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온도, 습도, 먹이 등과 같은 주위 환경 요인들의 변화 에 적응하여 한 해 중에 활동이 활발하거나 매우 느린 시기를 겪는다(Tauber et al., 1986). 특히 체내 온도를 일정하게 조절 하기 어려운 곤충으로서는 고온과 저온에서 활동을 거의 정지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하 온도로 체액이 동결될 수 있는 겨 울철에는 이를 견딜 수 있는 내한성 기작을 갖는데, 온대지방에 서는 이 기간 중 휴면 혹은 휴지상태에 들어가 월동하는 곤충종 이 많다(Danks, 1978 ; Lee, 1991). 우리나라는 1981~2010년 사이 30년 평년값으로 가장 더운 8월 평균 기온이 23~26°C, 가장 추운 1월 평균기온이 –6~3°C로(기상청 http://www.kma.go.kr) 연중 심한 온도 변이를 보인다. 따라서 국내에서 세대를 이어 서식하는 대부분의 곤충종들은 여름이나 겨울철에 정상 적인 발육을 저해하는 환경조건에 놓일 경우, 이에 적응하는 반 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팥나방(Matsumuraeses phaseoli) (잎말이나방과)은 국내에 는 남·북한 전 지역에서, 외국으로는 일본, 중국, 러시아(아무르 지방)에 분포한다고 알려진 곤충이다(Byun et al., 2005). 기주 식물로 콩(Glycine max (L.)) (콩과)의 꼬투리(Kobayashi and Oku, 1980)와 팥(Vigna angularis (Willd.) Ohwi & Ohashi) (콩 과)의 꽃과 꼬투리(Jung et al., 2007, 2009)를 가해하는 해충으 로 보고되었다. 겨울에는 중국 Shaanxi지방에서 노숙 유충 혹 은 번데기로 흙속에서 월동한다고 알려져 있고(Recitation of Liu(1983) by Byun et al(2005)), 일본에서도 역시 Ibaraki현에 서 Matsumuraeses속 곤충종 {팥나방의 동속종인 어리팥나방 (M. falcana)으로 추정하였으나 증거는 없다}이 번데기나 유충 으로 월동한다고 알려져 있다(Recitation of Takano et al(1956) by Kobayashi and Oku(1980)). 따라서 국내에서도 기존의 보 고와 유사한 월동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확인된 적 은 없다. 그간 팥나방에 대하여 국내에서 확인된 정보로는 수원 지방에서 성페로몬트랩으로 4월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성충세 대가 4회 이상 발생하는 것이 탐지되고 있고(Jung, J.K. et al., unpublished data), 8월 하순과 9월 중순 사이에 유충이 팥의 꽃 과 꼬투리를 섭식하며(Jung et al., 2009), 이 시기 채집되어 바 로 실내(25±1°C, 60±10% RH, 15h/9h=light/dark) 항온조건에 서 인공사료로 사육된 유충 집단들은 발육이 지연되는 것 없이 정상적으로 발육하는 것(Jung et al., 2007)이 보고되어 있다. 그 러나 팥의 생식생장시기 이외의 시기에 유충이 서식하는 식물 이나 연령분포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로, 연중 발육 상 태와 월동 여부, 월동태에 대한 정보가 불확실하다. 수원지방은 평년값에 의해 1월 평균 기온이 –2.9°C로 가장 춥고, 8월 25. 6°C로 가장 더워 28.5°C의 연교차를 보이는 온대지역이다 (http://www.kma.go.kr). 이에 본 연구에서는 수원지방에서 아 직 명확하지 않은 팥나방 야외 생태를 추정하고자, 야외 인공사 육을 통해 팥나방 연중 발육 특성을 관찰하고, 겨울을 날 수 있 는 발육태를 조사하였다.
재료 및 방법
실험곤충 유지
팥나방은 2004년 8월 말 경기도 수원시 소재 국립식량과학원 팥포장(37°16′N 126°59′E 35ASL)에서 유충들로 채집되었다 (Jung et al., 2007). 이후 인공사료(Heo et al., 2009)를 이용해 유충을 사육하며 실내(25±1°C, 60±10% RH, 15h/9h=light/dark) 에서 실험집단을 유지하였다. 팥나방 성충은 투명 아크릴 산란 상자(26 × 31 × 31 cm) 안에 증류수와 10% 설탕용액을 같이 넣 어 교미시켰다. 상자 윗면에 사각구멍을 내고 대신 철망(16 × 20 cm, 20 mesh, ca. 1.04 mm)을 대었는데, 철망 바깥면 위에 유산지를 깔고 그 위에 젖은 수건을 덮어 상자 안에 있는 암컷 이 아래에서 상단에 위치한 유산지 표면에 산란하게 하였다.
