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명나방(Maruca vitrata Fabricius, Syn. M. testulalis) (나 비목: 포충나방과)은 약 40종의 식물을 기주식물로 삼는데, 이 들 대부분은 콩과(Fabaceae)이고 2종이 참깨과(Pedaliaceae) 와 아욱과(Malvaceae) 식물종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곤충은 사 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앙 및 남아메리 카 지역에서, 콩과 재배작물인 동부(Vigna unguiculata subsp. unguiculata)와 갓끈동부(Vigna unguiculata subsp. sesquipedalis), 녹두(V. radiata), 콩(Glycine max), Puerara phaseoloids, 리마콩 (Phaseolus lunatus), 비둘기콩(Cajanus cajan)의 꽃과 꼬투리를 섭식하여 심한 수확량 감소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Sharma, 1998; Margam et al., 2011; Grigolli et al., 2015). 콩명나방은 국 내에서도 8월부터 10월에 걸쳐 유충이 팥(V. angularis)과 녹두의 꽃과 꼬투리, 줄기에 피해를 심하게 주는 해충이며(Jung et al., 2007, 2009), 녹비작물로 사용되는 세스바니아(Sesbania sesban) (콩과)에도 7월부터 9월 사이에 심한 피해가 보고되었다(Lee, G.-H., unpublished observation).
콩명나방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발견되는데(EPPO Global Database, 2015), 최근 미토콘드리아 시토크롬 c 옥시다제 subunit 1 (mtCO I) 유전자 분석으로 세계 몇 지역의 개체군에 변 이를 확인하였으며, 구체적으로 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집단이 각각 아종으로, 라틴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집단이 앞의 두 집단과 다른 종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보고되었다(Margam et al., 2011; Periasamy et al., 2015). 이 기준에 의해 국내 콩명나방 개체군은 동정된 mtCO I 유전자 염기서열로 아시아-아프리카 집단 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Kim et al., 2016). 국내에서는 1971 년부터 2000년까지 채집된 170개의 성충 표본 기록(Bae, 2001)을 지역 및 시기별로 정리하였을 때, 콩명나방은 제주도를 포함한 남한 전역에서 4월 말부터 11월 초에 걸쳐 발견되고 있는 것으 로 파악된다. 콩명나방의 피해와 발생에 대해서는 열대 · 아열 대 지역에서 종종 보고되고 있으나(Jackai and Daoust, 1986; Sharma, 1998), 혹한 기간이 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온대지역 에서의 연중 생활사에 대해서 보고된 정보는 전혀 없다.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온대지역에서 발생하는 곤충들은 동 결저항(freeze-tolerant) 혹은 동결기피(freeze-avoiding)를 통 해 저온에 견디거나 장거리 이동을 통해 저온을 회피하는 전략 을 택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곤충은 발육이 가능한 온도가 형 성되는 시기에 먹이의 발생과 함께 동시기 출현한다(Danks, 1978; Tauber et al., 1986). 이 곤충 발생 시기의 동시성을 아는 것은 한해의 세대 경과와 생활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며, 해충 에 대해서는 방제시기를 선정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 (Tauber et al., 1986).
본 연구의 사전 연구로 국내에서의 콩명나방 생활사를 추정 하기 위해 성페로몬 트랩을 이용하여 성충 발생 시기를 탐지하 였다. 이때 사용한 성페로몬 조성은 열대지역 개체군에서 알려 진 조성(Adati and Tatsuki, 1999; Downham et al., 2003; Schläger et al., 2012; Lu et al., 2013)이었는데, 몇 년간 팥 재배기간 중 포장 주변에 성페로몬트랩을 설치하였으나, 포획이 거의 되지 않아 성충 발생 탐지 수단으로 성페로몬트랩을 적용할 수 없었 다(Jung, J.K., unpublished observation). 본 연구에서는 콩명나 방의 월동 가능성과 월동 후 발생 시기를 아는 방법으로 가을부 터 야외에서 콩명나방을 인공사육 하면서 월동태와 월동 진입 시기 및 월동 후 이듬해 성충 발생 시기를 간접적으로 추정하려 고 하였으며, 여기에 그 결과를 간략하게 보고한다.
