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대 지역에 서식하는 곤충이 겨울 기간에 겪게 되는 저온과 이에 따른 먹이 부족 현상은 이들의 생존에 걸림돌이 된다(Lee, 1989).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휴면 발육과정을 통해 향후 닥칠 어려운 환경 조건에 생리적 적응 준비과정을 통 해 극복하게 된다(Denlinger, 2002). 그러나 이러한 휴면 생리 기작을 보유하지 않는 곤충의 경우는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따 뜻한 지역으로 이주하는 행동 생리를 보이거나, 먹이 조건이 갖 춰진 장소에서 내한성 기작을 발휘하여 겨울을 보낼 수 있다 (Danks, 2002). 따라서 이주하는 곤충을 제외하고 휴면충 또는 월동충은 내한성을 보유해야 온대지역의 겨울 조건을 극복할 수 있다.
저온 피해는 체내 동결에 따른 피해인 동해와 체내 동결 이 상의 저온에서 일어나는 저온 피해인 냉해로 나눌 수 있다(Lee and Denlinger, 1991). 동해는 비교적 물리적 저온 피해 현상으 로 동결이 시작하는 시점에서 빙핵이 형성되고, 이 세포외 빙핵 을 기반으로 얼음 결정이 자라면서 세포막을 파괴하여 궁극적 으로 세포를 치사시키게 하는 저온 피해이다(Duman, 2001). 반면에 냉해는 체내 동결이 일어나지 않지만, 낮은 저온에 따라 세포막 지질 또는 단백질의 화학적 변화로 인한 세포막 손상으 로 궁극적으로 세포 파괴로 이어지면서 나타는 저온 피해이다 (Lee et al., 2006). 이러한 냉해는 다시 단기간의 저온 노출에 따 라 일어나는 직접적 냉해와 냉해 온도 이상의 저온에 장기간 노 출되면서 일어나는 간접적 냉해로 나뉘게 된다(Chen et al., 1987; Choi et al., 2014).
따라서 곤충의 내한성은 저온을 견디는 능력으로 크게 두 가 지로 나눌 수 있다(Storey and Storey, 1998). 동결저항성 곤충 은 체내 동결 조건을 견딜 수 있는 생리 현상으로 얼음 형성을 세포 밖으로 국한시키고, 세포 주변과 내부는 다량의 내동결물 질로 보호하는 생리현상을 발휘하게 된다(Storey and Storey, 1996). 동결저항성 곤충은 캐나다 북부에 서식하는 혹파리류 (Eurosta solidaginis)에서 관찰하게 되는 데, 이 곤충은 -10°C 에서 세포외부 체내 빙결이 시작되고 -55°C의 낮은 저온에서 견디는 능력을 갖는다(Storey and Storey, 1998). 이 곤충은 물 과 다가알코올류의 재배치를 촉진시키는 특수한 aquaporin을 발현시켜 저온에 대해서 적응의 단계로 물은 세포 밖으로 다가 알코올류는 세포내로 이동을 촉진시켜 비교적 높은 저온에서 세포 밖의 체액만 얼게 하고, 세포 내부는 다량의 다가알코올 축적에 의해 얼음 형성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Philip and Lee, 2010). 따라서 낮은 저온 기간에 얼음벽이 세포 주변을 둘러싸 고, 세포 내부를 보호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한다. 이때 세포 내 부에서 일어나는 무산소상태는 대사율 저하의 생화학적 기작 을 발휘하여 극복하게 된다(Romløv and Lee, 2000). 또 다른 내 한성 기작은 동결감수성 곤충류에서 나타난다. 이들 곤충은 체 내 얼음 형성에 견디지 못하기에 내동결물질을 체내에 축적하 여 빙핵 형성을 억제시키게 된다(Storey and Storey, 2012). 대 부분의 온대 지역에 서식하는 곤충은 동결감수성에 속하게 된 다. 내동결물질은 다양하여 한류에 서식하는 어류에서 최초로 발견되고 또한 유사한 기능이 곤충류에서도 발견된 내동결단 백질을 보유하거나(Duman, 2001), 다른 동물에 비해 높은 아 미노산 함량을 혈림프에 보유하는 곤충류는 아미노산이 내동 결물질로서 작용하거나(Rozsypal et al., 2013) 글리세롤 또는 소비톨과 같이 많은 곤충류에서 나타나는 다가알코올류(Pfister and Storey, 2006)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들 내동결물질의 축적은 화학적으로 총괄성 현상을 유발하여 체내빙결점, 즉 초 냉각점(supercooling point)을 낮추어 겨울 기간 저온 노출에 대 해서 체내 빙핵 형성을 억제하게 된다(Bale, 1987).
