12일째까지 4일 간격으로 균사생장 을 조사하였다.
통계처리
온도별 배양특성 결과는 R 프로그램(Team, 2014)을 이용하 여 ANOVA 분석 및 평균간 비교를 실시하였다. 평균간 비교는 Tukey’s honest significant difference (HSD) test를 이용하였 다. 이때 제1형 오류의 확률(α)은 0.05이었다.
결과 및 고찰
곤충병원성 곰팡이 수집
Z. radicans는 나비목의 혹명나방, 배추좀나방과 매미목의 진딧물류에서 분리되었다(Table 1). 2003년 9월 진안지역에서 곤충병원미생물에 감염이 확인된 나방 유충에서 미생물을 분 리하여 관찰한 결과, 모두 Z. radicans로 동정되었고, 이 균에 의한 감염율은 46%에 달하였다. 2004년, 2005년 6월에는 김제 와 익산에서 배추와 케일에서 감염된 배추좀나방을, 신선초와 배추에서 감염된 복숭아혹진딧물(Myzus persicae)와 미동정된 진딧물류 1종을 확인할 수 있었고, 모두 Z. radicans로 동정되 었다. 감염은 10% 이하로 낮았다. 나방류는 유충과 번데기에 서, 진딧물류는 약충과 성충에서 감염을 확인할 수 있었다 (Table 1). Z. radicans는 배추좀나방 유충과 성충을 3~4일 이 내에 감염시키며, 유충의 먹이소비와 암컷 산란수의 감소 (Furlong et al., 1995) 를 가져온다고 하였으나, 본 조사에서는 배추좀나방 유충과 번데기에 감염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Z. radicans는 때로는 배추좀나방의 밀도를 0에 가까운 수준까지 낮추기도 한다(Galaini-Wraight et al., 1991)고 하였다. 유행병 은 상대습도, 온도 등 곰팡이 성장에 선호되는 환경적 상태가 양호하였을 때 발생한다(Riethmacher et al., 1992). Z. radicans 를 이용한 해충에 대한 생물적방제로 담배가루이(Sanchez-Peña, 2000), Empoasca fabae (Hodge et al., 1995), Empoasca kraemeri (Wraight et al., 2003)에 시도되었다. 일차포자의 생존을 위해 상대습도가 중요(Griggs et al., 1999)하며, 햇볕의 영향을 받으 면 생존율이 낮아져(Furlong and Pell, 1997) 습도 등 환경조건 이 병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이에 우리는 진 안에서 Z. radicans 가 발생했던 시기의 강우, 상대습도, 평균온 도를 조사하였다(Fig. 1). 감염된 유충이 발견된 시기 이전의 2 주 이상, 2~3일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비가 내렸고, 일일 평균 상대습도는 85~93.4%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고, 일일평균온도 는 26℃ 미만이으로 Z. radicans 의 발병에 좋은 조건이 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균은 이탈리아에서 매미충과인 Zyginidia pullulan을 감염시키는데, 6월에서 10월 사이에 발생하며, 고온 인 7월과 8월에는 상대적으로 감염율이 낮았고, 10월에 발생이 심하였고, 상대습도가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Mazzoglio et al., 2009)고 하여 본 결과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대부분의 곤충병원성 곰팡이는 포자형성, 분산, 생존 그리고 발아를 위해 서 90% 이상의 높은 상대습도를 요구하며, 10℃ 이하와 30℃ 이상의 온도에서는 곰팡이의 기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다(Glare et al., 1986; Wilding, 1971)고 하였다.
