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채벌레는 포도의 잎과 과실에 피해를 주는 중요한 해충으로 약충과 성충이 잎과 과실 표면을 직접적으로 섭식하거나 또는 산 란을 통해 피해를 유발하고, 간접적으로는 신초와 잎의 성장을 저해하여 결국 과실의 품질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Childers, 1997). 외국의 포도원에서는 꽃노랑총채벌레(Frankliniella occidentalis), 볼록총채벌레(Scirotothrips dorsalis), 포도류 가해 총채벌레류 (Drepanothrips reuteri) 등 10여 종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 으나(Bettiga, 2013), 우리나라 포도원에는 볼록총채벌레의 발 생과 피해 외에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Yang, 2010).
최근 국내 포도원에서 착과 후 어린 과실 표면에 달무리 반 점(halo spot)이 생기고 이후에는 과피에 작은 코르크 딱지가 생기는 피해가 종종 관찰되고 있다. 총채벌레 약충과 성충의 흡 즙 또는 노린재의 흡즙에 의해 포도 과피가 코르크화되는 증상 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나(Kim et al., 2000; Bettiga, 2013), 앞 에서 언급한 달무리 반점의 원인과 증상에 대한 자세한 연구가 부족하여 효과적인 방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도 재배 농가에서는 약해 또는 공해에 의한 증상으로 오인하 는 경우가 많으며 포도 과피가 녹색일 때는 증상이 보이다가 착 색되면서 반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재배자들이 잘 모르고 넘어 가는 경우도 있다. 미국 포도원에서는 이러한 달무리 반점 증상 이 꽃노랑총채벌레의 산란에 의해 생긴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 에(Jensen, 1973), 국내 포도원에 발생하는 이러한 피해증상도 꽃노랑총채벌레의 산란에 의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한 실정이다.
본 연구는 최근 국내 포도원에서 나타나고 있는 포도 과실 달무리 반점 증상의 미세구조를 광학 및 전자현미경 수준에서 관찰하여 그 형태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또한, 반점 조직에서 발견한 총채벌레 알껍질에서 유전자를 추출하여 분자진단법을 이용한 종 동정을 통해 어떤 총채벌레에 의한 산란피해인지를 확인하고자 수행하였다.
재료 및 방법
포도 과피 달무리 반점의 조직학적 특성 관찰
2010년 7월에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의 비가림 재배방식의 포도원에서 달무리 반점 증상이 생긴 피해 과실을 채집하여 해 부현미경(Stemi 2000-C, Carl Zeiss, Germany)을 이용하여 표 면을 관찰하였다. 그 후 반점 중앙에 위치한 상처 부위를 수직 으로 잘라 절편을 만들어 광학현미경(Axioskop2, Carl Zeiss, Germany)으로 표피세포와 코르크층을 관찰하였다. 또한 그 상 처 부위를 주사전자현미경(S-2460N, Hitachi, Japan)으로도 관 찰하여 특징을 기술하였다.
포도 과피 달무리 반점에서 총채벌레 DNA 추출 및 ITS2 부위 PCR 증폭
달무리 반점 증상이 나타난 포도 과실 5개 각각에서 반점 중 앙의 상처를 포함하여 직경 약 5 mm 크기의 얇은 원형으로 과 실 표면을 잘라내었다. 또한 꽃노랑총채벌레, 대만총채벌레, 및 볼록총채벌레를 1마리씩 준비하였다. 떼어낸 조직과 총체 벌레에서 RED Extract-N-Amp Tissue PCR Kit (#090M6175, Sigma-Aldrich)를 이용하여 genomic DNA (gDNA)를 추출하였 다. Toda and Komazaki(2002)가 사용했던 프라이머들(5’-TGT GAACTGCAGGACACATGA-3’과 5’-GGTAATCTCACCTGAAC TGAGGTC-3’)을 이용하여 internal transcribed spacer 2 (ITS2) 부위의 일부를 PCR 증폭하였다. PCR 반응은 gDNA 1 μL가 포 함된 반응액 50 μL (2 mM MgCl2, 0.2 mM dNTP, 0.2 μM primer, 1 × PCR buffer)에 1 unit의 Taq DNA polymerase (Bioneer, Korea)를 첨가한 후 다음과 같은 조건에서 실시하였 다. Thermal cycler (TP600, TaKaRa, Japan)를 이용하여 94°C 에서 10 분간 초기 denaturation을 실시한 이후, 94°C에서 1 분간 denaturation, 55°C에서 1 분간 annealing, 72°C에서 1 분간 extension하는 반응을 35 회 반복한 이후, 마지막으로 72°C에서 10 분 간 추가 extension을 실시하였다. PCR 결과산물 5 μL를 2% agarose gel (TAE buffer)에 전기영동으로 전개하여 증폭 여부 를 확인한 후, 남은 PCR 결과산물을 Qiaquick PCR Purification Kit (Qiagen, USA)를 이용하여 정제하였다.
