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을 포함한 감(Diospyros kaki)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과수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재배면적이 24,106 ha(단감은 9,520 ha)로서 사과 다음으로(단감의 경우에 는 배 다음으로) 면적이 넓은 작물이다(KOSIS, 2016). 우리나 라에서 단감을 가해하는 해충으로는 92종이 알려져 있고 (Anonymous, 1972), 최근에 발간된 단감 병해충 원색도감에는 33가지의 종(種) 및 잎말이나방류와 주머니나방류가 기재되어 있다(Park et al., 2015). 그러나 이들 종이 모두 단감원에서 다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경제적 피해가 확인되고 연 구가 이루어 진 해충은 수 종에 불과하다(Cho et al., 2016).
밤알락명나방[Euzophera batangensis (Caradja)] (Lepidoptera: Pyralidae)은 한국, 중국, 일본 등의 동아시아에 분포하는데 (Choi et al., 1998; Huang, 1995), 원래는 농작물에 피해가 없는 다식성 곤충이었으나 중국 북부에서 대추나무(Ziziphus jujuba)의 중요한 해충이 되었고 그 외에 비파(Eriobotrya japonica), 호주소나무(일명 쇠뜨기나무, Casuarina equisetifolia) 등을 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Wen et al., 2009). 필자 등 이 감해충을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관찰한 바로는 밤알락명나 방의 피해는 10여 년 전부터 경남과 전남지방을 중심으로 발생 이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밤알락명나방 유충은 감에서는 주로 분지부의 표피 밑 부름켜 부분을 식해하는데 가해가 계속되면 껍질이 환상으로 벗겨져 검게 변하고 그 윗부분이 세력이 약해 지거나 고사한다. 주간에 가해할 때에는 구멍을 뚫고 똥을 밖으 로 배출한다. 성목의 주지와 아주지의 분지부, 전정한 가지의 기부, 신초의 기부 등에 피해가 많다(Park et al., 2015).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밤알락명나방에 대한 연구 보고로는 종 동정 에 관한 보고(Choi et al., 1998), 충남 도고산에서의 채집기록 (Byun et al., 2008), 감나무에서의 피해 관찰(Cho et al., 2016; Jung et al., 2014) 만이 있을 뿐이다.
밤알락명나방 암컷은 갓 박피한 부분에 산란하기 때문에 환 상박피(girdling)를 관행적으로 실시하는 과수원에서 피해가 큰데(Kalinová et al., 2006) 부화 유충이 형성층을 식해하는 기 주 내부섭식 해충이기 때문에 방제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성페로몬의 동정과 이용은 이 해충의 방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Kalinová et al. (2006)은 밤알락명나방 암컷 의 성페로몬샘 추출물에서 (Z9,E12)-tetradeca-9,12-dien-1-ol (Z9,E12-14OH)과 (Z)-tetradec-9-en-1-ol (Z9-14OH)을 동정 하였고, Wen et al. (2009)은 밤알락명나방 수컷이 Z9,E12- 14OH(루어 당 500 μg)에 유의하게 많이 유인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곤충의 페로몬 구성은 동일 종이라고 하더라도 지역 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애기유리나방(Synanthedon tenuis)의 일본 개체군은 Z3,Z13-18:OAc에 잘 유인된 다고 하였으나(Tamaki et al., 1977) 한국 개체군의 성페로몬은 Z3,Z13-18:OH로 동정되었고, Z3,Z13-18:OAc는 오히려 Z3,Z13-18:OH의 유인력을 저해한다고 하였다(Yang et al., 2012). 또 중국에서 애모모늬잎말이나방(Adoxophyes orana) 의 성페로몬 구성은 북부지방 개체군은 Z9-14:Ac와 Z11- 14:Ac의 비율이 80 : 20이지만, 남부지방 개체군은 25 : 75인 것 으로 알려져 있다 (Fu et al., 1999). 따라서 밤알락명나방의 성 페로몬 성분이 다른 나라에서 동정되었다고 해도 우리나라에 서 그 구성성분의 유인력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밤알락명나방의 성페로몬샘 구성성 분으로 알려진 두 물질 Z9,E12-14OH과 Z9-14OH의 수컷에 대 한 유인력을 단독 또는 혼합하여 검정하였고, 이 들 물질을 이 용하여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경남의 진주와 창원, 전남의 순천에서 발생소장을 조사하였으며 트랩종류에 따른 유인력을 실험하였다.
