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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 2287-545X(Online)
DOI : https://doi.org/10.5656/KSAE.2013.07.0.017
한라산 고지대에 서식하는 유존 나비종의 풍부도와 개체군 안정성
초록
Abundance and Population Stability of Relict Butterfly Species in the Highlands of Mt. Hallasan, Jeju Island, South Korea
Abstract
- [최종]인쇄본KJAE13-17(권태성_보문).pdf784.9KB
제주도는 신생대 제4기의 화산활동에 따라 만들어진 섬으로, 100만년 이상의 기간 동안 화산활동이 이어졌다(Won, 1976). 이후의 마지막 간빙기가 시작하면서 해수면의 하강과 더불어 그 동안 동북아시아의 한대 지역에서 유입된 한지성 종(cold- adapted species) 일부가 한랭한 피난처를 찾아 한라산 고지대로 이동하여 정상 일대에 격리 분포한 것으로 보인다(Kong, 1999). 따라서 한라산 정상부는 기후적 요인 등이 대다수 식물들에게는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오히려 일부의 고산식물에게는 생육 조건이 알맞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Kong, 1999), 이들 식물에 의존했던 일부의 한지성 나비 종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에 의한 기온상승에 따라 한지성 나비가 한라산 고지대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과거에 광범위하게 서식하던 종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일부 지역에 국한하여 분포하는 종을 유존종(遺存種, relict species)이라고 하며, 한라산 고지대에서 볼 수 있는 유존종 나비로는 줄흰나비(Pieris napi), 산꼬마부전나비(Probejus argus), 은점표범나비(Argynnis niobe), 조흰뱀눈나비(Melanargia epimede), 도시처녀나비(Coenonympha hero), 눈많은그늘나비(Lopinga achine), 산굴뚝나비(Eumeneis autonoe), 가락지나비(Aphantopus hyperanthus), 함경산뱀눈나비(Oeneis urda), 꽃팔랑나비(Hesperia comma)의 10종이 알려져 있다(Joo and Kim, 2002). 이들 종 대부분은 제주도가 섬이 되었던 역사가 종의 분화를 일으킬만한 충분한 시간이 경과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격리 상태가 유지되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아종으로 분화한 예도 있다. 산굴뚝나비(ssp. zezutonis (Seok, 1937)), 줄흰나비(ssp. hanlaensis Okano et Pak, 1968), 산꼬마부전나비(ssp. seoki Shirôzu et Shibatani, 1943), 은점표범나비(ssp. chejudoensis Okano et Pak, 1968), 함경산뱀눈나비(ssp. hallasanensis Murayama, 1991), 눈많은그늘나비(ssp. chejudoensis Okano et Pak, 1968), 조흰뱀눈나비(ssp. hanlaensis Okano et Pak, 1968)가 다른 지역과 형태적인 차이가 두드러져 고유 아종으로 명명되었다(Joo and Kim, 2002).
한편 한라산 정상부는 시로미(Empetrum nigrum var. japonicum), 구름송이풀(Pedicularis verticillata), 돌매화나무(Diapensia lapponica var. obovata), 가시엉겅퀴(Cirsium japonicum var. spinosissimum), 김의털(Festuca ovina), 한라사초(Carex erythrobasis), 나도그늘사초(C. tenuiformis) 등 주로 관목과 초본의 고산 식물로 이루어진 초지로(Kong, 1999), 여기에서 눈많은그늘나비가 구상나무와 같은 침엽수림대에 사는 것을 빼면 다른 종 모두는 확 트인 초지에서 살고 있다. 또 먹이식물은 줄흰나비가 십자화과(Cruciferae) 섬바위장대(Arabis serrata var. hallaisanensis), 은점표범나비가 제비꽃과(Violaceae)의 제비꽃류(Viola spp.)인 점을 빼면 모두 벼과(Gramineae)의 김의털(Festuca ovina)이다(Joo and Kim, 2002). 이 지역에 대한 나비 조사는 주로 Ichikawa(1906)와 Okamoto(1924), Seok(1937), Park(1969), Joo and Kim(2002) 등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 중 Joo and Kim(2002)은 한라산 1,100 m부터 정상까지의 산지 풀밭에 사는 종들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였다.