PCR 산물의 제한효소 처리를 통한 총채벌레 분자진단
정제된 PCR 결과산물 10 μL에 제한효소 RsaI (Thermo Scientific, USA) 5 unit를 처리하고 37°C에서 2 시간 동안 반응 시킨 후, 60°C에서 20 분간 제한효소를 불활성화 시키고, 2% agarose gel (TAE buffer)에 전기영동하여 제한효소에 의해 절 단된 DNA 단편의 패턴을 확인하였다. 실제 총채벌레의 PCRRFLP 패턴과 비교하기 위하여 꽃노랑총채벌레, 대만총채벌레 및 볼록총채벌레의 gDNA를 위의 방법과 동일하게 각각 추출 하여 같은 제한효소를 처리한 후, 절단된 DNA 단편의 패턴을 전기영동으로 확인하였다.
COI 부위의 PCR 증폭 및 염기서열 분석
정확한 분자동정을 위하여 위에서 추출한 gDNA를 Brunner et al.(2002)이 이용했던 프라이머들(5’-ATTAGGAGCHCCH GAYATAGCATT-3’과 5’-CAGGCAAGATTAAAATATAA ACTTCTG-3’)을 이용하여 COI 부위의 일부를 PCR 증폭하였 다. PCR 반응조건은 위와 동일하였으며 결과산물을 바이오니 어 시퀀싱 서비스(Bioneer, Korea)에 의뢰하여 염기서열을 분 석하였다. 분석된 염기서열은 NCBI에 등록된 총채벌레들의 COI 염기서열과 BLAST 분석하여 유사도가 가장 높은 서열을 찾은 후, Clustal W를 이용하여 정렬한 후 비교하였다.
결과 및 고찰
포도 과피 달무리 반점의 조직학적 특성
포도 과피에 나타난 달무리 반점 증상은 외형상 흰 구름 모 양으로 부정형을 띠었다(Fig. 1A). 반점 중심에는 총채벌레의 산란부위로 추정되는 작은 상처가 관찰되었는데, 초기에는 상 처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산란부위가 아물면 서 코르크화된 갈색의 반점이 뚜렷하게 보였다(Fig. 1B). 그 부 위를 해부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산란 부위가 코르크화되어 부풀어 오르며 상처가 하나의 점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코르크 화된 부위를 긁으면 떨어져 나가는 것이 확인되었고 과실 표면 의 종단면을 관찰한 결과, 상처 부위는 표피에만 존재하며 과육 부위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Fig. 1C). 광학현미경 과 해부현미경 관찰(Figs. 1Band 1C) 및 주사전자현미경 관찰 결과(Fig. 1D)를 종합해 볼 때 총채벌레에 의한 산란 시 과피에 상처가 먼저 생기며, 그 이후에 총채벌레 약충이 부화하여 탈출 하면 그 자리에 새로운 표피층이 형성되고 그 위에 코르크층이 생겼다가 코르크층이 표피와 분리되어 떨어져 나가기 때문에 과실 생육 후기에는 피해증상이 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달무리 반점 중앙에 생기는 산란 상처는 총채벌레 약충이나 성충이 포도 과실의 표면을 흡즙하여 생기는 상처와는 구별된 다. 흡즙에 의한 상처는 코르크화된 부위가 연속적으로 붙어있 으며 생육 후기로 갈수록 넓게 나타나는데 비해(Yokoyama, 1979), 산란에 의한 상처는 작은 구멍이 단독으로 생기며 이에 따라 코르크화되는 부위도 매우 작게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 다. 포도 과피에 생기는 코르크화 부위는 노린재에 의한 흡즙 피해 증상과 혼동되기 쉬우나, 노린재가 흡즙을 할 경우 과실의 내부까지 구침을 찔러 흡즙 하므로 과실 표피를 잘라 보면 상처 부위 아래에도 갈변한 흔적이 보이지만(Bettiga, 2013), 총채벌 레 산란 부위에서는 반점 아래에서 갈변한 조직이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Fig. 1D).