재료 및 방법
조사장소와 시기
밤알락명나방의 성페로몬샘 물질 트랩을 이용하여 경남과 전남지역의 단감원에서 발생소장을 조사하였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에 걸쳐 경남 창원 1곳(11,446 m2 , 35°09' 20.92"N 128°34'45.93"E)과 경남 진주 2곳(진주A: 21,437 m2 , 35°08'28.55"N 128°8'12.02"E; 진주B: 3,563 m2 , 35°09'37.4"N 128°10'09.1"E), 전남 순천 1곳(21,744 m2 , 34°55'42.7"N 127° 27'20.6"E)의 단감원에 성페로몬샘 물질 트랩을 설치하여 발생 소장을 조사하였다. 2014년에는 4월 30일부터 10월 10일까지, 2015년에는 4월 8일부터 10월 29일까지, 2016년에는 4월 9일 부터 10월 19일까지 조사하였다.
루어의 제조
루어는 Z9-14OH과 Z9,E12-14OH (Bedoukian Inc. Danbury, CT, USA)을 hexane에 희석하여 고무격막(11 mm, Wheaton Scientific, Millville, NJ, USA) 하나당 0.5 mg의 물질이 들어가 도록 침적하였다. 침적 후 30분 동안 hexane을 완전히 휘발시 킨 다음 하나씩 알루미늄 팩에 개별 포장하여 실험에 사용할 때 까지 -20°C 냉동고에 보관하였다.
발생소장 조사, 성분별 및 트랩 종류별 유인효과 검정
2014년과 2015년에는 Z9-14OH (0.5 mg)와 Z9,E12-14OH (0.5 mg)를 각각 또는 1:9 (0.5 mg)로 혼합하여 3종류의 성페로 몬샘 물질 루어를 만들어 실험에 이용하였다. 혼합 루어의 두 성분 비율을 1:9로 한 이유는 밤알락명나방 성페로몬샘에서 두 성분이 1:9로 구성되어 있고(Kalinová et al., 2006), Wen et al. (2009)도 같은 비율로 유인실험을 하였기 때문이다. 각 트랩에 유인된 수를 시기별로 합하여 2014년과 2015년의 발생소장으 로 나타내었다. 2016년에는 2년간의 성분별 유인력 실험을 통 해 선발된 Z9,E12-14OH을 이용하여 발생소장을 조사하였다.
트랩은 (주)그린아그로텍에서 구입한 깔대기 트랩(funnel trap)에 DDVP 훈증제(Vaportape II; BioQuip, CA, USA)를 넣 어 사용하였다. 성페로몬샘 루어를 트랩의 중앙에 있는 루어통 에 넣고, 각각의 물질별로 세 개의 트랩을 과수원 내 단감나무 에 1-1.5 m 높이의 가지에 걸어 두었다. 성페로몬샘 루어는 4주 간격으로 교체하였고, 매주 1회 트랩에 유인된 밤알락명나방 의 수를 조사하였다.
트랩 종류별 유인효과는 2015년 경남 사천(35°03'26.7"N 128°05'33.1"E)과 산청(35°18'32.6"N 127°58'54.4"E), 전남 순 천(35°03'58.0"N 127°17'22.8"E)에서 Z9,E12-14OH로 루어를 만들어 델타트랩 2종(흰색, 빨간색)과 깔대기 트랩의 유인효과 차이를 조사하였다.
결과 및 고찰
밤알락명나방의 발생소장
창원, 진주, 순천 등의 세 지역에서 1년 또는 3년간 밤알락명 나방의 발생소장을 조사한 결과, 해에 따라 발생시기가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각 세대별로 발생시기가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년 3회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Fig. 1). 월동세대 성충의 발생시기는 4월 상순-5월 하순, 제1세대 성충 은 6월 상순-7월 하순, 제2세대 성충은 8월 상순-10월 중순까지 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와 위도가 비슷한 일본의 긴끼지방(近畿 地方)에서는 일반적으로 년 3~4회 발생하는데 여름에는 세대간 (世代間)에 우화시기가 겹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Yamaguchi and Otake, 1986). 월동세대, 제1, 2, 3세대 성충의 발생시기는 각각 4월 하순-5월상순, 6월상순-하순, 7월상순-하순, 8월 상순- 9월 상순이라고 하여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성페로몬샘 물 질 트랩으로 조사한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지역별 년도별 발생량을 보면 해가 거듭될수록 많이 유인된 경향이었다. 진주A의 경우에는 2014년 보다는 2015년과 2016 년에 유인수가 급증하였고, 진주B와 순천에서의 경우에도 2015 년보다 2016년에 훨씬 더 많이 유인되었다(Table 1). 이와 같이 트랩을 설치한 년도가 거듭될수록 유인수가 늘어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본 실험의 결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세대별 유인수 를 보면 제2세대> 제1세대> 월동세대 순으로 유인수가 많았다 (Table 1).