본 연구에서 한라산 고지대에 사는 유존 나비종의 서식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간 조사하였다. 상기한 바와 같이 한라산에 서식하는 유존 나비종들은 대표적인 기후변화 취약종이기 때문에 다른 나비종 들에 비해 기온 상승으로 인한 개체군 감소 경향이 강하고, 개체군의 안정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 연구에서는 조사자료를 토대로 이러한 예측들을 검정하였다.
재료 및 방법
조사지
한라산 고지대 나비조사는 한라산의 어리목에서 윗세오름에 이르는 등산로에서 하였다. 조사 루트는 2007년에서 2009년 사이에는 어리목 광장(N 33-23-33.32, E 126-29-42.12)으로부터 윗세오름을 지나 영실 코스의 초지(N 33-21-22.9, E 126-30-52.8)까지이며, 조사루터의 고도는 970 m에서 1,700 m이고, 조사구간의 길이는 7.8 km이다. 돈내코 등산로가 개방되었던 2010년부터는 어리목 광장(N 33-23-33.32, E 126-29-42.12, 고도 950 m)에서 윗세오름을 지나 방아오름샘(N 33-21-15.06, E 126-31- 48.02, 1,667 m)까지로 조사구간을 바꾸었다. 이 구간의 거리는 8.8 km이다. 식생은 어리목에서 고도 1,300 m까지는 졸참나무림으로 이루어진 숲 속의 등산로 구간이고, 이후부터는 한 그루씩 떨어져서 서식하는 구상나무 외에 대부분 초지로 이루어진 등산로 구간이다.
고지대에 서식하는 나비상의 특성을 파악하고, 유존 나비종들이 과연 고지대에만 서식하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2012년에는 저지대의 2개소에서 비교조사를 하였다. 서귀포시 안덕면에 소재한 안덕계곡 조사지는 팽나무(Celtis sinensis)가 많은 안덕계곡 위의 도로(1구간) (시작: N 33-15-24.17, E 126-21- 14.36, 고도97 m, 끝: N 33-15-33.74, E 126-21-50.64, 126 m)와 같은 시작 지점에서 군산 정상(2구간) (시작: N 33-15-24.17, E 126-21-14.36, 97 m, 끝: N 33-15-13.03, E 126-22-10.99, 314 m)까지로, 식생이 팽나무와 녹나무(Lindera erythrocarpa) 등 낙엽활엽수림과 상록수림이 혼재하고, 100년 이상 된 팽나무의 노거수가 많고, 오름 정상까지는 곰솔(Pinus thunbergii) 등 침엽수와 활엽수가 혼재하며, 오름의 정상부는 초지였다. 조사구간의 거리는 440 m이다. 서귀포시 상효동에 소재한 돈내코 조사지는 시작(N 33-18-19.77, E 126-34-02.44, 421 m)과 끝(N 33-18-16.64, E 126-34-24.06, 378 m)으로, 식생이 일부가 초지이고, 주로 삼나무(Cryptomeria japonica) 식재림과 신이대(Sasa coreana) 숲으로 이루어진 폭 4 m 정도의 소로이다. 조사구간의 거리는 378 m이다.
조사 방법
고지대 조사는 2007년부터 2012년 까지 6년간 하였으며, 저지대 조사는 2012년에만 실시하였다. 조사는 매년 5월부터 9월 사이에 3 또는 4회 실시하였다. 성충의 개체수를 파악하기 위하여 선조사법(Pollard and Yates, 1995)으로 조사하였다. 조사는 맑은 날을 택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실시하였다. 조사 구간을 시속 약 2 km의 속도로 천천히 걸으면서 등산로나 조사 루트 좌우 폭 10 m 이내에서 관찰되는 나비의 종별 개체수를 기록하였다.
나비 구분
제주도 한라산의 유존 나비종의 선정은 Joo and Kim(2002)에 따랐으며,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한라산 1,100 m 이상의 초지에서 볼 수 있고, 분포 면에서 1) 한라산 아고산대와 한반도 동북부 지역에 서식하는 종, 2) 한라산 아고산대와 태백산맥 이북에서 서식하는 종, 3) 한라산 아고산대와 한반도 내륙 산지에 서식하는 종들이다. 1) 에는 산굴뚝나비, 가락지나비, 산꼬마부전나비가 속하고, 2) 에는 줄흰나비, 꽃팔랑나비, 함경산뱀눈나비가 속하며, 3) 에는 은점표범나비, 조흰뱀눈나비, 도시처녀나비, 눈많은그늘나비가 속한다. 유존종(R) 이외의 나비들의 유형은 동아시아에서의 분포 양상을 토대로 결정하였는데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분포의 남방 한계(southern range margin)에 해당할 때는 북방계(Northern, N), 북방 한계(northern range margin)일 때는 남방계(Southern, S), 2가지에 해당하지 않을 때는 기타(Miscellaneous, M)로 구분하였다.