재료 및 방법
실험곤충 유지
콩명나방은 2004년 8월 말 경기도 수원 팥포장(37°16′N 126°59′E 35ASL)에서 채집하여 유충에는 팥나방 사육에 사용 하는 반합성 인공사료(Heo et al., 2009)를, 성충에는 증류수와 10% 설탕물을 먹이로 제공하여 실험실 집단을 유지하였다. 유 충 사육 용기는 뚜껑에 지름 3 cm의 원형 구멍을 5개 뚫고 구멍 은 스테인리스 철망(200 mesh)으로 막은 직사각 플라스틱통 (232 × 165 × 95 mm)을 사용하였다. 말령 유충이 되었을 때, 사 육용기 안에 킴와이프스 와이퍼(11 × 21 cm)를 접어 안쪽 수직 면에 붙여 용화처를 만들어 주었다. 우화한 성충을 투명 아크릴 상자(26 × 31 × 31 cm)에 넣고 상자 안쪽 윗면에 페이퍼타월을 붙여 걸어 타월 양쪽 면에 산란하도록 하였다. 사육 환경조건은 광주기 15 h/9 h (light/dark), 온도 25 ± 1℃, 상대습도 60 ± 10% 로 맞추었다.
유충과 용 야외 사육
야외 사육을 위해 팥나방 월동 연구(Jung et al., 2014)와 같이 포장 인근 야외에 그늘 막을 만들었고, 실내에서 사육 중인 집단 으로부터 필요한 발육태를 야외로 옮겨 인공사료를 제공하여 개체별 혹은 집단으로 사육하였다. 먼저 2008년 9월 11일과 24 일, 10월 10일에 각각 갓부화한 유충을 100마리씩 개체별로 사 육하였다. 원형 페트리접시(50 mm diameter, 10 mm height)에 유충을 한 마리씩 넣어 사육하여 그 안에서 용화하도록 하였고, 번데기는 플라스틱 사육컵(28 ml, Bio-Serv, USA)으로 옮겨 그 안에 인공사료를 넣어 이듬해 6월까지 우화 여부를 관찰하였다. 이 때 인공사료는 사육 용기 안의 습도 조절을 위해 넣은 것인데, 겨울철에 사료가 마르는 것이 확인되면 새 것으로 교체하여 넣 었다. 유충과 번데기의 월동 여부는 유충 시기부터 매일 관찰하 여 용화일과 우화일을 조사하여 판단하였다. 2010년에는 9월에 3~4일 간격으로 7번에 걸쳐 각각 60마리씩 개체별로 이전과 같 은 방법으로 사육하였다. 2011년에는 9월 8일과, 10일, 13일에 갓부화한 유충을 각각 야외에서 집단으로 사육하였는데, 이들 집단에서 9월 말에서 10월 중순에 사이에 용화한 번데기를 유충 처리 시기별로 각각 10월 5일과 7일, 14일에 60마리씩 펄라이트 혹은 버미큘라이트를 넣은 직사각 밀폐 플라스틱통(232 × 165 × 95 mm)에 묻고 이듬해까지 우화 여부를 관찰하였다. 2015년에 는 9월 11일과 21일, 10월 1일 각각에 투명 아크릴상자(26 × 31 × 50 cm)를 두 개를 약 5 cm 깊이로 판 땅 위에 설치하고 상자 안 에 체(500 um)로 고른 흙을 약 8 cm 두께로 깐 후에 그 위에 직 사각 플라스틱통을 넣고 갓 부화한 유충 200마리를 집단으로 사 육하였다. 노령 유충기에 사육용기 뚜껑을 열어 유충들이 자발 적으로 흙 속에 들어가 월동하거나 용화하도록 유도하고, 이듬 해까지 상자 안에서의 우화 여부를 관찰하였다. 이때 한 상자는 밑면이 아크릴판으로 막힌 상태로 처리하였고, 다른 것은 밑면 을 아크릴판 대신 스텐레스 철망(200 mesh)으로 막아 설치하였다.
성충과 알 야외 사육
2011년 9월 8일과 10일, 13일에 갓 부화한 유충을 각각 야외에 서 집단으로 사육하였다. 이들은 10월말부터 11월 초까지 성충 으로 우화하였는데, 우화한 성충을 사육 집단별로 실내사육과 같은 방법으로 산란상자에 넣어 교미시켜 산란하도록 한 후, 성 충은 그대로 두어 사망 여부를 관찰하였고, 여기서 정상적인 산 란이 확인된(알 수는 조사하지 않았다) 페이퍼타월을 10월 말~11월 초에 매일 걷어(위 사육집단별로 8, 8, 4반복) 밀폐형 원형 페트리접시(85 mm diameter, 30 mm height) 안에 넣고, 수 분을 약간 공급한 여과지와 함께 넣어 이듬해까지 부화 여부를 조사하였다. 이때 성충의 교미와 알의 수정 여부는 조사하지 않 았다. 한편 9월 초부터 갓부화 유충을 야외에서 별도로 집단으 로 사육하였는데, 여기서 우화한 성충을 두 개의 산란상자에 넣 어 산란하도록 하고, 산란알이 부착된 페이퍼타월을 매일 걷어 페트리접시에 넣고 펄라이트(7반복) 혹은 버미큘라이트(7반복) 를 같이 넣어 이듬해까지 부화 여부를 조사하였다.