성페로몬샘 성분별 유인력 실험
2014년 창원에서는 밀도가 낮아서 유의한 결과를 얻을 수 없 었으나, 진주A에서는 Z9,E12-14OH에 가장 많이 유인되었으 며 Z9-14OH+Z9,E12-14OH의 혼합물 유인수와 통계적 차이 가 없었다. 순천에서는 Z9-14OH+Z9,E12-14OH의 혼합물에 가장 많이 유인되었으며, Z9,E12-14OH 유인수와 차이가 없었 다. 두 지역에서 Z9-14OH 단독 물질에는 두 지역에서 단 한 마 리만 유인되었다(Fig. 2). 2015년에도 Z9-14OH 단독 트랩에는 세 지역 합하여 2마리 밖에 유인되지 않았다. 반면 진주A 과수 원에서는 Z9,E12-14OH 단독과 Z9-14OH+Z9,E12-14OH의 혼합물 간에 유인력의 차이가 없이 가장 많이 유인되었다. 진주 B 과수원에서는 Z9,E12-14OH 단독과 Z9-14OH+ Z9,E12- 14OH의 혼합물의 유인력이 Z9-14OH과 통계적 차이는 없었 으나 총 유인수가 각각 19마리와 22마리로서 Z9-14OH의 1마 리보다 월등히 많았다. 순천에서도 통계적 차이는 없었으나 Z9,E12-14OH의 유인수가 12마리로서 Z9-14OH의 1마리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전체적으로 Z9,E12-14OH 단독 루어가 Z9-14OH보다 유인력이 뛰어나며, 두 물질 혼합 루어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Wen et al. (2009)도 밤알락명나 방 수컷이 Z9-14OH보다는 Z9,E12-14OH에 유의하게 많이 유 인된다고 보고하여 본 연구결과와 같은 경향이었다.
한편 Wen et al. (2009)의 실험에서는 1:9 혼합물에 유인된 수 가 Z9,E12-14OH에 유인된 수 보다 적어 Z9-14OH가 antagonist 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본 실험의 결과 국내 종의 경우 Z9-14OH의 첨가가 유인력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 된다.
트랩 선발 실험
2015년에 경남과 전남 세 곳의 단감과수원에서 트랩 종류별 로 밤알락명나방에 대한 유인력을 조사한 결과 세 지역에서 트 랩 간에 유의차가 나타나지 않았다.
밤알락명나방의 성페로몬샘 물질인 Z9-14OH와 Z9,E12- 14OH 두 성분은 각각 다른 나방류의 페로몬 성분이기도 하다. Z9-14OH는 Sesamia cretica (밤나방과)와 일본에서 파밤나방 의 페로몬 성분 중 하나로 보고되어 있다(Wakamura, 1987; Mochizuki et al., 1993). Z9,E12-14OH는 중국에서 파밤나방 (Ma et al., 2014)과 Euzophera 속(명나방과)의 E. pyriella (Ma et al., 2014), E. pinguis (Ortiz, 2002), 및 E. punicaella (Bestmann et al., 1993)와 Rynchaglea scitula (밤나방과)와 각시뾰족들명 나방(Anania verbascalis)의 페로몬 성분이기도 하다(Ma et al., 2014). 또한 이 두 물질은 한국에서 밤알락명나방 뿐 아니라 뒷 흰날개담색밤나방을 유인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Kim et al., 2016).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밤알락명나방은 년 3회 발생하는 것 으로 판단된다. 또 밤알락명나방 수컷에 성충에 대한 유인력은 Z9,E12-14OH이 Z9-14OH보다 우수하였으며, Z9-14OH과 Z9,E12-14OH의 혼합물과 차이가 없으므로 Z9,E12-14OH 트랩 을 밤알락명나방 발생예찰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