분석 방법
나비 그룹별 개체군 특성을 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R과 N 그룹은 감소, S는 증가, M은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Kwon et al., 2010). 여기서 개체군 변화란 연도별 변화(증가, 감소, 불변)를 의미한다. 이런 예상을 검정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분석을 하였다. 종별 밀도의 차이기 크기 때문에(Table 1), 밀도를 표준화(Z-score transformation, 관측치-평균/표준편차)하였다(Dunn et al., 2009). 여기서 한해만 출현한 종은 표준편차의 계산이 안 되기 때문에 제외하였다. 표준화 후의 밀도(표준밀도, abundance of Z score)는 평균(0)과 변이(SD = 1)가 동일하기 때문에 개체군 변화는 종별 밀도 크기에 좌우되지 않고, 각 종의 변화 경향이 동일하게 반영된다. 표준밀도의 연도별 변화가 그룹별로 다른지는 General Linear Model (GLM, STATISTICA(Statsoft, 2004); 연도(선형변수), 그룹(범주변수))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R종들과 다른 그룹의 종들과의 개체군변화가 차이가 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1) R과 다른 그룹(M, S를 하나의 그룹으로 간주), 2) R, M, S, 3) R과 M, 4) R과 S 등의 4가지로 구분하여 별도로 분석하였다. N의 경우 2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R이었기 때문에 N을 별도로 비교하지는 않았다(Tables 1, 2). 개체군의 안정성 평가는 변이계수(Coefficient of variation, Zar 1999)를 이용하였는데 각 종의 연도별 밀도(n = 6)를 이용하여 종별 변이계수를 계산하였다. 여기서는 개체군의 안정성이 높을수록 변이계수의 수치는 낮을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나비그룹간 변이계수의 비교는 ANOVA 분석을 이용하였다.
Table 1. Butterflies observed along highland routes (Eo-Limok, Wise-Oleum, and Bang-A-Oleum-Sem; length 7.8 km during 2007-2009, 8.8 km during 2010-2012; a.s.l. 970-1700 m) in Mt. Hallasan, Jeju Island, South Korea. Butterflies were surveyed 3 or 4 times from May to September each year by using the line transact method. Distribution type, R: relict species, N: northern species, M: miscellaneous species, and S: southern species. Definition of distribution type is shown in the text
Table 2. General Linear Model (GLM) testing the influences of year and distribution type on population changes of groups of butterfly species (R, M, S). The GLM was conducted 4 times to compare annual population change between R and the other butterfly groups. Distribution type, R: relict species, N: northern species, M: miscellaneous species, and S: southern species. Definition of distribution pattern is shown in the text
결과 및 고찰
한라산의 고지대 조사지에서는 40종 3,174개체가 관찰되었으며, 저지대 조사지에서는 36종 464개체가 관찰되었다(Table 1, Fig. 1, Appendix 1). 조사구간의 길이가 저지대는 고지대에 비해 1/10에 불과하고, 조사가 단 1년만 실시된 것을 감안하면 고지대는 저지대에 비해 종수와 개체수가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라산 고지대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10종의 유존 나비종이 고지대 조사지에서 모두 관찰되었다. 본 조사에서 가장 개체수가 많았던 종은 도시처녀나비로서 총 960개체가 관찰되어 전체 개체수의 30%를 차지하였다. 개체수에 따른 순위로 출현종을 배열해 보면 10종 중 8종이 개체수가 가장 많은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Fig. 1). 유존 종들은 전체 개체수의 65%를 차지하였다. 이에 반해 M종은 개체수가 가장 많은 종으로부터 가장 적은 종까지 골고루 분포하고, S종은 개체수가 중간부터 가장 낮게 나타났다. 저지대 나비상의 종 구조를 보면 R종은 나타나지 않으며 S종이 최우점종부터 가장 개체수가 적은 종까지 골고루 분포하였다(Fig. 1). 이러한 결과는 R종은 고지대에만 서식한다는 기존의 사실(Joo and Kim, 2002)을 확인할 뿐 아니라, 고지대에서는 낮은 기온으로 인해 난지성 종(S)의 종수가 적고 출현종의 개체수도 낮은 편에 속하였다. 그러나 고도가 낮아질수록 높아지는 기온 때문에 군집 내에서의 S종의 밀도가 점차 증가한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고지대 나비상에서 우점종을 형성하고 있는 R종이 점차 감소하면서 군집내의 밀도순위가 떨어지고 대신에 S종들은 밀도순위가 증가하여 저지대와 유사한 방향으로 군집구조가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M종의 경우에는 고지대와 저지대에서 모두 개체군 순위의 별다른 변동이 없어 기온증가에 따른 개체군의 변화가 R종과 S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은 중부지역에서 과거와 최근의 나비상을 비교했을 때, 기온증가로 인해 풍부도가 N종은 감소, S종은 증가한 데 비해 M종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사실과 일치한다(Kwon et al., 2010).