용 저온 처리 사육
첫째, 2015년 9월 19일 갓 부화한 유충 200마리를 야외에 서 개체별로 사육하였고 용화 당일 번데기를 10℃ 인큐베이터 (24h dark)로 옮겨 보관한 후 이듬해 3~5월의 각 2일에 25마리 씩 25℃ 곤충사육실로 옮겨 우화 여부를 조사하였다. 일부 번 데기들은 3월과 4월 각 2일에 20마리씩 야외로 옮겨 우화 여부 를 조사하였다. 둘째, 2015년 7월 21일 갓부화 유충 300마리를 16℃ 인큐베이터(15h/9h = light/dark)에서 개체별로 사육하여 용화한 번데기를 9월 22일~10월 7일 사이에 13℃ 인큐베이터 (24h dark)로 옮겨 보관하였다. 이들은 10월 24일 10℃ 인큐베 이터(24h dark)로 옮겼고, 이듬해 3월 2일 다시 25℃ 사육실로 옮겼다. 온도 처리 과정 중에 우화하거나 사망한 개체들은 기록 후 제거하였다.
결과 및 고찰
2008년 9월과 10월 사이에 갓부화한 유충을 시기별로 사육 하였을 때, 9월 11일 사육을 시작한 집단의 유충은 그 해 약 90%가 용화하고, 번데기도 약 90% 우화하는 것이 관찰되었으 나, 9월 24일 집단은 유충의 약 90%가 용화한 반면, 번데기는 모두 우화하지 못했다(Table 1). 10월 10일 집단은 모든 유충이 그 해 용화하지 못했고, 세 집단 모두에서 이듬해 우화한 개체 들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 결과로 가을철 콩명나방이 월동 준 비에 대한 감응기가 매우 짧을 수 있다고 가정되어, 2010년에 는 9월 중 3~4일 간격으로 갓 부화한 유충을 사육하였다. 그러 나 이전 시도와 마찬가지로 처리된 모든 집단들에서 월동에 성 공하여 우화한 개체를 발견할 수 없었다(Table 1). 월동 실패의 한 원인으로 유충이나 번데기가 사육 용기 안에서 외부 지상 환 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본래의 월동 환경과 다른 상태였기 때문 에 월동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가정되었다. 이에 어느 정도 외부 환경과 직접 접촉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2011년 야외에서 용 화한 번데기를 펄라이트와 버미큘라이트를 넣은 밀폐 플라스 틱통에 묻은 채 이듬해까지 우화 여부를 관찰하였으나, 이들은 모두 우화하지 못했다(Table 2). 이전 실험에서 유사한 시기 사 육한 집단들이 우화까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도에서 는 우화하지 못했는데, 이는 펄라이트나 버미큘라이트가 오히 려 사망 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나타내었다. 따라서 한정된 공 간이나마 유충이 직접 월동처 혹은 용화처를 선택할 수 있는 방 식으로 아크릴상자 안에 흙을 깔고 그 위에서 사육을 시도하였 다. 2015년 9월과 10월 중 세 번 처리된 집단들에서 노령 유충 대부분은 흙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관찰되었는데, 9월 11일 처 리된 집단으로부터만 상자 밑면이 막혔거나 망으로 된 상자들 에서 약 65%의 우화율로 성충이 그 해 우화하는 것이 관찰되었 고, 모든 처리에서 이듬해 우화하는 성충은 발견되지 않았다 (Table 3).
한편 야외에서 사육된 유충으로부터 우화한 성충은 모두 그 해 11월 초에 사망한 것이 확인되었고, 이들이 낳은 알들도 처리 시기나 방법에 관계없이 전혀 부화하지 않았다(Table 4). 이 실 험은 유충 혹은 용 시기에 월동 조건을 받아 우화한 성충이나 성충 시기에 받은 월동 조건이 알의 월동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 성을 두고 시도된 것이었으나, 이 결과로 콩명나방 성충이나 알 이 월동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추정되었다.