야외사육
야외 사육은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국립식량과학원 실외 (37°16′20″N 126°59′2″E 40ASL)에서 수행하였는데, 야외에 그늘 막을 만든 다음, 그 아래 사육용기를 두는 선반을 설치하 였다. 먼저 유충과 번데기 경우에는, 실내 팥나방 집단으로부터 갓 부화시킨 유충을 2008년 3월 12일부터 2009년 4월 8일까지 8~20일 간격으로 100마리씩 인공사육을 시작하였다. 원형 페 트리접시(50 mm diameter, 10 mm height)에 유충을 한 마리씩 인공사료와 같이 넣어 사육하였는데, 2008년 11월까지는 매일 육안으로 확인하여 용화일과 우화일 및 사망 여부를 기록하였 고, 2009년 1월부터 4월까지는 약 1~10일 간격으로 조사하였 으며, 그 이후에는 다시 매일 조사하였다. 유충기간 내 탈피 여 부는 조사하지 않았다. 여기서 우화한 성충은 바로 제거하였다.
한편, 실내에서 사육되어 5령으로 탈피한 유충들의 월동 가 능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탈피한 5령 유충들을 인공사료와 함 께 겨울동안 야외에 두었는데, 2007년 11월 28에는 5령 유충을 나이를 구분하지 않고 임의로 50마리를 골라 야외에 두었고, 2011년 12월 4일에는 3일된 5령 유충을 12월 6일에는 6일된 유 충을 각각 30마리씩, 다시 2012년 2월 8일에 3일된 5령 유충을, 2월 12일에는 6일된 유충을 각각 30마리씩 야외에 두어 생존 여부를 관찰하였다.
알의 경우에는, 증류수를 몇 방울 적신 여과지를 밑에 깐 플 라스틱 페트리접시에 실내에서 당일 산란된 알들을 100개 이상 씩 넣어 2009년 11월 6일부터 7일 간격으로 12월 18일까지 7회 (11/6, 11/13, 11/20, 11/27, 12/4, 12/11, 12/18)에 걸쳐 야외에 두었는데, 이듬해 4월까지 부화 여부를 관찰하였다.
성충의 경우에는, 2009년 11월과 12월 사이 5회(11/10, 11/16, 11/24, 12/4, 12/9)에 걸쳐, 소형 플라스틱 컵(ca. 37 ml, Bioserv, USA)에 실내에서 당일 우화한 성충 30마리를 한 마리씩 물과 설탕물을 적신 솜과 같이 넣고 야외에 두어, 2월까지 생존 여부 를 관찰하였다.
연중 기온과 낮시간 자료
팥나방 발육 결과를 해석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조사기간 동 안 수원지방에서 매일의 평균온도와 낮 길이가 계산되었다. 매 일 평균온도는 기상청 웹사이트(www.kma.go.kr)에서 제공하 는 시간별 온도에서 하루 평균 온도를 산출하여 사용하였고, 하 루 중 낮 길이는 한국천문연구원(www.kasi.re.kr)의 천문우주 지식정보 웹사이트(http://astro.kasi.re.kr)에서 제공하는 수원 지방의 일출·일몰 시간 자료를 이용하여 구하였다.
발육기간 통계분석
갓 부화한 유충으로 야외에서 사육한 집단들의 평균 발육기 간들이 SAS프로그램(Version 9.2)으로 분석되었는데, 일원분 산분석 후 Tukey검정으로 평균간 차이가 비교되었다.
