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멸구(Laodelphax striatellus (Fallén)) (SBPH)는 벼줄무늬 잎마름병(Rice stripe virus disease)을 매개하는 벼의 중요한 해 충이다. 애멸구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러시아 및 북유럽 등지에 널리 분포하고(Hyun et al., 1977), 드물게는 영국(Wilson and Claridge, 1991)과 파푸아뉴기니(Bellis et al., 2014)에서도 발견이 되고 있다. 애멸구는 국내에서 연 5세대 발생하며 주로 4령 약충으로 휴반 및 논둑에서 월동하며 월동 약충은 4월 하순 -5월 상순에 성충으로 우화하여 주로 보리밭에서 1세대를 지낸 후 논으로 이동한다(Hyun et al.,1977; Bae et al., 1995). 또한 애멸구는 5월 하순부터 6월 상순 사이에 기류를 타고 중국에서 국내 서해안으로 비래하기도 한다(Kim, 2009; Otuka et al., 2012).
애멸구 성충은 장시형 또는 단시형의 날개형을 갖는데 멸구 류의 날개 다형성은 기주식물의 영양상태, 서식환경의 안정성, 서식처의 천이단계 및 서식처의 단절성 정도 등과 밀접한 관련 이 있으며(Denno and Roderick, 1990), 생리적 요인이나 온도 및 광주기와 같은 환경조건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Denno et al., 1991). 국내의 애멸구 연구는 주로 월동 및 발생 생태, 방제, 온도발육 및 벼줄무늬잎마름병 발생에 의한 피해 등에 집중되어 있으며(Chung, 1974; Kim, 1984; Kim et al., 1986; Bae et al., 1995; Kang et al., 2010; Kim et al., 2011; Ko et al., 2011; Park et al., 2011; Jeong et al., 2012; Lee et al., 2012; Kim et al., 2013), 이들의 날개형 비율에 대한 조사는 거 의 없다. 날개형의 생태학적 기능의 특성으로 장시형은 분산형 이고 단시형은 정착형이라 할 수 있다(Denno et al., 1989; Denno and Roderick, 1990). 따라서 야외 애멸구 개체군의 날개형 비 율에 대한 연구는 애멸구 개체군의 분산과 동태를 이해하기 위 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애멸구 개체군 동태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생물적 인자 중 하나는 천적이다. 이중 약충 기생벌로 날개집게벌(Echthrodelphax fairchildii Perkins), 노랑집게벌(Pseudogonatopus flavifemur Esaki et Hashimoto), 홍집게벌(Haplogonatopus atratus Esaki et Hashimoto) 및 Haplogonatopus oratorius (West wood)가 있 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홍집게벌만 보고 되었다(Chung, 1974; Kim, 1991, 2010). 홍집게벌은 생물적 방제 인자로 활용될 가 능성이 높지만 기생율 관련 연구는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연구가 수행된 바 있다(Chung, 1974; Kim, 1984; Bae et al., 1995).
따라서 본 연구는 애멸구 개체군동태 이해를 위한 기초자료 로 활용하기 위해 전국 16개 지역에서 애멸구를 채집하여 이들 의 날개형 비율과 홍집게벌 기생율을 조사하였다.
재료 및 방법
애멸구의 채집 및 날개형태와 기생율 조사
애멸구 채집은 16개 지역(김포, 강릉, 철원, 춘천, 제천, 청주, 보령, 태안, 구례, 부안, 신안, 해남, 성주, 영주, 밀양, 진주)의 농 업기술센터 내 예찰답에서 2014년 4월 15일~23일과 2014년 7월 22일~30일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애멸구 채집은 포충망을 이용한 쓸어잡기(sweeping), 트레이를 이용한 털어잡기(beating) 및 소형동력흡충기를 이용한 흡충(aspiration)법을 이용하였으 며, 4월에는 논둑 및 본답 내 화본과 잡초와 보리밭에서 채집하 였고 7월에는 본답 내 벼에서 채집을 하였다. 채집한 애멸구는 현장에서 종 동정 후 즉시 95.9% 에틸 알코올에 넣어 실험실로 운반하였다.
실험실로 운반된 애멸구는 실체현미경(Olympus SZ61, × 63) 하에서 최종 동정과 함께 지역과 시기별로 발육단계, 성별, 날 개 형태 및 홍집게벌 기생 여부를 구분하여 이를 계수하였다. 홍집게벌은 애멸구의 표피에 산란하며 부화 후 2령이 되면 표 피 외부에 혹을 형성하여 외부기생을 하기 때문에(Kim, 1991, 2010) 홍집게벌 기생여부는 애멸구 외부에 형성된 혹의 유무를 통해 확인하였다.