Fig. 1. Abundance rank of butterflies counted along the highland (a.s.l. 950-1700 m) and lowland (a.s.l. 97-314 m) survey routes in Mt. Hallasan, Jeju Island, South Korea. Butterflies were surveyed 20 times by using the line transect method for a period of 6 years from 2007 to 2012 along highland routes (7.8 km from 2007 to 2009, and 8.8 km from 2010 to 2012), and 4 times in 2012 along two lowland routes (378 m, and 440 m). Butterflies were surveyed 3 or 4 times from May to September in each year. Details of the butterfly routes are shown in the text.
종별 표준밀도로서 R, M, S종의 밀도변화를 나타낸 것은 Fig. 2와 같다. 조사기간 동안 R과 S종은 밀도가 연도에 따라 유의하게 변화하지 않았지만, M종은 유의하게 증가하였다(Fig. 2). 이러한 표준밀도의 변동을 일으키는 원인을 해석하기 위해 연도와 나비그룹의 두 개 요인으로 GLM 분석을 한 결과는 Table 2와 같다. 나비를 R과 다른 그룹으로 구분한 경우 연도의 영향은 나타났지만, 그룹의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룹을 R, M, S의 3가지로 구분한 경우에도 동일한 경향이 나타났으며, 나비를 R, M만을 비교한 경우에도 동일하였다. 그러나 그룹을 R과 S만을 비교한 경우에는 연도와 그룹의 영향이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R종들이 다른 나비그룹에 비해 다른 개체군 변화를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체군의 변이계수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그룹간의 차이는 없어 개체군의 안정성이 다른 그룹과 차이가 없었다(F2, 24 = 0.023, P > 0.05). 이러한 결과는 R종이 예상과는 달리 감소하거나 개체군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본 연구는 불과 6년 동안의 단기간에 수행된 것이기 때문에 본 연구의 결과만으로 R종들이 감소하지 않는 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며, 앞으로도 계속적인 조사를 통해 개체군의 장기변화를 관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M종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현상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M종은 기온범위가 대체로 우리나라 기온범위와 대체로 일치할 것임으로 고도에 따른 개체군의 변화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라산에서 기온이 낮은 고지대에서는 기온상승으로 M종의 밀도증가가 예상되지만, 이미 최적의 온도범위에 있는 중간 고도에서는 변화가 적거나 미세한 감소, 온도범위가 최적범위보다 높은 저지대에서는 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Fig. 2. Annual change in the abundance (Z-score transformed) of butterfly species in relict, miscellaneous, and southern species. Definitions for species groups are shown in the text. The line for relict species is a linear regression model for annual change in abundance (P < 0.05). No significant trend in the abundance of relict species and southern species was observed in the regression analysis.
나방의 경우 S종의 종수는 조사지의 기온과 매우 높은 상관을 보이는 반면, N종은 상관을 보이지 않았다(Kwon, T-S., un-published data). 이는 나비의 경우 북방한계선의 북상현상은 뚜렷하지만 남방한계선의 북상현상은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현상과 연관이 있다(Parmesan et al., 1999). 이러한 사실은 N종 보다는 S종이 기후변화 지표로 더 적합하며, 앞으로 기온이 증가함에 따라 특정 지점에서 S종이 점점 많아지는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본 연구의 결과 기온이 증가하면 S종의 개체수가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Fig. 1). 종수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지만 개체수 변화는 단기간에도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우리나라와 같이 장기적인 조사자료가 거의 없는 경우에는 S종의 개체수 변화가 기후변화지표로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광릉에서 15년에 걸쳐 조사된 나비자료를 이용하여 S종의 개체수를 연도간 비교를 했을 때, 증가경향을 찾기가 어려웠다(Kwon, T-S., unpublished data). 밀도에는 개체군의 특성(개체군의 크기)이 반영되기 때문에 원 자료로는 변화를 찾아내기는 어렵고, 이런 경우에는 개체군 크기의 영향이 배제되어 순수한 변동만이 나타나는 표준밀도를 사용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리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특정 종의 변화를 단순하게 나열하기보다는 기후변화에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는 종들을 그룹으로 구분하여 통계적인 검정을 거치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가질 것이다(예, Fig. 3; Kwon et al., 2010).