배추좀나방(Plutella xylostella)은 배추를 포함한 다양한 십 자화과 작물을 가해하는 나비목 해충으로 국내에서는 1980년 대 이후 급격하게 밀도가 증가하고 있다(Kim and Lee, 1991). 국 내에서 연중 발생 세대수가 10-11회로 추산되고, 다양한 농약 노출에 따라 약제 저항성의 발달로 효과적 밀도저하에 어려움 을 주어 농산업에 경제적 피해가 늘고 있다(Kim et al., 2011). 비교적 높은 이주 능력으로 남쪽 온난한 지역에서 월동한 개체 들이 겨울을 지내고 다시 국내로 장거리 이주가 가능하지만, 국 내 시설재배지의 증가에 따라 국내 월동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Kim et al., 1999). 배추좀나방은 동결감수성 곤 충으로 비교적 내한성이 잘 발달되어 있어 체내빙결점은 -14.3~ -19.2°C의 범위로 발육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내고 있어 (Hayakawa et al., 1988) 국내 겨울 기간의 최저 온도에서 체내 빙핵 형성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저 온유기현상이 잘 발달되어 있어 글리세롤과 같은 내동결물질 의 합성 유기와 더불어 저온에 대한 내성 증가에 가소성을 지니 고 있다(Park and Kim, 2014). 그러나 높은 저온에서 장기간 노 출에 따라 간접적 냉해의 피해는 조사된 바가 없어 배추좀나방 이 장기간 높은 저온(체내빙결점 이상 - 발육영점온도 이하)에 서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지 그리고, 이 조건에서 먹이의 유무 에 따라 내성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지는 조사된 바가 없다.
본 연구는 궁극적으로 배추좀나방이 국내에 월동할 수 있는 지를 결정하는 데 연구 목적을 두었다. 이를 위해 월동 집단의 추적을 성페로몬 트랩으로 분석하였으며, 월동 개체들의 유전 적 다양성을 분석하여 이들이 다양한 집단에서 유래되었는지 아니면 한 집단의 이주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를 증명하려 했다. 또한 월동이 가능하다면 어떠한 조건에서 이뤄지는 지를 알아 보기 위해 간이 야외 조건과 비가온 시설재배지 조건을 나누고 여기에 유충의 경우는 먹이 유무에 따라 견디는 능력을 비교 검 토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 본 연구는 배추좀나방이 국내에서 월동하며, 성공적 월동 조건을 규명하게 되었다.
재료 및 방법
배추좀나방 사육
본 실험에 사용된 배추좀나방은 온도 25±1°C, 광조건 16:8 (L:D) h, 상대습도 60±10% 사육실에서 누대 사육하였다. 유충 의 경우 배추를 먹이로 제공하였고, 성충의 경우 10% 설탕물을 먹이로 제공하여 사육하였다.
장기 저온 실내 노출실험
실내 사육된 배추좀나방을 장기간 저온 노출실험을 통해 생 존율을 조사하였다. 두 저온 처리 온도는 냉해 온도 이상의 온 도로서 -5°C는 섭식 활동이 불가능하지만, 5°C는 섭식활동이 가능하여 선정하였다. 배추좀나방은 다양한 발육시기(알, 2령 유충, 4령 유충, 번데기)별로 -5±1°C와 5±1°C에서 각각 19 일과 24 일 동안 노출시켰고, RH/TEMP Data Logger (EL-USB-2, Lascar Electronics Inc., Erie, PA, USA)를 이용하여 온도와 습 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일별로 정리하여 기록하였다.
