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순나방(Grapholita molesta Busck)은 세계적으로 분 포하며 복숭아(Prunus persica (L.) Batsch), 사과(Malus domestica Borkh.), 배(Pyrus pyrifolia var. culta (Burm.f.) Nakai)의 주요 해충으로 간주되고 있으며(Myers et al., 2006; Najar-Rodriguez et al., 2013), 복숭아순나방붙이(Grapholita dimorpha Komai) 는 극동아시아에만 분포하며 사과, 자두(Prunus salicina Lindl), 모과(Chaenomeles sinensis (Thouin) Koehne) 등을 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omai, 1979; Yan et al., 1999; Beljaev and Ponomarenko, 2005).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복숭아순나방 과 복숭아순나방붙이는 복숭아, 자두, 사과 과수원에서 과실을 직접 가해하는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충들이다(Choi et al., 2009; Ahn et al., 2013). 지난 연구에서 우리는 이 두 유사종의 유충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분자동정법을 개발하였고, 그 기 술을 이용하여 복숭아 과실을 가해하는 것은 대부분 복숭아순 나방이며 자두 과실을 가해하는 것은 대부분 복숭아순나방붙 이임을 확인하였다(Ahn et al., 2013). 그러나 자두나무 생육초 기에 복숭아순나방붙이가 어느 부위를 가해하는지 아직 명확 하지 않으며, 사과에서는 경북지역에 국한되어 이 해충들의 과 실 내 분포가 조사되어 있다(Choi et al., 2009). 더욱이 배나무 와 모과나무에서 이 해충들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 조사 결과가 아직 없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사과, 배, 복숭아 과수원에서 과실을 가해하 는 심식나방류의 방제전략은 복숭아순나방을 중심으로 수립되 어 있다(Yang et al., 2003; Kim et al., 2004; Jung and Kim, 2008). 그러나 유사종인 복숭아순나방붙이가 국내 과수원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이 전략은 현실에 맞게 개선되어 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과수해충 종합관리 전략 수립의 핵심 대상인 심식나방류의 정체를 명확하게 구명하는 것이 선행되 어야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장미과(Rosaceae) 과수인 복숭아나무, 자두나무, 사과나 무, 배나무, 모과나무의 과실을 가해하는 복숭아순나방류 유충 을 채집한 후 분자동정법으로 종을 구분하여 과종별 복숭아순 나방과 복숭아순나방붙이의 분포 비율을 분석하였다.
재료 및 방법
유충 채집과 종 동정
2014년부터 2016년에 걸쳐 복숭아나무, 자두나무, 사과나 무, 배나무, 모과나무에 달린 과실 중에서 가해 중인 심식나방 류 유충이 배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분비물이 있는 것들을 채집 하였다. 각 과종별 채집 시기와 장소는 Table 1과 같다. 채집해 온 과실을 칼로 잘라 그 속에 있는 유충을 핀셋으로 꺼내어 개 체별로 마이크로 튜브 속에 담았다. 튜브에 담긴 유충 시료는 바로 DNA를 추출하거나(Ahn et al., 2013), 추출할 때까지 냉 동고(-20℃)에 보관하였다. 채집된 유충의 종은 추출된 DNA 의 미토콘드리아 cytochrome oxidase I 유전자에 대해 개발된 종특이 분자표지를 사용하여 PCR 반응과 전기영동 밴드로 동 정하였다(Ahn et al., 2013).
통계분석
하나의 과실 종류에서 두 해충 종의 발생 차이는 t-test (α =0.05)로 비교하였다(SAS Institute, 2010). 분석 자료로는 채 집시기별로 각 해충 종이 차지하는 비율을 정규화하기 위해 변 환한 arcsine값을 이용하였고, 한 채집시기를 한 반복으로 하였 다. 결과는 채집된 수와 평균 비율로 표시하였다.