곤충의 산란은 일반적으로 식물의 방어 기작을 활성화 시키 는데(Hilker and Meiners, 2002), 피해조직이 코르크화되는 것 은 이러한 방어 기작의 일종으로 피해부위를 봉합하여 건강한 조직과 분리시키고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Soler et al., 2007). 꽃노랑총채벌레 암컷의 산란관은 톱날 모양을 하고 있어서 산란 시 식물의 표피세포 안쪽으로 구멍을 내고 알을 밀 어 넣는데 용이하다(Reitz, 2009). 총채벌레의 산란시 식물에 가해지는 이러한 자극이 식물의 방어 기작을 유도하여 독특한 반점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어떠한 기작에 의해 나타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녹색의 과피가 흰색으로 변하는 것은 엽록소의 파괴와 관계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식물 체의 엽록소가 분해되는 것은 잎의 노화나 과실의 성숙에 따라 진행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생물적 또는 무생물적 스트레스에 대한 식물의 방어기작에 의해 생기는 현상으로도 알려져 있다(Hörtensteiner and Kräutler, 2011). 본 연구에서 확 인한 흰색 반점이 총채벌레 산란에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인지, 단순히 물리적인 상처에 의해 생기는 현상인지를 구별하 기 위하여, 소독된 바늘을 이용하여 총채벌레 산란과 유사한 방 식으로 포도 과피에 상처를 낸 결과 흰색의 반점이 관찰되지는 않았다(data not shown). 이는 총채벌레에서 유래한 물질이 흰 색 반점(또는 엽록소 파괴) 현상을 유발하는데 관여한다는 것 을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포도 과피 달무리 반점은 꽃노랑총채벌레의 산란 피해증상
포도 과피에 나타난 달무리 반점을 해부현미경으로 조사하 면서, 중앙의 상처부위에서 총채벌레 알과 그것에서 부화하는 약충을 관찰한 바 있으나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부화 후 남은 총채벌레 알 껍질이 포함된 포도 과피 조직을 떼 어내어 DNA를 추출하고, 총채벌레 분자진단용으로 개발된 프 라이머를 이용하여 ITS2 부위를 PCR 증폭한 결과, 475 bp 크 기의 DNA 단편을 얻을 수 있었다(Fig. 2A). 이 PCR 산물을 제 한효소 RsaI으로 절단하여 DNA 단편의 패턴을 전기영동으로 확인한 결과 69, 166, 240 bp 크기의 3가지 단편을 얻었다(Fig. 2A). 이는 꽃노랑총채벌레의 PCR-RFLP 패턴과 동일한 것으 로 나타났으며, 대만총채벌레나 볼록총채벌레의 패턴과는 분 명히 달랐다(Fig. 2B).