통계 분석
시기간 날개형 비율 및 기생율 비교는 t-test를 이용하였다. 또한 날개형 비율의 위도, 경도 및 고도에 따른 경향성을 파악 하기 위해 다중회귀분석 및 직선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t-test 및 회귀분석은 R 3.1.0 software를 이용하였다. 통계분석은 날 개형 비율과 기생율 자료를 arc sin으로 변환하여 수행하였다.
결과 및 고찰
16개 농업기술센터 예찰답에서 채집된 5,558개체의 애멸구 는 4월에 수컷 770개체(15~168개체), 암컷 907개체(32~121개 체) 및 약충 222개체(0~119개체)이었으며, 7월에는 수컷 1,011 개체(33~128개체), 암컷 563개체(2~117개체) 및 약충 2,085개 체(2~935개체)로 확인되었다. 지역에 따라 채집된 약충의 개체 수는 성충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시기별 날개형 특성
4월에 채집된 수컷 770개체 중 단시형과 장시형은 각각 157 개체(0~22개체)와 613개체(11~167개체)이었으며, 907개체의 암컷 중 단시형과 장시형은 각각 267개체(0~38개체)와 640개 체(5~121개체)이었다. 조사 지역별로 차이가 있었으나 전반적 으로 수컷은 4월(25.7±5.2%(평균±표준오차)보다 7월(0.3±0.2%) 에 단시형의 비율이 크게 낮았고(t = 4.83, p < 0.001) 반면에 암 컷 단시형의 비율은 4월(33.9±6.8%)보다 7월(45.6±7.1%)에 높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t = -1.22, p = 0.243) (Fig. 1a).
일반적으로 비행능력과 생식능력은 배타적인 관계에 있는 데, 즉 생식능력의 극대화를 위해 비상기관의 발달이 억제되면 단시형이 나타나고, 반대로 비행능력의 극대화를 위해 생식능 력이 억제되면 장시형이 나타난다(Denno et al., 1989). 이러한 사례는 멸구류 외에도 여러 종에서 보고되고 있다. 예를 들어, Drosophila속(파리목 : 초파리과)의 일종은 비행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산란수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며(Inglesfield and Begon, 1983), Gryllus firmus(메뚜기목 : 귀뚜라미과)는 생식능력이 증가하면 암컷의 장시형 비율은 감소하고 반대로 생식능력이 감소하면 암컷의 장시형 비율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Roff et al., 1999). 벼멸구와 흰등멸구에서는 5령 약충 시기의 약충 밀도가 높을수록 기주식물의 영양상태와 개체군 밀도의 복합 적인 작용으로 우화시 장시형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 다(Cook and Perfect, 1985).
본 연구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4월 개체군에서 단시형 수컷의 비율과 단시형 암컷의 비율이 선형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y = 1.0345x + 0.0888, r2 = 0.55), 즉 한 조사지점 내에서 단시형 암 컷의 비율이 높으면 단시형 수컷의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아지 는 경향이었다. Langellotto et al. (2000)은 Prokelisia dolus(노 린재목 : 멸구과)를 대상으로 수컷 날개 형태가 암컷과 교미하 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며, 특히 P. dolus의 암컷이 단시형 인 경우에 단시형 수컷이 장시형 수컷과의 경쟁에서 유리하다 고 보고한 바 있다.
한편, 본 연구에서 7월에 채집된 애멸구 수컷은 거의 대부분 이 장시형이었는데 비해 암컷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 었지만 단시형의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애멸구 의 성 편향적 분산성향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 편향적 분산(sex-biased dispersal)은 암컷과 수컷 중 한쪽이 유소성(留 巢性, philopatric)을 보인다면, 다른 성은 분산을 통해 짝을 찾 는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Prugnolle and de Meeus, 2002). 이 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7월의 암컷 애멸구는 안정된 서식환경 에서 개체군 증식에 집중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수컷은 활발 한 분산을 통해 근친교배나 자원경쟁 등을 피하는 전략을 사용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 날개형 특성
농업기술센터 내 예찰답의 위도, 경도 및 고도 정보를 이용 하여 애멸구 개체군의 날개형 비율(단시형 비율)에 대한 다중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수컷 4월 개체군에서만 위도가 독립 변수로 선택이 되었고(y = 0.142Latitude, r2 = 0.422, F3,12 = 4.65, p = 0.022), 암컷 역시 위도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나타 났다. 따라서 위도에 따른 단시형 비율 경향을 직선회귀분석을 수행하였다. 암컷과 수컷 모두 4월 개체군에서 위도가 증가함 에 따라 단시형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수컷, y = 0.1146x - 3.9132, r2 = 0.42; 암컷, y = 0.1446x - 4.9213, r2 = 0.39)(Fig. 1b).