결 과
2015년 9월에 청도, 전주, 이천에서 채집한 복숭아 과실에서 는 총 141마리의 유충이 발견되었는데, 이천에서만 1마리가 복 숭아순나방붙이로 확인되었고 대부분(99.7%)이 복숭아순나 방 유충으로 확인되어 조사된 지역 모두에서 복숭아순나방이 우점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2016년 6월에 화순, 전주, 이천, 김천에서 채집된 자두 과실에서는 총 260마리가 발견되었는데, 모든 유충이 복숭아 순나방붙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8월과 9월에 사과 과실에서 채집된 두 종의 유충 수 는 채집지역 따라 차이가 있었다. 전주와 이천에서는 복숭아순 나방이 많았던 반면, 문경, 거창, 장수에서는 복숭아순나방붙 이가 더 많았다. 6개 지역 자료들의 평균으로는 복숭아순나방 붙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았으나 지역 간의 높은 편차로 인 해 두 해충 종 사이에 유의한 분포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Table 1).
2014년과 2015년의 가을에 배 과실에서 채집된 두 종의 유 충 수를 살펴보면, 수원과 나주에서 채집된 유충은 모두 복숭아 순나방이었고, 의성과 천안에서는 두 종이 모두 발견되었으나 복숭아순나방의 밀도가 더 높아 조사된 모든 지역에서 복숭아 순나방이 우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과 2015년의 가을에 모과 과실에서 채집된 두 종의 유충 수는 채집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청양에서 채집된 유 충은 모두 복숭아순나방붙이였고, 두 번 채집된 전주에서는 두 종 모두 발견되었으나 복숭아순나방붙이가 더 많았다. 그러나 나주에서는 복숭아순나방이 더 많았다. 네 번 채집의 평균으로 는 두 종의 발생 간에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
고 찰
이번 연구를 통해, 전국의 주요 과수 재배지역에서 조사된 복숭아순나방과 복숭아순나방붙이의 과실 피해에 관한 자료는 이 해충들의 기주 선호성과 방제전략 수립에 대한 유용한 정보 를 제공해 준다. 이전 연구에서 7월 하순~8월 하순에 수원, 화 성, 음성의 복숭아원에서 발견된 과실 피해가 대부분 복숭아순 나방에 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Ahn et al., 2013). 이에 더해 본 연구에서 9월 중 조사된 청도, 전주, 이천의 복숭아원에도 복 숭아순나방이 피해 과실에서 우점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국내 중서부와 남동부를 포함한 국내 복숭아 재배지에서 복숭아순 나방이 과실 발육기간 중 과실 피해를 일으키는 주 해충으로 추 정되었다. 자두나무의 경우, 지난 연구에서 자두 과실 생육 후 기인 7월 하순과 8월 중순 사이 화성과 김천에서 과실 피해의 대부분이 복숭아순나방붙이에 의한 것임이 확인되었다(Ahn et al., 2013). 이번 연구에서는 자두 생육초기인 6월 상중순에 남 부의 화순을 포함하여 중부 및 중서부 지역에서 조사되었는데, 복숭아순나방붙이만이 과실 피해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현재 까지의 결과로 복숭아순나방붙이는 자두 과실 생육기간 전체 를 통해 과실 내에서 우점하면서 가해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두 해충 종이 복숭아와 자두 과실에서 각각 우점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하다.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는 앵두나 무아과(Prunoideae) Prunus 속(genus)에 공통적으로 속하지만, 아속(subgenus) 수준에서 복숭아나무가 Amygdalus 아속으로, 자두나무가 Prunus 아속으로 분류되었거나(Krussman, 1986; Mowery and Werner, 1990), 최근에는 두 종 모두 Prunus 아속 으로 분류하고, 그 안에서 복숭아나무를 section Persicae, 자두 나무를 section Prunocerasus로 분류하여(Shi et al., 2013), 두 과수 종이 유연관계가 높으면서도 명백하게 독립된 종들임이 제시되어 왔다. 따라서 두 과수 종 사이에 두 Grapholita 해충 종들의 먹이 선호성을 결정하는 요인이 존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앞으로 두 해충 종의 분포 기작을 밝히기 위하여 해 충 먹이 선호성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미과(Rosaceae) 배나무아과(Maloideae)에 속하는 사과나 무, 배나무, 모과나무의 과실에 대한 복숭아순나방과 복숭아순 나방붙이의 분포 비율은 기주식물과 채집지역에 따라 다양하 면서 두 해충 모두에 의해 피해를 받았다. 