겨울기간 야외 노출실험
실내에서 사육된 서로 다른 발육태(알, 2령 유충, 번데기, 성 충)의 배추좀나방을 겨울기간 동안 경북 안동지역 야외에 노출 시켰다. 야외 노출실험은 총 2회 실시되었으며(1차 노출: 2013 년 12월 20일 ~ 2014년 1월 17일, 2차 노출: 2014년 1월 24일부 터 2014년 2월 21일) 각각 28 일간 지속하였다. 유충은 배추잎 (1 × 1 cm2)을 먹이로 제공한 섭식 처리구와 배추잎을 제공하지 않은 절식 처리구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섭식 처리구의 먹이 공 급은 1주일에 1회씩 새 배추잎으로 교환하였다. 야외 노출 실험 을 진행하는 동안 온도는 RH/TEMP Data Logger를 이용하여 측 정하였다. 유충과 성충의 생존율 판별은 8°C 냉장고에서 15 분 간, 실온에서 1 시간 동안 순응처리를 한 후 핀셋으로 움직임을 조사한 후 채색이 검게 변하여 움직임이 없는 개체를 치사한 것 으로 판정하였다. 또한 알과 번데기는 위와 동일한 순응처리를 한 후 1 주일간 25°C에서 추가 사육을 하여 1령 유충으로 부화 하지 않는 개체와 성충으로 우화하는 않는 개체를 사망체로 정 하였다. 야외 노출에 대한 생존율 실험은 각각 발육시기별 배추 좀나방 10 마리씩 3 반복으로 구성되었다.
성페로몬 트랩 설치
경상북도 안동시의 기느리, 사시나무골, 하리와 경기도 구리 시 등 4 지역에 겨울 및 봄 기간 동안(2013년 12월 15일 ~ 2014 년 5월 30일) 성페로몬 트랩(그린아그로텍, 경산, 한국)을 설치 하여 1 주일 간격으로 포획된 개체수를 확인하였다.
야외 월동집단 채집
겨울 기간 중 제주도(2014년 2월 16-18일)와 부산과 해남 (2014년 2월 12-14일)의 야외 배추밭 주변의 유충과 성충 서식 상황을 관찰하였다. 배추 작물을 대상으로 유충을 찾았고, 성페 로몬 트랩을 각각 2 일간 설치하여 유인된 성충을 찾았다. 이들 남쪽 지역 재배지는 시야 거리에 시설재배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배추좀나방 게놈 DNA 추출
배추좀나방 게놈 DNA는 지역별로 채집된 성충을 대상으로 추출하였다. 성충의 날개를 제거한 후 각각 0.5 ml 튜브에 옮긴 후, 멸균된 이쑤시개를 이용하여 배추좀나방을 마쇄하였다. 이 후 Chelex 100 (Bio-Rad, Hercules, CA, USA) 5% 용액 50 µl 를 첨가한 후 54°C에서 15 분, 100°C에서 3 분간 가열한 후 10,000 × g에서 20 초간 원심분리하였다. 이후 얻어진 상등액 을 게놈 DNA 추출물로 이용하였다.
RAPD (Random Amplification of Polymorphic DNA)를 이용한 집단 유전변이 분석
세 개의 RAPD 프라이머가 이용되었다. N-7200 마커의 프 라이머 서열은 5'-TATTATTCTTATGTGCTGGG-3', N-8041 마 커의 서열은 5'-ATCGGGTCCG-3', 그리고 N-8051 마커의 서 열은 5'-AACGCGCAAC-3'였다. PCR 반응용액은 25 µl로서 진올 제품(서울, 한국)의 PCR 반응용액을 이용하였다. 각 PCR 반응용액은 1 µl의 게놈 DNA, 2.5 µl 10x완충용액, 2 µl dNTP, 2 µl RAPD 프라이머, 그리고 0.5 µl의 Taq polymerase로 구성 되었다. PCR 기기는 Biorad 회사의 MyCycler™ Personal Thermal Cycler 모델을 이용하였다. PCR 조건은 94°C에서 5 분 변성 처리 이후 35 회 증폭반응이 진행되었다. 각 증폭 반응은 94°C 변성 1 분, 46°C 프라이머 결합 1 분, 72°C 사슬연장 1 분 으로 구성되었다. 모든 증폭반응 후 72°C에서 10 분간 잉여 사 슬연장 반응을 실시하였다. 이후 4°C에 증폭물을 보관시켰다. PCR 증폭물은 1% 아가로오즈 젤을 이용하여 분리하였으며, 이때 전기영동 조건은 1X TAE 완충용액, 90 V 전압으로 60 분 간 실시되었다. 분리된 PCR 증폭물은 ethidium bromide를 이 용하여 염색된 후 관찰되었다. 각 분리된 밴드는 크기별로 각각 의 유전좌위로 간주되었고, 각 지역별 30 마리 이상의 시료를 대상으로 각 유전좌위의 발현 빈도를 유전자빈도로 산출하였 다. 따라서 총 5 개 지역(안동 3개 지역, 구리 및 해남)을 대상으 로 각각 RAPD 마커별 유전좌위 다형변이는 SAS (SAS Institute, 1989) 프로그램의 PROC CLUSTER를 이용하여 계보적 군집 형성방법을 통해 이뤄졌다.