결과 및 고찰
갓 부화한 유충부터 성충 우화까지의 평균 발육기간은 시기 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F21,881 = 4,098.8, p<0.0001) (Table 1). 2008년 3월부터 7월 16일 사육시작 집단까지는 계 속 발육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을 보였는데, 6월 20일, 7월 2일, 7월 16일 사육시작 집단들이 약 24일의 가장 짧은 발육기간을 보였다. 그 이후 9월 10일 집단부터 10월 말 집단까지는 발육기 간이 다시 유의하게 길어지는 양상을 보였는데, 10월 8일과 23일 사육시작 집단들은 해를 넘기며 월동하여 190일 이상 발육하 여 가장 긴 발육기간을 보였다. 11월과 이듬해인 2009년 1월 14일 사육시작 집단까지는 발육하지 못하였고, 1월 29일 100마리 사 육시작 집단에서 발육하여 우화한 개체가 1마리 나타났다. 다 시 2월 10일 집단에서는 용화한 개체가 없었고, 2월 26일 시작 집단부터 발육이 가능하여, 4월 시도된 마지막 집단까지 기온 이 올라감에 따라 발육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이었다. 유충기간 역시 발육시기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F21,969 = 1,598.1, p<0.0001). 2008년 여름 발육기간이 가장 짧아진 이후 9월 24일 사육시작 집단부터 발육기간이 유의하게 증가하여 10월 8일 집단까지 그 해 안에 모두 용화하였다. 그러나 10월 23일 사육 시작 집단은 유충으로 해를 넘겨 월동 발육하는 180일 이상의 가장 긴 발육기간을 보였다. 이 집단의 월동유충은 대부분 고치 를 만들고, 그 안에서 노숙 유충으로 월동하는 것으로 관찰되었 는데, 월동 전 후 유충-유충 탈피 여부는 조사하지 않아, 정확하 게 유충의 어느 영기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이 유충태 월동 집단은 이듬해 4월 말 용화한 후 5월 초중순 사이에 우화하였 다. 이후 2009년 4월 8일 집단까지 유의하게 유충기간이 짧아 졌다. 번데기 기간도 발육시기에 따라 뚜렷하게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는데(F21,880 = 2,430.2, p<0.0001), 역시 기온이 상대적 으로 낮은 봄과 가을에 발육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이었다. 그런 데, 2008년 9월 24일 사육 시작된 집단은 용기간이 유의하게 길 어졌고, 유충기간보다도 약 2배의 기간을 거쳐 그해 12월 26일 까지 모두 우화하였다. 그러나 10월 8일 사육시작 집단의 번데 기는 월동에 들어가 150일 이상의 발육기간 거쳐 이듬해 4월 22일경 우화하였다(Fig. 1).
즉, 팥나방은 유충과 번데기의 두 발육단계로 월동할 수 있 었는데, 한 집단 내에서 두 발육단계가 같이 나타나지 않았고, 사육이 시작된 시기에 따라 각기 명백하게 다른 발육단계로 월 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8일 사육시작 집단은 11월 6일 처음 용화 개체가 12월 4일 마지막 용화개체가 발생하였는데 (평균 11월 21일)(Fig. 1), 유충 기간 동안 매일 낮길이는 11.5시 간에서 9.7시간으로 짧아지고, 매일 평균 기온은 낮아지는 경 향으로 최고 19.2°C, 최저 –3.2°C, 평균 11.9°C를 보였다(Fig. 2). 이 집단에서 용기간 높은 사망률에도 불구하고, 월동하여 우화에 성공한 번데기들은 용화시기가 빠르거나 늦은 것에 영 향을 받지 않았다. 즉, 우화개체들만으로 조사된 용화시기는 처 음이 11월 6일, 마지막이 12월 4일, 평균 11월 22일로 앞의 사 망한 번데기까지 포함한 전체 용화시기의 분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월 23일 사육시작 집단은 처리 시점 낮 길이는 약 11 시간으로 이후 동지의 약 9.6시간까지 계속 낮아졌고, 기온은 10월 8일 집단에서 제일 마지막 용화가 관찰된 시점까지를 적 용하였을 때, 최고 17.7°C, 최저 –3.2°C, 평균 8.3°C를 보였다 (Fig. 2).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팥나방 갓 부화 유충은 1월말부 터 10월말까지 발육을 시작할 수 있고, 해를 넘기지 않는 경우 당해 12월말까지 성충우화까지 발육할 수 있는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들 중 1~4월 사이 유충 발육을 시작할 수 있는 집단은 실제 국내 수원지역 환경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 된다.
갓 부화 유충 사육 집단들의 생존율은 2008년 9월 24일부터 이듬해 2월 10일 사육시작 집단까지 5개 집단들이 10% 미만으 로 상대적으로 매우 낮게 나타냈다(Table 1). 그 중 용기간이 유 충기간보다 길었던 9월 24일과 10월 8일 사육시작 집단들은 용 기간 생존율이 다른 집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것으 로 나타나, 전체 생존율이 낮았던 원인이 되었다. 다른 3개의 집 단은 용기간 생존율은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유충 생존율이 매 우 낮았던 것이 유충-용 기간의 낮은 생존율의 직접 원인이었다.