단 배 과실에서는 복 숭아순나방이 유의하게 우점하였고, 다른 두 과실에서는 우점 종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은 이들 기주식물의 재배 적인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을 것으로 가정된다. 사과나무 는 주간과 야간의 기온 차이가 큰 산간지역에서 재배하는 것이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Kim et al., 2009), 사과의 재배적 지인 문경, 거창, 장수에서 채집한 사과 피해과실은 대부분 복 숭아순나방붙이에 의한 것이었다. 배나무의 경우에는 주산지 가 천안과 나주 등 평야지역인데, 이들 지역에서 채집된 배 과 실은 복숭아순나방붙이에 의한 것보다는 복숭아순나방에 의한 것이 더 많았다. 이와 같이 사과와 배 과실의 피해는 두 해충 종 모두에 의해 발생하지만, 사과 재배 적지에서는 복숭아순나방 붙이가 더 우점하는 반면, 배 주산지에서는 복숭아순나방의 피 해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Choi et al. (2009)이 경북 군 위와 의성에서 9월에 채집한 사과 피해과실에서 우화한 수컷 성충 33마리를 뒷날개 모양의 차이를 기준으로 두 종을 동정한 결과, 복숭아순나방이 22마리, 복숭아순나방붙이가 11마리로 복숭아순나방이 더 우점한다고 보고한바 있다. 따라서 다양한 동정기술을 활용하여 우리나라 전역에서 두 해충 종에 의한 사 과 과실의 피해 현황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모과나무의 경우에는 재배적지에 대한 특별한 정보가 없고 거의 전국적으로 소면적에 재배되고 있다. 모과 과실에 대한 피 해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어 배 주산지인 나주에서는 복숭아 순나방에 의한 피해가 더 많았다. 그러나 과수 주산지가 아닌 청양에서는 복숭아순나방붙이만이 피해를 주었다. 이와 같이 모과나무에서는 주변의 기주식물에 따라 복숭아순나방과 복숭 아순나방붙이의 가해 양상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이전 연구에서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의 신초를 가해하는 것은 모두 복숭아순나방 유충인 것으로 확인되었다(Ahn et al., 2013). 한편, 이번 조사에서 복숭아나무, 사과나무, 배나무의 생육초기에 어린 과실을 가해하는 복숭아순나방 유충을 발견 하지 못하였다. 이것은 복숭아순나방 암컷 성충들이 어린 과실 보다는 신초에 산란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 된다. 교미한 암컷 나방이 산란할 기주 식물의 위치를 찾을 때 주로 후각 단서를 이용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Honda, 1995). 복숭아나무, 사과나무, 배나무가 인접해 있는 재배환경 에서, 복숭아순나방의 암컷 성충은 생육초기에는 복숭아나무 의 신초에서 방출되는 휘발성 물질에 유인되어 그 곳에 주로 산 란하는 반면, 생육후기에는 성숙하는 사과와 배 과실에서 방출 되는 유인 물질로 인해 과실에 산란하는 것으로 더 선호하는 것 으로 알려져 있다(Myers et al., 2006; Pinero and Dorn, 2009; Najar-Rodriguez et al., 2013).
이상의 관찰 결과들로부터, 복숭아순나방 유충은 과수 생육 초기에 복숭아나무, 사과나무, 배나무, 모과나무의 신초를 주 로 가해하며 다음 세대 유충부터는 과수 생육이 진행됨에 따라 성숙하는 복숭아, 사과, 배, 모과 과실을 가해하는 것으로 가정 된다. 한편, 복숭아순나방붙이 유충의 경우에는 과수 생육초기 부터 주로 자두나무의 과실을 가해하며 자두 수확이 끝난 후에 는 성충이 인접해 있는 사과, 배, 모과나무로 이동하여 이들의 과실에 산란하는 것으로 가정된다. 따라서 앞으로 시기별 해충 종의 식물체 내 분포와 이동, 식물체 발육단계별 해충 종의 먹 이 선호성을 자세히 연구하여 동소동속종이면서 먹이를 공유 하는 두 해충 종의 생활사 전략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 결과의 과실 종에 따른 두 해충 종의 분포 비율의 차이와 가정된 섭식 전략을 고려하면, 복숭아순나 방과 복숭아순나방붙이의 방제전략은 과수 작목에 따라 별도 로 수립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인접한 다른 과수원의 식생을 충 분히 고려하여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