한편, 발육중인 콩명나방에 인위적으로 저온을 처리한 시도 들에서, 야외에서 가을철 용화한 번데기에 10℃ 처리를 하고 이듬해 3~5월 중에 다시 25℃나 야외에서 사육한 집단들에서 도 우화한 성충은 없었는데, 모든 개체들이 10℃에 보관 중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Table 5). 한편, 16℃ 인큐베이터에 서 사육된 유충은 약 56일의 발육기간을 보여 용화하였는데, 이 들을 13℃에 보관하는 도중 약 37일 걸려 1.6%만이 우화하였 고, 이후 10℃ 보관 이후에는 대부분 사망하고 마지막까지 우 화한 개체는 없었다(Table 6). 이 결과는 월동을 위해 수원 야외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되거나, 낮은 온도(16℃)로 적응된 콩명 나방 유충이 용화한 후 10℃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장기간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였다. 또 이 결과로 콩명나방 번데 기는 영하 이하의 온도에 수일 이상 노출되었을 때, 거의 생존 이 가능하지 않다고 추정되었다.
수원지방에서 콩명나방 야외 월동 가능성 확인을 위한 이상 의 실험들에서 월동에 성공한 개체는 전혀 얻지 못했다. 매우 짧은 간격의 시기별 유충 사육에서 유충이나 번데기의 발육기 간 편차가 그리 크지 않았던 결과(Table 1)로부터 콩명나방이 온대지방에서 월동하는 특성을 갖는다면, 해당 발육단계가 월 동에 필요한 준비를 하는데 환경 감응 조건이 매우 좁은 범위에 서 설정되어 질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겨울철 영하 온도가 되는 지역에서의 콩명나방 생활사에 대해서는 알려진 자료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이러한 가설에 대한 유효성 검증이 어 려운 실정이다. 온도에 대한 콩명나방의 반응과 관련하여 아프 리카 나이제리아(Nigeria) 개체군의 경우 알과 유충, 번데기의 발육영점온도가 10℃ 안팎의 낮은 온도로 형성된 보고(Adati et al., 2004)가 있으나, 번데기의 발육영점온도가 15.6–17.8℃ 의 높은 온도로 구해진 다른 보고(Jackai and Inang, 1992)도 있 어, 온도에 대한 콩명나방의 반응을 규정짓기는 어려웠다. 현재 국내 수원 개체군에 대해서는 항온조건별 발육특성과, 저온 영 역에 대한 반응이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중으로 앞으로 온 도에 따른 국내 개체군의 발육과 월동 생태 특성을 더 객관적으 로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원을 포함한 국내 중부 지역은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기 때문에 콩명 나방이 이 지역에서 월동하지 못한다면 국내 겨울철 평균 기온 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상대적으로 적은 제주나 남해안 지역 등의 남부지방에서의 월동 가능성을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수 원지방에서 매년 발생하는 콩명나방은 이들 남부지방에서 북 상한 개체군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있다. 혹은 국내에서 전혀 월 동할 수 없다면 멸강나방(Mythimna separata)이나 혹명나방 (Cnaphalocrocis medinalis)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특정시기에 외국으로부터의 침입을 가정하여야 한다. 서아프리카에서는 연중 발생양상과 초위성체 유전자 분석에 의해 콩명나방 개체 군이 계절에 따라 기주식물을 찾아 장거리 이동을 할 것이라고 추정하고는 있으나(Bottenberg et al., 1997; Agunbiade et al., 2012), 아직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자료는 없다.
앞으로 콩명나방의 국내 월동 가능성에 대해 더 확인하기 위 해서는 온도를 포함하여 월동의 물리적 환경을 더 다양하게 하 거나 알의 월동 가능성에 대해 수정 여부와 성충의 생식력 및 어미가 받는 환경 조건을 넓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국내 다 른 지역에서의 월동 가능성을 고려하여 여러 지역의 개체군에 대해서 동일한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한편, 국내 일부 지 역으로부터 혹은 해외로부터의 비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해 소하기 위해서는 콩명나방의 장거리 비행능력과 비행에너지 이용 및 조절, 국내 지역 개체군과 주변 국가(특히 동남아시아 및 중국 남부) 개체군과의 유전자 비교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