곤충병원성 곰팡이 분리 및 동정
건전한 혹명나방 유충은 벼 잎 위쪽에서 양쪽을 이어서 말고 그 안에서 벼 잎을 갉아 먹지만, Z. radicans에 감염된 유충이 있는 벼 잎은 철해진 부분이 펼쳐졌다. 또한 잎 위쪽의 주맥 부 근에 균사가 형성되었고, 포자가 유충 사체 주변에 분산된 채로 부착되어 있었다(Fig. 2a). 배추에서 발견된 Z. radicans에 감염 된 배추좀나방 번데기는 잎 뒷면에 부착되어 균사체가 주름진 채로, 덩어리지듯이 충체 표면 전체를 덮고 있었다(Fig. 2b). 균 주의 형태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균주에서 cystidia를 관찰 (Fig. 3b)하였고, 균사의 두께와 비슷하여 분류적 특징이 일치 (Humber, 1998)한다. Z. radicans의 hyphal body는 막대모양 같거나 또는 hyphoid 형태로 유리처럼 투명하고(Fig. 3c), 분생 자경은 가지를 치듯 갈라져서 포자를 형성한다(Fig. 3d). 일차 포자는 핵은 한 개이고, 형태는 긴 난형으로 총알모양이고 basal papilla는 둥글며(Fig. 3e), 외벽이 2개로 되어 있어 외부 층은 물 속에서 분리되기도 하였다. 배추좀나방에서 분리한 일차포 자 크기는 길이 19.2 μm, 폭 6.3 μm이었다(Table 2). 기존 보고 에서 Z. radicans의 일차포자 길이는 15~22 μm (Remaudière and Hennebert, 1980), 15~30 μm (Humber, 1998)이고 복숭아 혹진딧물에서 16.2~27 μm (Yoon et al., 1998)라고 하여 본 조 사에서의 크기와 유사하였다. 이차포자는 2종류가 있는데 일 차포자와 비슷한 형태를 띠는 것과 둥글고 길지만 가운데가 약 간 부풀은 형태를 띠는 것이 있다. 이것을 capillicondium (Fig. 3h)이라 하며, 일차포자로부터 파생된 가느다란 capillary tube (Fig. 3g)에서 형성된다.
분리된 곰팡이의 인공배양 특성
Z. radicans는 SDAY와 SDAY-EM배지에서 형성된 균사체 색깔은 하얀색에 가깝고, 배지에서 생장하는 모습이 E. aulicae 와 비슷(Choi et al., 2016)하였으며, 포자가 분산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배지 뒷면에서 관찰하였을 때, 중앙은 노란 빛이지만, 생장하는 균사체 끝부분은 하얀색이었다. 온도가 Z. radicans 균사체 생장에 미치는 영향은 Fig. 4와 같다. 두 배지 모두에서 균사체는 12℃부터 생장하였다. SDAY배지에서는 20℃, 24℃, 28℃에서 균사생장은 비슷하였지만, 균사체의 조 밀도는 다르게 나타났다. 20℃에서는 보다 조밀하게 생장하면 서, 솜털 같은 작은 균사 덩어리가 보다 많이 생성되었다. 20℃ 와 24℃에서는 생장하는 끝부분을 중심으로 솜털과 같은 작은 균사 덩어리가 많이 형성되었는데 28℃에서는 조밀도가 떨어 졌으며, 대체적으로 평평한 편으로 균사가 아주 얇게 퍼져나갈 뿐이었고, 포자분산은 매우 적어서, 포자분산 역시 온도에 영향 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32℃에서는 배양기간 동안 균사가 생 장하지 않았으며, 포자분산도 나타나지 않았다. SDAY-EM배 지에서는 SDAY배지와 같이 20℃, 24℃, 28℃에서 균사체 생 장이 가장 양호하였다. 32℃에서는 접종 후 8일째 약간의 생장 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배양특성으로 보아, SDAY-EM배지가 SDAY배지보다 생육이 더욱 양호하여, Z. radicans는 E. aulicae 처럼 고영양배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Therioaphis trifolii f. maculata에서 분리한 Z. radicans를 인공배양한 경우, 10℃에서도 생존이 가능하고, 20℃와 30℃사이에서 보다 양 호한 생장을 한다(Milner and Lutton, 1983)고 보고했다. 멕시 코의 Guanajuato 지역의 배추좀나방에서 분리한 Z. radicans는 18℃와 25℃사이에서 배양이 비교적 양호하며, 32℃에서는 배양되지 않았다(Velasco-Silva et al., 2000). 생물적 방제를 위 해 곤충병원성 미생물의 이용가능성을 논하는 연구들은 곤충 에 감염시켜 살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온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숙주 저항성, 숙주의 병원균 감염으 로부터의 회복, 병원균의 virulence 등은 매우 작은 변화에서도 상당히 많이 바뀔 수 있으며, 천적의 활력과 내부공생자의 활동 에 따라 곤충병원미생물이 다양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한다 (Thomas and Blanford, 2003). 곤충병원성 곰팡이의 생장범위 는 나방류 유충의 생장범위와 서로 교차되는 부분에서 발병이 가능할 것이므로, 온도가 균사체 생장에 미치는 영향은 대상 곤 충에 대한 온도별 반응 평가를 실시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Choi et al., 2016)된다. 농업생태계에서 곤충 병원성 미생물은 실제적으로 많은 절지동물 개체군을 자연적 으로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Z. radicans 도 해 충에 높은 감염률을 보여 해충과 곤충병원미생물간의 관계를 규명할 수 있다면 생물적방제 인자로 활용할 가능성은 더욱 높 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