한편, 보다 정확한 분자동정을 위하여 총채벌레 동정용으로 많이 쓰이는 미토콘드리아 COI 부위의 염기서열을 PCR 증폭 하여 비교하였다. 프라이머 부위를 포함하여 485 bp 크기의 PCR 증폭산물을 얻었으며, 이를 NCBI GenBank에서 BLAST 분석을 실시한 결과 꽃노랑총채벌레의 염기서열과 100% 일치 하였다(Fig. 3). 반면에 대만총채벌레와는 81.0%, 볼록총채벌 레와는 80.2%의 낮은 유사도를 보였다. 즉, 포도 과실 표면의 달무리 반점 피해 조직에서 분리한 총채벌레의 알 껍질은 꽃노 랑총채벌레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로부터, 최근 국내 포도원에 발생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포도 과피의 달무리 반점 증상과 코르크반점 증상은 꽃노랑총채벌레의 산란에 의 해 형성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Jensen(1973)은 캘리포니아의 생식용 포도에서 이와 유사한 증상이 꽃노랑총채벌레의 산란에 의하여 생기며, 95% 개화 후 부터 꽃이 질 때 까지 약 2주 사이에 피해가 집중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 본 연구에서도 착과 직후인 어린 포도 과실에서 반점 증상이 많이 관찰되었다. 그러나 산란에 의한 상처는 흡즙에 의 한 상처에 비해 심각한 피해를 주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며, 주 로 외관을 손상시키는 정도이지만 이마저도 착색이 되는 품종 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Yokoyama, 1977). 달무리 반점 증상은 포도 이외에도 토마토(Salguero-Navas et al., 1991), 사과(Terry and De Grandi-Hoffman, 1988), 심비 디움(Cho et al., 2013) 등에서도 꽃노랑총채벌레의 산란에 의 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도원에 발생하는 꽃노랑총채벌레
외국에서는 포도에 피해를 주는 총채벌레 중에 꽃노랑총채 벌레가 가장 심각하다고 보고하고 있지만(Bettiga, 2013), 우리 나라에서는 볼록총채벌레 이외의 다른 총채벌레가 포도에 피 해를 주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Yang, 2010). 그 러나 본 연구를 통해 국내 포도원에도 꽃노랑총채벌레가 피해 를 준다는 것이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가 최 근에 전국의 주요 시설 포도원에서 실시한 총채벌레 발생예찰 의 결과와 일치하는 것으로 청색 끈끈이 트랩을 이용하여 총채 벌레의 발생소장을 조사한 결과 꽃노랑총채벌레가 국내 시설 포도원에서 높은 밀도로 발생하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Ahn et al., 2013). 이는 비록 꽃노랑총채벌레의 산란 피해 자체가 상품 성을 크게 저하 시키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Yokoyama, 1977), 꽃노랑총채벌레의 발생이 증가하여 흡즙 등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꽃 노랑총채벌레는 포도 과실에 대한 산란 피해 이외에도 흡즙에 의한 과실 표면의 상처와 줄기 생장 저해 등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에(McNally et al., 1985), 국내 포도원에 발생하 는 꽃노랑총채벌레의 피해 양상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에 활용한 분자진단법은 총채벌레와 같은 미소해충 의 흔적을 종 동정에 이용하는 실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최근에는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심비디움에 발생 하는 총채벌레 산란피해 조직으로부터 총채벌레 유전자를 분 리 및 동정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Cho et al., 2013). 이러한 연 구 방법은 식물의 피해부위에서 해충을 직접 확인하지 못할 경 우, 해충에서 유래한 조직이나 흔적을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확 인하는데 활용가치가 높다고 하겠다.
꽃노랑총채벌레에 의한 포도 과피 달무리 반점 증상은 어린 과실을 중심으로 많이 발생하고 산란 초기에는 피해 확인이 어 렵기 때문에 착과 직후부터 봉지 씌우기 작업 직전에 총채벌레 가 산란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방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포도원에 발생하는 꽃노랑총채 벌레 산란에 의한 달무리 반점 증상과 코르크 반점 피해를 조기 에 진단하고, 적용 약제로 적기에 방제한다면 살충제 살포 횟수 와 방제 비용을 절감함과 동시에 고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