이처럼 위도 증가와 비례하여 단시형의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은 멸구류 외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데, 극동귀뚜라미 (Velarifictorus micado)는 위도가 증가함에 따라 장시형 비율이 감소하는 것이 보고된 바 있고(Zeng and Zhug, 2014), 딱정벌 레과(딱정벌레목)에서는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장시형의 종수 및 개체수가 감소한 반면에 단시형은 증가한 연구 결과도 있었 다(Jung et al., 2012). Roháček (1975)은 Pteremis fenestralis (파 리목 : Sphaeroceridae) 개체군이 P. fenestralis의 경우, 유럽의 남부 지역에서는 장시형만 관찰되지만 북부지방으로 갈수록 단시형이 많아진다고 하였으며, 저온 조건이 이들의 비행 능력 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였다(Roháček, 2012). 본 연 구에서는 애멸구 4월 개체군에서만 위도 증가에 따라 단시형 비율이 증가하였는데, 이는 온도 영향에 의한 생리×생태학적 현상이거나 장시형 애멸구의 월동 생존율과도 연관이 있을 것 으로 추정된다. 반면에 7월 개체군은 장시형 비율이 전국적으 로 매우 높아졌는데, 이러한 결과는 앞서 기술한 것처럼 수컷이 높은 분산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번식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본 연구의 결과만으로는 위도와 애멸구 날개 형태에 대한 직・간접적인 관계를 설명하기에 무리가 있어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
지역별 및 시기별 기생율 현황
채집된 5,558개체의 애멸구 중 191개체(4월 157개체, 7월 34개체)가 홍집게벌에 의해 기생된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4월 과 7월에 수컷은 각각 11개체(기생율 0~11.2%)와 6개체(기생 율 0~5%), 암컷은 각각 58개체(기생율 0~15.9%)와 6개체(기 생율 0~8.3%), 그리고 약충은 각각 88개체(기생율 0~59.1%)와 22개체(0~20.0%)가 기생된 것을 확인하였으며, 평균적으로 애멸구의 암컷(t = 3.45, p = 0.004)과 약충(t =2.69, p = 0.017) 에서 7월보다 4월에 높은 기생율을 보였다(Fig. 2). 수컷의 경우 에도 7월보다는 4월에 기생율이 높은 경향이었으나 통계적으 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상대적으로 기생율이 높은 약충의 경우, 4월 개체군에서 부안(59.1%, n = 22), 태안(44.4%, n = 27) 및 해남(40.0%, n = 20) 순으로 높은 기생율을 보였으며, 대체적으 로 서해안 지역의 약충 기생률이 높은 경향이었다.
홍집게벌 기생율은 4월 개체군에서 7월 개체군보다 매우 높 았는데, 성충보다 약충의 기생률이 훨씬 높았으며 성충의 경우 에는 수컷보다 암컷의 기생률이 높았다. 기존 연구들(Chung, 1974; Kim, 1984; Bae et al., 1995)에서는 애멸구 성충의 기생 은 확인되지 않았던 것에 반해, 본 연구에서는 성충의 기생율도 최대 15.9%(4월 개체군, 구례, n = 63; 해남, n = 78)까지 나타났 다. 월동 애멸구 약충에 대해서는 Bae et al. (1995)에 의해 밀양 지역의 기생율은 평균 21% 정도라고 보고된 바 있다. 한편 세 대별로 기생율을 조사한 경우도 있었는데 Chung (1974)은 6~8 월에 걸쳐 조사한 결과에서 홍집게벌의 애멸구 약충 기생율이 가장 높은 시기를 7월 10일경(수원, 47.5%; 평택, 31.4%)으로 밝힌 바 있고, Kim (1984)은 1978년부터 1982년까지 조사한 결과, 월동세대가 19.2%, 1세대가 10.8%, 그리고 2세대가 21.5%로 나타나 월동세대와 2세대의 기생율이 비슷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비록 Chung (1974)의 연구에서는 4월 기생율을 조사하지 않았고, Bae et al. (1995)는 월동세대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Kim (1984)은 3세대 기생율을 조사하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월동세대의 약충 기생율은 20% 내외로 본 연구의 월동세대의 기생율인 19.2%와 큰 차이는 없었다. 한편, 본 연구 의 7월 개체군의 기생율은 3.2% 정도로 매우 낮았다. 이러한 결 과는 본 연구의 애멸구 채집이 7월 하순에 이루어진 점을 고려 하여 볼 때, Chung (1974)의 8월 초순 결과(평택, 2.8~6.5%)와 유사한 것이며, 이는 홍집게벌의 발생 동태와 연관이 있는 것으 로 판단된다.
본 연구를 통하여 확인된 애멸구의 지역 및 시기에 따른 날 개형태 변화는 애멸구의 분산과 관련된 개체군의 특성을 보여 주고 있으며 추후 애멸구 개체군의 지역별 유전적 특성을 조사 하면 보다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한 홍집게벌에 의한 기생률에 관한 정보는 애멸구의 생물학적 방제법 개발에 있어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