결 과
장기 저온 노출 실험
배추좀나방의 체내빙결점은 -10°C 이하에서 일어나지만, 저 온에 대한 피해(즉, 냉해)는 -10°C 이상에서 나타난다(Park and Kim, 2014). 또한 비록 단기간 노출에 의해 냉해가 일어나지 않 는다 하더라도 겨울 기간 먹이 고갈 상태에서 생존이 가능한 지 를 알아보기 위해 발육이 가능한 온도에서 먹이 조건 없이 장기 간 노출에 따라 생존이 가능한 지를 조사하였다. 체내빙결정 이 상의 비교적 낮은 저온인 -5°C에 장기간 노출시킨 결과 알에서 번데기의 미성숙단계 모두에서 생존율이 뚜렷이 감소하였다 (Table 1). 대부분은 1 주일 이상 노출 기간에서는 무처리와 비 교하여 뚜렷한 생존율 차이를 나타냈다. 그러나 2령충의 경우 는 2 주 까지의 노출에 생존율에 큰 변화를 나타내지 않아 가장 내한성이 높은 미성숙 발육시기로 본 조사는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노출 온도가 5°C로 높아질 경우 먹이조건 없이 장기 간 생존율은 발육시기별로 상이하게 나타났다(Table 2). 먹이 조건에 무관한 알과 번데기의 경우 장기간 노출에 전혀 냉해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유충의 경우 생존에 먹이 조건이 필수적이 기에 장기간 노출에 따라 먹이 고갈에 따른 생존력 저하를 나타 냈다.
월동중 야외 간이 노출 실험
실내 장기간 저온 노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야외 겨울 조 건에서 배추좀나방의 서로 다른 발육 시기를 노출시키고 이들 의 생존율 변화를 조사하였다. 총 2 회에 걸쳐 분석되었으며 노 출 기간도 각각 약 1 달 동안 지속되었다. 이들 야외실험은 전체 적으로 장기간 노출이 저온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노출 시험은 12월 19일에서 1월 20일까지 실시되었으며, 일별 야외 온도는 평균 0°C로서 최저 일별 온도는 -15 ~ -3°C의 분포 를 나타냈다(Fig. 1). 이때 비가온 조건의 시설재배지 조건에서 는 일별 평균 최저온도는 영상 5°C 이상의 온도 조건을 유지하 였다. 예상대로 야외 노출된 모든 배추좀나방은 노출시기가 증 가함에 따라 저온 피해가 늘었다. 그러나 시설재배지 조건에서 는 이러한 저온 피해가 모든 발육시기에서 뚜렷이 줄었다. 유충 의 경우는 비가온 조건과 시설재배지 조건에서 모두 섭식이 이 뤄졌으며 이에 따라 절식 처리구에 비해 생존율이 높아지는 경 향을 나타냈다. 특별히 7일차 및 14일차에서 비가온 조건의 유 충이 먹이 공급에 따라 생존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두 번째로 야외 노출 실험은 1월 23일에서 2월 20일까지 실시되었 다(Fig. 2). 야외 최저 및 평균 일별 온도는 물론이고 시설재배 지 조건의 온도도 첫 번째 노출 실험 시기와 유사하였다. 이때 동일한 처리 방법으로 실시한 결과 첫 번째 노출 실험과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 즉, 배추좀나방은 야외 겨울 기간에 모든 발육 시기에서 냉해를 받고 있으며 시설재배지 조건에서 생존율이 높고, 유충의 경우는 먹이 조건이 갖춰진 곳에서 생존이 높아진 다는 결과를 얻었다.