Fig. 3. Coefficient of variation for 6 annual abundances (i.e., number of individuals per year) in R, M, and S species groups. Error bars indicate standard errors. Averages of the coefficient are not significantly different among species groups (F 2, 24 = 0.023, P > 0.05).
한라산 유존 나비종 중 산꼬마부전나비와 산굴뚝나비, 가락지나비는 국내에서 제주도의 고지대에서만 관찰된다(Choi and Kim, 2011; Kim et al., 2012). 산굴뚝나비는 2005년에 1급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한 종이다(Ministry of Environment, 2005). 본 조사 결과 산굴뚝나비는 85개체(전체의 2.7%)를 관찰하였고, 가락지나비는 81개체(2.6%)로 2종의 밀도순위는 10위(산굴뚝나비)와 12위(가락지나비)로서 두 종의 개체군 크기는 비슷하고 연도별 출현양상도 거의 같다(Table 1, r = 0.77, P < 0.05). 2종은 2011년에 가장 많았고, 2008년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것은 2종의 먹이식물이 김의털과 한라사초로 동일하며 서식처도 같아 서식조건이 거의 같기 때문일 것이다(Kim et al., 2012).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조릿대(Sasa borealis)의 분포범위가 한라산에서 점점 확대되면서 이들 먹이식물의 서식지가 줄어드는 것이 2종 개체군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Choi and Kim, 2011). 그러나 유존종 모두가 사초과(Cyperaceae)와 벼과의 초본식물을 먹이로 하고 있기 때문에(Kim et al., 2012) 조릿대의 확산은 모든 유존 나비종의 개체군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고지대의 최우점종인 도시처녀나비는 최근 발간된 자료(Kwon, et al., 2012)를 검토해 보면 50년전(1938-1950년, Seok 1973)에 비해 최근(1997-2011년)에 전국적인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Kwon et al., 2012). 같은 속의 시골처녀나비와 봄처녀나비가 감소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Choi and Kim, 2011) 도시처녀나비 만이 증가하는 현상은 흥미롭다. 이러한 차이는 먹이식물의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도시처녀나비의 먹이식물은 김의털 인데 반해 다른 2종의 먹이식물은 강아지풀(Setaria viridis)과 방동사니(Cyperus microiria), 억새(Miscanthus sinensis var. purpurascens), 괭이사초(Carex neurocarpa) 등으로 전자는 산지의 초지에서 주로 분포하기 때문에 개발의 영향을 적게 받는데 비해 후자는 저지대의 수변 초지나 자연 초지 등에 주로 분포하기 때문에(Lee, 1996), 최근 산림녹화, 개발로 인한 저지대의 초지 감소와 하천부지의 정리작업으로 인해 강둑에나 수변에서 자생하던 먹이식물의 감소가 2종의 감소와 깊은 관련성이 있다(Choi and Kim, 2012). 줄흰나비는 현재 내륙에서는 강원도와 남부의 백두대간 상의 고산지역으로 개체군들이 분리되어 있으며 개체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Kim et al., 2012). 함경산뱀눈나비는 내륙지역에서는 강원도 고산지역에서 극도로 희귀한 상태로 분포하나, 조흰뱀눈나비는 경기와 강원지역에 널리 분포하며 본 조사에서 비교적 많은 개체들이 관찰되고 있다. 은점표범나비 역시 경기와 강원 지역에서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눈많은그늘나비는 경기, 강원, 충청, 경북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꽃팔랑나비는 강원의 산간과 경북의 동해안 지역에서 드물게 분포하고 있다. 이처럼 한라산의 유존 나비종은 남한에서 제주에만 한정 분포하거나 중부지역 또는 남부의 산간에 분포하고 있으며 일부 종은 내륙에서는 매우 희귀한 상태로 분포하고 있다.