그런데, 실내 항온조건(25°C, 15L:9D photoperiod)에서 사 육되어 마지막 영기인 5령으로 탈피한 유충들을 11월, 12월, 2월 중 야외로 옮겼을 때 모두 사망하였다. 이는 추위를 견딜 수 있 는 준비상태가 되어있지 않은 유충이 급격하게 낮은 온도에 놓 여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반대로 10월중 야외에서 사 육이 시작된 갓부화 유충집단들은 발육도중 내한성을 갖는 상 태로 적응되어 겨울을 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알의 경우 일부 시기에만 사육이 시도되었는데, 2009년 11월 6일 야외에서 사육된 알은 6~8일 경과하여 부화한 것이 확인되 었으나 11월 13일부터 12월 18일까지 처리된 알은 이듬해 4월 초까지 관찰하여 부화하지 못한 것이 확인되었다.
성충의 경우에는, 사육실에서 갓 우화한 성충들을 2009년 11월 10일부터 12월 9일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야외에서 사육 한 결과 이듬해 1월 5일까지 관찰한 바에 의하면 모두 사망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상의 결과들로부터, 여름철 유충 사육 집단들에서 성충 우화까지 발육기간이 지연되는 현상이 관찰되지 않아 팥나방 유충과 번데기는 여름철 발육이 지연되거나 정지되는 하면 (aestivation) 현상을 겪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한편, 본 연 구에서 팥나방은 유충 혹은 번데기 상태로 장기간 발육이 지연 되어 월동할 수 있었는데, 이 결과는 중국과 일본에서 번데기와 유충태로 월동한다는 기록들과 일치하여(Byun et al., 2005; Kobayahsi and Oku, 1980), 같은 현상이 실제로 수원지방에서 발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한편, 본 연구에서 알과 성충 월동은 가능하지 않았었는데, 이는 어미세대 혹은 이 전 발육단계부터 야외조건을 겪지 않고, 해당 발육단계에서 실 내조건에서 야외조건으로 갑자기 옮겨 관찰된 경우였다. 즉, 본 연구에서는 처리된 알과 성충은 체내 생리상태를 바꾸는 등 월 동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었을 가능성이 있어 월동에 실패했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따라서 향후 더 자세한 연구를 통해 알과 성충 월동 가능 여부를 밝혀야 될 것이다.
팥나방이 속해 있는 잎말이나방과 곤충종들에서, 월동태는 모든 발육단계에 걸쳐 보고되고 있다. 몇 예로, 유충으로 월동 하는 종으로는 국내에서 복숭아순나방(Grapholita molesta) (Yang et al., 2001)과 애모무늬잎말이나방(Adoxophyes orana) (Jo and Kim, 2001)이 밝혀져 있다. 국외에서는 미국과 유럽에 서 코드링나방(Cydia pomonella) (Higbee et al., 2001), 일본에 서 콩나방(Leguminivora glycinivorella) (Shimada et al., 1984), 미국과 호주에서 Epiphyas postvittana (Bürgi and Mills, 2010) 가 노숙 유충태로 월동하고, Choristoneura fumiferana는 2령 유충으로 월동한다고(Han and Bauce, 1998; Royama, 1984) 알려져 있다. 번데기로 월동하는 종으로는, 그리스와 스페인에 서 Lobesia botrana (Andreadis et al., 2005; Torres-Vila and Rodriguez-Molina, 2002)가 알려져 있다. 알로 월동하는 종류는 미국과 독일에서 Archips속에 A. argyrospilus, A. negundanus, A. rosanus, 모무늬잎말이나방(A. xylosteanus)이 알려져 있다 (Aliniazee, 1977; Gottwald, 1977; Judd et al., 1993; Parker and Moyer, 1972). 성충태 월동은 무늬잎말이나방족(Tortricini)에 서 발견되고 있다(Powell, 1964). 이와 같이, 한 곤충종에서 한 발육단계만이 정상적으로 월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곤충종들은 여러 발육단계로 월동하는 경우도 있는데(Danks, 1978), 본 연구에서 팥나방이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 인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결과들은 인공사료를 이용한 사육이 고, 일부 발육태의 발육은 환경조건의 급격한 변화를 준 상황에 서 이뤄진 것들이라, 실험곤충이 야외 생태계에서 나타낼 수 있 는 실제 발육과 어느 정도의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 라서 앞으로 좀 더 정밀한 실험을 통해 실제 야외에서의 발생 양상과 월동의 생리적 성격을 조사하여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