야외 월동집단 모니터링
배추좀나방이 국내에 월동할 수 있는 지를 직접적으로 알아 보기 위해 겨울 기간 동안 성페로몬 트랩을 이용하여 일주일 간 격으로 조사하였다(Fig. 3). 아울러 겨울 기간 중 국내 남부 지 역(제주도, 부산, 해남)을 다니며 야외 배추밭 주변의 유충 서식 상황을 관찰하였다. 2014년 2월 18일에 제주도에서 날아다니 는 성충을 관찰하였으며 6 마리의 유충을 채집하였다. 또한 비 슷한 시기(2014년 2월 12일)에 해남에서는 1 마리의 배추좀나 방 유충을 채집하였다. 성페로몬 트랩에 들어온 최 의 배추좀 나방 성충은 2월 25일 조사 시기에 안동시(36°34′N, 128°42′E) 에서 발견되었다. 유사한 조사 시기(2월 26일)에 경기도 구리시 (37°33′N, 127°06′E) 배추밭 주변에서도 성페로몬 트랩에 성 충 1 마리를 채집하였다. 이후 안동시와 구리시에서는 모두 4월 중순까지 성충 발생 피크를 나타냈고, 이후 두 지역 모두에서 발생이 낮아지거나 없어지고, 다시 5월부터 트랩에 유인되는 발생 양상을 나타냈다. 즉, 이 시기(2월말 ~ 4월 중순)가 배추좀 나방의 월동세대가 발육하여 성페로몬 트랩에 유인된 것으로 관찰되었다.
RAPD 집단 유전변이 분석
안동과 구리에서 각각 유사한 시기에 성페로몬 트랩에 유인 된 배추좀나방 월동세대의 성충들이 동일한 지역에서 비례하 여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각 지역에서 월동한 개체들이 발육하 여 포획된 것인지 구분하기 위해서는 이들 야외 집단들의 유전 적 유사성 또는 상이성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비 교적 종내 변이를 민감하게 판별할 수 있는 RAPD 집단 유전분 석을 실시하였다(Fig. 4). 총 10 개의 RAPD 프라이머 가운데 PCR 결과가 뚜렷하고 집단간 차이를 잘 나타내는 RADP 세 마 커(N-7200, N-8041, N-8051)가 선발되었다. N-7200 지표로 안동 3 집단, 구리 및 해남 집단을 비교한 결과 이들 5 개 집단이 서로 구분되는 양상을 나타냈고, 안동의 기느리 집단이 두 안동 집단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된 집단으로 보여졌다(Fig. 4A). 유 사한 유전적 변이가 N-8041(Fig. 4B), N-8051(Fig. 4C) 지표 분석에서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 지표에서는 특별히 거리가 가 까운 안동 집단 끼리 하나로 군집화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다른 집단은 이들 안동 집단과 유전적 거리를 두는 것으로 분석되었 다. 이들 두 지표를 통합하여 분석한 결과(Fig. 4D) 지역 간 차 이를 뚜렷이 나타내 주는 양상을 보여 주었다.