기온과 습도는 나비의 분포범위를 결정한다(Hill et al., 2001). 기온 상승의 영향은 저지대보다 고지대에서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Giddens, 2009). 따라서 기온상승은 한라산 정상부에서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는 유존 나비종 개체군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위험요인이다. 북반구에서 생물종들은 10년에 평균 6.1 km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Parmesan and Yohe, 2003). Parmesan et al.(1999)은 유라시아 지역에서 32종의 나비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북방한계선이 35-240 km 북상하였으며, Hill et al.(2001)은 연평균 0.5-1 km의 속도로 나비들이 북상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체코에서는 나비들의 수직분포가 평균 60-90 m 위로 이동하였다(Konvicka et al., 2003). 국내 나비 분포자료를 분석해 보면(Seok, 1973; Kim et al., 2012), N종의 남방한계선은 변하지 않았으나 S종의 북방한계선은 60년 전에 비해 대략 48 km 정도 북상하였다(Kwon, T-S., unpublished data). 이것은 연평균 0.8 km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위도 별 100 km의 기온범위가 대략 고도 100 m의 그것과 같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S종의 수직분포범위(고도별 분포)는 60년 전에 비해 대략 40-50 m 정도 위로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R종이 서식하는 한라산 고지대에서는 S종들이 낮은 밀도로 서식하고 있으나(Fig 1), 기온이 올라가 S종의 생존조건이 좋아지면 밀도가 증가할 것이다(Fig. 1). S종과 R종간에 먹이식물이 다르기 때문에 유충간의 먹이경쟁은 나타나지는 않으나, 성충 사이에서 꽃의 꿀이나 서식처에 대한 경쟁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에 취약할 것으로 여겨지는 유존 나비 10종은 한라산 고산지대에서 아직은 대부분 밀도가 가장 높은 측에 속했으며, 개체군의 안정성이 다른 나비종 들에 비해 낮지 않아 아직은 기후변화로 인한 감소의 징후나 멸절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유존 나비종들은 장기적으로는 기온상승으로 인해 한라산 고산지대에서 점차 감소하고 결국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본 연구결과를 토대로 유존 나비종의 개체군 취약성을 평가해 보면, 제주도에만 분포하는 산굴뚝나비와 가락지나비, 산꼬마부전나비는 이 지역에서 사라지면 우리나라에서는 없어지기 때문에 보존에 가장 많은 관심이 요구되는 상위 위험군에 속하는 종들이다. 내륙의 개체군이 희귀한 상태인 함경산뱀눈나비, 줄흰나비, 꽃팔랑나비의 3종은 중위 위험군에 넣을 수 있다. 개체수가 가장 많았고 내륙지역에서도 증가하고 있는 도시처녀나비와 내륙지역에서 분포범위가 넓고 서식처가 임연부이기 때문에 조릿대 확산의 영향을 적게 받는 눈많은그늘나비, 내륙에서 널리 분포하는 조흰뱀눈나비와 은점표범나비는 하위 위험군에 속한다. 이러한 취약성 평가는 앞으로 유존 나비종의 보존전략 수립 시에 참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의 격리로 인해 일부 종의 경우에는 형태적인 분화가 거의 아종 수준으로 일어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들 유존 나비종들은 기후변화생물학, 고기후학, 메타개체군 동태(내륙개체군과 교류 등), 유전학 및 진화학 등의 분야에서는 흥미로운 연구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 유존 나비종들의 개체군 보존을 위한 장기적인 모니터링, 유전적 변이 연구, 서식처와 개체군 보존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사 사
본 연구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과제(지구환경변화에 대응한 장기생태연구, FE 0100-2004-02)에서 수행되었다.
Appendix 1. Butterflies observed along two lowland routes (Andeok valley, a.s.l. 97-126 m, length 440 m; Donnaeko, a.s.l. 378-421 m, length 378 m) in Jeju Island, South Korea. Butterflies were surveyed 4 times from May to September 2012 by using the line transact method. Distribution type, N: northern species, M: miscellaneous species, S: southern species. Definition for distribution type is shown in the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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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40 No. 4 (2022.12)
Frequency Quarterly
Doi Prefix 10.5656/KSAE
Year of Launching 1962
Publisher Korean Society of Applied Entom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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