고 찰
배추좀나방의 연중 발생이 많아지고, 배추를 비롯한 여러 십 자화과 작물에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유기인계와 카바메이트 계 농약에 대한 저항성(Kim et al., 2011)은 물론이고, 피레스로 이드 농약의 무분별한 살포는 국내 모든 배추좀나방이 이 농약 의 작용점 변환에 기인된 약제저항성을 획득한 것으로 보고하 였다(Kwon et al., 2004). 또 다른 농약인 싸이클로다이엔계 농 약에 대한 GABA 수용체의 작용점변환도 배추좀나방에서 보 고되었다(Yuan et al., 2010). 생물농약인 비티 농약에 대해서도 배추좀나방은 농생태계에서 저항성 개체를 발현시킨 최초의 사 례로 알려지고 있다(Tabashnik et al., 1997). 이러한 국내외의 저항성 사례는 이 해충이 높은 생식력과 빠른 생활사에 기인되 어 다른 해충에 비해 용이하게 저항성을 획득하는 것으로 판단 된다. 그러나 배추좀나방의 이러한 집단 동태는 이 해충의 월동 개체군 파악이 않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다. 만약 이전 해의 저항성 집단들이 이듬 해로 이월될 수 있다면, 즉 국내 월동이 가능하다면 저항성 관리는 올 해 뿐만 아니라 이전 연도의 집단 성질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특정 월동 집단(예, 저항성 집 단)의 국내 이동 경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특정 지역의 배 추좀나방 저항성 관리 차원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 진행된 실내 연구와 간이 동계 야외 노출 연구 는 배추좀나방의 월동 가능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Park and Kim (2014)은 배추좀나방이 동결감수성 곤충으로 내동결물질 인 글리세롤과 같은 다가알코올류를 체내 축적하여 체내빙결 점을 낮추는 전략을 세운다고 하였다. 그러나 배추좀나방의 저 온 피해는 체내빙결점 이상의 온도에서 나타나는 냉해로 나타 났다. 본 연구는 여기에 장기간 높은 저온에서 나타나는 간접적 냉해(indirect cold injury)까지 나타나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즉, 배추좀나방이 국내 월동이 가능하려면, 동결 저온 피해는 물론이고, 직접적 냉해를 극복해야 하며 또한 장기간 노출에 따 른 간접적 저온 피해를 막아야 한다. 본 연구는 5°C 이상의 온도 에서는 직접적 냉해를 막을 수 있고, 유충의 경우 먹이를 공급 하여 줌에 따라 나타나는 간접적 냉해도 막을 수 있다고 보여 주고 있다. 특별히 이전 연구 결과(Park and Kim, 2014)와 본 연구는 배추좀나방 유충이 다른 발육시기에 비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 냉해 피해에 대해서 높은 내한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밝혀졌다. 따라서 배추좀나방의 국내 월동 조건은 낮은 저온을 막아주는 시설재배지에서 십자화과 식물이 서식하여 배추좀나 방 유충에게 먹이 공급이 가능한 지역에서 가능할 것으로 추정 된다. 더욱이 배추좀나방도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외부 온도 에 따라 체온이 변동되는 변온동물로서 자신의 최적 발육을 도 모하려면, 온도를 감지하는 감각기를 보유하고, 극단의 온도를 피하고 자신의 발육에 최적인 외부온도를 선별하는 행동을 보여 야 한다. 노랑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의 경우 자신의 생존과 발육에 최적인 온도조건을 선택하려는 온도선호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TRPA1을 발현하는 신경 자극 에 의해 중개되며, 이러한 행동은 극단의 위험 온도에 대해서 회 피하는 선천성 행동(Neely et al., 2011)과 구별된 것으로 뇌의 유병체에서 일어나는 cAMP- dependent protein kinase (PKA) 에 의해 조절된다(Hong et al., 2008). 이 PKA에 대한 표적분자 를 찾아내기 위해 초파리 게놈 전체를 대상으로 유전자를 추적 한 결과 cytochrome P450의 일종인 cyp6a17로서 동정되었으며, 기능적으로 온도선호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Kang et al., 2011). 따라서 겨울 기간 중 배추좀나방은 생존과 발육을 위 한 후천적 온도선호행동을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월동처를 찾 아갈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본 연구에서는 배추좀나방 월동의 직접적 증거를 찾고 자 겨 울 기간 동안(12월 중순 이후 매주 1회씩) 성페로몬 트랩을 이 용하여 배추좀나방 성충 집단을 대상으로 두 지역(안동, 구리) 에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두 지역 모두에서 2월 중순의 유 사한 시점에서 각각 성충을 포획했다. 또 겨울 기간의 온도가 비교적 높은 제주도 서귀포 지역(겨울 기간 평균 온도 8.53°C, 최저온도 -1.1°C)과 해남 지역(겨울 기간 평균 온도 4.32°C, 최 저온도 -7°C)에서 1월 중순 경에 각각 성충과 유충을 발견하였 다. 따라서 배추좀나방은 국내 지역에서 월동이 가능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해결되지 않은 것은 안동과 구리에 서 잡힌 배추좀나방이 그 지역에서 월동한 것인지 아니면 제주 도나 해남과 같은 남쪽 지역에서 월동하고 비래한 것인지 관찰 자료만으로 답을 얻을 수 없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본 연 구는 국내 서로 다른 지역에서 포획된 월동세대를 대상으로 유 전거리를 분석하였다.
국내 6 지역의 월동 배추좀나방 집단을 대상으로 유전거리 를 RAPD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집단들의 RAPD 다형을 기초 로 한 유전자 군집분석 결과 안동의 3 지역은 비교적 유사한 집 단으로 동일한 군집을 형성한 반면에 구리와 해남 지역은 별도 로 각각 상이한 분지를 나타내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이들 야외 월동 집단들이 하나의 집단이 이주하여 형성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지역 집단에서 독립적으로 월동하여 발생한 것 으로 추정된다. 국내 배추좀나방에 대한 집단 유전 분석이 네 가지 다형 동위효소를 이용하여 세 지역(안동, 영천, 양산)의 야 외 1세대를 대상으로 이뤄진 바 있다(Kim et al., 2001). 일반적 으로 비임의교배에 의해 일어나는 집단간 유전적 분화 효과를 Wright (1951)는 FIS, FST 및 FIT로 세분하여 설명하였다. FIS는 소집단내에서 비임의교배로 인하여 나타나는 이형접합자빈도 의 저하를 의미한다. FST는 소집단간에 교미 고립에 의해 나타 나는 이형접합자빈도 감소를 측정한 수치이다. FIT는 이상의 두 동계교배를 포함한 값으로 이들은 (1-FIT)=(1-FIS)(1-FST)의 관 계를 갖는다. Kim et al. (2001)의 배추좀나방 집단 유전 연구에 서는 소집단간 분화에 관심을 갖게 됨으로 FST에 상응한 집단 간 유전분화를 Nei (1978)의 불편추정치 방법으로 측정하게 되 었다. 조사된 배추좀나방의 FST는 지역간 상이하여 영천과 양 산이 0.0151로 매우 낮았으나 안동과 영천은 0.0877로 타지역 의 기존 연구 수치에 비해 높은 경향을 나타냈다. 기존에 실시 된 본 연구와 유사한 결과들을 살펴보면, 미국의 하와이 배추좀 나방의 경우 지역간 유전변이 정도가 0.028 ~ 0.038이었고 (Caprio and Tabashnik, 1992), 국내의 여름 기간(8-9월)의 배추 좀나방의 경우 0.022 ~ 0.055이었다(Kim et al., 1999). 또 미토 콘드리아 DNA로 분석된 국내집단의 유전거리는 0.003 ~ 0.014로 역시 매우 낮은 유전변이를 나타냈다(Kim et al., 2000). 야외 1세대(4월말 ~ 5월초)의 비교적 높은 FST는 겨울기간중의 지역간 상이한 환경조건이 월동세대의 생존력에 차등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사려된다. 배추좀나방에 대한 내한성 연구에 따르면 체내빙결점이 유충은 -14.3°C이고 용은 -19.2°C로 보고 되었으나(Hayakawa et al., 1988), 비록 동결온도는 아니지만 0°C에서 노출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존율이 저하됨을 보고했다 (Honda, 1992). 물론 이러한 유전적 병목 이후 배추좀나방 집단 들은 다시 집단 크기의 성장과 돌연변이에 의해 유전변이를 증 가시키고(Nei et al., 1975) 배추좀나방 고유의 이동력에 의해 집단간 유전변이를 좁혀가게 될 수 있다. RAPD 다형유전자 지 표를 이용한 국내 해충 집단의 분석이 국내 월동이 가능한 복숭 아순나방에서 검증되었으며, 이들 월동집단이 지역간 차이를 나타내면서 독립적 월동처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내었으며, 계 절이 진행됨에 따라 집단간 이동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집단간 유전적 거리가 줄어드는 현상을 밝혔다(Kim et al., 2009). 따라 서 본 연구에서 밝혀진 월동 집단 간 배추좀나방의 유전적 변이 는 겨울 기간 동안 유전적 병목 현상에 의해 유발되었으며 이러 한 변이는 계절이 진행함에 따라 이 해충의 높은 이주 능력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